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휴스턴 포토페스트 비엔날레



2022 휴스턴 포토페스트 비엔날레
 

2022 휴스턴 포토페스트 비엔날레
전 세계 사진 커뮤니티의 공고한 플랫폼, 포토페스트 비엔날레 예술 교류를 통한 지역, 사회와의 소통


세계 사진 축제의 현주소를 가늠하는 데 있어 손꼽히는 주요 행사들이 있다. 가장 오랜 역사를 자랑하는 아를국제사진축제(Les Rencontres de la photographie d‘Arles, 1970~ )가 그중 하나이고, 미국 내 비영리 사진 행사로 1986년 그 첫걸음을 뗀 포토페스트 비엔날레가 또 하나다. 휴스턴 기반의 포토저널리스트 웬디 와트리스(Wendy Watriss, 1943-)와 프레드릭 볼드윈(Frederick Baldwin, 1929-2021)이 1983년, 현대예술 관련 기구인 포토페스트를 창립하고, 1986년부터 조직한 포토페스트 비엔날레가 올해로 19회째를 맞았다. 지난 9월 24일부터 행사의 본거지이자 휴스턴의 아트 허브라 불리는 실버 스트리트 스튜디오에서 주제전을 비롯해 연계 전시, 심포지엄, 작가 토크와 퍼포먼스, 스크리닝 등의 퍼블릭 프로그램이 도시 전역의 예술, 교육기관에서 동시에 열리며 방사 형태의 축제 프로그램이 가동 중이다. 더불어 포토페스트 비엔날레가 기획한 미국 내 첫 최대 규모 포트폴리오 리뷰행사 ‘THE MEETING PLACE’는 올해 전 세계에서 100여 명의 사진 관계 종사자와 250여 명의 사진작가를 한자리에 불러 모았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2020년, 갑작스럽게 현장 행사를 종료하고 다수의 프로그램을 비대면으로 전환해야 했던 시간이 무색하게, 국내외 사진, 예술종사자와 지역의 미술관, 학교,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가 돋보인다. 올해 행사는 다시금 사진 커뮤니티의 공고한 플랫폼으로서 포토페스트가 실천하고자 했던 ‘예술 교류를 통한 지역, 사회 문제에 대한 관여와 문화자원의 형성’을 실천 중이다.
 
사실 본 비엔날레의 모체가 되는 포토페스트는 한국과도 오랜 인연을 지속해왔다. 공동창립자인 웬디 와트리스와 프레드릭 볼드윈 부부는 1990년대 중반부터 한국에 방문하며 여러 한국 사진가, 기획자, 기관과 인연을 맺었다. 2000년도 포토페스트 비엔날레에는 구본창 작가가 기획한 한국작가 10인의 특별전 《한국의 현대사진-새로운 세대(Contemporary Korean Photographers, a new generation》를 초대해 한국 사진을 본격적으로 세계에 알리는 시금석을 마련했다. 부부는 한국 최대의 사진 행사이자 국내 첫 포트폴리오 리뷰를 기획한 대구사진비엔날레의 해외 리뷰어로 2008년부터 참여했고, 2014년에는 양 기관의 교류 협약 체결을 통해 다수의 국내 작가를 휴스턴 비엔날레에 소개함으로써 해외 시장에 그 역량을 입증하는 초석을 다졌다. 최근에는 한미사진미술관과 교류 협약을 맺고, 미술관의 <젊은 작가 포트폴리오>에 선발된 작가 2명이 THE MEETING PLACE 포트폴리오 리뷰에 참여하는 형태로 그 취지를 이어오고 있다. 이와 같은 오랜 인연을 계기로 올해도 다수의 한국 작가와 기획자가 현장을 찾았다. 





 

 


Mike Osborne, Demonstration / Lafayette Square Park, 2019, Archival inkjet print, Courtesy of the artist

 
주제전 《IF I HAD A HAMMER》
전시장소 : Silver Street Studios, Winter Street Studios
기획 : 에이미 사다오(Amy Sadao), 스티븐 에반스(Steven Evans), 맥스 필즈(Max Fields)

올해 주제전은 로라 아귈라(Laura Aguila), 도로시아 랭 (Dorothea Lang), 미야타키 토요(Miyataki Toyo), 마이크 오 스본(Mike Osborne), 차우 & 린(Chow & Lin)을 비롯한 23 팀(28인)의 전 세계 작가가 참여했다. 작가들이 속한 지리 적 범위뿐만 아니라 시대적 범위 또한 100년을 넘나들며 한 주제에 대해 발언하는 다양한 문화권과 폭넓은 시간성 을 아우른다. 전시는 이미지 생산, 유통과 사회문화, 정치적 이념의 다층적인 상관관계에 주목한다. 예술가들이 이미지 를 통해 특정 이념과 사상을 어떻게 육성하고 패권을 좌지 우지하는지 추적하는 전시다. 전시는 매카시즘의 광풍 아 래 분리된 이념의 시대였던 1950년대 미국을 그 시작점에 두고, 이후부터 동시대까지 각각의 시공간 안에서 예술가 들이 이미지를 가지고 세계와 연대하거나 저항해온 방식을 선보인다. 사진가들이 카메라 셔터 버튼을 누르며 거대 사 회이론이나 정치적 열망을 시대의 도그마로 부상시키는 과 정, 결국 그 과정을 구조화하는 이미지의 생산과 유통에 초 점을 맞춘 전시다. “IF I HAD A HAMMER”라는 다소 전위적인 전시 제 목은 미국의 포크 리바이벌의 선구자인 피트 시거(Pete Seegar)와 싱어송라이터 리 헤이즈(Lee Hays)의 시위 곡 명을 그대로 빌려온 것이다. 1949년 이 곡을 작곡했을 당시 공산주의에 대한 공포가 미국 전역을 휩쓸었고, 당국은 여 러 정책 효시를 통해 이 적색공포에 대한 히스테리적인 미 국 내 여론 분위기를 조장했다. 야만적인 이념적 분리에 대 항해 나온 이 노래는 당시 많은 예술가와 문인, 음악가들의 자유 발언에 대한 이상을 자극하고 분출하게 했다. 전시는 당시의 역사적 배경을 직접 참조함으로써 당시 방송, 텍스 트, 노래, 예술 등 다양한 형태로 사상이 육성되었듯, 그 재료들을 재활용하거나 변용한 동시대 작가들이 어떻게 이미 지를 통해 사회에 발언하고 그 진보적 사상을 지원, 증폭시 키는지 보여준다.


 


주제전 전경, Silver Street Studios




주제전 중 Dorothea Lange의 사진들

 


Chow and Lin, 2020:06:13, 13:31:23, 2020. From the series I want to bring you around the world, 2020-22. Archival inkjet print. Courtesy of the artists

 


Delilah Montoya, Casta 2, 2018. From the series Contemporary Casta Portraiture: Nuestra Calidad, 2018.
Dye sublimation on metal, wooden curio box, laser-etching, sand, QR code. Courtesy of the artist.







 


《Samuel Fosso: African Spirits》 오프닝 리셉션 현장, The Menil Collection

 
《African Cosmologies: Redux》
전시장소 : Spring Street Studios, The Alta Arts, Houston Museum of African, American Culture, The Menil Collection
기획 : 마크 실리(Mark Sealy)

《African Cosmologies: Redux》는 팬데믹으로 연기 된 2020년도 포토페스트 비엔날레의 주제전 《African Cosmologies: Photography, Time and the other》를 각색 한 전시다. 참여 작가군은 이전과 동일하며, 연계 프로그램 을 새롭게 보완했다. 영국 전역의 특정 작가들을 지원하는 런던 소재의 기관 Autograph ABP의 디렉터 마크 실리가 기획한 올해 전시는 Sawyer Yards의 스프링 스트리트 스 튜디오를 비롯한 휴스턴 도시 곳곳의 예술기관에서 열린 다. 전시는 현대 아프리카의 삶과 아프리카 디아스포라, 전 세계식민주의와 사진의 역사, 권리와 재현 사이의 다층적 인 관계망에 대해 풀어낸다. 사진의 역사가 제국주의 시대 에 서양의 이미지 제작 관행과 밀접하게 연관된 점에 주목 하고, 그와 같은 근시안적인 이미지 제작과 유통의 전례에 맞서고 도전하는 예술가들을 소개한다.

존 콜트레인(John Coltrane)의 아방가르드 재즈 작품 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과거 모더니즘적 형식이 급진적인 상상력에 의해 다층적으로 구조화되는 전시형태가 흥미롭 다. 형식과 내용의 측면에서 다양한 아이디어와 예술적 접 근을 망라한 전시는 아프리카와 아프리카 디아스포라에 대한 기존의 지리적, 역사적 이해범위를 넘어 그 본질적인 ‘우주’에 대해 탐구한다.


 


《African Cosmologies: Redux》 전시 전경, Spring Streets Studios




《African Cosmologies: Redux》 전시 전경, Houston Museum of African American Culture

 


《African Cosmologies: Redux》에 참여한 Rotimi Fani-Kayode, Four Twins, 1985. Courtesy of Autograph ABP, London




The artist as Malcolm X from African Spirits, 2008 ⓒSamuel Fosso. Courtesy The Walther Collection and Jean Marc Patras / Galerie










《TEN BY TEN》 참여 작가 Zana Briski와 리뷰어 Johan Sjöström(스웨덴 Gothenburg Museum of Art 큐레이터) 토크 현장

 
《TEN BY TEN》 from THE MEETING PLACE 2020-2021
전시장소 : The Silos at Sawyer Yards

《TEN BY TEN》은 THE MEETING PLACE 현장에서 이뤄 지는 다채로운 교류와 소통, 담론의 현장을 기념하는 전시 다. 10명의 리뷰어가 자신이 만난 작가들 중 1명의 작가를 지명해 총 10명의 작가가 자신의 특정 연작 하나를 다음 년도 비엔날레 전시로 선보이는 형태다. 10명의 리뷰어가 선정한 10명의 작가들의 작품은 동시대 사진의 광범위하 고 구체적인 실례들로 전시된다. 올해 전시는 2021년 팬데 믹 상황 가운데, 처음 온라인으로 이뤄진 포트폴리오 리뷰 를 통해 선정된 작가들이 참여했다. 작가들은 성소수자의 권리부터 미디어에서 다뤄지는 원주민의 모습, 규제를 잃 은 상업화와 다층적 역사 안에 누락된 서사들에 이르기까 지 실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고, 이들은 리뷰어들이 쓴 일 련의 텍스트로 전시 안에서 일종의 맥락을 갖게 된다. 이 광범위한 주제는 사진에 대한 현재의 태도뿐만 아니라 뉴 스 헤드라인에 등장하고 당대의 순간을 구성하는 중요한 이슈와 주제들을 반영한다.

올해 참여 작가는 닉 블록(Nick Block), 자나 브리스키 (Zana Briski), 알레한드로 곤잘레스(Alejandro González), 윌 해리스(Will Harris), 힐러브랜드 + 마그사멘(Hillerbrand + Magsamen), 그레고리 에디 존스(Gregory Eddi Jones), 이롤란 마로셀리(Irolan Maroselli), 테레사 뉴썸(Theresa Newsome), C. 로즈 스미스(C. Rose Smity), 래리 스머 클러(Larry Smukler)이며, 참여 리뷰어는 넬라 에겐베르 거(Nela Eggenberger), 테오나 고기차이슈빌리(Teona Gogichaishvili), 메리 히스콧(Mary Heathcott)과 재클린 맥 길브레이(Jacqueline McGilvray), 샘 머서(Sam Mercer), 조아킴 파이바(Joaquim Paiva), 시나라 산드리(Sinara Sandri), 세루비리 모세(Serubiri Moses), 요한 외스트룀 (Johan Sjöström), 폴라 토그나렐리(Paula Tognarelli), 웬디 와트리스(Wendy Watriss)다.


 


《TEN BY TEN》 전시 전경, Hillerbrand + Magsamen, 147 Devices for Integrated Principles

 


Zana Briski, Bearogram #3, Bearable, 2019 From the series Animalograms, 2016, Unique photogram on silver gelatin photographic paper,
gold-toned. Courtesy of the artist


 


Hillerbrand+Magsamen, A Device to be Heard, 2019, From the series 147 Devices for Integrated Principles, 2019, Archival inkjet print,
Courtesy of Heidi Vaughan Fine Arts and the artist





Alejandro González, 1:19am, June 18th, 2005, Vedado, Havana From the series AM-PM, 2005. Courtesy of the artist





 
《THE MEETING PLACE》
행사장소: The Whitehall Houston Hotel
기간: Session 1: 2022.9.25.(일) ~ 28.(수) / Session 2: 2022.9.30.(금) ~ 10.3.(월) / Session 3: 2022.10.5.(수) ~ 10.8.(토)

포토페스트 주요 행사 중 하나인 ‘THE MEETING PLACE 포트폴리오 리뷰’는 미국에서 가장 크고 가장 오래 지속된 포트폴리오 리뷰 행사다. 매 2년마다 전 세계 150여 명의 큐레이터, 편집자, 사진 예술 전문가들이 휴스턴에 방문해 전 세계 사진가 450여 명을 만나는, 말 그대로 ‘만남과 교 류의 장’이다. 단순히 완성된 작업을 알리고 평가받기 위한 자리가 아닌 작가와 관계 종사자들이 작업의 내용을 공유 하고, 향후 개진할 방향이나 실질적인 프로젝트로의 발전 을 도모하는 자리다. 올해는 비엔날레 기간 총 세 번의 세 션이 각각 나흘 동안 진행되었고, 하루에 약 15건의 만남 이 20분간 이른 오전부터 늦은 오후까지 진행되었다.

특별히 두 번째 세션에는 포토페스트와 한미사진미술관이 <젊 은 사진가 포트폴리오> 뷰 리뷰 Scholarship 프로그램을 통해 선발한 김태동, 조현택 작가를 비롯해 재작년 THE MEETING PLACE를 통해 ‘열 명의 리뷰어가 선정한 열 명 의 작가(TEN BY TEN)’에 선정된 김승구 작가와 김효연, 이동욱 작가도 참여했다. 10월 2일 일요일에는 저녁 7시부 터 9시까지 매 세션 직접 만나지 못한 리뷰어들, 지역의 컬 렉터 등이 참석하는 ‘Portfolio Walk’가 개최되었다.


 


PORTFOLIO WALK 현장, The Whitehall Houston Hote




PORTFOLIO WALK 현장에서 스티븐 에반스와 조현택 작가

 


PORTFOLIO WALK 현장, The Whitehall Houston Hote

 
THE MEETING PLACE 디렉터 사라 안셀(Sarah Ansell) & 스티븐 에반스(Steven Evans) 인터뷰
 
포트폴리오 리뷰 행사의 명칭을 ‘THE MEETING PLACE’ 라 명명한 데에는 나름의 의도와 기획 취지가 반영된 거로 추측한다.
스티븐 에반스 : ‘THE MEETING PLACE’라는 이름은 포토 페스트가 만들어질 당시 창립자인 웬디와 프레디가 가졌 던 구상과 맞닿아있다. 1982년에 이 둘이 아를국제사진축 제를 방문했을 때 사진가가 자신의 포트폴리오를 사진 관 계 전문가들과 일반에 보여주며 격의 없이 대화를 나누던 현장을 목격했다. 그것이 시작점이다. 휴스턴에 돌아온 뒤, 이들은 아를에서 보고 배운 것을 이곳 휴스턴에서 구현시 켜보자 의기투합했다. 사진을 매개로 도시 전역을 축제 의 분위기로 물들이는 것. 그 이상의 실현을 위해 포토페스 트 비엔날레를 처음 구상했고, 그 중심에 작가와 사진 관 련 종사자, 사진 애호가들이 함께 모여 사진을 즐기고 격 의 없이 생각을 나누는 자리, 이름 그대로 ‘THE MEETING PLACE’라는 포트폴리오 리뷰 행사를 기획한 것이다. 우리는 이러한 취지를 행사의 중요한 표어로 이어 오 고 있다. THE MEETING PLACE는 대화를 만들고 관계의 물꼬를 트는 자리다. 흔히들 생각하는 작가의 작품을 평하 고 점수를 매기는 자리는 아니다. 작가와 리뷰어 간 공식 적인 20분 미팅 외에도 나흘간 한 곳에서 식사하고 티타 임을 갖고, 전시 투어, 오프닝 리셉션, 작가 토크 등에 함 께 참여하며 다양한 생각과 대화가 작가와 리뷰어 사이에 오간다. 그리고 그 안에서 누구도 예측하지 못한 흥미로운 일들이 생겨난다. 이러한 맥락에서 THE MEETING PLACE 는 예나 지금이나 비엔날레를 지속하는 원동력이자 중심 이 되는 프로그램이다. 사라 안셀 : 스티븐이 말한 대로, THE MEETING PLACE 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지속해나가 는 일이다. 올해 참여한 작가와 리뷰어들 다수가 20, 30년 간 이곳을 찾은 이들이다. 이들은 THE MEETING PLACE 를 통해 일과 관련된 관계뿐만 아니라 개인적인 교분 또한 돈독히 쌓아왔다. 이곳에 온 누구도 리뷰 테이블에 앉아 20분간 작업에 관한 이야기만 나누고 헤어질 것을 기대하 지 않는다. 그 이상의 교류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무수히 많은 순간에 이뤄진다. 이곳은 자유로이 의견과 경 험을 교류하고, 친분을 쌓는 큰 순환의 장이다.


 


총괄 디렉터 스티븐 에반스(Steven Evans)


리뷰 참여를 준비하는 작가들에게 할 수 있는 조언은?
사라 안셀 : 가장 당부하고 싶은 건 우연한 만남과 기회들 에 자신을 허용하라는 점이다. 전 세계에 정말 많은 사람 이 이곳에 모인다. 자신이 선택한 리뷰어 외에 만날 수 있 고, 만나야 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그리고 그 생각지 못 했던, 우연한 만남은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내곤 한다. 스 스로 만나고자 하는 리뷰어, 만들고자 하는 기회에만 지 나지게 집중하다 보면 그 주변과 밖에서 얻을 수 있는 더 중요한 것을 놓칠 수 있다. 그렇게 만나는 사람들과 20, 30년간 좋은 친구가 되어 서로 곁에서 든든한 조력자가 될 수 있다.
또 한 가지 나누고 싶은 조언은 리뷰에 관한 좀 더 구 체적인 이야기다. 리뷰에 참여하기 전 작업을 가지고 무엇 을 왜 하고 싶은지 작가 스스로 뚜렷해질 필요가 있다. 작 업을 어떤 형태로 이 세상과 교유하게 할 것인지 작가로서 명확한 아이디어가 필요하다. 어떤 이들은 리뷰어들이 그 것을 결정해주길 바란다. 하지만 작가가 그에 대해 좀 더 명확한 생각을 갖고 있다면 훨씬 효율적으로 리뷰어와도 대화를 시작할 수 있다.

스티븐 에반스 : 나의 조언은 스스로 자신이 가장 확신을 가지는 작업을 가지고 오란 거다. 사람들이 보고 싶어 하 는 것이 무엇인지에 크게 좌지우지될 필요 없다. 스스로 확신을 갖는 작업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바와 맞닿아있다고 생각한다.

《TEN BY TEN》 전시를 보면 나름의 동시대 사진 동향을 가늠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2021년의 리뷰를 통해 선발 된 10인의 그룹전인 《TEN BY TEN 2022》 안에서는 어떤 지점이 눈에 띄는가?
사라 안셀 : 올해 《TEN BY TEN》의 작가들 다수가 젠더와 성에 대한 화두를 꺼낸다. 서로 상이한 정체성을 가진 커 뮤니티가 어떻게 서로에 대해 수렴하거나 저항하며 사회를 만들어나가는지에 대해 이야기한다.

스티븐 에반스 : 더불어 인종차별과 폭력에 대한 발언도 몇 몇 작가의 작업에서 발견할 수 있다. 이러한 중첩되는 내용 은 결코 포토페스트 비엔날레 측에서 의도했던 바는 아니 다. 《TEN BY TEN》 전시에서 우리가 관여하는 건 어떤 10 명의 리뷰어가 이 전시의 큐레이터로 참여할지 결정할 뿐 이다. 그 후에는 10명의 리뷰어가 각각 자신이 소개하고 싶은 작가 1인을 선정한다. 그런데도 올해는 젠더와 성 정 체성에 관한 이야기, 인종을 둘러싼 여러 사회적 정당성에 관한 발언이 작업 안에서 교차한다.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이야기는 지난해 THE MEETING PLACE 참여를 위해 몇몇 작가들에게 장학금 을 수혜하였는데, 수혜자들 중 꽤 많은 수가 이번 《TEN BY TEN》 전시를 비롯해 다수의 전시에 작업을 선보이게 되었다. 우리가 선정한 수혜자들의 작품이 리뷰어들 가운 데서도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는 건 장학금 제도를 지속할 수 있는 고무적인 일이다.

총괄 디렉터 스티븐 에반스
포토페스트 공동창립자인 웬디 와트리스와 프레드릭 볼드윈, 유럽 갤러리 디렉터 페트라 벤틀러(Petra Benteler)가 1986년 처음 비엔날레를 기획한 후, 2014년, 린다 페이스 파운데이션(Linda Pace Foundation)의 디렉터를 역임한 스티브 에반스를 총괄 디렉터로 임명했다. 이번 비엔날레 행사를 총괄하고 주제전 《IF I HAD A HAMMER》를 기획한 스티브 에반스와 올해 비엔날레의 주제와 방향성, 주제전에 대한 짧은 인터뷰를 진행했다.

팬데믹 이후 열리는 첫 오프라인 행사다. 불확실한 상황 가운데 여러 어려움이 있었을 텐데, 그 과정에서 변화된 생각이 올해 페스티벌에 어떻게 내용, 형식적인 측면에서 반영되었는지?
스티븐 에반스(이하 S.E.): 올해 비엔날레 주제전에서 선보이는 몇몇 작품들은 팬데믹으로 인한 변화를 분명히 드러낸다. 조 나단 데이비드 스미스(Jonathan David Smith)와 차우 & 린과 같은 예술가의 작품은 팬데믹이 가져온 변화를 매우 직접적 으로 다룬다. 또 다른 예로, 마이크 오스본(Mike Osborne)과 같은 작가는 정치적인 양상과 시각적 기호를 통해 좀 더 은 유적인 방식으로 팬데믹 상황을 언급한다. 더 이상 피할 수 없는 이 일련의 거대한 집단적 변화 안에서 올해 비엔날레가 강조하는 건 우리는 여전히 서로가 어떻게 관계 맺고, 자신의 건강, 신체를 이해하고 다스려야 하는지를 묻고, 고민해야 한 다는 점이다. 이러한 지점을 화두화하는 것 자체가 팬데믹이 가져온 변화를 반영한 것일 거다. 우리는 이제 공공연하게든 잠재적 형태로든 그 영향 가운데 있을 수밖에 없다.

올해 비엔날레 주제설정의 배경이 궁금하다.
S.E.: 올해의 주제는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구상하였다. 주제전 《IF I HAD A HAMMER》을 통해 구체화한 이 주제는 정치 와 사회 문제를 둘러싸고 심화한 집단 간의 갈등과 편파성, 부의 평등문제에 관해 지난 몇 년간 스스로 질문하고 고민하 며 만들어낸 산물이다. 인종 간의 불평등, 생식에 대한 권리, 젠더와 성 문제에 관한 여러 관점의 논의가 그 안에 포함되었 다. 미국에서는 팬데믹과 더불어 특정 집단에 대한 몇몇 극단적인 집단 폭력 사건으로 개개인이 고립은 점차 심화하고 있 다. 미디어는 이러한 상황을 더욱 조장해왔는데, 올해 주제전은 이와 같은 시기에 예술가들이 어떻게 대응하고 반응하는지 를 살피는 데 중점을 뒀다. 지난 5월, 이 주제를 포토페스트 측에 제안하고 협력 큐레이터들과 의견을 나눌 당시, 모두가 이것이 시의적절한 주제임에 동의했다. 주제전 안에서는 도로시아 랭, 미야타키 토요 그리고 로라 아귈라와 같은 전설적인 작가의 작업을 함께 선보이며 역사 안에서 격변과 사회 정치적 긴장의 시간에 대응한 예술가들의 궤적을 함께 추적한다.

비엔날레가 열리지 않는 해에도 다양한 연중행사를 기획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지난 2019년 11월에 기획한 Meeting Place Paris 포트폴리오 리뷰를 비롯해 전시, Literacy Through Photography 교육 프로그램까지. 마치 끝없이 펼쳐지 는 페스티벌로 도시를 수놓는 인상이다. 이를 통해 기대하는 바는 무엇이며, 특별한 모태가 있는지?
S.E.: 현실적인 측면에서는 2년마다 새로운 직원을 고용하는 것보다 상주하는 직원을 두는 편이 프로그램 개발 및 기타 인 프라 구축에 집중하는데 유리하다. 또한 정부와 민간 재단의 자금 조달을 지속하기 위해서도 연중 프로그램의 기획은 필 요한 부분이다. 비엔날레와 연계한 다양한 프로그램의 연중기획과 운영을 통해 자금 조달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 이러한 현실적인 고려사항 외에도 지속적인 프로그램 운영을 통해 사진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일은 결국 예술가를 위한 기회를 창출하고 문화적 교류를 촉진하는 일이다. 결국 포토페스트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바다.

한국의 작가들에게 휴스턴 포토페스트 비엔날레는 해외에 작업을 소개하고 소통하기 위한 대표적인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그만큼 포토페스트와 한국이 이어온 관계의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S.E.: 그동안 포트페스트는 한국의 작가들, 큐레이터와 협업하며 다양한 성과들을 만들어왔다. 그리고 현재는 한미사진미 술관과 그러한 관계를 작가 육성 지원사업을 통해 더욱 공고히 다져가고 있다. 우리에게 이 친밀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한 관계는 매우 중요하다. 그 안에서 만들어내는 시너지 효과와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글 김선영 한미사진미술관 학예연구사
해당 기사는 2022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