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마카오 아트 마켓에서 만난 사진들 ①

“예술시장에서 비싼 작품이라고 꼭 좋은 작품은 아니다. 예술작품의 가치와 예술시장에서의 가격은 다르다.”
 -  올리비에 들라발라드, 프랑스 도멘 드 케르게넥 미술관 관장

“예술 시장의 압력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그 시장이 돌아가는 원리를 이해하는데 있다.”  
-바르토메우 마리, 국립현대미술관 관장 (Public Art, 2018. 1월호 대담 中)
 
 

ACHKⒸJacquie Manning
상공에서 바라본 아트센트럴 홍콩 전시장과 그 너머로 보이는 아트바젤 홍콩 전시장인 홍콩 컨벤션 센터.


Art BaselPhilipp Timischl의 사진작업을 공간 입구 전면에 설치한 Galerie Emanuel Layr 부스 전경
ⒸArt Basel


예술작품의 가치와 예술시장에서 거래되는 가격이 꼭 같다고는 할 수 없다. 시장의 논리와 소유의 법칙에서 예술 작업은 자유로워야 한다는 의견도 있고, 빈센트 반 고흐나 이중섭의 작업처럼 한 작품의 진가가 후대에 와서야 다시 발견되는 경우도 있다. 그렇지만 예술시장으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운 예술이란 지금 시대에 존재하기 힘들고, 동시대 예술시장의 효용을 완전히 무시한 채 현대예술을 논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오히려 예술 시장의 흐름을 이해할 때, 동시대 예술의 현주소를 다각도로 이해할 수 있다. 그렇다면 지금 전세계 예술시장에서 사진 작업은 어떤 위치에 있으며, 또 어떤 작가들이 주목받고 있을까?   
지난 3월 열린 아트바젤 홍콩 Art Basel Hongkong과 아트센트럴 Art central, 폴리 옥션 Poli Action, 홍콩 포토북 페어HK Photobook Fair와 마카오에서 처음 열린 아트페어인 Photo Macau 현장 취재를 통해, 아시아 아트 마켓의 현장에서 거래되는 사진작업들과 그 경향들을 살펴보았다.


사진은 어떻게 아시아 예술시장에 자리잡았는가?
아트바젤 홍콩부터 폴리옥션까지, 아시아 아트마켓의 변화

아시아 아트 마켓의 대표격인 아트바젤 홍콩이 지난 3월 28일부터 31일까지 홍콩 컨벤션 센터(Hognkong Convention and Exhibition Center)에서 개최됐다. 아트바젤은 스위스 아트바젤에서부터 시작해 마이애미, 홍콩까지 시장을 넓혔으며,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는 아트마켓으로 꼽힌다. 아트바젤 홍콩은 올해로 6회째 열리고 있는데, 올해 방문객수가 주최측 추산 약 8만 명을 돌파할 정도로 큰 성황을 누렸다. 이번 행사에는 전 세계 34개 국가의 248개 갤러리들이 참여했는데, 이 중 11개는 한국 갤러리이다.

아트바젤이 열리는 기간은 또한 홍콩예술주간으로 센트럴 하버프론트에서 위성 마켓인 홍콩 아트센트럴이 개최됐으며, 홍콩 컨벤션 센터와 그 근교에서는 세계적 미술경매인 소더비 옥션과 폴리 옥션이 진행됐다. 아트바젤 홍콩에서 거래되는 미술품 판매액만 약 1조원 이상으로 추산될 정도로 거대한 시장으로, 이런 시장형성에는 중국 컬렉터들이 영향을 발휘했다. 홍콩은 면세특화지역으로, 예술품 거래도 면세가 적용되기에, 중국 컬렉터들은 지리적으로 가까운 홍콩에서 작품을 거래하려 한다.

올해는 중국 뿐 아니라 아시아의 거물 컬렉터들이 한 자리에 모이는 아트바젤 홍콩 기간 동안, 고층 빌딩 전체가 페이스, 데이비드 즈위너, 하우저 앤 워스 등 세계 정상급 갤러리들이 들어선 에이치퀸즈(H Queens) 빌딩이 문을 열고 개막행사를 가지는 등 연계 행사도 다양하게 열렸다. 이렇게 전 세계 예술애호가들이 발길을 향한 홍콩 아트마켓에서는 어떤 사진 작품들이 있었을까?

 


ⒸCindy Sherman, Untitled #585, 2017/2018, dye sublimation metal print, Courtesy of the artist and Metro Pictures, New York 2018


ⒸCindy Sherman, Untitled #477, 2008, Chromogenic color print, Courtesy of the artist and Metro Pictures, New York



ⒸAndres Serrano, Sun Yitian (Made in China) , 2017, Pigment print, back-mounted on dibond, wooden frame, Edition of 3 + 2 AP, s Serrano
Courtesy of the artist and Galerie Nathalie Obadia, Paris/Brussels


히로시 스키모토부터 신디 셔먼까지
지난 해 아트바젤 홍콩을 취재했을 때는, 200여개가 넘는 갤러리에서 사진작품을 본격적으로 선보이는 갤러리는 열 손가락에 꼽을 정도로 적었고, 어쩌다 갤러리 부스에서 사진 작품이 눈에 띈다고 해도 2,3점 정도의 구색 맞추기 식이라 적지 않은 실망을 했다. 그런데, 올해 아트바젤 홍콩은 정반대였다. 도대체 아시아 시장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1년 만에 이런 변화가 있었지? 어리둥절 할 정도로 전체 작품 비율 중 사진작업의 비율이 증가했다.

또, 지난해에는 홍콩 아트바젤에 출품된 사진들은 이미 투자가치가 증명된 19세기, 20세기의 빈티지 사진이 주를 이뤘고, 여기에 자넷 무흘리나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같이 영상과 사진으로 동시에 주목받는 작가의 작업이 눈에 띄는 정도였다면, 올해는 거장부터 중견까지, 그리고 서구 작가들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아시아 작가들의 사진 작업까지 작가군이 한층 풍성해졌다. 히로시 스키모토, 신디 셔먼, 제프 쿤스 등 현대미술 거장의 반열에 오른 작가들의 사진작품이 곳곳에서 전시됐고, 특히 토마스 루프, 안드레아 구르스키, 칸디다 회퍼, 볼프강 틸만스 등 이미 예술 시장에서 검증된 독일 사진작가들의 작업은 적게는 10억 원에서 많게는 50~60억 원에 이르기까지 고가로 거래됐다.

또한 사진 작업만으로 단독 부스를 꾸리거나, 혹은 사진 섹션을 별도로 분리해서 독립 전시 형태로 선보인 갤러리들도 눈에 띄었다. 뉴욕 메트로 픽쳐스 갤러리는 부스 전체를 신디 셔먼의 신작들로 구성했다. 메트로 픽쳐스 갤러리의 캐어린 해머 큐레이터는 “신디 셔먼은 올 가을 상하이 뮤지엄에서 대대적인 신작 전시회를 열 예정이다”며  “우리는 신디 셔먼의 작품을 단지 사진작업으로 선보인 것이 아니다. 그녀의 작업은 재현과 퍼포먼스라는 측면에서 현대미술사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트마켓에서 통용되는 사진의 경우 현대미술의 사조와 호응하는 맥락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아트바젤 홍콩은 일반 갤러리즈 섹터 외에, 캐비넷(Kabinett) 섹터와 특별전 형태의 인사이트 Insights 섹터 등이 있는데 여기서는 한 작가의 작업에 집중한 개인전 형태의 전시를 볼 수 있다. 프랑스 갤러리 나탈리 오바디아(Galerie Nathalie Obadia)는 캐비넷 섹터로 ‘오줌 예수’ 등 도발적 작업으로 논란을 몰고 다닌 안드레스 세라노(Andres Serrano)의 ‘Maid in China’ 시리즈를 선보였다. 작가는 베이징에서 일반인 중 지원자를 받아 중국 전통의상을 입히고 사진을 찍었는데, 인물의 뒤편에 그 인물의 아우라가 둘러싸고 있는 듯한 배경처가 눈길을 끈다. 아트바젤 홍콩이 다분히 아시안 컬렉터, 특히 구매력 있는 중국 컬렉터들의 취향이 반영된다는 점을 생각해보면 안드레스 세라노의 ‘Maid in China’ 시리즈는 그리 낯선 맥락에 있는 것은 아니다.

 


〈Art Central Hongkong〉 ⒸErwin Olaf, Shanghai Huai Hai 116, Portrait 02, 2017, courtesy Danysz gallery



ⒸErwin Olaf, Shanghai Du Mansion, Portrait 01, 2017, courtesy Danysz gallery


글 석현혜 기자 이미지 제공 Art Basel Hongkong, Art Central Hongkong, Poly Auction, HK Photobook Fair, Photo Macau
해당 기사는 2018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