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 이슈 : 기후 위기 Climate Crisis



 
지구 온난화로 인한 기후 위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지도 오랜 시간이 지났다. 전 세계적으로 바뀌어버린 자연과 생태, 환경과 생활방식은 우리의 삶에 영향을 끼치며 이젠 직접적으로 생명을 위협하고 있다. 이 큰 위기에도, 우리의 경각심은 상황의 심각성에 비해 현저히 부족하다. 스페셜 이슈에서는 검은 여름이라 불리는 최악의 호주 산불을 다룬 매튜 애벗, 급격히 악화된 중동지역의 사막화 현상을 포착한 아코 살레미, 지구 전체에서 매 순간 발생하고 있는 홍수 문제를 다룬 기드온 멘델, 빙하가 급격히 녹는 극지방의 환경과 연구원들의 노력을 촬영한 에스더 홀바트 4명의 사진작가가 작업한 각 프로젝트를 통해 기후 위기에 주목하고자 한다.

 







매튜 애벗 | 5개월간 지속된 최악의 호주 산불

글 전경배 기자

2019년 9월에 시작되어 2020년 2월까지 장장 5개월을 넘게 호주를 집어삼킨 초대형 호주산불은 21세기에 발생한 최악의 산불 중 하나로 기록되었다. 대게 실화(失火)로 시작되는 다른 산불과는 달리 소위 ‘검은 여름’ 이라 불리는 이 산불은 실화로 시작된 산불이 아니다. ‘검은 여름’이 닥치기 전 호주에는 긴 가뭄이 지속되고 있었다. 기록적인 가뭄으로 인해 초목은 말라갔고 생태는 교란되어 갔으며 대형 화재의 가능성에 대해 전문가들의 경고가 그치지 않고 있었다. 불행하게도 호주 각지에서 가뭄으로 인해 산발적으로 발생한 작은 산불이 적기에 진화되지 못했고, 순식간에 대형 화재로 번지게 되었다. 전문가들의 경고가 현실이 되어버린 것이다. 검은 연기로 인해 햇빛이 가려져 낮에도 어둠에 휩싸여있던 호주의 산을 본 세계는 경악하였다. 186,000㎢가 불탔고 (한국 면적의 약 1.8배), 5,900개 이상의 건물이 파괴되었으며, 최소 34명이 사망하였다. 호주산불 현장을 종횡무진하며 화염에 휩싸인 숲, 화재를 피해 뛰어대는 캥거루(p.52), 불타는 거주지 등을 렌즈로 담아 호주 산불의 심각성을 생생히 전해준 매튜 애벗 (Matthew Abbott) 과 인터뷰를 가졌다.

포토저널리스트가 되기를 결심한 이유와 시기에 대해 궁금합니다.
어릴 적에는 회화와 조각 같은 예술 분야의 작업을 주로 하였는데 고등학생이 되어 사진 수업을 듣게 되었어요. 사진이 표현할 수 있는 고유한 시각효과에 흥미가 생겨 사진을 찍기 시작하였고, 조각이나 회화보다 사진이라는 매체를 통해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이 나와 더 잘맞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이후 사진으로 전할 가치가 있는 스토리들을 다른 사람들에게 전하는 기쁨에 빠져들었고, 2007년 이후로는 포토저널리즘 분야에서 일하고 있어요.

스토리의 주제는 어떻게 결정하나요?
다른 사람들에게 전할 가치 있는 일은 많이 있지요. 그중 나에게 흥미로운 주제를 선택하며 또 사진으로 전달할 때 전달력이 높은 스토리를 선호합니다. 어떤 스토리들은 사진이 아닌 다른 미디엄을 통해 전달하는 것이 나을 때도 있어요. 이러한 스토리들은 다른 분들에게 맡기고 사진이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는 스토리에 전념합니다. 초기에는 피난민들에 관한 스토리를 전달하다가 인권에 대해 작업을 하였습니다. 근래에 환경과 기후변화에 관련된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호주 화재는 어떻게 작업을 하게 되었나요?
호주 시드니에 살기 때문에 산불이 심각해졌을 때에 현장으로 달려가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러운 일이었습니다. 또 가뭄이 오랜 기간 지속되어 큰 산불이 날 것을 예측하여, 화재를 기록하기 위해 방화복 같은 장비들도 미리 준비해 두었어요. 화재는 10월쯤에 시작되었는데 현장에 간 것은 11월 말입니다. 그 후로 2020년 3월까지 계속해서 촬영했지요. 화재 현장에서 촬영하는 것이 위험한 일이지만 현장의 상황을 생생하게 전하기 위해 위험을 감수했죠. 화재 현장에서 렌즈를 교체하는 것이 여의치 않아 24~70mm 줌렌즈를 사용하였는데, 사진을 찍을 때 열기를 참아내기 힘들었습니다. 옆에 있던 제 동료는 보호 장비를 착용했는데도 턱수염이 열기 때문에 그을릴 정도였습니다. 열기로 정신이 없고, 실수하면 크게 다치거나 죽을 수 있는 상황에서 밝게 빛나는 붉은 어두움을 촬영하기 위해 최선을 다했습니다. (p.55 밑) 조금은 무섭기도 한 작업이지만 현장에 직접 가서 작업할 수 있다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화마가 휩쓸고 간 자리뿐만 아니라 화재와 연관된 사람들과 동물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러한 사진으로 전달하고자 하는 메세지는?
화재를 기록하는 것이 화재 현장에 갔을 때 가장 중요한 일입니다. 그러므로 소방관들이 고군분투하며 불에 타고 있는 집의 불을 끄는 상황을 기록하였습니다. (p.54 위) 동시에 화재와 연관된 사람과 동물, 환경에 어떤 피해가 있었는지를 기록하는 것도 중요하지요. 독자들에게 현장의 사람들이 어떠한 감정을 느끼는지, 화재가 어떠한 영향을 끼치고, 남겼는지를 전하는 것. 즉 인간과 화재의 관계와 동물과 화재의 관계를 말해주는 것 또한 화재 상황을 전해주는 중요한 스토리입니다. 뜨거운 열기로 인해 눈을 감고 있는 노인의 모습을 통해 인간이 감당할 수 없는 화재를 맞닥뜨렸을 때의 감정을 전하고 싶었어요. (p.57) 그와 동시에 불을 피해 바닷가로 피난한 사람들의 걱정과 고통도 담아내고 (p.56) 진화된 곳을 찾아가 녹아버린 자동차를 찍어 인간이 만든 문명을 위협하는 화재의 심각성도 보여주었습니다. (p.55 위) 검게 탄 숲에 굶어 메말라버린 야생마를 찍어 화재가 영향을 주는 것이 인류만이 아닌 모든 생물이라는 점을 다시 상기시키려고 했지요.

사진을 보면 호스로 불을 끄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진에 관해 이야기해 주실 수 있나요?
화재가 한풀 꺾였을 때 주민들은 자신의 터전으로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완전히 진화된 것은 아니었죠. 사진 안의 인물은 이 집의 거주자가 아닙니다. 집주인은 아직 돌아오지 않은 상태에서 이웃 주민이 그 집에 화재가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근처에 있는 정원용 호스로 물을 뿌리고 있어요.(p.54 밑) 앞에서도 언급했듯이 화재 상황에서 사람들이 직면한 상황을 전하려 노력했습니다.

큰 가뭄 뒤의 대화재는 기후 변화의 한 징후라고 생각합니다. 또 기후위기가 심각해지고 있는데 앞으로 산불의 상황을 어떻게 보십니까?
이번 화재가 너무도 심각했기 때문에 근시일내에 이와 같은 대규모의 화재가 일어나지는 않을 것입니다. 산불은 가뭄, 돌풍 등의 요소가 결합되면 자연적으로 발생해요. 기후위기가 심각해지면 이번에 화재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에서도 이와 같은 화재가 다시 발생하리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의 계획은?
나는 포토저널리스트로 스토리를 전달하는 것을 사랑합니다. 계속해서 열정적으로 사진 작업을 할 것입니다. 현재 1년간 환경과 관련하여 작업하는 것이 있어요. 또 2021년 대구 사진 비엔날레 특별전에서 저의 작품을 볼 수 있습니다.

 




아코 살레미 | 이란의 사막화가 가져온 황무지 풍경

글 황인서 기자

아코 살레미가 어린 시절을 보냈던 이란의 한 지역에는 강이 흐르고 있었다. 10대였던 작가는 그곳에서 처음 사진을 찍었던 추억을 갖고 있으나, 지난 10년 사이 강은 말라버렸고 이란의 수많은 지역이 사막화의 피해를 받아 자연과 생태, 거주민들의 삶이 망가졌다. 과거 세계 6번째 규모의 소금 호수였던 우르미아 호수는 1970년대와 비교하여 표면적의 90%에 달하는 물이 사라지고 겨우 10%만 남았다고 한다. 또한 작가는 “NASA에 따르면, 현재 거주 가능한 지역의 35%가 20년 이내에 생명이 유지될 수 없는 땅으로 변모할 것이다”라며 경고했다. 기후 변화로 인해 불모지가 된 풍경과 황폐해진 사람들의 삶을 담고자 아코 살레미는 2016년 사진 프로젝트를 시작했다.

드넓은 사막 지역을 탐사하면서 촬영하는 일이 매우 어려웠으리라 생각됩니다. 당신이 이 프로젝트를 시작한 계기와 작업 과정, 그리고 퓰리처 위기보고 센터로부터의 협력에 관해 설명해주세요.
2015년 말 파리기후변화협약 이후, 사진 프로젝트를 통해 이란의 기후 변화로 드러난 시각적 영향들을 기록하기로 결정했어요. 기후변화에 관한 연구를 시작했고, 이 사진 프로젝트로 2016년 퓰리처 위기보고 센터의 Persephone Miel Fellowship에 선정되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9개월 동안 진행되었으며 가뭄, 사막화, 해수면 상승, 기후 난민, 폭염과 같은 기후 변화의 문제들을 시각적으로 담고자 이란의 곳곳을 계속해서 여행했지요. 이는 결코 간단한 작업이 아니었지만 이전부터 쌓아온 포토저널리즘 경험이 많은 도움이 되었으며, 퓰리처 위기보고 센터 역시 후원과 언론 보도에 큰 지원을 해주었습니다.

사막화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주민들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고 있나요?
사막화의 영향을 받는 주요 지역에 남아있는 주민은 대부분 나이가 많은 노인이나 어린이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젊은이들은 대체로 일자리를 찾기 위해 도시로 이주하고 있죠. 남아있는 주민들은 살기 위해 그 지역의 환경에 따라 타마리스크(위성류 관목)를 모아 팔거나(p.62) 짚 그늘을 제작하는 등 적은 수입이라도 벌고자 노동하는 실정입니다.(p.63)

사막화에 관한 연구 및 프로젝트들에 따르면, 많은 사막화 지역 인구들이 이주를 하게 되면서 여러 문제가 생겨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와 관련해 어떤 현상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합니다.
사막화 지역에 거주하던 대부분의 사람은 그들의 생계 수단과 가진 것들을 모두 잃었고, 그로 인해서 인근 대도시로 이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겪고 있어요. 이들이 대도시로 넘어가서 새로운 생활을 하게 되더라도, 안정적인 기반이나 재산이 없는 사람들이기에 여전히 가난에 굶주리고 소외되는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습니다. 이 때문에 대도시는 빈부격차와 범죄율 상승 등 다양한 문제들을 떠안게 되었습니다.

이란을 포함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사막화를 위해 어떤 정책을 펼치고, 어떤 대응을 하고 있는지 포토저널리스트로서 직접 보고 경험한 것들이 있나요?
유감스럽게도 정부는 사막화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이나 적극적인 대응책을 가지고 있지 않은 것으로 보입니다. 이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정부가 이란 중부 사막 지역의 몇몇 가장자리에 나무를 심은 것을 발견했으나(p.64) 현재 이란에서 일어나는 사막화의 심각성과 규모에 비해서는 너무나 부족한 수준이라 생각합니다.

당신이 보여주는 대부분의 사진은 저널리즘적인 성격이 강하게 드러나나, 몇몇 사진에서는 환경 문제를 다루면서도 서사성이나 초현실적 분위기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하여, 당신이 촬영한 사진 이미지를 효과적으로 표현하기 위해 편집을 거치기도 하나요?
다큐멘터리와 저널리즘 사진가로서 조작된 사진을 거부하고 따라서 최대한 수정을 하지 않습니다. 이 프로젝트에 포함된 사진들 역시 원본 사진을 조금 잘라내거나 빛과 콘트라스트 등을 조절하는 정도에 그칩니다. 사진가로서 늘 강력하고 효과적인 구도와 시점을 선택하고 빛을 창의적으로 활용함으로써, 눈앞에 놓인 상황을 전달력 있게 직접 묘사하고자 노력합니다.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결과와 반응을 기대했으며, 가장 중요한 의도는 무엇이었습니까?
이러한 종류의 프로젝트는 전 세계 많은 곳에서 널리 알려질수록 의미가 강화되고 작업이 유용해진다고 생각합니다. 내 사진을 통해 기후 변화의 시각적 양상을 비추어 국가 및 정부, 전문가들, 사람들의 경각심을 일깨우고 기후 위기와 대처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자 했습니다. 이 프로젝트는 나를 지원한 퓰리처 위기보고 센터를 비롯해 뉴욕 타임스, 가디언지 등에 보도되면서 많은 사람에게 알려졌고, 이번 기회를 바탕으로 제 사진이 한국에서도 기후 위기의 문제에 주목하는 계기가 되길 바랍니다.

앞으로 기후 변화 프로젝트를 확장할 계획을 갖고 있는지, 또는 다른 주제를 기획 중인지 궁금합니다. 최근 진행하고 있는 프로젝트나 관심사가 있습니까?
사진 프로젝트가 끝난 후 저는 이란에서 일어나는 기후 위기 현상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하기로 했고, 이에 따라 이란의 습지 지역에 가뭄과 오염 등 환경 문제가 어떤 영향을 끼치는지에 대해 다룬 짧은 다큐멘터리 필름 〈Shadegan〉을 촬영했습니다. 이 작품은 국제 조약인 람사르 습지로 정해진 샤데간 연못 주변의 자연과 주민들의 삶을 조명하여, 2020년 암스테르담 국제 다큐멘터리 필름 페스티벌에서 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도 기후 위기와 환경 문제를 다루는 새로운 다큐멘터리를 준비하고 있어요.

 








기드온 멘델 | 전 세계적 홍수로부터 드러나는 ‘공유된 취약성’

글 황인서 기자

기드온 멘델은 2007년부터 13개 국가에서 19건의 홍수 현장을 찾아가 사진을 찍었다. ‘Drowning World’라는 이 프로젝트의 주요 연작 〈Submerged People〉은, 홍수의 피해를 입은 사람들을 초상 사진의 형식으로 촬영하는 작업이다. 가난함과 부유함, 인종과 국가에 관계없이 이들 모두에게 홍수는 불가피한 자연적 재앙이었다. 이 사진들이 보여주는 ‘공유된 취약성’에 주목하며, 그와 인터뷰를 나누었다.

우리는 당신의 사진에서 차오른 물에 몸이 잠긴 사람들의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위험한 상황 속에서, 과연 어떻게 작업을 하는지 그 방식에 관해 묻고 싶어요.
주로 물속에 들어가 선 채로 촬영을 합니다. 보트를 탈 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방법이 촬영하기 더 어려워요. 보통은 물속에서 걸을 수 있으나, 홍수의 높이에 따라 쉽지 않은 경우도 있습니다. 2014년에 인도에서 작업했을 당시엔 촬영을 하다 넘어져서 카메라 등 모든 장비가 망가지는 사고를 겪기도 했죠.
2017년 전까지는 아날로그 필름을 사용했습니다. 그러나 시력이 나빠지면서 최근에는 후지 GFX 카메라를 이용해 디지털 방식의 작업을 하는 편입니다. 하지만 아날로그 방식으로 작업을 할 때 더 많은 디테일을 추구하고 집중할 수 있어요. 또한, 혼잡한 상황 속에서 고투하는 제 노력이 피사체에게도 전달되기 때문에 그들과 더 강하게 결속되는 느낌을 받습니다.
이 작업을 진행하는 데에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되는 부분은 홍수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인데요. 특히 전 세계를 다니며 홍수 사진을 찍을 때, 어떻게 조사를 하고 사건의 현장으로 찾아가나요? 그리고 홍수의 가장 큰 원인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지 궁금합니다.
매번 상황은 다릅니다. 세계의 홍수를 기록하는 사진 작업은 금전적으로도 부담되기에 펀딩이나 후원을 받기도 하는데, 제때에 정확한 장소로 찾아가 결과물을 내기 위해 매우 노력해요. 또한 가능한 많은 정보를 얻기 위해 현지 전문가나 현지인들과 대화하며 도움을 받습니다. 그들만이 알고 있는 지역에 대한 지식과 문화는 상황을 인식하는 데에 아주 중요한 부분입니다.
또한 홍수 현장을 카메라에 담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바다를 건너도, 그 현장을 놓칠 수 있는 게 제 작업입니다. 작업을 하며 연구한 결과, 한국과 같은 몇몇 나라들은 땅에 콘크리트가 많이 깔려있어 홍수가 일어나더라도 물이 금방 빠져서 찾아가기가 어렵다는 점이 있어요.

재해 상황이다 보니 많은 것을 잃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직접 마주하게 될 텐데요. 현장에서 사람들에게 직접 도움을 주기도 합니까?
사진을 찍으면서 인물 개인에게 강하게 사로잡히는 경우가 있어요. 그들의 삶에 있어 매우 강렬한 순간이고, 또 취약한 상황에 놓여 있기에 설명하기 어려운 감정을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저는 그들에게 당장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도, 그럴 수 있는 능력도 없어요. 저는 사진작가로서의 제 역할과 본분을 명확히 알고 있으며, 사진을 통해 그들이 어떤 일을 겪었는지를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고 공유하는 것이 제가 할 일입니다.

프로젝트 소개에서 언급한 ‘공유된 취약성’이라는 표현이 특히 기억에 남습니다. 동시에 이 연작이 모두 초상 사진의 스타일로 촬영되었다는 점도 인상적이고요. 일반적인 홍수 사진과 달리 초상 사진 스타일을 선택한 이유가 있나요?
전 세계 사람들은 각자 다른 곳에서 생활하고 각자 다른 문화를 갖고 있지만, 제 작업에서 그들은 홍수라는 기후 위기에 대한 취약성으로 경험을 공유하고 하나로 묶입니다. 작업을 하면서 방글라데시에 사는 가난한 사람도, 텍사스의 큰 집을 가진 부유한 사람도 만났었지만, 그들 둘 다 홍수의 위협을 피할 수는 없었죠. 이 점이 바로 공유된 경험, 공유된 취약성입니다. 이를 위해 저는 이 작업을 최대한 보편적으로 만들고자 노력해요. 먼 나라, 다른 인종이 고통을 겪는 모습으로 비추어지지 않도록, 나에겐 일어나지 않을 동떨어진 일로 떠올리지 않도록 최대한 다양한 나라와 지역에서 작업을 진행합니다.
그리고 제 사진의 핵심은 매우 평범하고 관습적인 초상을, 전혀 예상치 못한 맥락에서 담는 것입니다. 흔히 볼 수 있는 초상 사진의 스타일로 홍수의 현장을 보여주면서, 보는 이에게 충격과 불안감을 주는 것이죠. 그래서 제 사진은 다큐멘터리 사진이 아닌, 의도되고 설계된 사진입니다. 어떤 상황에서는 대상을 만난 장소에서 바로 촬영을 진행하기도 하지만, 어떤 상황에서는 더 나은 장소를 찾아 이동해서 촬영하죠. 빛과 배경, 프레임 역시 장면을 구성하기 위해 세부적으로 설정해요. 또 한가지 스스로 주의하는 점은, 그들이 피해자나 희생자로서 보이지 않게 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제 사진이 동정을 유발하거나 불쌍함을 느끼는 방향으로 읽히지 않도록, 인물이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방법을 선택했습니다.

몇몇 국가에서 이 사진들을 들고 기후 위기 대응 관련 시위를 하는 모습이 포착되었습니다. 사진 작품이 사회적 활동에 활용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사진이 배너나 플래카드가 되는 것에 대한 의견은 좀 복잡합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 제 작업이 환경 활동이 된다는 점은 저에게도 매우 중요해요. 이 사진들은 지금까지 많은 시위에서 사용되었고 이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하며, 저 역시 제 사진에 끈을 달아 제작한 배너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신을 일종의 사회활동가라고 생각해요. 저는 그저 사진작가일 뿐만이 아니라, 세상에 끊임없이 발언하고 있는 사람입니다.

현재 진행 중이거나 앞으로 작업할 다른 주제나 관심사가 있나요?
저는 늘 우리 세대의 사회적 중점과 문제들에 이끌렸던 것 같아요. 현재는 기후 위기가 가장 우려되고, 중요한 지점이라고 생각하고요. 이 홍수 프로젝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최근 다른 프로젝트를 시작했어요. 지난번 호주에서 일어났던 것을 비롯한 산불의 여파와 후유증을 촬영하며, 관련 주제로 작업하는 중입니다.

 



에스더 홀바트 | 극지방의 기후 위기를 전하는 사진 작가

글 전경배 기자

산업과 자본이 또 다른 진화를 준비하고 있던 20세기의 끝자락에서 과학자들은 오존층에 구멍이 뚫렸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지구 온난화로 파괴된 오존층은 극지방의 환경을 변화시켜 북극의 빙하가 녹아 얼음 절벽이 된 모습은 우리에게 큰 충격을 주었다. 그 후 꾸준히 과학자들은 기후위기와 연관된 자료들을 연구하고 있다. 대부분의 연구와 자료는 극지방으로 간 연구자들과 과학자들이 오랜 시간을 들여 측정한 성과이다. 이들의 성과물을 담아낸 사진작가가 있는데, 그가 바로 에스더 홀바트 (Esther Horvath)다. 그녀는 이러한 자료가 어떻게 나올 수 있었고, 인류에게 경고를 주는 자료들이 어떤 노력으로 수집되는지 사진 작업을 하였다.

사진작가가 된 계기에 대해 여쭙니다.
사실 유년기에는 사진작가가 될 것이라는 상상을 못 했습니다. 막연히 창의적인 일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죠. 대학을 진학할 때에 안정적인 직장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으로 경제학을 전공으로 선택하였습니다. 대학원에서 경제학 석사학위를 받고 비엔나로 이사해 직장 생활을 하던 중, 25살에 처음으로 카메라를 가지게 되면서 사진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어릴 적에 원했던 창의적인 일을 카메라를 통해 할 수 있다는 것에 무척 기뻤던 것 같아요. 그 후 이집트를 배로 여행하게 되었는데 선원들의 삶을 사진으로 기록하였어요. 여행 후 그 사진들을 정리해 컴피티션에 제출하였고, 생일날에 입상하였다는 소식을 접하게 되었어요. 이 수상은 제가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되는 계시 같은 것이었어요. 나는 영감을 주는 사람들의 삶을 기록하는 사진가가 되고 싶다는 꿈과 뉴욕타임스나 내셔널지오그라픽에서 일하고 싶다는 욕구가 생겨 직장을 퇴사하고 사진 공부를 깊게 하고자 뉴욕으로 가서 국제사진센터(ICP)에 입학하였습니다. 교육을 받으며 뉴욕의 정예 소방관인 스페셜포스를 촬영하였는데 ICP 교육장인 엘리슨 몰리(Alison Morley)의 도움을 받아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이어나갈 수 있었고, 이 프로젝트가 뉴욕타임스에 실렸습니다.

극지방에 가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찍은 동기는 무엇입니까?
ICP 졸업 후 새로운 프로젝트를 구상하다 멸종 위기의 바다 거북이에 대해 기록하게 되었습니다. 4년 후 뉴욕의 소방관 프로젝트와 멸종 위기의 바다거북이 작업을 마무리하여, ICP의 포트폴리오 리뷰 행사에 참여했고, 뜻밖에 한 잡지사로부터 북극의 모습을 촬영하는 프로젝트를 제안받았습니다. 그것이 2015년이었고 그때를 시작으로 극지방을 향한 구애가 시작되었습니다. 북극 중심부는 지면이 바다 위에 떠다니는 해빙이에요. 이러한 새로운 환경에 빠져들었고, 사진 작업을 하면서 깊은 유대감을 느끼게 되었습니다. 마치 제2의 고향 같았죠. 지구상에서 온난화가 가장 빠르게 진행되는 지역인 극지방에 지금까지 15회(북극 13회, 남극 2회) 다녀왔습니다.

북극에서 기후변화를 연구하는 연구원들을 촬영하는 것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습니다. 그들의 활동을 기록하신 이유가 궁금합니다.
우리는 북극의 기후변화가 심각한 것을 알고, 얼음이 녹아가고 있으며 얼음의 표면적 크기가 줄어들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1970년 말에 측정했을 때보다 얼음 표면이 40% 정도 작아졌습니다. 나는 이러한 소식을 접했을 때 근거가 무엇인지 궁금했습니다. 과학자들과 연구자들이 거칠고 험한 환경에서 기후변화에 관한 데이터를 모으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고, 그들의 노력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기후변화에 관하여 우리는 하루아침에 알게 된 것이 아닙니다. 과학자들의 수십 년의 노력이 기초된 과학적인 데이터 축적으로 내려진 결론입니다. 과학자들은 1990년부터 매일 측정 풍선을 이용해서 아침 8시에 기후를 측정합니다. (p.80) 그 결과 북극의 평균 기온이 6~8° 상승한 것을 알아내었지요. 우리가 이 사실을 알게 된 것은 과학자들의 노력 덕분이며 나는 그들의 노력에 매혹되었습니다. 그들이 중요한 일을 하는 현장을 찍기도 하지만 그들의 일상적인 모습도 함께 기록하였습니다. 인터넷, TV, 라디오 등 생활에서 필수적인 요소가 모두 단절된 곳에서 일상을 보내는 그들의 모습을 알리는 것도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사진을 보면 해빙이 녹아 바다 위에 떠 있거나 만년빙이 녹아 민둥산으로 드러난 풍경을 볼 수 있습니다. 이러한 풍경은 기후변화 때문에 만들어진 것인가요?
사진을 찍을 당시는 여름이었습니다. 북극의 여름에는 해빙이 녹게 되고, 얼음이 둥둥 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과거와 비교해서 녹는 얼음의 양은 증가하고 있습니다. (p.75) 2019년 측정 결과 5320억 톤의 얼음이 녹았습니다. 2012년에 4640억 톤이 녹은 것에 비해 680억 톤이 더 녹은 것입니다. 이 680억 톤이 만년빙이 녹은 것입니다. 15년 전에 찍힌 북극의 여름 사진과 이 사진을 비교해 보면 많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아실 겁니다. 북극의 여름에 얼음이 녹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얼음이 얼마나 빠르게 어느 정도의 양이 녹느냐를 측정해 보면 과거와는 차이가 큽니다.

Mosaic-010 시리즈를 통해 강조하고 싶은 메세지는?
북극에서는 1년 중 6개월 동안 해가 뜨지 않는 극야 기간이 있어요. 사진으로 보면 알겠지만, 머리에 있는 헤드램프와 배에서 비춰주는 빛이 전부입니다. (p.79) 나머지는 상상도 못 할 칠흑의 공간이지요. 북극곰이 옆에 와도 알아챌 수가 없고, 지반의 얼음이 계속해서 움직이는 데도 발밑의 지면이 보이지 않아요. 그래서 가끔 대원들이 바다로 굴러떨어질 때가 있곤 합니다. 이렇게 위험하지만, 연구를 계속하지 않으면 북극의 겨울에 대한 데이터를 얻을 수 없으므로 캄캄한 어둠 속에서도 연구원들은 측정을 위해 최선을 다합니다. (p.78) 과거에는 과학자들이 낮이 있는 여름에만 데이터를 수집하였지만, 이 사진을 찍은 탐사를 기점으로 겨울의 북극에 대한 측정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이 탐사는 인류의 역사에 위대한 탐험 중 하나입니다.

사진에서 일반인들에게 혹독한 상황이 연구원에게는 일상인 듯 보입니다.
극지방은 우리가 사는 곳과는 굉장히 다른 곳입니다. 우리가 당연시하는 것들이 극지방에서는 다를 수 밖에 없지요. 그곳에 간다면 도전적인 환경에 적응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3월에 바람 한 점 없을 때의 온도가 -35°~-42°이고, 바람이 불 때는 -50°까지 내려갑니다. 사진에서 보이는 비행기가 북극의 얼음두께를 측정할 때 쓰는 비행기인데 보통 아침 8시부터 측정하기 위해서는 비행기와 장비들을 새벽 4시부터 예열시켜야 합니다. (p.81)이렇게 예열을 시킨 비행기로 일정한 고도를 유지한 상태에서 장비를 이용해 얼음의 두께를 측정합니다. 독일이나 한국에서는 보통 비행기에 타며 바로 출발합니다. 극지방에서는 모든 것이 느리고, 준비하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합니다.

북극에 여러 차례 다녀온 작가로서 기후위기에 대한 의견을 듣고 싶습니다.
극지방에 과학자들이 모여서 연구하는 마을을 몇 번 갔는데 그곳은 예전에는 스노우모빌을 이동 수단으로 이용하는 곳이었어요. 하지만 현재는 얼음이 녹아서 보트를 이용해서 이동합니다. 또 일 년 중 가장 추운 시즌인 3월경에 온도가 2°인 적도 있었어요. 이러한 온도 변화로 인해 비가 내렸고, 그 비가 내려서 지면이 돌처럼 얼어버렸습니다. 얼어버린 지면 때문에 큰사슴들은(moose) 지면에서 먹이를 얻지 못해 아사했지요. 이러한 것이 제가 겪은 것입니다.


 

해당 기사는 2021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