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배공장을 모두의 미술관으로,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국내최초 개방형 수장고 탄생

미술관의 3대 주요업무로는 ‘교육, 전시, 보존’ 업무가 꼽힌다. 이 중 국내외 예술 작품들을 보존, 관리하는 역할은 인류의 유산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아무리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전경


전란 중에도 주요미술관 수장고의 미술품들은 국제법에 의거해 보호될 정도이다. 그만큼 미술관이 작품을 보존, 관리하는 수장고의 역할은 주요하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미술은행 수장고 전경


국립현대미술관 청주 수장고가 지난 해 12월 27일 첫 개관했다. 청주관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관, 덕수궁관, 과천관에 이어 4번째 건축 시설이자, 국내 최초의 개방형 수장고이기도 하다. 미술관의 수장고는 통상적으로 작품의 훼손을 막기 위해 엄격하게 일반인의 출입이 제한되는 구역이다. 일부 작업은 미술관 및 박물관에서 상설전시 형태로 공개되기도 하지만, 미술품도 결국 물리적인 영향을 받기에 장기간 대중에게 노출될 때 훼손되거나 부식되는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카메라가 일반화된 최근에는 카메라의 플래시 불빛이 미술품을 훼손시키는 경우도 발생하기에 세심한 관리가 필요하다.


이 모든 보존, 관리 업무가 미술관의 수장고에서 이뤄지고, 이 공간은 소수만이 드나들며 엄격하게 출입을 관리하는 구역이다. 이런 수장고를 일반관객에게 공개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의 출범은 일종의 실험이다. 다만 수장고의 모든 작품을 공개하는 것은 아니며 일부 작품만을 공개하는데 훼손이 쉬운 회화보다는 조각, 설치 등의 조형물 중심으로 공개된다. 창고 형태로 작품을 공개하다 보니, 관객수를 시간마다 일정 제한해서 출입을 허락하는 식으로 일정 관객수를 유지하는 등 관리에 만전을 기했다.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개방형 수장고 전경


청주 수장고의 건물은 청주 폐산업시설로 14년 동안 방치됐던 옛 연초제초장을 재건축했다. 공간의 구조나, 전반적인 골조 등은 다 예전 연초제초장 건물의 특성을 그대로 살렸다. 일제시대 쌀 창고를 예술작업장과 전시장으로 재탄생시킨 삼례문화예출촌이나, 과거 고려제강 공장 건물을 미술관이자 문화공간으로 재건한 부산의 F1963처럼 각 지역마다 옛 폐산업지역을 미술관으로 바뀌는 사례가 많고 방문객들을 유인하는 지역의 명물이 됐다. 그 공간이 지닌 역사적 배경과 예술품이 조화를 이루면서 살아있는 역사와 예술의 현장 교육장으로 활용되는 것.

 

국립현대미술관 청주관 개방형 수장고 전경


청주 수장고 역시 이런 맥락에서 청주지역의 폐산업시설이던 연초공장을 미술관으로 탈바꿈해 지역 주민 및 외부 방문객들을 유인할 수 있는 훌륭한 문화공간으로 재탄생했다. 지상 5층 규모의 이 공간에는 수장공간 10개, 보존과학공간 15개, 기획전시실, 교육공간, 관람객 편의시설 등이 갖춰져 있으며, 현재 국립현대미술관 소장품 1300여점과 미술은행 소장품 600여점이 보관중이다. 이 중 일부 작업이 공개형 수장고에서 일반 관객들을 만난다.


개방형 수장고에는 주로 조각작업이 많이 공개됐는데, 한국 근대조각 선구자 김복진의 ‘미륵불’, 니키 드 생팔의 조각 ‘검은 나나’, 미디어아트 거장 백남준의 ‘데카르트’. 이불 ‘사이보그W5’,이중섭 ‘호박’ 등의 명작들을 살펴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각 작품간 거리를 확보하고 관객 동선을 기획의도에 맞게 유도하는 전시와는 달리, 수장고라는 특성상 작품보관대 위에 층층이 조각작품을 놓아둔 모습이 이색적이었다.


 

보이는 보존과학실


수장고 외에도 특히 눈길을 끄는 시설은 ‘보이는 보존과학실’로 미술품을 어떻게 보관하며, 훼손된 미술품을 어떻게 복원하는지, 과학 시설 및 과정에 대해 자세하게 둘러 볼 수 있는 곳이다. 우리는 미술품을 하나의 완성되고 완결된 사물이라 생각하지만, 미술품 역시 시간이 흘러 훼손되기도 하고, 복구되기도 하는 등 생로병사의 과정을 거치고, 다시 복구과정을 통해 새로운 생명을 얻는다. 이 모든 순관과정을 지켜볼 수 있어 색다르게 다가온다. 과학과 예술은 다른 영역이라고 생각하기 쉽지만, 예술품의 파손을 확인하고, 복원하기 위해 갖가지 X 선 투시부터 특수 촬영 등의 과학적 방식이 동원되고, 그 과정들을 영상 및 도표 등 시각자료로 친절히 설명하고 있어 관객들에게 한층 흥미로운 정보를 제공한다.

 

강익중, 삼라만상, 1984-2014, 패널에 혼합재료, 크롬도금 청동 부처상, 패널각 50x50x400cm, 불상 92x33x33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김상우, 세대, 2003, 캔버스에 유채, 190x70x1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원성원, 드림룸-티나, 2000(2017), C-프린트, 70x10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김옥선, 해피 투게더-옥선과 랄프, 2002, 디지털 크로모제닉 프린트, 96x114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임흥순, 위로공단, 1969, 싱글채널비디오, HD, 컬러, 사운드, 95분, 41x100cm,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정연두, 상록타워, 2001, 싱글채널 비디오, 국립현대미술관 소장


한편 5층 기획전시실에서는 <별 헤는 날: 나와 당신의 이야기>라는 청주관 개관을 기념하는 기획전시도 함께 열리고 있다. 강익중, 김수자, 김옥선, 원성원, 김상우, 정연두 등 한국 대표작가 15명의 회화, 조각, 영상 등 23점의 소장품이 전시 중이다. 국립현대미술관 측은 “2019년도 하반 기에는 <현대회화의 모험>,2020년 상반기에는 <이중섭>,<김환기> 전 등을 선보이며 근대미술 걸작 전시가 열릴 예정이며, 아울러 청주지역 연계를 강화하기 위해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및 지역미술관, 작가 레지던시 등 다양한 프로젝트를 공동 추진할 계획이다”고 전했다.
 
글 석현혜 기자
이미지 제공 국립현대미술관

해당 기사는 2019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