듀안 마이클, 사진가의 환상

뉴욕 미드타운에 위치한 모건 라이브러리&미술관(The Morgan Library&Museum)에서 지난 10월 25일부터 내년 2월 2일까지 사진가 듀안 마이클(Duane Michals, 1932~)의 사진전 〈Illusions of the Photographer: Duane Michals at the Morgan〉이 열린다. 올해 87세를 맞는 작가의 지난 60년간의 작품을 한자리에서 볼 수 있는 흔치 않은 기회이다. 하지만 이 전시가 더욱 특별한 것은, 작가가 직접 박물관의 컬렉션에서 다른 작가들의 일부 작품을 선택해 그 작품과 본인 작품 간의 대화 형식으로 전시를 기획했다는 점이다. 1960년대 ‘시퀀스 사진(sequence photography)’ 작품으로 널리 알려진 듀안 마이클이 2019년 자신의 전 생애에 걸친 작업을 어떻게 보았는지, 또 관객에게 어떻게 보여줄지 궁금했다.
 
 

Duane Michals, The Illuminated Man, 1968, Gelatin silver print, The Morgan Library & Museum, 2018.37.
ⓒDuane Michals, Courtesy of DC Moore Gallery, New York







〈Illusions of the Photographer Duane Michals at the Morgan〉 전시 전경, 이미지 제공 | The Morgan Library & Museum
 
듀안 마이클의 회고전은 극장(Theater), 반영(Reflection), 사랑과 욕망(Love and Desire), 이미지와 말(Image and Word), 놀이 시간(Playtime), 자연(Nature), 불멸(Immortality), 죽음(Death), 시간(Time), 환상(Illusion) 10개의 주제로 구성돼 있었다. 각각의 소 주제에는 시퀀스 사진, 글이 첨가된 사진, 다중노출 사진, 사진에 그림을 입힌 콜라주 등 다양한 방법으로 표현된 작가만의 세계가 펼쳐졌다. 또 제임스 티소(James Jacques Joseph Tissot)와 에곤 쉴레(Egon Schiele)의 드로잉, 으젠느 앗제(Eugene Atget)의 사진 등 모건 라이브러리&미술관의 보물 60점과 듀안 마이클의 작품 38점이 대화 형식으로 전개됐다.

사진이라는 매체는 듀안 마이클에게 다큐멘터리이기보다는 연극적이고 꾸민 쪽에 가깝다. 카메라는 인간이 이해할 수 있는 현실의 버전을 만들어내기 위해 사용할 수 있는 도구 중 하나라고 작가는 생각한다. 한 장의 사진만으로는 표현에 한계를 느껴서 글을 접목하기 시작했다는 그의 작품에서 시간이 갈수록 글에는 그의 철학이 담겼고, 위트가 넘쳤다. 모든 글은 그의 손 글씨로 되어 있으며, 사진 없이 글만 적힌 작품도 있다.



Duane Michals, Andy Warhol, Gelatin silver print, ⓒDuane Michals, Courtesy of DC Moore Gallery, New York



Duane Michals, A Letter From My Father, 1960–1975, Gelatin silver print, The Morgan Library & Museum,
Gift of Duane Michals, 2019.78. ⓒDuane Michals, Courtesy of DC Moore Gallery, New York



Duane Michals, A Story About a Story, 1989, The Morgan Library & Museum, 2018.47.
ⓒDuane Michals, Courtesy of DC Moore Gallery, New York
 
듀안 마이클이 주목받기 시작하던 1960년대 당시 뉴욕은 다큐멘터리 스타일의 거리 사진이 풍미하던 시대였다. 1963년에 그의 사진을 본 게리 위노그랜드(Garry Winogrand)가 “이건 사진이 아니야”라며 자리를 떠났다는 일화가 있다. 하지만 실제로 듀안 마이클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Henri Cartier-Bresson)과 로버트 프랭크(Robert Frank)를 동경했었다고 한다. 하지만 너무도 재능 있는 선배들 덕에 기준이 높아져 그 안에 머무르기 어려워졌고, 자신은 다행히 빠져나왔다고 작가는 회고했다. 현재 연극적 사진이 사진의 한 줄기를 형성하고, 게다가 디지털 사진과 인터넷, 소셜 미디어 사용이 활발해진 오늘날의 사진을 보며 그는 어떤 생각을 할까. “내가 해온 작업들의 콘셉트는 사실 누구나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나의 감각은 결코 따라할 수 없다. (……) 내 사진은 사진계의 주류가 아니다. 이건 스핀오프(spin-off, 부산물)다. 하지만 나는 사진에 언어를 쓰는 데에 있어 나만의 방식을 구축했다.”고 밝히고 있다. 또 사람들의 초상사진을 찍을 때에도, 그 사람의 본질을 담는 게 목적은 아니었다고 작가는 분명히 말한다.

“내 사진은 아주 양식화되어(stylized) 있다. 기술적인 면에 있어서 카메라가 주는 모든 기능을 써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나는 항상 다중노출을 사용하는 것을 즐긴다.”

순수한 빛을 볼 수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 1960년대 듀안 마이클은 정신세계에 관심이 생겼다. 깜깜한 어둠 속에서 한 줄기 빛을 촬영하면 노출과다로 인해 완전히 흰색으로 표현된다는 것을 깨닫고 실현할 장소로 그랜드 센트럴 역 근처를 찾았다. 그곳에서 “The Illuminated Man”을 촬영했다. 그는 모건 라이브러리의 소장품 중 헨리 피어슨(Henry Pearson)의 드로잉 〈시편 128편(128th Psalm)〉을 보고 정신적인 빛을 표현했다는 공통점을 발견했다고 한다.

듀안 마이클은 1960년대 초반부터 사진 한 장의 이미지로는 전달하기 어려운 감성과 이야기, 해학이 담긴 시퀀스 사진 시리즈와 사진에 글을 결합한 방식으로 이름을 알렸다. 1932년 미국 펜실베니아의 맥키스포트에서 방앗간 기술자였던 아버지와 점원이었던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나 가톨릭 환경에서 성장했다. 덴버 종합대학에서 인문학을 전공했으며 21세에는 미 육군으로 독일에서 복무하기도 했다. 이후 우연한 기회에 사진에 관심을 가지게 된 후, 1963년에 뉴욕의 언더그라운드 갤러리(Underground Gallery)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다.

 


Duane Michals, Self–Portrait Asleep in a Tomb of Mereruka Sakkara, 1978, The Morgan Library & Museum, 2018.42.
ⓒDuane Michals, Courtesy of DC Moore Gallery, New York



Duane Michals, Warren Beatty, 1966, The Morgan Library & Museum, 2018.35.
ⓒDuane Michals, Courtesy of DC Moore Gallery, New York


에스콰이어(Esquire), 보그(Vogue) 지 등의 매체 사진, 영화 홍보사진 등을 맡았고, 르네 마그리트(René Magritte), 앤디 워홀(Andy Warhol) 등 예술가의 초상사진을 찍으며 뉴욕에 정착해 개인 작업을 진행해왔다. 뉴욕의 현대미술관(MoMA), 도쿄의 오다큐 미술관, 뉴욕의 국제사진센터(ICP), 그리스의 데살로니키 사진미술관 등지에서 개인전을 개최했다. 뉴욕의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로스앤젤레스의 게티 미술관 등 세계 유명 미술관에 작품이 소장되어 있다. 50년 이상 함께 해온 동성 파트너 프레드 고레이(Fred Gorey)가 2017년에 세상을 떠난 후, 모건 라이브러리&미술관의 큐레이터 조엘 스미스(Joel Smith)와 함께 이번 사진전을 기획했다. 뉴욕의 DC Moore 갤러리가 그의 작품을 대표하고 있다.

모건 라이브러리는 1906년 금융인이었던 존 피에퐁 모건(J.P. Morgan)의 책과 필사본 등을 보관하기 위한 사설 도서관으로 뉴욕 맨하탄 매디슨 가에 세워졌다. 이후 1924년 공공 도서관 및 박물관으로 변경된 후 현재는 박물관과 연구센터로 운영되고 있다. 듀안 마이클 이외에도 화가 존 싱어 사전트(John Singer Sargent), 음악가 베르디(Verdi) 등의 다양한 전시가 열리고 있다.


글 박세리Serry Park 해외 필진
해당 기사는 2019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