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과 감성을 완벽히 조화시킨 레트로 스타일 풀프레임 니콘 Z f



 
 
 




 
2020년대 초반부터 아날로그와 레트로 열풍이 불어닥쳤다. 카메라 분야에서도 예외는 아니었다. 필름 카메라로 사진 찍는 이들이 늘면서 단종된 필름이 재생산되기도 하고, 다양한 즉석카메라가 시장에 출시되며 인기를 끌었다. 이 와중에 2021년 니콘은 Z fc을 선보이며 카메라 레트로 열풍에 방점을 찍었다.
필름 카메라의 전설, 아날로그 카메라의 대명사로 불리는 니콘 FM2를 연상시키는 니콘 Z fc를 보며 이런 카메라가 다시 나올 수 있을까 싶은 정도였다. 하지만 니콘은 2년 만에 클래식 디자인 감성은 더 짙어지고, 최신 디지털 기술 성능은 더 좋아진 니콘 Z f를 선보였다. 니콘은 이 카메라를 통해 아날로그는 여전히 유효하며, 그 속에 최신 기술이 접목되면서 유효함을 넘어 사람을 끌어당기는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A모드, 40mm, f5.6, 1/800초, ISO100
 
플래그십에 탑재된 화상처리 엔진 EXPEED 7
요즘은 스마트폰이 거리 사진을 점령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거리에서 카메라를 들고 일상의 모습을 찍는 사진가를 찾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그렇지만 니콘 Z f는 스마트폰으로 느낄 수 없는 거리의 소소한 모습을 담는 즐거움을 알게 해주는 카메라다. 적절한 배경에서 좋은 프레임을 잡고 원하는 피사체가 담기는 순간 셔터를 누르는 그 맛이 일품이다. 무엇보다 전원을 켜고 촬영 준비에 들어가는 시간과 AF 속도가 놀라울 정도로 빠르다. 움직이는 피사체 추적 기능도 상당히 만족스럽다.
니콘 Z f는 완벽한 ‘거리(street)’의 카메라다. 특히, 40mm 단 렌즈처럼 작고 가벼운 렌즈를 장착하면 거리 촬영에 최적의 조합이다. 누구도 무엇을 어떻게 찍는지 궁금해하지 않는다. 길거리 어디에서 어떤 포즈로 사진을 찍어도 제지하지도 않는다. 간혹 필름카메라가 아니냐고 묻는 이도 있었다. 나이 지긋한 노인은 자신이 젊었을 때 쓰던 카메라와 닮았다고 좋아한다. 

 
 

 
니콘의 플래그십 기종인 Z9 및 Z8에도 탑재된 화상처리 엔진 EXPEED 7에 의해 피사체 검출 시 빠르고 정확한 성능을 발휘한다. 특히, 딥 러닝 기술을 활용했기 때문에 사진 촬영 시 피사체의 불규칙한 움직임도 선명하게 추적하고, 동영상 촬영 시 타깃 추적 AF를 설정하면 움직이는 피사체에 정확하게 초점을 맞출 수 있다.


 
 

A모드, 40mm, f8, 1/200초, ISO100
 
좌우상하를 자유롭게 움직이는 터치 LCD
니콘은 필름 카메라 시절부터 사실적 색감으로 그 명성이 자자했다. 사실적 색감이란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는, 딱 실제로 눈에 보이는 정도의 색상을 담아낸다는 의미다. 디지털카메라 시대가 열릴 때 사람들은 모니터로 보는 화려한 색상의 사진에 감탄을 자아냈고, 이런 추세에 맞춰 카메라 제조사들도 다소 과장된 색감의 이미지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카메라를 생산하게 된다. 하지만 니콘은 이런 유행 속에서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러면서 실제와 다른 화려한 색상보다 실제에 가까운 색상 재현력이 더 우수한 기술이라는 것을 카메라를 통해 증명해 왔다.
니콘 Z f는 이런 우수한 니콘의 DNA를 그래도 물려받았다. 햇빛이 강해서 자칫 노출과 색상이 흐트러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렌즈로 들어오는 빛을 균형 잡힌 색감으로 표현해낸다. 이는 니콘 센서와 이미지 프로세싱의 뛰어난 성능이 아니면 불가능하다.

 

약 369만 화소에 달하는 선명한 해상도를 지원하는 LCD는 촬영하는 대상을 더 정확하게 볼 수 있게 해주고, 자유롭게 회전하기 때문에 다양한 앵글 촬영에 유용하다. 촬영이나 재생 등 대부분의 조작을 스크린 터치로 가능하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누구나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A모드, 30mm, f8, 1/320초, ISO100, 딥 톤 모노크롬
 
 
아날로그 감성과 편리한 조작감을 모두 잡은 다이얼과 버튼 배치
니콘 Z f는 다양한 창조적 이미지 표현을 위한 픽처컨트롤 모드를 가지고 있다. 여기서 가장 매력적인 것은 단연 ‘모노크롬’이다. 흑백으로 찍으면 좋을 장면을 만나면 빠르게 레버를 돌려 즉시 모노크롬 사진을 찍을 수 있다. 모노크롬은 다시 ‘플랫 모노크롬’과 ‘딥 톤 모노크롬’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대부분 디지털카메라의 흑백사진 모드는 재미를 위한 옵션에 가깝다. 기대할 정도로 화질이 만족스럽지 못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카메라의 모노크롬은 기대 이상을 넘어 최고의 품질을 보여준다. 모노크롬으로 찍은 이미지는 색상 없이 명암의 교차로 드러나는 흑백사진만의 매력을 그대로 담겨 있다.   
 
 

각종 다이얼과 버튼 등이 클래식한 필름 카메라의 디자인과 가장 잘 어울리면서도 조작이 편리하게 적절히 배치되어 있다. 외부에서 직접 조작할 수 있는 설정이 많을수록 전문적이고 직관적인 촬영 시에 편리하다. 특히, 단 하나의 레버 조작으로 모노크롬의 세계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다.   


 
 

A모드, 40mm, f7.1, 1/200초, ISO100, 플랫 모노크롬

 
 
최상의 소재가 보장하는 최고의 견고성과 신뢰성
모노크롬 중 ‘플랫 모노크롬’을 선택하면 흑백사진의 넓은 계조를 최대한 살린 이미지를 얻을 수 있다. 딥 톤 모노크롬보다 콘트라스트가 약해서 첫인상은 깊지 않지만, 흑백만이 가질 수 있는 단순하지만 깊이 있는 장면 연출력이 탁월하다. 실제 결과물도 예전 필름 카메라로 찍은 것과 유사해 아날로그 시대로 돌아간 착각마저 든다.
니콘 Z f는 아름다운 디자인 속에 강인한 바디를 자랑한다. 예전 니콘 필름 카메라는 워낙 강하고 단단해서 망치 대신 못 박을 때 사용해도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이 카메라의 내부도 상당히 강력한 소재로 만들어졌다. 배터리와 메모리 커버를 열고 닫는 체결 부위, 깔끔하게 잘 배치된 많은 다이얼과 버튼 부위의 이음새 실링과 마감 처리도 자연스러운 조작을 방해하지 않을 정도로 완성도가 높다.
 
 

어떤 상황에서도 안심하고 가지고 다닐 수 있도록 바디 전면부 커버와 상단 커버에는 마그네슘 합금을 채용해 충격에 강하며 외출 시에도 부담 없이 촬영을 즐길 수 있다. 또한 외관 커버의 접합부나 셔터 버튼, 회전식 액정 모니터 부분 등에도 효과적으로 실링 처리되어 있어 상위 기종 수준의 뛰어난 방진·방적 성능을 자랑한다.

 
 

20mm , 1-8초, f4, ISO 100
 

ⓒHyungki Han, M, 40mm, 6초, f11, ISO 100

두 배로 안심하고 저장하는 더블 슬롯
치명적으로 아름다운 디자인만이 이 카메라의 전부는 아니다. 니콘의 우수한 렌즈와 이미지 처리 기술이 최상의 사진을 뽑아내기 때문이다. 결과물을 볼 때마다 도대체 이 작고 귀여운 카메라의 렌즈와 센서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궁금하다. 사진 중심부와 주변부의 선명도와 밝기의 차이가 거의 없고, 어두운 곳과 밝은 곳에서도 색상과 명암의 세부적인 차이까지 표현해 내는 능력이 우수하다.

또 하나 매력적인 점은 높은 해상력과 아날로그 필름 사진 같은 자연스러운 색조다. 색조는 흔히 채도의 높낮이를 일컫는데, 흔히 니콘 감성이라고 불리는 이 색조는 채도가 약간 낮은 데서 발생한다. 보통 채도가 낮으면 생기발랄함이 떨어지는데, 이 카메라는 오히려 오래된 컬러 사진처럼 깊은 색조감이 돋보인다. 이 카메라는 찍는 순간부터 빛바랜 사진에서 느껴지는 감성을 담아내는 마법을 부리는 것 같다.


 

Z f는 micro SD 카드를 채용하여 바디를 크게 만들지 않고 SD 메모리 카드와 동시에 사용하는 더블 슬롯을 실현했다. 이를 통해 장시간 촬영 시에 발생하기 쉬운 카드 용량 초과 문제를 해결하고, 메모리 카드 순차 기록 또는 백업 기록 등 다양한 옵션을 이용해 메모리 오류로 인한 데이터 손실의 걱정도 덜어준다.

 

A모드, 40mm, f5.6, 1/50초, ISO100
 

센서 시프트 방식으로 강력한 5축 손 떨림 방지 기능
클래식 디자인에 아날로그 감성을 불러일으키는 디지털카메라는 니콘 이전에도 여럿 있었다. 그 카메라들은 모두 일반 디지털카메라보다 작고 귀여웠지만, 공통적으로 문제점이 하나 있었다. 플래그십이 가진 성능에 못 미친다는 것이었다. 특히, AF는 상당히 실망스러운 경우도 있었다. 소장 욕구를 일으키는 클래식한 디자인을 살리는 대신 성능을 희생한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하지만 니콘 Z f의 성능은 그런 카메라에게서 받은 실망감을 완전히 보상하고도 남을 정도로 뛰어나다.
특히, AF는 최상급 플래그십 기종에서 찾아볼 수 있을 정도로 빠르고 정확했다. 초점을 잡고자 반 셔터를 누르는데 어떤 망설임도 없이 순식간에 초점을 잡아 버린다. 촬영하고 나서 혹시 초점이 나간 건 아닌지 걱정스러울 정도였다. 하지만 모든 사진이 원하는 곳에 정확하게 초점이 잡혀 있다. 니콘 Z f는 과거의 카메라 유산인 클래식한 디자인을 가장 멋지게 되살려낸 기종임과 동시에 성능 면에서도 현재 어떤 디지털카메라와도 당당히 견줄 수 있는 기종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내장된 5축 보정 바디 내 센서 시프트 방식 손 떨림 방기 기능은 현존 최강의 흔들림 보정 기능이다. 여기에 2축 보정 렌즈 시프트 방식과 연동하면 최대 6.0단의 보정 효과를 발휘한다. 이 정도의 성능이면 손에 들고 영상을 촬영할 때도 자연스럽고 선명한 영상을 얻을 수 있을 정도로 강력하다.

 


글 사진 이윤환 기자
해당기사는 2024년 3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