칸디다 회퍼 | 경험과 의식의 성장이 담긴 다채로운 공간의 초상


Candida Höfer, Rossiskaya gosudarstvennaya biblioteka Moskwa II 2017, Farbpapier, ⓒCandida Höfer / VG Bild-Kunst, Bonn 2021





△ Candida Höfer, Bolshoi Teatr Moskwa II 2017, Farbpapier, 180×261cm, ⓒCandida Höfer / VG Bild-Kunst, Bonn 2021


△ Königlich Preußische Messbildanstalt, Berlin, Neues Museum, Treppenhaus, um 1890, Silbergelatinepapier, ⓒStaatliche Museen zu Berlin, Kunstbibliothek


△ Candida Höfer, Beinecke Rare Book and Manuscript Library New Haven CT I 2002, Farbpapier, ⓒCandida Höfer / VG Bild-Kunst, Bonn 2021


△ Architectural Record, Milwaukee, Schuhladen, um 1910, Silbergelatinepapier, ⓒStaatliche Museen zu Berlin, Kunstbibliothek


△ Candida Höfer, Zoologische Garten London III 1992, Farbpapier, ⓒCandida Höfer / VG Bild-Kunst, Bonn 2021


△ Fotograf*in unbekannt, In Hagenbecks Tierpark in Hamburg, 1906,
Neuabzug von Gelatinetrockenplatte, ⓒStaatliche Museen zu Berlin, Kunstbibliothek


Candida Höfer, Palacio de Monserrat Sintra I 2006, ⓒCandida Höfer, VG Bild-Kunst, Bonn 2022


Fotograf unbekannt (Ernst Wasmuth Verlag), Rue de Turin 12, Brüsel 1899, ⓒStaatliche Museen zu Berlin, Kunstbibliothek

Ansicht der Ausstellung „Bild und Raum. Candida Höfer im Dialog mit der Sammlung Fotografie der Kunstbibliothek“ im Museum für Fotografie ⓒIKS-Medienarchiv





인테리어의 유행에 요즘만큼 민감했던 적이 있던가? 10여 년 전, ‘북유럽 스타일’, ‘미니멀리즘’이란 단어가 자주 등장하면서 화이트 톤의 군더더기 없는 깔끔한 실내가 선망의 공간이었다. 이후 ‘빈티지’나 ‘앤틱’이란 흐름을 지나 최근에는 선명한 컬러풀 아크릴과 메탈 소재가 섞인 가구나 장식 소품이 ‘미드 센추리’란 이름을 달고 소개된다. 예전보다 훨씬 손쉽게 온라인으로 가구를 주문하고 각자 스스로 조립하는 방식이 익숙해지고 SNS로 모든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는 요즘, 실내 공간은 사적이면서도 동시에 남들에게 보여주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건축물과 인테리어가 패션의 범주에 들어선 시대에 독일 사진가 칸디다 회퍼(Candida Höfer, 1944-)의 작업은 개인과 공간 사이의 의미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한다. 칸디다 회퍼는1980년대 ‘베허 학파’ 혹은 ‘뒤셀도르프 사진학파’로 불리며 안드레아 구르스키, 토마스 슈트루트, 토마스 루프와 함께 독일 근현대 사진계에서 주목받기 시작하였다. 사람이 많이 모이는 실내 공공장소를 인물 없이 촬영한 작업을 통해 개인의 사적인 일상과 공간의 의미, 제도 안에서 인간의 행동과 공간과의 관계를 연구하며 1980년대부터 오늘날까지 꾸준히 진행되었다. 흐트러짐 없는 반듯함, 정확하게 잰듯하나 수평과 수직의 선이 만들어내는 균형 잡힌 구조에서 관람객은 본능적으로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낀다. 세밀하게 포착된 실내 장식과 인테리어가 대형 크기로 인화된 이미지는 바라보는 관객들에게 사진 속 공간으로 깊이 빨려 들어갈 듯한 집중력을 끌어내면서 동시에 바람 한 점 불지 않을 것같이 엄격하게 정리 정돈된 분위기는 비현실감을 전하기도 한다.

극장, 도서관, 식당, 대학교 강의실, 박물관부터 최근에는 야외이지만 실내 같은 제한적인 공간의 동물원까지, 그녀가 촬영하는 텅 빈공간은 역설적으로 사람들이 모이기 위한 공간이다. 작가는 타인과의 교류와 상호작용을 위해 만들어진 공간에서 주체로 여겨지는 인물을 없앴다. 하지만 그녀의 초기 작업을 살펴보면, 오히려 특정 공간 안에서 실재하는 인물에 대한 존재감이 유독 의식적으로 와닿았기 때문에 어쩌면 자연스럽게 진행된 과정의 결과라 할 수 있다. 1970년대 독일에 정착하는 터키 이민자들의 일상을 촬영한 작업 <독일의 터키인(Turks in Germany)>에서는 가족이나 친구와 같은 등장인물이 그들의 이야기가 전해질 법한 장소에서 촬영되었다. 이 과정에서 칸디다 회퍼는 특정 공간을 이미지로 담는 것이 타인의 사적인 영역에 침범하는 것처럼 느껴졌던 것이다. 작가는 낯선 인물의 공간을 촬영하며 느낀 불편하고 무거운 감정을 경험하며 공간과 심리학의 관계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하였다.

과거에 비해 오늘날에는 반대 개념인 사적인 것과 공적인 것이 결합하는 영역이 늘어나고 있다. 즉, 한 공간이 밥을 먹거나 책을 읽거나 친구를 만나는 사적인 행위를 하는 장소로써 개인의 사생활이 이루어지는 동시에 모두가 사용할 수 있는 사회 구성원들의 공동의 삶을 영위하기 위한 다중 역할이 점점 확대되며 발전하고 있다. 작가는 공간의 심리학은 환경과 제도에 따라 어떻게 변화하는지, 그리고 이러한 변화의 과정이 무슨 의미를 내포하는지 전하기 위하여 자연스럽게 인물을 배제하고 공간 자체만을 렌즈에 담게 된 것이다.

2022년 이른 봄, 베를린 사진 뮤지엄(Museum für Fotografie)에서 열리는 전시 《이미지와 공간(Image and Space)》은 칸디다 회퍼의 작업과 베를린 시립예술도서관의 건축사진 컬렉션(Kunstbibliothek’s Photography Collection)이 함께 소개된다. 총 200여 점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으며 루드거 데렌탈(Ludger Derenthal, 건축사진 컬렉션 대표)와 랄프 괴르츠(Ralph Goertz, 쿤스트 도큐멘테이션 인스티튜트)가 큐레이팅하였다.

유명 작가인 만큼 칸디다 회퍼 작업에 더 많은 기대를 할 수도 있지만 지금까지 대중들에게 쉽게 공개되지 않았던 베를린 시립예술도서관의 건축사진 컬렉션을 볼 수 있는 특별한 기회이기도 하다. 약 150년의 시간 동안 꾸준히 관리되고 보존되어온 베를린 시립예술도서관의 건축사진 컬렉션은 예술적인 창의적 접근 보다는 각 시대의 기록을 위한 목적으로 촬영된 ‘건축 기록물’이다. 이러한 이유로 작자 미상의 작업도 있으며 각 건축물의 특성이 공공장소 및 건축물의 시대적, 사회적 배경과 어떠한 관계를 맺으며 공공성의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는지 구체적인 정보와 함께 대형 인화물로 제작된 컬렉션이다. 수만 장의 대형 건축사진 중에는 근현대 사진사에 주요한 역할을 한 으젠느 앗제(Eugène Atget), 사무엘 본(Samuel Bourne), 알베르트 랭거파츠슈(Albert Renger-Patzsch)와같은 작가들의 작품도 포함되어 있으며 각각 주제별로 전문적으로 구분되어 있다.

칸디다 회퍼의 대표작으로 손꼽히는 <모스크바 볼쇼이 극장 2(Bolshoi Teatr Moskwa II)>은 건축사진 컬렉션 중 <베를린, 뉴 박물관, 계단(Berlin, Neues Museum, Treppenhaus)> 작업과 비교하며 좌우대칭 구조의 압도감을 상상해 보고, ‘동물원’이라는 공간을 다른 시대에 다른 관점으로 어떻게 표현했는지, 칸디다 회퍼의 <런던 동물원III(Zoologischer Garten London III)>과 건축 사진 컬렉션의 작자미상 <함부르크 동물원(In Hagenbecks Tierpark in Hamburg)>을 비교해보는 것도 관람의 묘미이다.

칸디다 회퍼는 관객이 작품을 천천히 바라보고 사진 속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의도할 뿐, 그 외의 느끼는 감각은 온전히 관객에게 달려있다고 한다. 그녀의 사진은 공간과 동시에 시대를 담은 작업이다. 컬렉션의 옛 사진을 보며 과거의 유럽을 떠올리듯이 회퍼의 비어있는 듯 가득 찬 실내 전경은 관객에게 낯설기도 흥미롭기도 한 묘한 심리 변화를 느끼게 해 줄 것이다. 그녀의 모습에서도 80세 가까이 되는 연륜있는 유명작가답게 작품처럼 깊이있는 차분함과 본인의 규칙을 매일매일 지키고있는 듯한 엄격함이 느껴진다.

이 전시의 또 다른 주인공인 백 년이 넘는 전통의 건축사진 컬렉션은 유럽의 옛 모습을 전하며 고풍스러운 건물로 가득 찬 늘 한결같기만 한 도시들이 세삼 변화되었음을 실감하게 한다. 건축물 자체뿐 아니라 그 쓰임을 생각하게 되고 주변 환경의 발전 배경을 거슬러 올라가며 역사적이고 철학적인 감상의 기회가 될 것이다.


글 조희진 특파원
해당 기사는 2022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