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GMA fp | 최상의 화질과 성능을 갖춘 가장 작은 풀 프레임


 
2000년대 후반, 미러리스 카메라가 처음 등장했을 때 제조사들은 미러리스의 소형화와 경량화라는 특징에 초점을 맞춰 마케팅을 펼쳤다. 미러리스는 이미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DSLR 카메라보다 구조적으로 작고 가벼울 수밖에 없는 태생적 장점을 가지고 있었던 것. 일부 카메라 전문가들은 미러리스가 DSLR보다 작고 가벼울지는 몰라도 성능 면에서는 능가할 수 없다고 희의적이기도 했다. 그러나 미러리스는 빠르게 시장에 정착했고, 불과 10년 만에 DSLR과의 경쟁에서 완전한 승리를 거두었다.
2019년 출시된 시그마 fp는 길지 않은 미러리스 역사에서 어떻게 미러리스가 막강한 DSLR을 물리치고 대세로 자리 잡을 수 있게 되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카메라다. 이미 화질과 성능에서 DSLR과 어깨를 나란히 한 미러리스가 얼마나 더 가벼워지고 작아질 수 있는지, 그리고 그 작은 몸체가 뿜어내는 놀라운 성능이 어디까지 펼쳐질 수 있는지 알려준 기념비적인 제품이다. 출시된 지 3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풀 프레임 미러리스의 대표 제품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시그마 fp를 들여다본다.














 
 

 





A모드, 70mm, f6.3, 1/800초, ISO100
 




빠른 기동성과 고화질, 어느 것 하나 놓치지 않는 센서

태양이 작열하는 한여름의 야외는 사진가가 피하고 싶은 환경이다. 카메라를 쥔 손에는 땀이 가득해서 자칫하면 카메라가 미끄러질 수도 있다. 더 큰 문제는 땀이 본체로 스며들어 카메라가 오작동을 일으키거나, 이런 일이 반복되면 어느 순간 작동을 멈추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환경을 견뎌내는 카메라라면 신뢰도가 높고 뛰어난 내구성을 가진 카메라로 볼 수 있다.
시그마 fp는 이런 환경을 거뜬히 돌파해 낸다. 손을 가득 적시고 이마에서 떨어지는 땀을 받아내고도 문제없다. 뛰어난 방진·방적 성능 때문이다. 이런 정도의 든든한 만듦새라면 물방울이 이리저리 튀는 물놀이장에서도 신난 아이들의 모습을 포착하고자 조금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

알루미늄 합금 바디는 가볍고 내구성이 강할 뿐 아니라 방열성도 뛰어나 기기의 안정성을 더 높였다.
또한 본체 42곳에 대한 꼼꼼한 실링 처리로 비나 먼지로부터도 카메라 내부를 안전하게 보호해 준다.




 






A모드, 37mm, f8, 1/320초, ISO400

 



가볍고 강한 알루미늄 합금 바디와 꼼꼼한 방진·방적 설계

시그마 fp를 사용하면서 느낀 최대 장점 중 하나는 풀 프레임이면서도 작고 가볍다는 점이다. 그런데 수많은 작고 가벼운 카메라들, 예를 들면 보급형 콤팩트 카메라들은 휴대성에 비해 기동성은 떨어진다. 즉, 이런 카메라들은 전원을 켜고 초점을 잡는 시간이 길고, 셔터를 누른 뒤 실제로 찍히기까지 걸리는 약간의 딜레이가 있으며, 셔터와 셔터 사이의 블랙아웃 때문에 좋은 순간을 놓치기 십상이다.
반면 시그마 fp는 전원을 켠 뒤 AF를 가동하고 셔터를 누르는 일련의 촬영 과정이 무척 빠르고 막힘이 없다. 그래서 카메라의 오차를 계산할 필요 없이 피사체의 움직임에만 집중할 수 있다.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카누를 쫓아가고자 피사체 추적 AF를 켠 뒤, 카누가 원하는 위치에 오는 것에 집중한 뒤 딱 한 번의 셔터로 조용한 호수와 유유자적하는 카누가 어울리는 컷을 얻었다.







시그마는 fp에 기존 시그마가 사용해 온 포베온 방식이 아니라 2,460만 화소의 베이어 방식 풀 프레임 센서를 채택했다. 베이어 센서는 대부분의 제조사가 사용하는 방식으로 포베온 센서보다 색 재현력은 다소 떨어지지만 AF 성능 및 기타 이미지 처리 속도 등이 월등히 뛰어나다. 시그마가 fp에 베이어 센서를 선택한 것은 사용자가 카메라를 통해 사진과 영상 모두를 즐기며, 빠른 기동성을 추구하는 최근 추세를 적극 반영한 결과다.



 






A모드, 70mm, f2.8, 1/320초, ISO1600


 


놀라운 휴대성이 가져다주는 촬영의 자유

사람들이 어깨를 맞닿을 정도로 가깝게 모여 있는 장소에서 큰 카메라를 사용하기는 어렵다. 촬영 움직임이 자유롭지 못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들의 행동에도 방해를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공연장은 특히 그렇다. 흥이 넘치는 몸짓과 환호 속에서 큰 카메라와 큰 렌즈는 부담스럽기 그지없다. 하지만 시그마 fp는 이런 곳에서도 문제없다. 작고 가벼울 뿐 아니라 한 손으로도 쉽게 조작할 수 있을 정도로 조작의 편의성도 뛰어나다.
온 사방으로 물이 흩뿌려지고, 어둡고, 무대와 관객들의 화려한 움직임을 찍기 위해 시그마 fp를 꺼내 들었지만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 주변의 사람들도 전혀 신경 쓰지 않기 때문에 편안하게 셔터를 누를 수 있다. 적절히 감도를 올려 셔터 속도를 확보하면 손 떨림도 충분히 방지할 수 있다. 결과물도 훌륭하다. 고감도에서의 노이즈 수준과 화질은 상당히 훌륭하며 관중석의 열기와 물이 뿌려지는 무대의 시원함이 독특한 색감으로 생동감 넘치게 표현되었다.





한 손에 쏙 들어가는 깜찍한 크기와 메모리와 배터리를 장착하고서도 500g도 되지 않는 가벼운 무게는 이 카메라가 풀 프레임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다. 이렇게 작은 본체에도 불구하고 사용자 중심의 직관적인 인터페이스 설계로 조작의 편의성도 뛰어나다.



 






A모드, 62mm, f2.8, 1/500초, ISO3200


 


활용도를 확장시키는 모듈형 액세서리 장착용 1/4인치 나사산

시그마 fp가 자신보다 덩치가 크고 더 비싼 풀 프레임 플래그 십 미러리스와 필적할 수 있는 또 다른 요소는 선명하고 반응 속도가 뛰어난 LCD 모니터다. 우선 후면부를 가득 채울 정도로 화면이 시원하며 어떤 각도에서 보아도 선명하게 보인다. 또 보급형 카메라의 LCD와 완전히 차별화되는 점은 움직이는 피사체를 찍고자 화면을 보고 있으면 잔상이 전혀 남지 않는다는 점이다. 전상이 남는 것은 LCD의 반응속도가 느리다는 것이고 이는 카메라가 찍는 이에게 촬영 타이밍을 혼란스럽게 만들 수 있는데 시그마 fp는 전혀 그런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
터치 조작감도 빠르고 정확하다. 특히 초점 영역을 변경할 때 정말 유용하다. 오른손으로는 카메라를 쥐고 피사체에 맞춰 구도를 잡은 뒤 왼손 검지로 초점을 잡고 싶은 곳에 터치해 촬영하면 원하는 구도와 원하는 초점 영역을 동시에 완성할 수 있다.



바디 양옆에는 1/4인치 나사산을 이용하면 스트랩 홀터 및 삼각대 거치를 손쉽게 할 수 있다. 또한 이 나사산에 기본 제공되는 플래시 핫슈 유닛, 별도 판매되는 전자뷰파인더(EVF-11)를 장착하거나, LCD 뷰파인더(LVF-11), 핸드그립(HG-11) 등을 장착하면 카메라의 기능을 손쉽게 확장할 수 있다.


 






A모드, 70mm, f8, 1/500초, ISO1600, 파우더 블루 색상모드




 
창의적이고 예술적인 이미지 제작을 돕는 탁월한 인터페이스

시그마가 지닌 독특한 매력의 색감은 오래전부터 정평이 나 있다. 매력적인 색감을 담아내는 핵심 기술은 누가 뭐래도 센스와 화상 처리 엔진이다. 시그마 fp에서도 이런 기술력이 그대로 적용되었다. 시그마만이 표현해 낼 수 있는 풍부한 색상과 빛 정보 덕분에 후보정할 때도 원하는 대로 후 보정을 자연스럽게 처리할 수 있다.
독특하고 재밌는 사진을 찍기 위해 색감을 평소와 다르게 바꾸는 것은 굉장히 효과적인 방법이다. 평범해 보이는 대상을 찍더라도 그에 맞게 색감만 조절해도 남다른 이미지로 변신 성공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자면 시그마 fp 후면에 있는 컬러 모드 버튼은 창의적 사진으로 이어지는 마법의 버튼이다. 비비드, 포트레이트, 랜드스케이프, 웜골드, 청록색 및 오랜지색, 선셋레드, 파우더 블루, 듀오톤, 모노크롬 등 15가지 색상 모드와 수동 톤 조절을 통해 나만의 예술 사진을 찍을 수 있다.



예전부터 시그마 카메라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힌 것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현실감 넘치고 깊이 있는 컬러 색감이었다. 시그마 fp에서는 뛰어난 색감이 표현된 결과물뿐 아니라 찍을 때부터 컬러와 톤을 사용자가 원하는 대로 빠르고 직관적으로 조절할 수 있도록 외부 버튼을 만들어 두었다.



 






A모드, 64mm, f8, 1/1000초, ISO100, 모노크롬 모드

 



기능과 성능을 높이는 필수 인터페이스 단자들

시그마 fp는 최신 디지털 기술로 탄생한 카메라다. 그런데도 사용하다 보면 아날로그적인 맛을 물씬 풍긴다는 것을 알게 된다. 먼저 묵직하고 든든한 만듦새가 그렇다. 뛰어난 디지털 기능을 담아내는 것은 눈으로 보이는 하드웨어다. 외관만 옛날 카메라를 흉내 낸 디지털카메라와는 달리 오래도록 만져보고 사용해 봐야 알 수 있는 매력이다. 고급 소재로 만들어진 하드웨어는 아날로그의 정수다. 듬직할 뿐 아니라 기능적으로 뛰어나며, 디자인 면에서도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다.
수동 초점을 이용한 사진 찍기가 즐겁다는 점도 아날로그적인 매력이다. 무엇보다 결과물에서 아날로그 필름의 감성이 짙게 느껴진다. 현존하는 디지털카메라 마운트용 렌즈 중 가장 아날로그적인 L 마운트 렌즈로 찍은 이미지는 후보정의 자유도가 높고, 필름이 가진 것처럼 폭넓고 부드러운 계조가 돋보인다.



본체 좌측에는 신속한 충전에 유리한 타입 C USB 단자, 다양한 외부 기기와 연결되는 타입 D HDMI 단자, 영상 촬영용에 특화된 마이크/케이블 릴리즈 단자가 차례대로 배치되어 있다. 모바일 시대에 가장 널리 사용되는 이 3개 단자의 외부는 여닫기 편리하면서도 충격 흡수력이 뛰어난 고무 덮개로 되어 있어 든든하다.


 
 
글, 사진 이윤환 기자
해당 기사는 2023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