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잔 메이젤라스 | Mediations



수잔 메이젤라스(Susan Meiselas, 1948년 미국태생)는 사진을 찍는 행위와 그로 인해 만들어지는 이미지들이 우리 사회에서 하는 역할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그는 전쟁에서부터 시작해서 인권 문제, 문화적 정체성에서 성 산업에 이르기까지 많은 이슈를 다루고 있다. 작가와의 인터뷰를 통해 오랜 시간 그가 지속해 온 작업에 대해 깊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Carnival Strippers〉는 감상자 입장에서 생생한 사진 덕에 그들의 삶을 짐작이라도 할 수 있지만, 반면 작가님은 스트리퍼들 틈에 스며들어 작업하기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을 것 같습니다.
〈Carnival Strippers〉(p.36-37)의 경우 70년대 초반이라 이 사진을 찍을 때 저는 스물 세 살이나 스물 네 살이었습니다. 그 당시 여성 운동가들이 ‘여성이 남성의 대상이 되기 위해 존재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졌습니다. 저 역시 묻고 싶은 원론적인 질문이었으며, 사진을 찍으면서 그들의 얘기를 듣고 싶었습니다. 작업을 진행하면서 사진으로 그들의 목소리를 보완할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고, 이것은 중요한 경험이 되었습니다. 여성, 매니저, 남자친구, 고객 그리고 그들의 권력 사이에서 오는 긴장감까지, 그들은 각각 카니발 속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저는 몇 해의 여름 동안 카니발에서의 삶을 따라다녔습니다.

〈Carnival Strippers〉 시리즈는 짧지 않은 시간 동안 여성들의 삶을 포착했다는 점과 장소와의 관계를 탐구한다는 점에서 뉴욕의 리틀 이태리의 어린 소녀들을 15년간 촬영한 〈Prince Street Girls〉 시리즈와 구조적으로 유사성을 보이는 것 같습니다.
〈Prince Street Girls〉(p.38-39)는 한 동네였지만, 〈Carnival Strippers〉는 여자들의 공연장으로 이 여성들이 온종일, 낮부터 밤까지 그리고 또 다음 날까지 일하는 삶의 장소입니다. 그리고 그들은 이 마을에서 저 마을로 이동을 했습니다. 그들과 함께하면서 몇몇은 제가 다른 사람들보다 더 잘 알게 된 것도 같습니다. 그들의 공동체는 매우 강렬했습니다. 경쟁도 있었지만 동시에 일종의 소속감도 있었습니다.

1980년대부터 중앙아메리카의 분쟁지역을 오가며 작업을 이어나갔는데, 〈Nicaragua〉 시리즈를 시작하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제가 니카라과에 처음 갔을 때 그곳에서 꽤 이상한 경험을 했습니다. 니카라과에서는 모두가 무언가를 기다리고 있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점점 더 찍고 있는 사진들이 그들의 삶에 대한 작은 실마리를 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는 전쟁사진가가 아니었고, 그런 목적을 위해 그곳에 가지 않았습니다. 그냥 겉모습만 보는 게 아니라 어떻게 일이 생겨나는지에 정말 관심이 많습니다.(p.42)

 










많은 사진 중 특히 〈Molotov Man〉 속의 남성의 이미지는 다양하게 변화해가며 오랜 시간 동안 많은 사람에 의해 사용되었습니다.
〈Molotov Man〉(p.40-41)은 스웨덴에서 출판물에도 있고, 혁명을 기념하여 성냥갑 표지를 장식하기도 합니다. 콘트라 혁명은 그를 산디니스타를 전복시킨 상징으로 받아들이기도 하죠. 또한 산디니스타들을 대중 민병대에 동원하는데 그를 다시 이용합니다. 그래서 저는 그가, 이 이미지가 어떻게 다양하게 변화했는지 추적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추적을 시작한 지 10년이 지난 후에야 그를 만나 인터뷰를 했고 그는 자기 핏속에 혁명가가 있다고 말했습니다. 저는 그 뒤로 30년 동안 그에 관한 모든 곳을 기록했죠. 벽에서, 그의 고향에서, 기념물로서, 티셔츠 위에서, 그리고 체 게바라 옆에서 말이죠. 그러고 나서 2018년 학생들의 저항이 시작되었을 때, 그는 다시 정부에 대한 저항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는데, 그 정부가 바로 지금의 산디니스타 정부입니다.

〈Archives of Abuse〉 시리즈부터 시작해서 가정폭력에 대한 작업을 이어 나가고 계시는데, 가장 최근 작업인 〈A Room Of Their Own〉는 어떤 작업인가요.
〈A Room Of Their Own〉(p.35)은 NGO의 초청으로 영국 웨스트미들랜즈의 다민족이 사는 블랙컨트리(Black Country)에서 2년간 일하며 진행한 작업입니다. 저는 여성 피난처의 주민들과 함께 그들 삶의 이야기를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책으로 엮어 출판도 하였습니다. 이 프로젝트의 목적은 여성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할 수 있도록 힘을 실어주고, 그 과정에서 그들의 자존감과 정체성을 강화하는 데 있었습니다. 또한 그들과 그 장소의 익명성을 유지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이러한 노력은 그들의 마음을 열고 자신에 관해 이야기할 수 있는 충분한 계기가 되었습니다.

수잔 메이젤라스는 사진 에세이, 설치물, 책, 영화 등 다양한 형태로 자신의 작품을 확장하기 위해 다양한 매체를 이용하며 역사, 정치, 예술의 연결고리를 이루며 광범위한 주제와 국가를 다루고 있다. 《Mediation》(21.9.16-22.2.13, Hundertwasser Museum)에서는 1970년대 그녀의 경력 초기부터 오늘날까지 상징적인 〈Carnival Strippers〉, 1980년대 중앙아메리카 분쟁의 생생한 컬러 이미지, 쿠르드족 집단 학살의 역사와 그 여파에 대한 지속적인 조사와 같은 작업이 전시된다. 그는 다양한 규모의 갈등을 사진을 통해 보여주며 이미지가 인식되는 맥락과 관련하여, 끊임없는 질문을 해온 사진가로서의 독특한 접근 방식으로 보여준다.

 

인터뷰어 심형준 기자  인터뷰이 수잔 메이젤라스
해당 기사는 2018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