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문호 〈사람이다〉

조문호 작가의 작업물을 한 장소에서 만나 볼 수 있는 <사람이다>전이 지난 12월 7일부터 12월 20일까지 갤러리 브레송 에서 열렸다. ‘인사동 사람들’, ‘청량리 588’, ‘두메산골 사람들’… 그리고 현재 진행 중인 ‘동자동 사람들’까지 그의 사진 일대기를 볼 수 있는 전시이다. 그의 작업에는 사람 냄새가 고스란히 베어 있다. 그에게 사진은 작업을 위한 것이 아닌, 사람과의 교감을 위한 것이다.



Ⓒ정영신


“그대도 사람이다. 나도 사람이고 , 사진은 사람이 제일 중요하지”
그가 처음 카메라와 인연을 맺은 것은, 40여 년 전 최민식 작가의 「휴먼」사진집을 접한 이후이다. 그 당시 국악 주점을 하던 조문호는 그의 「휴먼」 사진집에 흠뻑 빠지게 되었다. 최민식 작가가 찍은 소외된 사람들에 대한 사진을 접하고, ‘사진 한 장이 백 마디 말보다 강하다’라고 느꼈으며 그 후부터 그는 카메라를 통해 세상을 기록했다.  
조문호는 사람과의 교감을 중요시했다. 사람과 마음이 동하는 순간에 이미지를 포착한다. 그에게 있어서 결정적인 순간은 사람과의 교감이 이루어진 순간이다. 작업물을 천천히 보다보면 그의 중심에 늘 사람이 있었고, 그가 셔터를 누르는 순간을 짐작해 볼 수 있다. 그가 찍은 천상병 시인의 모습을 보면 더욱 잘 느낄 수 있다. 그 당시 인사동 거리를 가면 볼 수 있다는 천상병 시인의 모습을 남긴 작가는 많았지만 조문호처럼 그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남긴 사진가는 드물다. 내복을 입고 다리를 꼬고 카메라를 능글맞게 쳐다보는 그의 눈빛에서 서로 함께한 시간이 사진 속에 고스란히 녹아있다. 그렇기에 그들이 더욱 돈독한 인연 이였음을 느낄 수 있다. 그는 이 외에도 인사동 거리에서 그와 깊이 알고 지내던 사람들 위주로 ‘인사동 사람들’이라는 타이틀을 붙여서 촬영을 진행했다. 사라져가는 것들 ,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소중한 사람들의 모습을 남기고 싶은 마음에서 시작한 작업이었다.

 


완행열차, 동해남부선 1982 Ⓒ조문호



민주항쟁, 명동성당 1987 Ⓒ조문호


“너희가 왜 밟혀야 되냐?”
사람에 대한 따뜻한 마음이 남달랐던 그는 1983년부터 1988년 까지 청량리에서 성노동자의 모습을 촬영했다. 청량리 지역의 윤락가여성들을 촬영했는데 처음에는 1년 동안 그녀들의 모습을 멀찌감치 떨어져서 사진을 찍었다. 그렇게 촬영한 사진으로 동아미술제에서 대상을 받고 그는 그 상금으로 그녀들의 공간 안에 방을 얻었다. 그리고 그 후 그녀들을 더 가까운 시선을 통해 촬영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그를 멀리하고 촬영을 거부하던 그녀들이었다. 하지만 그의 특유의 넉살로 인해 그녀들과 자연스럽게 친해지게 되고, 서로가 스스럼없이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이가 되었을 때 ,그는 카메라 앞에 자꾸 움츠러드는 그녀들에게 이야기했다. “너희가 왜 밟혀야 되냐? 좀 당당할 수 없냐? 그렇게 숨으니까 밟히지 않느냐 ? ”
남들로부터, 몸 파는 여성 이라 터부시되고 손가락질 받던 그 시대에 그는 그녀들 또한 같은 인간으로서 존중받고 인정받아야 할 권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조문호는 그녀들의 모습을 관음의 대상이 아니라 마치 우리의 누이처럼 친근한 이미지로 찍고자 하였다. 그의 사진은 단순히 표면적으로 보이는 모습이 아닌, 그 여성들의 내면을 내밀하게 드러내는 이미지이다. 충분히 그녀들을 알고, 진정한 교감이 있었기에 가능한 작품이었다.



전농동588, 1984 Ⓒ조문호



두메산골 사람들, 삼척 김지석, 2003 Ⓒ조문호       


시대의 얼굴을 담다
1980년 그 시기에는 한창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가득했다.
그 당시 생각이 깨어있는 사람이라면 시위에 참여하였고, 그는 그 시대를 카메라를 통해 담았다. 하지만 그는 이 작업을 진행할 때조차 거대한 역사적 흐름보다는 그 속에 있는 개개인 ‘사람’의 모습에 더욱 집중했다. 눈물을 흘리는 박종철의 어머니, 방독면을 쓰고 카메라를 바라보는 시민등 그는 그 누구보다 더 가까이 다가서서 그들의 모습을 남겼다. 사회적인 문제를 기록해내기 위해 시작했던 작업임에도 불구하고, 그에게 있어 모든 작업은 항상 사람이 중심이었다.  

그는 2000년부터 2006년까지 두메산골 사람들의 이미지를 남기기도 했다. 처음 시작은 동강댐 문제에 대한 자연환경 다큐멘터리를 촬영하기 위해 그곳에 갔다. 하지만 그는 그 안에서 생활하는  사람들의 모습에 더 시선이 갔고, 그 무엇보다도 이 사람들의 삶이 중요하게 다가왔다. 그래서 그들의 삶을 함께 살아보고 그 과정을 통해 그들을 이해하고 기록해 나갔다. 사진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두메산골 사람들의 사진들은 모두 두 눈이 카메라를 직시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혀 어색하 다는 느낌을 주지 않는다. 사람의 눈을 통해 그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 작가는 사람과의 진정한 교감을 원했기에 늘 그들의 눈을 바라보았다. “사람은 정면을 보고 사람의 눈동자를 봐야 마음을 읽을 수 있지. 그래서 정면이미지를 찍어”

 그는 70이 넘은 나이임에도 여전히 현역사진작가이다.  지난 2016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그는 동자동에 거주하는 인물들을 찍고있다. 그들의 공간속으로 들어가 거리낌 없이 이야기를 나누고, 손을 잡아주며 따뜻한 온기와 순수한 마음을 나눈다. 그렇듯 그는 평소에도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길거리 노숙자에게 서슴없이 다가가 이야기를 나누는 휴머니스트이다. 그는 카메라를 거부하던 어떠한 사람도 무장해제 시키는 사람이다.

“예술이 아니야 내 사진은 예술을 생각해서 작업한게 아니니까. 내 사진은 사람이 중심이 된 작업이지”

 

글 이민주 기자  이미지 제공 갤러리 브레송
해당 기사는 2017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