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철, 내가 느낀 밤하늘의 경이로움을 다른 이들에게 사진으로 전달하는 행복함



사진가 권오철은 오랫동안 별을 찍었다. 아니, 별만 찍었다. 미 항공우주국(NASA)과 유명 다큐멘터리 잡지 ‘내셔널지오그래픽’이 인정한 천체 사진가이자, 초·중·고 과학 교과서에서도 그의 천체사진을 볼 수 있다. 사진을 전공하지 않은 그는 별을 쫓아가다가 우리나라에서 가장 유명한 천체 사진가가 되었다.  

촬영 때문에 호주에서 돌아온 지 며칠밖에 되지 않았다고 했다. 그의 집, 방 하나를 채운  아직 채 풀지 않은 카메라 가방과 렌즈들, 작업용 컴퓨터 3대가 놓여 있었다. 여느 사진가와는 다른 과학자 이미지의 권오철 작가를 눈이 내리는 겨울날 만났다.

“사진을 공부하고 어떤 주제로 어떻게 찍을지를 고민하던 것이 아니라, 저는 시작이 별이었기 때문에 어떻게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냐고 물으면 별 때문이라고밖에 말할 수 없죠.(웃음) 아마 저와 같이 장르사진 하시는 분들은 많이 공감할거에요.”

어떻게 천체사진을 시작했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하며 그의 고등학교 시절 인생을 바꿨던 책에 대해 말한다.

“‘재미있는 별자리 여행’이라는, 1989년도에 나왔던 책이었어요. 당시에 이 책을 보고 그야말로 별에 푹 빠지게 된 것이죠.”

23년 만에 출간된 이 책의 개정판에는, 그의 별 사진들이 실려 있다. 책에 있는 별을 보고 꿈을 키웠던 17살의 그가 이런 날이 올 줄 알았을까.

그렇게 눈으로 하늘의 별을 보던 아이는, 대학생이 되어 아버지의 카메라를 들고 본격적으로 별을 찍기 시작한다.

“그렇잖아요. 제가 만약 꽃이나 나무나 그런 눈앞에서 보고 만질 수 있는 것에 마음을 뺏겼다면 꺾어올 수나 있지만, 별이잖아요. 별을 딸 수는 없으니(웃음), 찍었죠. 그렇게 그 시대에는 필름카메라로 작업했던 별 사진으로 대학교 4학년 때 삼성포토 갤러리에서 개인전을 하게 되었죠.”

 


태안_대한민국_2004



학암포_대한민국_2002

그 이후로 직업을 가지고, 일을 하면서 사진작업을 병행하게 된다. 낮에는 직장으로, 밤에는 별을 촬영하러 나가던 그 시절은 좋지만 힘들던 시절로 기억한다.

“디지털 카메라가 보급되기 전이니까요 아무래도, 그때 제 목표는 ‘일 년 동안 한 장의 사진만 건지자.’였어요. 밤 시간 내내 세대의 카메라를 놓고 촬영하면, 필름 세 롤이 나오죠. 그 세 롤의 필름에는 각각 한 장의, 많으면 두 장의 이미지만 있고요. 현상을 맡기면 필름을 자르지 말라고 부탁했죠. 얼마나 이상했겠어요. 그냥 다 까맣게 나오니까요. 그렇게 작업을 이어가던 그 즈음, 디지털 카메라가 나왔죠.”

디지털 카메라는, 그에게 새로운 환경을 만들어 주었다. 일반 소비자들이나 기계적인 면에 크게 구애 받지 않는 사진가들은 한 해에도 몇 번씩 새롭게 출시되는 카메라의 기능에는 그리 민감하지 않다. 그러나 그 기능의 최대치를 쓴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천체 사진가들은, 이런 디지털카메라의 새로운 기능에 민감할 수 밖 에 없다고 했다. 그리고 또한 이런 기술의 발전은 그에게 꿈을 조금 더 일찍 이룰 수 있는 기회도 주었다.

“2000년도 초반 디지털 카메라가 처음 나왔을 때, 아 이 카메라의 기술이 발전되면 타임랩스(time lapse)를 이용해 내가 표현하고자 하는 것을 조금 더 효과적으로 구현할 수 있겠구나 라고 생각했었어요. 그런데 그 시기는 적어도 20년은 걸릴 것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제가 처음 타임랩스를 제작했던 연도가 2009년이었죠. 빠른 기술발전 덕분에 제 꿈이 좀 더 빠르고 명확하게 실현된 셈이죠.”

지면에 싣지 못하는 그의 타임랩스 작업은, 권오철 작가의 블로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울루루_호주_2010



킬리만자로_서쪽하늘10시간_탄자니아_2010


낮에는 회사원, 밤에는 사진가로 살아가던 그가 일을 그만두고 전업 작가로 전념하게 된 것도 이 시기와 맞물린다. 2009년 12월, 권오철 작가는 캐나다 옐로나이프로 가는 ‘오로라 원정대’에 천체 강사로 초청되어 참여하게 된다. 캐나다 옐로나이프는 오로라를 관측하기 가장 좋은 장소로, 그 곳에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면서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과 함께 오로라를 보면서 그 꿈을 굳히게 된 것이다. 또한 디지털카메라로 좀 더 많은 작업을 할 수 있게 되면서, 하루에 15초 간격으로 하루에 2~3000장씩 작업을 했고 갖고 다녔던 메모리만 0.5테라인데다가, 후반작업까지 하려면 병행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다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물론 회사를 다니면 높은 연봉이 있고 지금 아무리 작업을 많이 해도 그만큼의 소득에는 이르지 못하죠. 그렇지만 좋아하는 일이잖아요. 그리고 바쁠 때를 제외하고는 시간이 있으니 가족과 함께 시간을 보낼 수도 있고요.”

천체사진이라는 분야는 사실 망원경으로 촬영되는 경우가 많고, 우리가 아는 별의, 우주의 이미지는 사실 ‘사진가’라기보다는 ‘과학자’에 의해 증명되었다. 그렇다면 왜 권오철 사진가는 우리도 사용하고 있는 카메라로 별을 찍는 것일까?

“제 작업의 궁극적인 목표는 ‘내가 느낀 밤하늘의 경이로움을 다른 이들에게 사진으로 전달하는 것’이에요. 그렇다보니 우리가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보았을 때, 볼 수 있는 아름다움을 그대로 전달하고 싶은 것이죠.”

 


옐로나이프_캐나다_2013



하와이_미국_2014

세계 여러 곳에서 별을 찍은 사진은 아름답다. 과학과 자연의 완벽한 만남이 아닐까 싶을 정도로 매력적인 분야인 천체 사진에 도전해보고 싶은 사람들이 많을 것이다. 권오철 작가에게 조언을 부탁했다.

“요즘엔 아무래도 기술적인 부분은 인터넷에 많이 나와 있다 보니, 그런 부분보다는 ‘천체사진가가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혹은‘저도 회사를 그만두고 사진을 하고 싶은데, 어떻게 하면 될까요?’ 이런 질문들을 많이 하세요. 무턱대고 회사를 그만두면 안되고요,(웃음) 일단 자신의 능력을 충분히 검증하고 이 분야를 정말 좋아서 평생 업으로 할 수 있을지 각오가 중요하겠죠. 첫 번째는 자신이 만족을 하는지가, 두 번째는 ‘잘’하는 지도 중요할 것이고요. 그런 검증을 지나고 나면 그 이후에는 온전히 자신의 몫이라고 생각해요.”

손에 닿지 않는 별을 담고 싶던 소년은 24년이 지난 지금, 자신의 이름 앞에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천체사진가’라는 타이틀을 가졌다. 흔히 별에 비유되는 꿈이, 그에게는 현실이 된 셈이다. 앞으로 카메라 기술발전에 따라 또 어떤 새로운 별 사진들을 볼 수 있을지 기대된다.

 

글 신지혜
해당 기사는 2015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