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으로 어둠을 밝히다 ② : 대상 - 터키에서 일어난 암살

올해로 60회째를 맞는 월드프레스포토(World Press Photo)의 2017년도 수상작이 발표됐다. 지난 1955년 네덜란드에서 성립된 비영리 재단인 세계보도사진대전 운영조직(World Press Photo Foundation)가 주관하는 월드프레스포토는 컨템포러리 세계적으로 가장 권위있는 포토저널리즘 공모전 중의 하나로, 현재 이슈(Contemporary Issue), 일상(Daily Life), 일반뉴스(General News), 자연(Nature), 인물(People), 스포츠(Sports), 스폿뉴스(Spot News), 장기 프로젝트(Long-Term Projects) 등 총 8가지 부문으로 수여된다. 장기 프로젝트 (Long-Term Projects)를 제외한 총 7가지 부문에서는 다시 단사진(Single)과 스토리사진(Story) 부문으로 나눠서 1등부터 3등까지를 선정한다. 전체 수상작 중 한 점을 뽑아서 올해의 세계보도사진(World Press Photo of the Year)을 선정하는데, 올해에는 전세계 125개국에서 5,034명의 사진가들이 참여해 80,400여점이 출품됐다. 그중 터키 앙카라에서 활동 중인 AP통신의 사진기자 버르한 오즈빌리치(Burhan Ozbilichi)가 대상 수상의 영광을 안았다.



ⓒ Burhan Ozbilici, The Associated Press


ⓒ Burhan Ozbilici, The Associated Press



ⓒ Burhan Ozbilici, The Associated Press


스토리 사진부문 1위 <터키에서 일어난 암살 An Assassination in Turkey>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가 터키 주재 러시아 대사인 안드레이 카를로프 대사를 터키 앙카라의 아트 갤러리에서 쏜 후 소리치고 있다.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는 22살의 경찰관으로 그는 2016년 12월 19일 안드레이 카를로프 러시아대사를 암살했다. 그는 출동한 경찰에 의해 사살돼 살해되기 전에 3명의 사람들을 더 상처 입혔다.




버르한 오즈빌리치는 지난 12월 앙카라에서 일어난 러시아 대사 암살사건을 포착한 사진 ‘터키에서 일어난 암살’(An Assassination in Turkey)로 대상을 수상했다. 지난 해 12월 19일 오즈빌리치 기자는 터키 앙카라의 한 미술관에서 열린 전시회 개막식에서 터키에 주재하던 러시아 안드레이 카를로프(Andrey Karlov) 대사가 살해당하는 순간을 포착했다. 당시 22살로, 현직 터키 경찰관이기도 했던 메블뤼트 메르트 알튼타시(Mevlut Mert Altintas)는 미술관 개막식에서 축사를 하던 카르로프 대사에게 총을 쐈고, 이후 “알라후 악바르(신은 위대하다)”고 아랍어로 외치고, 터키어로 “알레포를 잊지 말라, 시리아를 잊지 말라”고 외쳤다. 그는 사건 직후 출동한 경찰이 쏜 총에 맞아 현장에서 사망했다. 이 극적인 상황을 오즈빌리치 기자는 바로 근접거리에서 촬영했으며, 범행 직후의 순간을 포착하는데 성공했다. 총에 맞아 바닥에 쓰러진 대사의 시체 바로 옆에서, 손가락을 하늘로 치켜세우고 다른 손에는 총을 쥔 채 “시리아를 잊지 말라”고 분노에 차서 외치는 범인의 모습, 뒤편으론 미술관의 새하얀 벽과 평화로운 풍경 사진들이 걸려있는 이 한 장의 사진은, 실제 일어난 일임에도 불구하고 너무 생생해서, 마치 영화의 한 장면이 아닌가 하는 착각을 준다. 오즈빌리치는 이 사진을 찍던 당시를 “내가 (사진을 찍다가) 범인을 자극하여 죽을 수도 있다고 생각했지만, 내가 해야 할 일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며 “위험한 순간이었지만, 동시에 역사적인 순간이었다”고 회상했다. 그가 현장에서 찍은 다른 사진에서는 구석에 몰려서 겁에 질려있거나 울부짖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이 당시의 절박했던 순간을 짐작케 한다.

이번 대상 선정을 둘러싸고 논란도 있었는데, 인터넷 상에서는 테러범의 살해 순간을 직접적으로 보도하고, 그 사진이 전 세계 미디어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이, 또 다른 테러를 부추기지는 않을까하는 우려와 함께, 범인의 총구가 어디를 향할지 모르는 상태에서 사진을 찍어 범인을 자극해 또 다른 희생이 발생할 수도 있었다는 등, 다양한 의견이 오갔다. 이번 심사의 심사위원장이었던 영국 매그넘 사진작가 스튜어트 프랭클린(Stuart Franklin)은 “나는 이 사진이 대상에 선정되는데 반대했다. 이 사진은 살인자와 희생자가 동시에 같이 한 장의 사진 안에 있고, 도의적으로 테러리스트의 참수 장면을 발행하는 것은 문제가 많다”며 “이 사진을 선정하는 것은 매우 어려운 결정이었지만, 끝내 우리는 이 사진이 우리 시대의 증오를 말해주는 폭발력 있는 사진이라고 인정했다”고 영국 가디언지(The Guardian)를 통해 밝혔다. 심사위원인 타냐 해브주커 Tanya Habjouqa는 “심사위원들 사이에서도 격렬하고, 잔혹하며, 심지어 감정적인 논쟁도 있었지만, 나는 이번 선택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고, 우리가 용감한 결정을 내렸다고 생각한다. 이 선택이 확실히 논쟁을 불러일으킬 것을 알지만, 그 논쟁은 꼭 필요한 것이다”고 전했다.

한편, 올해 45편의 수상작들은 지구촌 곳곳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주제를 다루었는데, 인물-스토리(people-story) 부문에서는 한국계 미국인 사진가 마이클 빈스 김(Michael Vince Kim)이 멕시코-쿠바의 한인 이주민 후손들을 다룬 ‘애니깽(Aenikkaeng)’ 시리즈로 수상했다. 지난해 미국 일간지 시카고 트리뷴에서 사진기자로 활동하는 김주호 작가가 컨템포러리 이슈(Contemporary Issue) 단사진 부문 3위를 수상한데 이어, 올해 마이클 빈스 김의 수상까지 한인계 저널리스트들의 활동이 국제무대에서 두각을 나타내 눈길을 끈다.

이번 수상작들은 오는 4월 14일부터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De Nieuwe Kerk에서 열리며, 이후 45개국에서 순회전을 통해 약 4만여 명 이상의 관중들 앞에 선보일 예정이다.

 

글 석현혜 기자 사진 제공 World Press Photo Foundation (www.worldpressphoto.org)
해당 기사는 2017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