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의 확장, 예술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한국사진의 다양성과 국제화라는 목표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그 이후 디지털로 전환하는 격변기에 길잡이로서 역할을 수행한 본지는 창간 20년을 즈음하여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성에 직면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 한국사진의 국제 무대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유명 작가들이 등장했고, 사진 관련 인프라도 풍성해지고 또한 사진의 아트마켓 진출도 조금씩 가능성을 드러냈다. 따라서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사진 작품의 판매와 예술의 변방에서 중심이동을 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런 과제와 함께 2015년 봄, 발행인의 교체가 이루어졌다. 사진가에서 사진 기획자로, 본지는 시대에 호응하는 자연스러운 변신을 통하여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였다.
사진과 타 분야 예술의 소통
한국사진의 다양성과 국제화라는 목표가 소기의 성과를 거두고, 그 이후 디지털로 전환하는 격변기에 길잡이로서 역할을 수행한 본지는 창간 20년을 즈음하여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할 필요성에 직면했다. 2000년대에 들어서 한국사진의 국제 무대 진출이 활발해지면서 유명 작가들이 등장했고, 사진 관련 인프라도 풍성해지고 또한 사진의 아트마켓 진출도 조금씩 가능성을 드러냈다. 따라서 2010년대에 들어서면서 가장 현실적인 문제는 사진 작품의 판매와 예술의 변방에서 중심이동을 하는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런 과제와 함께 2015년 봄, 발행인의 교체가 이루어졌다. 사진가에서 사진 기획자로, 본지는 시대에 호응하는 자연스러운 변신을 통하여 새로운 출발을 다짐하였다.
사진과 타 분야 예술의 소통
2009년 7월호 ‘패션 디자이너 이상봉과 광고사진가 박상훈’
「사진예술」은 2009년 1월호부터 ‘사진가와 타 분야 예술가와 만남’이라는 연재를 시작으로 타 분야 예술과의 소통과 융합에 관심을 두기 시작했다. 타 분야 예술가와 만남은 2009년 1월호에 도종환 시인과 사진가 최경자를 시작으로, 소리꾼 장사익과 김녕만, 철학자 이주향과 김아타, 산악인 엄홍길과 양종훈, 소설가 김영하와 임영균, 조각가 김종구와 배병우, 패션디자이너 이상봉과 박상훈, 행위예술가 성능경과 김장섭, 소설가 문순태와 오상조 등, 작업을 통하여 공감한 인간적 친밀감과 작업에 영감을 주고받는 이야기를 2010년 8월호까지 20회에 걸쳐 소개하였다.
2011년 7월호 Photo & Talk 노영심
이어 2011년 1월호부터 새로 ‘포토 앤 토크’라는 연재를 시작으로 타 분야 예술가들을 만나 사진 이야기를 나누는 연재를 시작했는데 피아니스트 노영심, 시인 서정춘, 물방울 화가 김창열, 시인 나태주, 명창 안숙선, 대한민국예술원 회장이던 연극 연출가 김종옥, 조각가 심문섭, 화가 김종학 등 당대 최고의 위치에 있는 예술가들을 차례로 인터뷰했다.
2018월 5월호 사진과 문화 ‘자연과 공명하다’
이는 문화 예술계의 리더들에게 사진 전문지의 존재를 알리고 사진을 새롭게 인식시키고자 하는 의도였다. 또한 독자들에게는 이들의 치열한 작업 정신을 보여줌으로써 좀 더 폭넓은 예술 세계를 맛보게 하고자 하는 목적을 갖고 있었는데, 이러한 기획은 2018년 2월에 이르러서는 ‘접경지대’라는 연재물로 진화하였다. 접경지대는 서로 작업에 공통점을 갖는 두 작가가 만나 대담 형식으로 진행하면서 타 분야와의 영감 주고받기가 어떻게 구체화되어 작업화되고 있는지를 가늠해볼 수 있도록 한 것이었다. 앞의 두 연재물이 인터뷰 중심이었다면 ‘접경지대’는 대담 형식이어서 작가가 더 많은 작업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면이 있었다.
좌측부터 2011년 9월호 음악과 사진 ‘베니스에서의 죽음’, 2010년 5월호 음악과 사진 ‘카르멘’, 2011년 6월호 음악과 사진 ‘베토벤의 5번 교향곡’
인터뷰나 대담 형식 외에 외부 필진으로부터 음악, 영화, 미술, 문학을 사진과 접목시키는 원고를 받아 연재하는 기획물이 등장했다. 2010년 3월호부터 2012년 1월호까지 22회에 걸쳐 연재한 윤영주 씨의 ‘음악과 사진’에서는 모차르트의 ‘돈 조반니’와 매플소프의 사진, 말러의 ‘부활’과 조지 크레드슨의 사진, 카르멘과 낸 골딘, 시벨리우스와 안셀 아담스, 베를리오즈의 환상 교향곡과 제리 율스만, 베토벤의 운명 교향곡과 신디 셔먼의 사진을 매치시키는 색다른 글을 제공했다.
2011년 11월호 ‘황석권의 작가 인터뷰 - 박승훈’
2011년 1월호 ‘황석권의 작가 탐방 - 이원철’
2011년 5월호 ‘황석권의 작가 탐방 - 이정록’
또한 2011년 1월호부터는 미술 잡지 황석권 기자의 젊은 사진가 인터뷰 기사를 실었다. 1년간 연재를 통해 박승훈, 이원철, 임택, 이정록 등의 사진가가 부각되었는데, 이 작가들은 지금까지 활발하게 작업을 이어가고 있음을 볼 수 있다. 한편, 사진과 인문학을 접목시킨 이광수의 ‘사진인문학’이 2011년부터 연재되고, 이 연재가 끝난 2012년 4월부터는 ‘사진 속의 생각 읽기’에 이어서 2013년 9월호부터는 ‘사진으로 철학하기‘ 등 사진과 철학적 사고를 접목시키는 글을 연재했다.
좌측부터 2012년 10월호 ‘이동준의 영화 뒤집어보기’, 2012년 4월호 ‘Photographers in Cinema’
이밖에도 2012년 1월호부터 2015년 3월까지 영화 평론가 이동준의 ‘영화 뒤집어보기’를 통하여 사진의 사촌이라고 할 영화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등장했다. 사실 그 이전인 2011년 10월호에도 본지에 ‘무비 특집’이 실렸고, 2012년 4월호에는 사진가가 주인공이 된 영화 ‘Photographers in Cinema’라는 특집을 통해 사진과 영화의 흥미로운 접점을 소개하기도 했다.
사진과 문학의 만남으로는 2012년 1월호부터 3년 동안 최현주의 ‘사진으로 시를 읽다’가 연재되면서 “모든 사진가는 시인이다”라는 필자의 생각을 시와 사진의 매치를 통해 보여주었다. 시인이 굳이 사진가여야 할 필요는 없어도 사진가는 시인이고 시인이어야 한다는 필자의 주장이 설득력 있게 제시되고 전개되어 사진가들의 감성을 자극하였다. 이렇게 수년 동안 지속된 음악 미술 영화 문학 등, 타 분야 예술과의 소통을 위한 적극적인 노력은 사진의 지렛대를 예술의 변방에서 중심으로 기울게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었고, 그로부터 채 10년이 지나지 않은 오늘날에 사진과 타 분야의 소통과 협업이 이제는 자연스러운 현상이 되었음을 볼 때 본지가 목적한 일정 부분이 이루어졌다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사진 전문 상업 갤러리와 사진 판매 움직임
2013년 4월호 ‘봄을 맞아 떠나는 청담동 갤러리 산책’
2013년 4월호 ‘봄을 맞아 떠나는 청담동 갤러리 산책’
2012년 12월호부터 ‘미술관 즐기기’라는 기획으로 한미사진미술관, 부산의 고은사진미술관, 영월의 동강사진박물관 등을 소개하기 시작하면서 그해 4월호 특집으로 ‘청담동 갤러리 산책’을 통해 아라리오 갤러리, 유진 갤러리, 송은 아트스페이스 등 청담동에서 가볼 만한 갤러리를 특집으로 엮었다. 독자들에게 미술관에 관한 정보를 많이 제공함으로써 미술관을 가깝게 느끼고 그로 인해 사진에 대한 더 큰 관심을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 미술관이나 갤러리가 북적거려야 전시가 더 활발해지고 궁극적으로는 작품 판매에도 긍정적인 기여를 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였다.
2013년 8월호 Interview 나정희 관장
그런 와중에 반갑게도 사진 전문 갤러리들이 속속 새로 문을 열었는데 기존의 ‘갤러리 나우’, ‘트렁크 갤러리’ 등에 이어 전주에 ‘서학동 사진관’, ‘사진공간 눈’, ‘아트갤러리 전주’, 진주에 ‘루시다 갤러리’가 문을 열었고, 경기도 분당에서는 ‘아트 스페이스J’가 문을 열었다. 또한 서울에 ‘류가헌’, ‘스페이스22’ 등의 사진 전문 갤러리가 문을 열었고, 광주에 ‘갤러리혜윰’ 대구에 ‘아트스페이스 루모스’가 문을 열면서 사진가들이 작품을 발표할 공간이 확대되었다. 또한 이 공간들을 통하여 사진 작품 판매도 이루어지면서 전업 작가들에게 힘을 실어주는 귀중한 역할을 하고 있다.
2019년 3월호 작품판매
갤러리에서의 판매와 별도로 본지에서는 온라인 ‘사진바다’와 협업으로 2018년부터 유명작가의 사진 한 점 걸기 운동을 펼치면서 소품에 에디션을 정한 작품들을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다. 작품 가격이 고가여서 평소에 소장하기 어렵던 유명 작가들의 사진 가운데 몇 점만 골라서 사진 애호가들이 구매할 수 있는 정도의 가격으로 판매함으로써 일반인들도 어렵지 않게 작품을 소장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하자는 취지다.
기획자의 존재감 부상
2000년대 이후 기획자 중심의 대형 사진전이 주목을 받기 시작하면서 작가와 기획자의 소통과 협업에 관심을 갖게 된 본지는 2014년에 ‘사진이론가·기획자’ 시리즈를 마련했다. 그동안 작가와 작품 이야기에서 처음으로 무대 뒤에 있는 기획자에게 초점을 맞춘 연재물을 기획하게 된 것이다.
2014년 1월호 사진심리학 박사 신수진
2014년 2월호 이기명 한국매그넘에이전트 대표
첫 회에는 독특한 공간 이용으로 눈길을 끈 기획전이 계속 성공하면서 스타 기획자로 부상한 신수진 사진심리학 박사였다. 이어서 교과서에서나 볼 수 있었던 매그넘 작가들의 블록버스터 전시로 화제를 일으킨 이기명 매그넘코리아 에이전트 대표 서울사진축제 등을 기획한 김남진 카페 브레송 대표, 월드프레스포토 심사위원과 휴스턴 포토페스트의 포트폴리오 리뷰어 등 국제적으로 활동하는 송수정 전 「GEO」 편집장, 주로 국제무대에서 활동해온 양정아, 상상마당의 김일권, 국내의 큰 기획전에서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김소희, 최연하 등, 오늘날에는 더 잘 알려져 있지만 2014년 당시에도 현장에서 활발하게 움직이던 그들을 통해 작가가 자신의 작품을 내보이는 방법에 대한 이야기부터 기획자들이 기획전에서 우선시하는 것들은 어떤 면인지 등등, 기획자들이 작가들과 소통하고 협업하는 과정에서 알아두어야 할 내용을 실었다.
2018년 1월호 지상기획전 서진석
2018년 2월호 정훈의 지상기획전
2018년 3월호 김소희의 지상기획전
또한 2018년 1월호부터는 ‘지상기획전’이란 페이지를 마련하여 서진석 백남준아트센터관장이 “Shared Boundaries”라는 제목 아래 안드레아 거스키와 정연두, 이환권, 이시우 작가 등의 작품들을 통해 ‘경계’에 관한 이야기가 첫 회를 장식했다. 그밖에 정훈, 김소희, 김영태 등의 기획전을 1년 동안 진행하면서 기획에 따라 사진 작품이 어떻게 보여지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이해를 제시했다.
아무리 뛰어난 사람이라도 무대가 없으면 그의 재능이나 실력을 발휘할 기회가 없고, 무대가 주어졌을 때 유능한 코치를 만나면 더 효과적으로 자신의 실력을 내보일 수가 있다. 따라서 전시 기획자의 존재가 작가의 존재감을 드러내는 데 매우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런 관점에서 기획자와 작가의 관계 맺음이 중요함을 강조한 것이다.
2015년, 이기명 제3대 발행인 취임
이명동 초대 발행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김녕만 2대 발행인이 이기명 3대 발행인에게 「사진예술」잡지등록증을 전달하고 있다
1대 이명동, 2대 김녕만에 이어 2015년 4월에 제3대 발행인으로 이기명 당시 전시 기획자이며 매그넘코리아 에이전트 대표가 취임하였다. 매그넘 사진전을 위시해 다수의 대형 기획전을 유치했고 한국전쟁과 분단의 역사를 해외에 전시하고 사진집을 만드는 등 국내외적으로 의미 있는 사진전을 기획했던 이기명 대표가 「사진예술」을 맡아 새로운 포부를 펼치게 되었다.
2018년 7월호 Jeff Wall
2019년 1월호 David Lachapelle
2018년 5월호 WOLFGANG TILLMANS
발행인과 함께 편집팀이 전면 교체되면서 2015년 4월호 이후 나타난 가장 큰 변화는 사진 뿐 아니라 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문화계 소식’을 신설하면서 훨씬 다양한 예술세계를 다룬다는 점과 해외사진에 빠르고 폭넓은 접근으로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외국 작가들의 다채롭고 신선한 작품들을 많이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다.
2018년 5월호 아트바젤 홍콩
2019년 1월호 2018 지메이x아를 포토 페스티벌
이의 연장선상으로 해외 사진 동향에 더욱 밀착된 ‘스페셜 이슈’가 강화된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또한 본지 기자가 유럽, 홍콩, 일본, 중국 등지에서 벌어지는 사진축제나 아트페어를 직접 현장 취재하여 생동감 있고 구체적인 기사를 내보내는 등, 「사진예술」 자체도 글로벌화하는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 이 결과, 2016년부터 2019년까지 4년 동안 계속하여 문화체육관광부 선정 우수콘텐츠 잡지가 되었다.
2019년 4월호 월간 「사진예술」 선정 2019 경기창작센터 레지던시 입주작가 조이
한편, 2017년부터 경기창작센터와 MOU를 맺고 레지던시 입주작가 공모행사를 벌이고 있는데 제1회에는 양승원 작가, 2018년 제2회 입주작가로는 정지현 작가, 2019년 올해는 조이경 작가가 선정되어 젊은 작가들에게 작업 의욕을 북돋워주고 있다.
새로운 30년을 꿈꾸며
이 기사를 준비하던 중 3월 21일 조간신문을 펼치니 문화면 한 페이지의 4분의 3을 차지하는 기사의 제목이 “현란한 픽셀화, 묵직한 수묵화 … 비교 감상 극과 극”으로 사진가 황규태와 수묵화가 김호득의 전시를 비교한 기사가 눈길을 끈다. 사진가가 수묵화가를 앞장선 기사일 뿐 아니라 글의 비중에서도 사진가가 압도적으로 많은 분량을 차지하고 있다. 아직도 문화면 기사의 빈도에서 그림이 사진을 상당히 앞지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예전에 비한다면 사진의 약진은 두드러진다.
또한 3월 21일부터 9월1일까지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리고 있는 2017-2018 소장품전에서도 이중섭, 이응로 같은 유명 화가들의 작품을 필두로 사진가 한영수, 육명심, 김녕만 등의 작품이 함께 전시되고 있다는 기사도 보인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같은 공공미술관에서 아직은 비중이 낮지만 미술품만이 아니라 사진 작품을 소장하고, 그것을 계기로 소장품 전시를 한다는 자체가 이제는 더 이상 낯선 현상이 아니라는 점에서 한국사진도 점차 예술의 중심부로 이동하고 있음이 감지된다.
1989-2019, 「사진예술」 30년이 쉽지 않았음을 고백한다. 그러나 지난 30년의 역사를 정리하기 위하여 360권의 잡지를 한 권 한 권씩 살펴보면서 눈물겹기도 했지만 가슴 뻐근하게 자랑스럽기도 했다. 360권의 잡지에 실린 수많은 작가들의 이름과 작품들, 원고료 아닌 원고료에도 열심히 글을 써준 필진들, 바쁜 시간을 내어 인터뷰에 응해준 작가들, 박봉에도 열심히 근무해준 「사진예술」 기자들과 직원들, 그리고 무엇보다 고마운 우리의 독자들과 광고주, 일일이 거명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은 사람들의 시간과 정성이 모아져 30년의 역사를 이룬 것에 감사한다.
이제 한 세대에 해당하는 30년이 흘러갔고 다시 새로운 30년을 향해 출발한다. 30년 후에 누가 어떤 마음으로 두 번째 30년을 회고하게 될지 궁금하면서 또한 기대된다. 그때는 더 많은 업적으로 더 자랑스럽게 특집 기사를 쓰게 될 것을 간절히 소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