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노철 사진집 「불편한 진실 | 폐광의 흔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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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광의 흔적

태백은 지금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많은 이들은 지난날 나라 경제의 중심지였던 것으로 탄광촌을 기억하고 있겠지만, 현재는 경제의 중심도 아니요, 인구마저 빠져나가는 위기의 도시이다. 국내외의 사례들에서 보듯이, 이제 태백(탄광촌)은 쾌적한 환경과 문화를 기반으로 한 도시재생 산업이 아니고서는 새로운 발전이 요원하다. 광산은 사라져 가지만, 그곳에 아직도 흐르고 있는 폐광의 누액은 격렬했던 옛 탄광촌을 말해주는 것 같다. 과거 그곳에는 검은 석탄물이 골골이 흘렀는데, 지금 생각하면 당시의 검은 황금은 경제의 상징이었다. 인간의 욕망을 위해 쾌적한 자연환경의 존재를 불태울 것인가 인간존재의 지속을 위해 욕망을 억제할 것인가. 자연과 물질 그리고 인간과 자연의 조화를 고민해야만 한다.

불가항력적인 자본주의 힘을 드러내는 작금의 사회에서, 개개인의 의식과 사회 환경적 요소가 서로 어긋난 모양으로 돌아가는 불편한 진실. 폐광 흔적의 메커니즘에서 드러나는 묘한 일렁임은 친환경 의식의 확장으로 이어지어야 한다. 우리에게 당면한 문제는 비단 물질 만능 태도뿐이 아니다. 사회 자본은 송곳니를 감추고 현대인의 삶과 일상을 물질 숭배 화하고 규격화하고 있으며, 전체를 위해 지역은 보이지 않는 생태적 파괴의 억압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상실해 가고 있다는 점도 목도 해야 한다. 뭔가 낯익은 불편한 환경의 자연풍경은 무의식에 고착되어 해괴한 낯설기 색상의 경관에 우리는 지금까지도 익숙해져 오고 있다. 현대에 이르러 지역 곳곳은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정도의 생태계 변화가 이루어졌고, 길고 오랜 시간에 걸쳐 맞춰진 인간과 자연의 균형은 은근슬쩍 무너지기 시작했고, 이제 생태계의 붕괴는 코로나와 같은 인간이 자랑하는 현대 기술로도 감당할 수 없는 부메랑이 되어 돌아오고 있다. 석탄이라는 물질이 인간 삶의 편리를 제공하는 가장 큰 귀중품이었다면 우리가 그 잔여 풍경에 남겨둔 큰 상처의 공허는 이러한 물질적 야망에 대한 지속적인 증거가 아니었는가.

인간과 자연이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 이유는. 인간이 살아가는 배경에 자연이 있기 때문이다. 자연과 균형을 유지했던 과거의 삶을 통해 공존의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 시대의 불편한 사실을 시사하는 폐광물은 인간에 의해 왜곡 변화된 풍경 속 아이러니를 드러내고 희고 푸른 이 폐광물은 열린 메타포를 통해 대중의 다양한 해석과 공감의 시작으로 작금의 자연이 현시대의 인간에게 보내는 기호가 무엇인지 읽을 수 있기를 바란다.

2023년 11월, 박노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