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담긴 작가적 성찰 | 아네타 그레지코프스카



Untitled Film Still #34, 2006, c-print, 19,8 x 25 cm
ⓒAneta Grzeszykowska/ Courtesy of Raster gallery, Warsaw 〈사진1〉


Untitled Film Still #15, 2006, c-print, 19,8 x 25 cm
ⓒAneta Grzeszykowska/ Courtesy of Raster gallery, Warsaw 〈사진2〉


스톡홀름의 마인디파트먼텟 사진 갤러리는 그동안 같은 장소에서 세 번의 다른 이름으로 거듭하며 발전해 왔다. 포토그라피스카가 생기기 이전 유일한 사진전문 갤러리 포토그라핀스후스로 시작하여 팬옵티컨이란 두 번째 이름으로  스웨덴 사진가들을 중심으로 심도있는 전시를 해오던 이 곳은 작년부터 사진집과 예술관련 전문 서적으로 유명한 아트앤 시어리 Art and Theory의 안나 에릭손 Anna Eriksson과 파트너 디렉터  에스텔 아브 말름보리의Estelle af Malmborg 두 여성 디렉터의 지휘아래 성공적인 전시를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마인디파트먼넷에서는 최근 세계적 지명도를 쌓아가고 있는 폴란드 출신의 작가 아네타의 스웨덴 첫 개인전을 선보였다. 주목할 만한 것은 단지 사진과 믹스미디어의 그녀의 작품세계를 전시를 통해 선보인 것에  그친 것이 아니라, 전시기간 동안 작가에게 특별 트레이닝을 받은 현지 전문가들이 그녀를 대신해 매 주말마다 일반인들을 상대로 그녀의 작업 세계를 직접 재현 해 볼 수 있는 심도있는 워크샵을 기획하여 대 성공을 거두었다는 것이다. 그녀는 지금까지 전세계 여러곳에서 전시해 왔지만 이번만큼 전시작과 그녀의 작품 세계를 이해하는데 더 좋은 성과를 거둔 기존의 전시공간은 없었다고 할 수 있다. 

당신의 전시는 여러 면에서 새로운 시도를 보여 주고 있어 놀랍다는 생각이 든다. 일반적인 전시뿐만아니라 워크샵을 통해 관객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고 있는데, 전시내용면에서도 4가지의 각기 다른 프로젝트들을 회고전처럼 모두 선보이고 있다. 이번 전시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시장소의 역사성을 염두해 두고 특별히 변화를 준 설치나 작품 또는 새로운 시도가 있었는가?
여기 선보이는 모든 전시작들은 하나의 컨셉으로 묶여있다. 나는 전시를 위해 작업들을 하나의 아이디어라인 안에서 구성하였다. 총 전시구성은 앨범, 언타이틀 필름 스틸 콜렉션, 네거티브 북과 셀피로 이루어진다. 말하자면 자아를 잃어버리는 과정이 다양한 스테이지로 나뉘어 구성된 것이다. 앨범에서 나는 나의 이미지의 많은 부분을 삭제하였고, 언타이틀 필름 스틸에서는 나 스스로가 타자가 되어보려 노력하였다. 네거티브 북시리즈에서 나는 내 스스로가 되려고 하였고 셀피에서는 다른 무언가를 함으로서 내가 되고자 애쓴 것이다. 전시는 이외에 〈러브북Love Book〉 시리즈와 추가 필름 그리고 모형들도 포함하고 있다. 작업의 설치적 구성의 포인트는 각자의 이미지들과 시리즈들의 형식적 연결을 통해 전시 공강안에서 스스로 나레이션 할 수 있는 다소 복잡한 상황을 원했다. 

네거티브 북(2012-2013) 프로젝트에서는 다양한 미디어들의 조합이 눈에 띄는데 이 중 특히 사진과 퍼포먼스가 결합된 것을 볼 수 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인가?
사실 이 작업은 퍼포먼스가 주를 이루는 시리즈이다. -사실 말하자면 내 작업 모두가 퍼포먼스라고 할 수있다- 필름뿐 아니라 사진 작업도 마찬가지이다. 하지만 작업은 전체적인 구성이 더욱 중요하다. 그것에 나는 가장 중점적인 포인트를 두고 작업한다. 작업은 즉 과정이다. 전시 또는 출판은 마지막 단계에 지나지 않는다. 어쩌면 그것은 행동 또는 과정과는 반대되는 작업일 수도 있을 것이다. 그것이 보이든 보이지 않든간에 만드는 과정이 내게는 가장 중요한 작업의 단계이다. 다만 그것이 가장 잘 보이는 미디어가 필름이라고 생각한다. 필름은 퍼포먼스의 기록이며 작업 과정의 연속체이다. 

작품 속에서 색, 재료 그리고 스테이지들이 세심하게 선택된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을 작업에 활용하고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그리고 셀프 이미지들에서는 혼자 작업하는가?
기본적인 구성과 화면의 세팅은 아주 세심하게 관찰되고 감독하는 편이다. 모든것은 영화의 한 장면처럼 세트로 구성되어 있고 내 삶의 가능성에 따른 선택과 표현이다. 나는 주로 내 신체를 이용하는 편이다. 내 삶과 작업은 동떨어진것이 아니라 내 주변과 함께 작업의 배경이나 부분 또는 전체가 되기도 한다. 누구나 공감하고 일반적인 것은 내 작업을 설명하는데 충분하지 않다. 셀프작업의 경우 작가이자 나의 파트너인 잔 스마가Jan Smaga와 함께 작업한다. 

당신의 비디오 작업 네거티브 프로세스Negative process(2014)에서 당신은 스스로가 퍼포먼스를 하는 동영상을 촬영하여 제작하였다. 이 작업에서는 상대적으로 대비를 이루는 관념, 즉 흑과 백, 네거티브와 포지티브, 빛과 어두움 그리고 사진과 그림이 자연스럽게 스며저 나온다. 이 작업에 대한 동기와 아이디어에 대한 이야기를 좀 더 해 달라. 
네거티브 북은 과정이 즉 완성되어 가는 작업이 되는 필름 작업이다. 이 작업에서는 기술에 상당한 주안점을 두었다- 우선 내 퍼포먼스를 통해 아이디어 자체가 발전하는 것을 유도했다. 하지만 이 안에서 사실 아마도 관객은 프로세스에 집중하느라 뒤에 숨은 의도와 아이디어를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나는 모노크롬이나 드라마 또는 아름다운 것을 추구하기를 원한것이 아니라, 퍼포먼스 자체가 출발과 끝의 가능성에 시작이 되길 원했다 필름은 마지막에 사진이 되어지는 과정을 보여준다. 동시에 이 사진은 이미 촬영되었음을 드러내고 있다. 내 퍼포먼스는 즉 내 신체가 검게 칠해진 사진을 다시 재현하는 과정임을 관객들은 알게된다. 마지막에 이 장면이 드러나고 반전을 이루는 것이 내게는 가장 중요한 의도였다. 관객이 그걸 알게되는 순간, 반전의 순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 이 작업의 묘미이다. 

〈언타이틀드 필름스틸Untitled Film Stills〉(2006)〈사진1, 2〉작업에서는 렌즈미디어를 통해 당신 스스로의 셀프 이미지를 반영하고 있다, 작가에 대한 오마쥬과 현대 사진사의 재해석이 작업을 통해 드러나는데 당신이 작업하면서 드러내려고 했던 사진가와 사진사와의 연관성은 무엇이었는가?
사진은 현실의 제재를 세팅한다. 프레임 밖의 모든 것을 버리고 잡히지 않은 모든 순간은 포기된다. 작업을 통해 나는 기한이 지난 시간과 계획 그리고 보수적인 시각과 인류가 가진 기술적 발전과 그에 따른 오가닉적인 삶과 자연의 희생을 캡쳐하길 원했다. 

 


Selfie #19b, 2014, pigment ink on cotton paper, 27 x 36 cm
ⓒAneta Grzeszykowska/ Courtesy of Raster gallery, Warsaw 〈사진3〉



​Selfie #4, 2014, pigment ink on cotton paper, 27 x 36 cm
ⓒAneta Grzeszykowska/ Courtesy of Raster gallery, Warsaw 〈사진4〉


〈셀피Selfie〉(2014)〈사진3, 4〉 시리즈는 실제 작업에서 어떤 재질을 선택하는가가 작업에 얼마나 큰 시각적 영향을 미치는지 그 성패 여부를 좌우할 수 있음을 잘 나타내는 작업의 하나로 보여진다. 시리즈에 사용된 돼지 피부와 가죽배경으로 극사실주의적인 이미지를 완성하였다. 이 재료들이 사람의 피부와 가장 가깝게 표현되는 시각적인 효과를 위한 것 이외의 어떤 상징적 의미도 포함하고 있는가?
재료선택은 상당부분 기술적인 것이 좌우했다. 돼지의 것은 인간의 피부와 가장 흡사하다. 때로 작업할 때 나는 실제로 손가락을 잘라 작업하고 싶은 충동에 휩싸인다. 그리고 작업 후 그것이 썩어 가는 과정을 객관적인 거리에서 관찰하고 싶다. 자신의 신체의 일부를 떼어내거나 그것에 상처를 주는 행위야 말로 인간이 할 수 있는 가장 잔인한 일 중의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내 작업을 보면 느낄 수 있겠지만 나는 이러한, 절단, 구부림, 형태의 변화 등을 빈번히 사용한다. 그러나 그것은 실제가 아닌 형이상학적이고 이상적인 표현에 의한 것이다. 이 과정은 기억과 자아와 미래를 나타내는 일종의 수단과 행위이다. 작가로서 거리를 갖고 그 과정을 지켜보는 것이 이 작업을 통해 내가 가진 일종의 나르시즘적 메타포와 현실과 대비되는 다른 현실을 가능하게 해 주는 출구가 된다. 실제의 죽음과 표현된 죽음,  또는 인간대신 동물의 죽음이 형상화된 이 작업에서 인간의 육체가 온 그 출발점에 대한 의문을 던질 수 있기 때문이다. 

당신의 딸이 형상화된 조각이야기를 듣고싶다. 당신은 딸을 모티브로 했지만 사실 조각작품은 실제의 딸이라기보다, 딸이 성장할 미래 또는 가능성의 모습을 담고 있다. 이는 환경의 변화, 기후의 변화, 정치적 변화등 미래에 대한 당신의 염원과 걱정이 담긴 것인가?
하얀 양모로 된 인형작업은 내 딸, 프란체스카를 모티브로 하여 형상화 한 작업이다. 다만 현재의 모습이 아닌 미래의 상황과 그 안에 있는 그녀의 모습을 그려보고자 했다. 각기 다른 인형들은 프란체스카가 성장하였음을 가상으로 그녀의 사진적 모습으로 형상화 된 것이다. 다른 모든 작업과 마찬가지로 이 작업은 나의 고민과 공포로 가득차 있다고 할 수 있다. 이 작업은 나에게 가장 중요한 사람이 연결된 것이므로 어쩌면 보다 한 단계 나아간  고민과 걱정의 표현일 수 있을 것이다.  

비교적 최근작인 〈할리나Halina〉(2016)시리즈에서 당신은 사진 콜라쥬를 이용하였다. 이 작업의 동기는 무엇인가?
나는 우이체크 자메니크 Wojciech Zamecznik 아카이브를 재조명하는 푼다치 아케올로지아 포토그라피Fundacji Archeologia Fotografii에 초대되었다. 나는 이때 그녀의 남편이 촬영한 할리나의 이미지 콜렉션에 포커스를 두고 관심있게 지켜보았다. 이  흥미로운 이미지들를 보고있자니 그녀의 몸과 내 몸을 함께  콜라쥬하는 작업이 떠올라 구상하게 되었다. 남편앞에서 오브제가 되어 포즈를 취하는 수동적인 그녀가 내 몸을 이용해서 능동적으로 작업의 모티브가 되어 역할이 주도적으로 바뀔 수 있게 변화를 주어 할리나와 나 그리고 그녀를 촬영한 그녀의 남편의 롤과 힘의 역학관계를 뒤집을 수 있는 작업을 하게 되었다. 이 작업은 여성의 누드가 수동적인 모델로 표현되어온 미술사의 역사적인 관점을 방해하기 위한 나의 해석이다.〈사진5〉

앞으로 계획 중인 작업에 대해 이야기 해 달라. 
나의 최근 작업은 〈Untitled (model)〉 (2017)이다. 내 자신의 신체를 조각화된 주제로 표현하여 사진으로 끝나는 살아있는 사진을 작업하는 것이다. 이 작업에서는 대형 포멧 사진이 이용되었다. 내 바디더블을 이용하여 작업하였다. 사진은 극명하게 인공적으로 오직 이미지에만 존재하는 삶에 대한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

 

글 허숙영 통신원 이미지 제공 마인디파트먼텟 사진 갤러리Mindepartementet Art and Photography gallery
해당 기사는 2017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