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이슈]MAGNUM 70


1947년 2월 6일, 4명의 사진작가 로버트 카파Robert Capa, 앙리 카르티에-브레송Henri Cartier-Bresson, 조지 로저George Rodger, 그리고 데이비드 시모어David Seymour는 뉴욕 현대 미술관(Museum of Modern Art)에 모여서 현재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사진작가들의 에이전시, 매그넘Magnum을 창설한다. 그로부터 그 에이전시의 역사가 올해로 70년이 되었다.

 
《The City in History(s) 전》 아이티, 포르토프랭스. 지진이 일어난 며칠 후. 2010년 1월 18일 ⒸMoises Saman/Magnum Photos
 

매그넘 연대기


초 단위로 일어나는 수많은 사건들을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 누구나 촬영 가능하고 SNS를 통해 누구나 빠르게 유통할 수 있다. 그리고 누구나 어디서든 사진을 즉시 확인할 수 있다. 그러나 대량의 사진이 넘쳐나고 빠르게 이동하고 있는 이 시기에도 여전히 매그넘의 자리는 유효하다. 매그넘의 사진은 여전히 우리에게 단 한 컷으로 묵직한 메시지를 전달한다. 디지털 매체의 혁명과 사진이 대량으로 제작되고, 점점 더 자극적인 사진이 넘쳐나는 가운데서도 여전히 매그넘의 사진이 우리에게 가치가 있는 것은 매그넘의 창립 멤버 중의 한 사람인 앙리 카르티에-브레송이 말한 매그넘의 비전이 여전히 이어져오기 때문일 것이다.


 
"매그넘은 지금 전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것들에 대해 인간에 대한 가치를 중심으로 사고하고 관심을 가지고, 그것을 시각적으로 보여주기 위해 열망하는 커뮤니티이다."
앙리 카르티에 - 브레송

 

《Magnum Analog Recovery 전》 할렘 패션 쇼 1963년 ©Léonard Freed/Magnum Photos <사진7>

 
앙리 카르티에 브레송이 밝힌 이러한 매그넘의 가치를 1947년부터 92명의 사진작가들이 사진의 역사를 형성해 왔다. 지금까지도 49명의 정회원 작가들이 전 세계에서 인류의 역사와 사건, 이슈들을 사진을 통해 생생하게 이야기하며 매그넘의 연대기를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올해 70주년을 맞이한 매그넘은 이를 기념하여 뉴욕과 런던, 파리, 이태리 등에서 70년 동안 매그넘이 기록해 온 지금 여기의 역사와 현재를 다양한 전시와 공공 행사로 선보인다.

 

《Magnum Manifesto 전》 독일. 베를린. 1989년 11월11일 브란덴부크르문과 포츠다머 플라츠 사이에 있는 베를린 장벽위에 한 젊은이가 앉아 외치고 있다. ⒸRaymond Depardon/Magnum Photos <사진3>


먼저 매그넘의 70년 역사를 기념하는 공식적인 전시 <Magnum Manifesto>가 뉴욕의 ICP(International Centre of Photography)에서 5월 26일부터 9월 3일까지 열린다. 클레망 셰루Clement Cheroux에 의해 기획된 본 전시에서는 매그넘의 역사를 75명의 거장들의 렌즈에 담아온 시선을 통해 확인한다. 그리고 이를 통해 70년의 역사를 훑는 이 광범위한 전시는 1947년 초창기 멤버인 로버트 카파와 앙리 카르티에-브레송, 조지 로저, 리타, 윌리엄 벤디버트, 마리아 아이스너의 생각과 이상을 추적한다.


 

《Magnum Manifesto 전》 미국, 워싱턴 DC 1967년.
미국 소녀인 잔로즈 카스미르(Jan Rose Kasmir)는 반전(反戰)주의자이고, 17세이던 1967년에 펜타곤 앞에서 베트남전 참전반대 시위 도중 꽃을 내밀고 있다. ⒸMarc Riboud/Magnum Photos ©Marc Riboud/Magnum Photos <사진1>


전시는 크게 세 섹션으로 구성된다. 에서는 전후시대의 유토피아주의와 공공성의 이상을 중심으로 휴머니즘적 시선을 가진 작품들을 보여준다. 1967년 미국의 베트남 전쟁 기간 동안 미국 주방위군이 겨눈 총구 끝에 어린 소녀가 꽃을 내미는 마크 리부Marc Riboud의 작품<사진1>을 포함하여, 섹션의 중앙부에는 폴 푸스코paul fusco의 시리즈 <케네디 대통령 장례열차>가 전시된다. 두 번째 섹션인 <Part Ⅱ: 1969-1989: An Inventory of Differences>에서는 하위문화와 소수자, 이주민 등을 집중함으로써 파편화된 세계를 보여준다. 여기에서는 대니 라이언Danny Lyon과 수잔 마이잘라스Susan Meiselas의 작품을 포함하여 미국으로 국경을 넘다가 체포되는 멕시코인들의 모습을 찍은 알렉스 웹Alex Webb의 작품<사진2>과 동독과 서독을 나눈 베를린 장벽 위에서 장벽의 제거를 외치는 젊은 남성의 모습을 담은 레몽 드파르동Ramond Depardon의 작품<사진3> 등을 감상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세 번째 섹션 에서는 끊임없이 유동적으로 변화하면서 다양한 위협 아래 있는 세계를 담은 작품들이 전시된다. 탈레반을 중심으로 기록하는 사진작가 토마스 드보르자크Thomas Dworzak부터 니스의 테러 공격의 뒷이야기를 기록한 알레산드라 상귀나티Alessandra Sanguinetti의 작품<사진4>, 그리고 영국으로부터의 독립을 주장하고 투쟁한 북아일랜드공화국군을 테러범으로 지목하고 수감시킨 메이즈 교도소의 구조를 기록함으로써 북아일랜드의 정치적 역사를 살핀 도노반 와일Donovan Wylie의 작품<사진5> 등이 소개된다.


 

《Magnum Manifesto 전》 북아일랜드. 메이즈 교소도 감방 내부. 2003년 ⒸDonovan Wylie/Magnum Photos <사진5>


전시와 함께 출판사 Thames & Hudson에서 매그넘의 역사를 집대성하여 새로운 관점으로 소개하는 책도 전시 오프닝에 맞춰 출간된다. 약 250점 이상의 작품뿐만 아니라 이전에 공개된 적 없던 자료들과 책, 매거진, 비디오 등을 보여줄 예정이다.


 

《The City in History(s)》 파리 메트로 안 전시 전경 ⒸRATP Jean-Francois MAUBOUSSIN

 

《The City in History(s) 전》 영국, 월솔 타운 센터 2011년 ⒸMartin Parr/Magnum Photos <사진6>


뉴욕 ICP에서 전시되는 공식 기념 전시 외에도 파리와 런던, 토리노 등에서도 다양한 전시가 진행된다. 174 Magnum과 파리교통공단RATP과의 협력으로 파리의 11개 주요 역에서 지난 2월 28일부터 진행된 는 6월 30일까지 진행된다. 이번 전시는 도시의 풍경을 담은 작품을 중심으로 선보인다. 쌍둥이 빌딩이 화재난 중에도 일광욕을 즐기는 브루클린 힙스터들의 모습이 담긴 토마스 회프커Thomas Hoepker의 유명한 작품이나 빨간 힐을 신고 반창고를 붙인 채 천안문 광장에서 서있는 여성의 모습을 담은 르네 뷔리Rene Burri의 컬러풀한 작품, 그리고 풍선을 들고 있는 한 남성을 통해서 영국의 한 일상적 거리에서 초현실적인 모습을 포착한 마틴 파 등의 작품<사진6> 등이 전시된다. 또한 파리 LE BAL에서 4월 29일부터 8월 27일까지 열리는 전시 는 매그넘이 시작된 1947년부터 1977년까지의 작품들을 중심으로 소개한다. 본 전시에서는 1947년부터 70년대까지 언론사에 배포하기 위해 매그럼의 유럽 글로벌 오피스로 보내진 ‘포스트카드’들을 모았다. 그 당시 사진과 함께 전달 된 기사 내용이나 캡션은 극히 일부만 보존되고 있다고 한다. 60~70년대의 흑인 인권 시대상황을 보여주는 레너드 프리드의 <사진7>나 이브 아놀드의 등은 매그넘 파리에 배포된 수천 장의 사진 중 하나이다. 한편 유럽 최대의 사진 축제 포토런던2017이 진행되고 있는 서머셋 하우스에서는 5월 18일부터 21일까지 데이비드 헌David Hurn의 작품과 그의 소장품을 중심으로 마틴 파Martin Parr가 기획 한 전시 가 열린다. 데이비드 헌은 마틴 파와 함께 약 60년 동안 다큐멘터리 사진의 전문가이자 후원자로 활동해 왔다. 그는 자신만의 감식안으로 19세기부터 현재까지를 아우르는 600점 이상의 작품을 모았다. 동료 작가들과의 교환에 의해 이루어진 그의 소장품들은 빌 브란트Bill Brandt와 다이애나 마코시안Diana Markosian을 비롯하여, 그의 작품 세계에 영향을 미친 세르지오 라레인Sergio Larrain<사진8>과 브루스 다비드센Bruce Davidsen과 같은 동료들의 작품이다. 이번 전시의 기획자인 마틴 파는 “데이비드 헌은 사진을 보는 좋은 감식안을 가졌으며, 그가 모아온 사진들을 모두 위대한 작품들이다.”라고 말하며 “그 작품들은 사진의 다양한 장르와 매그넘 작가들의 넒은 스펙트럼을 모두 아우른다.”고 설명했다. 데이비드 헌과 기획자 마틴파의 대화도 5월 19일에 포토런던에서 진행된다.


 

《Magnum Manifesto 전》 미국 2008년 ⒸAlec Soth/Magnum Photos


또한 런던에 위치한 Magnum Print Room에서는 5월 8일부터 21일까지
<Magnum Live Lab>
이라는 이름으로 조금 특별한 실험이 진행한다. 매그넘 작가인 올리비아 아서Olivia Arthur와 칼 드 카이저Carl de Keyzer, 마크 파워Mark Power는 약 2주 동안 레지던시인 매그넘 프린트 룸에서 런던의 주변부에 위치한 크러큰웰Clerkenwell이라는 장소에서 그들의 새로운 사진 작업에 착수하게 된다. 즉 한정된 지역 공간에서 세 명의 작가는 런던의 건축이나 역사적이고 현대적인 거리의 사람들, 그리고 크러큰웰을 형성하는 다양한 문화들에 반응하면서 사진의 프레임에 담는다. 그 과정에서 그들은 사진이라는 매체에 대한 질문을 수행하고 메이킹 과정에 다양한 실험을 진행하면서 레지던시를 새로운 전시 공간으로 만들 것이다.

 

《Magnum Manifesto 전》 미국, 캘리포니아, 산 이시드로, 1979년. 맥시코인들이 미국 국경을 건너려고 하다가 체포되고 있다.
ⒸAlex Webb/Magnum Photos <사진2>


이외에도 이태리의 토리노와 크레모나에서는 각각 
가 진행된다. 에서는 매그넘 작가들이 기록한 이태리의 모습 200점이 소개되며, 에서는 매그넘과 매거진의 관계에 대해 탐구한다.


 
글 오은지 기자
사진 제공 Magnum Photos

해당 기사는 2017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