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사진집은 어디서 살까?

책으로 엮였을 때, 한 장의 사진 속 담고 있던 메시지가 모여 서사가 된다. 이런 점에서 사진집 한 권에는 작가의 세계관이 담겨있는 셈이다. 책 한 권을 갖는다는 건 작가의 세계를 소유한다는 것과 같다. 온라인으로 유명한 작가의 사진을 쉽게 볼 수 있고, 서적도 살 수 있는 시대지만 책은 만질 수 있는 ‘물성’이 있는 매체다. 책 한 권에는 무게, 종이의 질감 그리고 책을 샀던 공간에서 느낀 감성 등이 깃들어 있다. 종이 매체 시장이 좁아질 수 있어도 사라질 수는 없는 건, 책이 가진 ‘물성’이 주는 특별함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이라선, 사진책방 고래, 피스, 시티 카메라 등 도심 속 골목에 사진 서적을 판매하고, 문화를 누릴 수 있는 공간이 생겨나고 있다. 대형 서점도 재정 위기라 말하는 시대다. 그럼에도 왜 이들은 서점을 열었고, 그중에서도 사진이란 특정 장르를 택한 걸까.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기 위해 이들에게 서점을 열게 된 이유에 관해 물었다.


사진책방 고래


 


사진 서점을 개점하게 된 계기
사진을 공부하다가 사진집을 구매하고 싶어 찾아보니, 국내에서는 구할 방법이 거의 없었다. 아마존과 같은 해외 사이트를 뒤지며 사진집을 힘들게 찾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나와 같은 사람들을 위해 좋은 사진집을 소개하고, 판매할 수 있는 공간을 꾸리고 싶었다.

사진 위주 갤러리인 류가헌 쪽으로 서점을 이전하게 된 이유
류가헌에서 펴낸 성남훈 작가의 사진집 ‘연화지정’이 시작이다. 책을 입고하고 싶어 류가헌에 연락했는데, 류가헌 쪽으로 옮겨올 생각이 없냐는 뜻밖의 제안을 받게 됐다.

가진 콘셉트
사진집, 전시, 커피를 같이 즐길 수 있는 문화복합공간. 충무로에서 이전하며 커피를 하는 친구와 협업하게 됐다. 마음 편히 커피를 마시러 왔다가 책을 봐도 되고, 전시를 볼 수 있는 공간이었으면 한다.

사진집 선정 기준
같이 보고 싶은 사진집 위주로 입고해왔다. 사진을 공부할 때, 다큐멘터리 사진을 가장 먼저 배워서 다큐멘터리 관련 사진집들이 주를 이뤘었다. 이갑철, 한영수 등 국내 작가 사진집부터 시작해 다양한 책을 입고해왔다. 최근에는 일본, 대만, 중국 쪽으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고래톡스라는 이벤트
'지금, 여기, 우리의 사진'과 이미지를 함께 보고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다. 대형 서점은 못 하고, 작은 서점이 할 수 있는 일은 뭘까. 화려한 굿즈와 높은 할인율은 힘들지만, 작가와 독자의 거리는 좁혀줄 수 있다.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될까
책방 이름인 고래는 한자로 옛 고(古), 미래 래(來)라고 쓴다. 옛날부터 앞으로 올 미래까지 모든 순간을 함께 보자는 의미로 지었다. 고래에서 이미지 생산자와 관객이 연결되고, 관계를 맺는 가교 구실을 했으면 좋겠다.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 106 아카이브빌딩 B1F


이라선


 

사진 서점을 개점하게 된 계기
시작은 단순하다. 지금 이라선은 나와 아내가 운영하고 있는데, 둘 다 사진을 좋아해서 모아온 책들이 있었다. 그 책들을 놓아두고 공유할 공간이 있으면 했다.

통의동에 오픈한 이유
서점이 쉬며 책을 여유롭게 즐길 수 있었으면 했다. 여러 곳을 찾았지만, 생각보다 그런 공간이 많지 않았다. 그러다 예전 통의동에 있던 가가린이라는 사진 서점이 떠올랐고, ‛그 곳으로 가자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동네 부동산을 통해 이곳을 소개받았다. 벽돌 그리고 햇빛 들어오는 게 아름다웠고, 골목도 조용해서 여기다 싶었다. 그날 바로, 내일 계약하겠다고 약속했다.

공간 구성을 할 때 신경 쓴 점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첫째, 빈티지한 책이 월 선반 위에 올려져 있었으면 했다. 3년 전 어느 일본 호텔에 간 적이 있는 데, 호텔 로비에 월 선반에 오래된 책들이 놓여 있었다. 그 호텔의 이름은 기억나지 않지만, 빈티지 책들과 인테리어가 주던 느낌이 여전히 생생하다. 그 무드를 그대로 서점에 옮겨오고 싶었다. 두 번째, 따뜻하고, 아늑한 분위기에 음악이 잔잔히 흘러나오는 공간. 그런 곳에서 책을 볼 수 있었으면 했다. 좋은 공간이주는 느낌은 오랫동안 기억에 남고, 다시 찾아오게 하는 힘이 있다고 생각한다.

사진집 선정 기준
나와 아내는 책을 선정하는 데 기준이 다르다. 사진 미학을 공부하는 아내는 사진사에 중요한 작가 것을 많이 고른다. 유명한 사진가가 아니더라도 의학 사진, 범죄사진 등 사진 역사에 기반을 두고 선택하는 편이다. 그와 달리 나는 작가와 보여주고자 하는 방향과 디자인이 일치하는 책이나 디자인이 독특한 책들에 관심을 두는 편이다. 우리는 정기적으로 3개월에 한번은 해외에 나가 책을 실제로 보고, 출판사와 미팅을 하기도 한다. 포토북페어에 가보면 각 나라에 소규모 출판사들이 많다는 걸 느낀다.

박상우 교수, 박평종 교수 등 전문적인 지식을 갖춘 강사진으로 이뤄진 북토크
사진집을 보다 보면 작가에 대한 궁금증이 생긴다. 책 내용이나 작가에 대해 깊게 이해할 수 있으면 그에 대해 애정도 남다르지 않을까. 북토크를 통해 사진이나 책에 새롭게 알아가고, 새로운 관심을 얻어 갔으면 했다.

어떤 공간이 됐으면 좋겠나
와서 책을 보고, 각자 자신의 세계관에 푹 빠질 수 있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서울 종로구 효자로 7길 5 1F


piece


 


사진 서점을 개점하게 된 계기
난 런던에서 4년 정도 사진 공부를 했다. 유학 후 한국에 들어오니 사진 관련된 대표적인 장소가 없다는 점이 아쉬웠다. 많은 이들이 사진의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곳이 있었으면 했고, 몇 년을 고민하다 서점을 열게 됐다.

사진집 선정 기준
유럽, 미국에서 관심을 받는 작가들과 신진 작가들의 사진집 그리고 주제가 흥미롭고, 접근 방식이 새로운 사진집들을 입점하는 편이다. 특히, 해외에 나가서 사오는 책은 수고를 더하는 만큼 사진집의 완성도가 어떤지 꼼꼼히 보고 있다. 요즘 눈길이 가는 사진 주변에 디자인 스튜디오가 많다. 그러다 보니 디자이너분들도 사진집을 만들어 입고하시는 분들도 계신다. 그들의 사진을 보면 사진을 전공한 이들과 다른 문법을 가졌는데 그 점이 재밌다.

사진 프린트도 판매한다
대림미술관에서 라이언 맥긴리의 포스터가 판매될 때, 좋은 반응을 얻었다고 들었다. 이런 것을 보면 사진 프린트에 대한 수요는 확실한데, 특정 작가를 제외하면 사진을 사고팔 수 있는 공간이 없다. 그 점이 아쉬워 사진집과 함께 사진 프린트도 판매하게 됐다. 작가가 원하는 사이즈, 인화법으로 인쇄해서 전달해주면 적정 가격을 협의한다. 구매자들이 부담스럽지 않고, 작가의 작품 가격이 지나치게 낮게 책정되지 않는 선에서.

한 달에 한번, 프린트 워크숍
요즘 많은 사람이 리소 프린트, 검프린트, 시아노 타입 등 인화 방식에 관심이 있다. 특히 검 프린트 방식은 색이 예쁘게 나와서 많이들 좋아한다. 사진은 카메라를 통해 작업하지만 인쇄된 결과물도 있다는 걸 알아줬으면 한다. 여러 인화 방식에 따라, 결과물은 새롭게 창출된다. 많은 분이 다양한 경험을 통해 재밌는 작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워크숍은 유동적으로 한 달에 한 번씩 진행되고 있다. 인스타그램(@piece.photo)에서 관련 정보가 공지되고 있다.

사진을 통해 만들고 싶은 문화
해외작가 책을 들여오려 웹사이트를 가면 한국작가들 서적이 거의 없다. 그게 슬프다. 독립출판이 인기가 많은 우리나라에서 말이다. 좋은 사진집과 유통망 만들어 해외에 한국 사진집을 해외에 소개하는 게 목표다.

서울시 강남구 논현로155길 26 3층


시티카메라


 


사진 서점을 개점하게 된 계기
시티카메라는 사진 서점보다는 포토그라피를 둘러싼 여러 실험을 하는 멀티스페이스다. 서점을 운영한다는 것은 시티카메라가 큐레이션 한 책을 판매해서 톤앤매너를 보다 가시적으로 드러낼 수 있다는 점과 사진을 매체로 활동하는 다양한 크리에이터의 사진집과 소소하게는 ‘진(zine)’까지 폭넓게 취급하며 동시대적 포토그라피씬을 함께 만들어가고 교류한다는 것에 그 의의가 있다.

이태원에 오픈한 이유
이태원은 최근 2, 3년 사이에 젊은 크리에이터들의 작업실 겸 쇼룸으로 사용되고 있다. 이 점에서 메리트를 느꼈다.

공간이 가진 콘셉트
시티카메라는 크리에이터스 네트워크 매거진 <엘로퀀스>의 뉴레이블로서 사진에 관련된 다양한 컬처럴무브먼트를 실험하는 포토그라피 플랫폼이다. 시티카메라는 복고를 지향하고 과거를 답습하는 것이 아닌, 당시 시대의 진정성을 복각하고자 한다. 시티카메라에서는 다양한 버전의 인스턴트카메라와 자동, 반자동카메라를 구매할 수 있고, 히로믹스(HIROMIX)와 하지메 사와타리(Hajime Sawatari)의 사진집도 만날 수 있다. 바로 옆 갤러리 공간에선 패션포토그래퍼 임영웅의 개인전이 열리기도 했다. 다양한 스펙트럼으로 표현하고자 카메라숍이란 메인 콘셉트를 중심으로 카메라 숍, 서점, 암실, 갤러리, 출판, 포토그래퍼 에이전시까지 다양한 기능으로 운영되고 있다.

사진집 선정 기준
직접 구매하는 책들의 경우, 내부 편집팀에서 아티스트와 도서를 리스트업하는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대행해 판매하는 경우는 시티카메라가 가진 무드에 적합한지를 판단해 입고하고 있다.

앞으로 어떤 공간이 될까
‘상업’과 ‘순수’라는 포토그라피씬의 경계, 대중성과 전문성 사이의 경계, 예술과 사진의 경계를 넘나들며 그사이에 작은 균열들을 내고 싶다. 그렇게 된다면 더 재미있고 흥미로운 일들이 많이 생겨날 것이라 기대한다.

서울 용산구 우사단로 10마길 4


 
김다울 기자
이미지 제공 <이라선> <사진책방 고래> <피스> <시티카메라>


해당 기사는 2018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