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작가]자끄 앙리 라띠그(Jacques Henri Lartigue), La Belle France

“정신이 나갔다고 하든 말든 난 아이의 영혼을 가졌다. 좋든 싫든 아이의 영혼은 유일하게 행복한 뇌 구조이다.”
- 자끄 앙리 라띠그
 

르네, 1930년 6월 빌라르 드 랑스, 40x50cm

벨 에포크(Belle Epoque)는 ‘아름다운 시절, 좋은 시절’을 뜻한다. 1890년에서 1914년 제1차 세계대전 발발 전까지 프랑스의 황금기를 지칭하는데, 이 시절에는 이전 프랑스 혁명 이후 약 80년간 이어진 혁명, 전쟁, 폭력 등의 역사적 격동기를 지나 안정을 찾고, 과학 기술이 발전하며 풍요로운 문명을 가지게 됐다. 파리의 에펠탑이 건립되고, 만국 박람회가 열리며, 지하철이 처음 개통됐다. 거리마다 화려하게 치장한 귀부인들과 신사들이 거닐었다. 이 아름다운 시절을 자끄 앙리 라띠그(Jacques Henri Lartigue)는 기억 속에서 놓치지 않기 위해 끊임없이 사진으로 기록했다. 파리 시립 푸흐네이 도서관 수석 큐레이터인 띠에리 드빙크는 “그에게 사진은 ‘마치 잼과 같은 일종의 저장장치”라며 시럽 안에 앵두를 넣듯, 은염에 기억을 담는 것”이라 평했다.

 

ZYX 24'가 날아 오르고… 피루, 지수, 조르주, 루이, 데데 그리고 로베르도 역시 날아 오르려는 시도를 한다,1910년 9월 루자, 40x50cm


자끄 앙리 라띠그는 1894년 프랑스 쿠르브부아에서 태어났는데, 당시 그의 아버지는 철도산업에 이름을 남긴 발명가이자 사업가로, 그의 집안은 프랑스에서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재력가였다. 몸이 약하고 감수성이 예민했던 8살의 자끄 앙리 라띠그에게 그의 아버지는 카메라를 선물했다. 그는 아주 어린 시절부터 카메라와 함께 했으며, 풀솜에 싸인 듯 행복한 자신의 유년시절과 일상들을 사진에 담았다. 공놀이를 하는 유모나, 장난치는 사촌, 좋아하는 장난감과 함께하는 사진은 유년시절의 동화처럼 아름답고도 따스한 시선으로 포착돼있다.

 

들라주(Delage) 자동차, 1912년 6월 26일 프랑스 그랑프리, 50x60cm


그는 사진, 일기를 통해 그의 기억들을 기록하고 잡아두고 싶어했고, 매일 일기를 쓰며 사진도 함께 개인적인 사진집에 모아뒀다.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 화가로 활동한 그는 자신이 속한 20세기 프랑스 상류층의 여유로운 일상을 아름답게 카메라에 담았다. 특히 화가로 유명세를 얻기 시작하면서 당대의 유명 화가들과도 친분을 쌓았고, 피카소를 근접에서 촬영한 사진은 그 가깝고도 친근한 사진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다. 그의 사진 속 피카소는, 오랜 친구를 대하듯 너그럽게 열려있으며 무방비한 사적인 모습을 그대로 드러낸다. 그 외에도 아름다운 상류층 여인들과 어울리며 그들의 모습을 촬영했고, 또 속도와 스포츠에 대한 강한 애정을 가지고 비행기나 자동차 경주, 테니스를 치는 역동적인 모습 등을 담기도 했다. 이 모든 사진들은 극적인 장면을 위해 기교를 부리기보다는 순간적이지만 자연스럽고 아름답게 포착돼있다.

 

아를레트 프레보스트, 일명 안나 프라드비나와 그녀의 개 치치 그리고 고고. 불로뉴의 숲 대로, 파리, 15 janvier 1911, 40x50cm
 
"그는 평생 사치스러울 정도의 순수함으로 남아 있었는데 그 이유는 그가 일찍부터 사진미학이 '순수한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 그는 늘 개인적이고 고급스러운 예술에 머물러 있다. - 좋은 테크니션이었던 그는 너무 많이 숙련되는 것을 두려워했고 전문가가 되면 신선함을 잃어버리고 대신 직업을 얻게 될 것이라 생각했다. 그는 사진을 연출하기 보다는 찍었다.”
- 띠에리 드빙크, 사진의 마지막 창시자 中

그의 사진작업들은 1963년 뉴욕현대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의 사진부장인 존 샤코브스키 (John Szaekowski)에 의해 발견되면서, 당시 라이프지에 그의 사진이 크게 실리고 이후 열린 전시를 통해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이후 라띠그 협회(L'association Jacques Henri Lartigue)가 그의 작품을 모두 국가에 기증하면서 1979년 프랑스 정부의 국가 예술인이 됐다.


서교동에 위치한 KT&G 상상마당에서는 자끄 앙리 라띠그의 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는 프랑스 자끄 앙리 라띠그 재단(La Donation Jacques Henri Lartigue)과 알랭 귀타르 갤러리(Galerie Alain Gutharc)의 협력으로 진행되는데, 총 200여점이 넘는 그의 흑백사진을 만날 수 있다.


 

코코, 1934년 앙다예, 40x50cm

‘시간의 흐름’, ‘현대적인 안목’, ‘사진에서의 속도’, ‘가벼움’, ‘아름다운 여인들’, ‘라띠그의 피카소’, ‘미지에 대한 탐구’ 등 각 주제별로 짜임새있는 섹션으로 나눠서 그의 작품세계를 다양하게 살펴볼 수 있다. 특히 오토크롬 기법 - 초기 천연색 사진술의 일종. 프랑스의 뤼미에르 형제가 개발하여 1907년부터 상용화 되었다. 1930년대 중반에 필름이 개발되기 전까지 가장 대세를 이룬 천연색 사진술을 뜻한다 - 으로 인화된 초창기 컬러필름 작업들이나 그의 연인 비비(Bibi)의 모습을 담은 빈티지 컬렉션도 살펴볼 수 있다. 전시는 오는 8월 15일까지 진행된다.

 
글 석현혜 기자
이미지 제공 KT&G 상상마당

해당 기사는 2017년 5월호에 소개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