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르겐 텔러 개인전 〈Enjoy Your Life!〉

첫눈에 '아름답다' 거나 '예쁘다'라는 일반적인 감탄사는 나오기 힘들다. 그렇지만 한번, 두 번 다시 돌아보게 되고 모든 작품을 둘러 본 후 전시장을 나와서도 무언가 강렬한 느낌으로 잊히지 않는 이미지가 머릿속에 남는다. 이것이 일반 관객들이 유르겐 텔러(Juergen Teller)의 작품을 보았을 때의 반응이고 느낌이다. 아마도 가장 본능적인 감으로 이미지를 만들어내고 그로 인하여 관객에게 예상치 못한 감정을 전달하는 사진가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작품은 흔히 ‘아름답다’라고 여겨지는 전통적 예술에서의 미의 관점을 과감히 뒤집었다.

독특하고 본능에 충실한 순간을 포착하는 현대 미술 사진가 유르겐 텔러의 전시가 독일 베를린에서 열렸다. 근사하고 고풍스러운 외관을 지닌 역사적인 건물 마틴 그로피우스 바우(Martin-Gropius-Bau)에서 2017년 4월부터 7월까지 그의 대표 사진작품 약 250점과 대형 스크린에서 펼쳐지는 영상작업 ‘디이터, 에얼랑엔, 2017(Dieter, Erlangen, 2017)’도 감상할 수 있다.

전 세계를 돌며 개인전과 그룹전을 펼치는 유르겐 텔러이지만 이번 독일에서 열리는 전시는 그 스스로에게도 조금 더 특별한 것처럼 보였다. 어디서 왔는지는 더 이상 질문이 되지 않는 ‘다국적 문화’가 너무나도 당연한 국제적인 도시, 런던에서 그의 반 이상의 인생을 보내며 작업해왔기 때문에 그 자신에게 고국에 대한 감정은 남달랐으며 그러한 과정과 내용을 사진 작업을 통해 이번 전시에서 선보였다. 육감적인 몸매를 과시하는 유명 여가수 킴 카다시안(Kim Kardashian)부터 감상하기에 편치만은 않은 접시위의 개구리들과 작가의 개인적인 기억과 감정을 엿볼 수 있는 가족과 조국에 대한 작업까지 그의 다양한 작품 세계가 펼쳐진다.

유르겐 텔러는 1964년 독일 중부의 작은 지역, 에얼랑에(Erlangen)에서 태어났다. 악기를 만드는 일을 가업으로 삼는 집안이었으나 건강상의 이유로 그는 그 일을 이어갈 수 없었다고 한다. 악기 장인이 되는 대신 뮌헨의 사진-디자인 예술 전문학교(Staatliche Fachakademie fur Fotodesign Munchen)에서 수학하며 사진가의 길로 들어섰다. 그 후, 그의 나이 22세인 1986년 영국의 런던으로 건너갔고 런던은 이미 오래전부터 미술과 음악, 패션 등의 분야에서 다양한 문화를 받아들이며 풍성한 발전을 해오던 도시였다.

 


 
ⓒJuergen Teller, Kanye, Juergen & Kim, No.13,Chateau d’Ambleville 2015


ⓒJuergen Teller, Self portrait, London 2015


ⓒJuergen Teller, Wildschweinmutter, Kolkata, India 2014


ⓒJuergen Teller, Frogs and Plates No.1, 2016



오늘날 그를 표현하는 유명한 수식어 중 하나는 ‘확연하게 구분되는 예술 사진과 상업 사진의 두 분야를 자유롭게 넘나드는 현대 미술 사진가’이다. 그 이유는 이미 그가 작업을 시작한 80년대 후반 런던에서부터 시작된 패션과 음악 작업을 함께 한 그의 이력 덕분이다. 유르겐 텔러는 레코드 앨범의 커버 작업으로 런던 사진 계에서 그의 공식 작업의 첫 발을 내딛었다. 1990년도 1월에 발매된 아이리쉬 가수 시네이드 오코너(Sinead O'Connor)의  〈Nothing Compares 2 U〉의 표지 사진이다. 검은 배경에 정면을 또렷이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은 담담하지만 강한 인상을 남긴다. 또한, 수줍음이 많아 쉽게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록밴드 너바나(Nirvana)의 보컬인 커트 코베인(Kurt Cobain)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찍은 사진가로도 유명하다.  그 후, 패션 매거진 화보를 촬영하여 유명세를 얻었고 그 중 하나가 패션에 관심 있는 많은 이들이 한번쯤은 보았을 영국 모델 케이트 모스(kate moss)의 초상으로 그녀의 나이 15세에 촬영된 것이다.

흔히들 유명인들이 함께 작업하고 싶어 하고 한번쯤 ‘찍히고’싶은 사진가가 유르겐 텔러라고 말한다. 그가 초상화를 찍으면 이미 정상에 오른 유명인이라는 보증이 되는 것 마냥 말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와 작업한 인물들을 하나하나 짚어보면 이해가 갈 듯 하다. 에바 헤르지고바(Eva Herzigova), 샬롯 램플링(Charlotte Rampling), 비요크 (Bjork) 등 각 분야의 최고라고 손꼽히는 인물들이 등장하며 심지어 유명한 그들이 아주 평범하거나 아주 기이한 모습으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비록 상업 사진이지만 유르겐 텔러가 촬영한 패션 메거진의 화보는 무언가 다른 느낌으로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광고나 패션분야의 상업 사진이 추구하는 인물의 아름다움만을 표현하는 대신, 관객이 전혀 예상하지 못하는 의외의 강렬함이 있기 때문이다. 모델 스스로 즉흥적인 포즈를 포착하거나 주변 환경을 활용한 기발하고 기이한 분위기를 거침없이 드러낸다. 때로는 고심 끝에 연출된 것일 수도 있으며 때로는 말 그대로 우연을 놓치지 않는 작가의 본능적 감을 표현하는 탁월함 덕분에 상업 사진임에도 높은 예술성을 지닌다고 평가되는 것이다.

베를린에서 개인전이 열리며 작가와 큐레이터의 컨퍼런스도 함께 진행됐다. 스스로 촬영한 그 자신의 모습을 담은 초상화에서 입고 있는 옷과 완전히 똑같은, 선명하게 붉은 패딩 점퍼와 볼드한 디자인의 파란색 털모자를 쓰고 등장하여 마치 사진 속에서 그대로 나온 듯 보였다. 작업의 소개와 질문이 오고 갔지만 그 누구도 ‘왜 사진에 접시가 등장하나요?’라는 질문은 하지 않았다. 독일어로 진행된 컨퍼런스에서 유르겐 텔러의 성(姓)인 ‘텔러(Teller)’가 독일어로 접시를 뜻하는 것은 너무나도 잘 알 수 있기 때문이다. 동음이의어를 규칙을 이용한 것으로 어쩌면 유치할 수도 있지만 그는 군더더기 없이 직관적인 표현을 택했다. 자신의 이름과 동일한 발음의 ‘접시’라는 오브제를 사용하여 그 작품 속에 항상 같이 등장함을 표현한 것이다.

패션 매거진이나 상업 광고 사진만큼 그의 예술 사진 작업도 만만치 않은 강렬함을 전한다. 어쩌면 전시에서 더욱 관심을 받은 것은 킴 카다시안의 독특한 포즈 보다는 접시위에 반질반질한 개구리들이 올라 있는 사진일 수도 있다. 즉, 사진의 대상으로 등장하는 잘 알려진 가수나 모델의 유명세를 넘어서 작가가 추구하는 기이하고 특별한 분위기로 그의 작업은 더욱 빛을 발한다.



ⓒJuergen Teller, Peter Lindbergh kissing my Mum, Schloss Bellevue, Berlin 2016


ⓒJuergen Teller, Anne & Elisa No.1, Man About Town Magazine Cover Spring-Summer 2016


ⓒJuergen Teller, Eva Herzigova, Mit dem Teller nach Bonn, No.3 2016


또한, 이번 전시인 ‘엔조이 유어 라이프(Enjoy Your Life)’에서는 그의 개인적인 이야기가 훨씬 더 두드러지게 소개되었다고 할 수 있다. 종종 많은 작품 속에서 ‘이렌느(Irene)’라고 소개되며 등장하는 중년의 여인은 유르겐 텔러의 어머니이다. 그녀는 이번 전시에서 큰 역할을 하고 있다. 그의 뿌리인 고향 ‘독일’과 가족에 대한 감정이 어머니인 이렌느를 통해 표현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개인전의 꽤 많은 부분이 작가의 조국인 독일에 대한 생각과 감정을 알 수 있는 작업으로 구성되어 있다. 2016년 작업인 ‘아이러브 맘, 아이러브 저머니(I Love My Mum, I Love Germany)’는 전 독일 대통령인 요하임 가욱(Joachim Gauck)에게 초대된 어머니의 모습과 그들의 절친한 관계를 이미지로 담고 있으며 그 후, 독일의 서부지역 본(Bonn)의 시립 미술관인 분데스쿤스트할레(Bundeskunsthalle)에서 진행된 그의 개인전 오프닝에서 촬영된 이렌느의 모습, 유르겐 텔러 자신이 운동복 차림으로 조깅을 나가던 중 발견한 독일의 초대 대통령인 콘라드 아드나우어(Konrad Adenauer)의 초상과 함께 찍은 사진, 혹은 독일의 축구팀의 단체 사진 등을 보면 유명인과 함께한 상업 사진과는 또 다른 매력을 느낄 수 있다.

컨퍼런스가 끝나고 참가자와 함께 전시장을 둘러보며 질문에 응답하는 그는 중년으로 여겨지는 50대의 현존하는 사진작가로 여전히 젊고 객기 있는 태도가 인상적이었다. 그의 말투와 몸짓에서도 작업에 대한 열정과 늘 본능에 충실하고 깨어 있는 감각을 유지하고자 연습하고 노력하는 것이 보였다. 즉, 지난 오랜 시간동안 일구어 온 자신의 고유성이 표현되는 힘 있는 사진가인 것이다.

 


글 조희진 통신원 Heejin Cho  이미지 제공 Martin-Gropius-Bau
해당 기사는 2017년 7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