성백영 사진집 「Darkness and Brightness, in Between - 어두움과 밝음, 그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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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생각


이 세상의 모든 존재들은 다들 그 자체로 아름답고 본디 스스로 환하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들 대부분은 그 아름다움 그 환함을 언제 어디서나 온전히 지각하고 인식하는 건 아닌 것 같다. 오히려 우리는, 삶의 대부분의 시간 동안, 세속적 삶의 틀 안에 스스로를 가둔 채 눈앞의 현실적 문제들과 싸우느라, 끊임없이 솟아오르는 거품같은 욕망을 쫓느라, 덧없기 짝이 없는 감각적 쾌락에 몰두하느라, 몸도 마음도 쉼없이 바쁘고, 그러느라 마음이 흐릿해지고 점점 더 어두워진다. ‘무명(無明)’은 그렇게 어두워지다 못해 아예 캄캄해져서 눈앞에 오롯이 있는 것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딱한 상태를 가리키는 말이다.


‘눈이 밝다’는 것은 그런 무명 상태를 벗어나 모든 것을 오롯하게, 바라보고 인식할 수 있는 고차원의 존재 상태를 의미한다.  어떻게 그런 시선의 힘을 갖출 수 있게 될까? ‘비워낸 마음’, ‘공(空)한 마음’에 도달하면 된다고 한다. 우리를 맹목적으로 내달리게 만드는 집착(執着)을 걷어내면 마음의 평온을 얻게 되고, 그러면 모든 것의 본질을, 그 아름다움을 꿰뚫어 볼 수 있게 된다.
그러나, 과연 나는 그 공(空)한 마음의 상태에 도달하여, 내 몸 또는 마음이 느끼는 그 어떤 것을 온전히 담아낼 수 있을까?
 


나는 평소에 산사(山寺)를 즐겨 찾는다. 각박한 현실에 시달리고  일상에 쫓기느라 알게 모르게 내 안에 들어찬 탐(貪)·진(瞋)·치(癡)의 탁한 기운들을 잠시나마 털어내고 싶은 생각 때문이기도 하고, 마음을 비워내기 위해 용맹정진하는 수행자들과 그들의 수행처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하면서도 신선한 기운을 온몸으로 느끼고 싶은 욕구 때문이기도 하다.


  이번에 전시하는 작품들은 내가 불교 수행처에서 흔히 접하게 되는 피상적인 모습들이나 전형적인 수행도구들의 다양한 표정들 그 자체를 담아내려 한 것은 아니다. 때때로, 어떤 결정적인 순간에, 그것들이 내게 맛보게 해준 어떤 다른 느낌들을 최대한 온전히 포착하여 담아내는 것, 그것이 나의 일차적 목표였다.


산사는 속세를 벗어난 수행자들이 진정한 자아(我)을 찾아가는, 한없이 고요하면서도 더없이 치열한 실천의 공간, 전형적인 비움의 장소라고도 할 수 있다. 비록 짧은 시간일지언정, 그 신성한 공간에 머무는 동안, 나는 내 안을 채우고 있는 일체의 의식에 대한 집착을 최대한 내려놓으려 애쓰며 내 몸과 마음에 느껴지는 것들을 담아 내려고 노력하였으며, 그런 과정을 통해 나 자신도 조금 더 비워내는 일을 실천하려 애썼다.

 
성백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