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메이플소프 〈Implicit Tensions: Mapplethorpe Now〉

뉴욕의 솔로몬 R. 구겐하임 미술관(Solomon R. Guggenheim Museum)에서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 1946~1989)의 특별전 〈Implicit Tensions: Mapplethorpe Now〉가 열리고 있다. 메이플소프 사망 30년이 지난 올해, 1년에 걸친 전시로 계획되었다. 메이플소프의 작품을 시리즈별로 소개한 1부는 지난 1월 25일부터 7월 10일까지 열렸으며, 7월 24일부터 2020년 1월 5일까지 메이플소프의 대표작과 구겐하임 컬렉션 가운데 정체성과 자기표현을 탐구하는 작가 6명의 작품들을 전시한다.
 


Robert Mapplethorpe, Self Portrait, 1980, Gelatin silver print, 35.6×35.6cm
Solomon R. Guggenheim Museum, New York / Gift,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93.4289
ⓒ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Installation view: Implicit Tensions: Mapplethorpe Now, Solomon R. Guggenheim Museum, New York,
January 25-July 10, 2019 and July 24, 2019–January 5, 2020/Photo: David Heald



Installation view: Implicit Tensions: Mapplethorpe Now, Solomon R. Guggenheim Museum, New York,
January 25-July 10, 2019 and July 24, 2019–January 5, 2020/Photo: David Heald


Installation view: Implicit Tensions: Mapplethorpe Now, Solomon R. Guggenheim Museum, New York,
July 24, 2019–January 5, 2020/Photo: David Heald ⓒSolomon R. Guggenheim Foundation



2부로 나눠, 1년 동안
〈Implicit Tensions: Mapplethorpe Now〉의 전시 1부는 메이플소프의 대표작으로 일컬어지는 흑인 남성 누드를 비롯해, 셀프 포트레이트, 그의 연인이었던 패티 스미스와 음악, 미술계의 유명인사들, 꽃, 폴라로이드 초기작까지, 42년이라는 길지 않았던 생을 산 작가의 작품을 시리즈별로 소개했다. 그리고 7월 24일부터 시작한 2부에서는 상징적인 누드, 꽃, 자화상이 담긴 메이플소프의 초기 폴라로이드 작품의 대표작과 Rotimi Fani-Kayode(1955-1989), Lyle Ashton Harris(1965-), Glenn Ligon(1960-), Zanele Muholi(1972-), Catherine Opie(1961-), Paul Mpagi Sepuya(1982-)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다.

이들 6명의 작가는 메이플소프의 작품으로부터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받은 작가들로, 현대사진에서 포트레이트와 자기표현에 대한 메이플소프의 영향을 찾아볼 수 있다. 그 가운데 동성애자 아프리카인 Rotimi Fani-Kayode는 흑인 남성 포트레이트와 동성애 등을 표현하는 데 아프리카 요루바(Yoruba)족 문화의 상징과 도상 등을 이용했다. 또 Lyle Ashton Harris의 사진과 설치 작품은 퍼포먼스적인 자기표현을 통해 정체성과 소속에 대해 이야기하며, 민족성과 젠더, 성적 욕망 등에 대해 반추하게 한다. Catherine Opie의 작품 속 몸은 공동체, 성적, 문화적 정체성을 탐구한다. 날것 같은 그녀의 이미지는 공동체가 형성되거나 그들이 누구라고 정의되는 조건들에 대해 살핀다.

 


Robert Mapplethorpe, Ajitto, 1981, Gelatin silver print, 45.6×35.6cm Solomon R. Guggenheim Museum, New York / Gift,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95.4322 ⓒ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Catherine Opie, Dyke, 1993, Chromogenic print, 101.6×75.9cm
Solomon R. Guggenheim Museum, New York,
Purchased with funds contributed by the Photography Committee, 2003.69




지금, 왜 다시 메이플소프
1970-1980년대 당시 뉴욕 문화계의 아이콘이던 메이플소프의 사진은 사회적 통념을 거스르는 용감한 작업이라는 칭송과 함께, 개인의 성적 취향을 만족시키는 작업에 지나지 않는다는 상반된 평가를 동시에 받았다. 하지만 메이플소프가 세상을 떠난 지 30년이란 시간이 지났고 세상은 많이 변했다. 2019년의 뉴욕에서는, 80년대의 메이플소프의 작품이 이끌어내는 이 담론이 얼마나 유효한지에 대해 논란이 일고 있다.

로버트 메이플소프는 20세기 미국에서 가장 논쟁이 많은 작가 중 한 명이다. 그가 다루는 주제는 대담하고 용감했고, 정교한 구도와 시적인 표현법은 형식미를 더했다. 사회적 관습에 거스르는 주제는 작가에 의해 치밀하게 다듬어졌으며, 당시의 검열 논쟁, 80~90년대의 문화전쟁을 거치며 메이플소프를 문화계의 상징으로 만들었다. 1993년 로버트 메이플소프 재단에서 194점의 작품을 구겐하임 박물관에 기증했다. 그리고 그의 사후 30년 뒤, 작가의 작품이 다시 한눈에 펼쳐진 것이다.

“이 사진들은 포르노에 지나지 않는가?”, “작가의 개인적인 성적 판타지를 추구할 뿐이다”, “소수계층인 흑인 동성애자를 상품화한다”, “논쟁적인 주제를 세련된 이미지로 무장해 엘리트 미술 수집가의 취향을 만족시키는 전략인가?” 등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작품을 둘러싼 논란은 다양하다. 80년대 메이플소프가 그의 작품들을 발표했을 당시에도 있었던 논란이다. 하지만 당시에 동성애는 아티스트들이 이제 막 다루기 시작한 주제였고, 에이즈 감염으로 많은 사람들이 죽어갔지만 예방책과 교육은 부족해서 여러모로 사회문제가 심각했던 시기였다.

그의 적나라한 흑인 남성 누드와 뉴욕 지하의 동성애 클럽 씬을 담은 그의 사진은 분명 뜨거웠다. 또한 영화계, 음악계, 미술계 명사들과 교류하며 앤디 워홀, 데이비드 호크니 등의 초상사진을 남기기도 했을 만큼 메이플소프는 70, 80년대 당시 문화 아이콘으로서 영향력이 있었다.

 


Rotimi Fani-Kayode, Adebiyi, ca. 1989, Chromogenic print, 61.4×60.3cm
Solomon R. Guggenheim Museum, New York / Purchased with funds contributed by the Photography Council, 2017.34
ⓒ Rotimi Fani-Kayode, Courtesy Autograph ABP


Robert Mapplethorpe, Self Portrait, 1980, Gelatin silver print, 37.9×35.6 cm,
Solomon R. Guggenheim Museum, New York / Gift, The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96.4355
ⓒ Robert Mapplethorpe Foundation. Used by permission.


하지만 1989년 에이즈 합병증으로 메이플소프가 세상을 떠났고, 그의 사진들과 작가의 드라마 같은 생애가 겹쳐져 그의 작품은 전설로 남았다. 그리고 30년이 지난 지금은 상황이 많이 달라졌다. 2001년 네덜란드에서 사상 최초로 동성 결혼이 합법화된 후, 2015년 미국은 50개주 전역에서 동성결혼이 합법화됐다. 이제 동성애를 비롯한 성 정체성 주제는 미술계의 큰 줄기로 자리 잡았다. 그 시간과 관심에 비례해 작품도 훨씬 다양해지고 세분화됐다. 그리고 2019년의 뉴욕 구겐하임 미술관에서 다시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다.

「뉴욕 타임즈」의 리뷰에서는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순간은 지나갔는가?”라는 제목으로 그의 작품은 한때 금기였던 이미지들로 더 이상 충격적이지 않으며, 옛날 고정관념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담았다. 또 구겐하임에서 1년 동안 2부에 나눠서 전시를 하는 것은 작가를 띄우려는 의도이지만 과연 이번 전시가 성공적인지 의문을 제시했다. 『Diane Arbus: Portrait of a Photographer』의 저자 Arthur Lubow는 “그의 솔직하고 선명한 이미지들은 한때는 충격적이었지만 이제는 지루한 페티시즘 교과서와 같고, 흑인을 미화하는 작품은 끔찍한 고정관념을 강화시킬 뿐”이라며 냉혹한 평가를 내렸다.

한편 「워싱턴 포스트」에서는 80년대 가장 ‘논쟁적인(controversial)’ 아티스트였던 메이플소프가 이제는 ‘순수해(innocent)’ 보인다고 적었다. 한 세대가 지난 지금, 로버트 메이플소프의 작품은 어떤 논의를 불러올까? 당대에 영향력 있는 작품이 시간이 지나도 그 가치를 가질 수 있는 것일까? 어떤 작품은 시간이 지나도 칭송받을 것이고, 어떤 작품은 그러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도 변치 않는 그런 작품만이 꼭 좋은 것인지는 다른 이야기가 될 수도 있다.

 

글 박세리 해외필진
해당 기사는 2019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