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오는 9월 22일 개막한다. 기후, 재난, 이주 등 동시대 많은 비엔날레가 다루는 거대 담론에서 벗어나 오늘날 사회를 장악하는 기술 매체인 ‘사진’의 고유한 특성과 힘에 주목하는 것이 특징이다. 본 기사에서는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 만나볼 수 있는 전시와 부대행사를 비롯하여 예술총감독과의 인터뷰 내용까지 소개한다.


 

주제전시

사진의 영원한 힘

증명의 힘 《지금, 여기》

9.22-11.5 | 대구문화예술회관 1~10전시실

기획 박상우 미셸 프리조(Michel Frizot) 서 잉룽(Su Ying-Lung) 고윤정 김도연 최영지

현대 시각예술에서 매체 특수성에 관한 담론은 1990년대에 접어들며 급격히 시들기 시작했다. 그 바탕에는 매체의 고유성을 부정하는 포스트모더니즘의 확산, 디지털 기술의 보급, 예술가들의 혼합매체 사용 등이 있으며, 오늘날에는 사진을 포함한 매체의 특성을 언급하는 것은 시대착오적인 것으로 여겨지기까지 한다. 그러나 현대 예술계를 압도하다시피 하는 ‘매체 융합’의 흐름 속에서도 동시대 사진가들은 사진의 고유한 특성과 힘을 창작의 원천으로 삼고 있다. 사진 매체에 관한 질문을 다양한 작품을 통해 끊임없이 제기했으며, 끝이 없을 듯이 발전 가도를 질주하는 인공지능의 시대에도 활발히 이어지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고도화된 이미지 기술이 시각문화를 주도하고 있는 지금,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는 과감히 “다시, 사진으로” 돌아가 사진 매체만의 고유한 속성을 되짚어 본다. 이에 주제전 《사진의 영원한 힘》에서는 사진이 가진 힘을 증명, 빛, 순간, 지속, 비교, 시점, 확대, 연출, 변형 10가지 소주제로 분류하여 각 분야의 힘을 여실히 보여줄 수 있는 작품을 선보인다.


 





 
피라미드(Pyramides), 2021, 150x150 cm, 잉크젯 프린트 ⓒEdouard Taufenbach & Bastien Pourtout

 

증명의 힘 《지금, 여기》

1전시실 | 참여 작가 더기 월러스(Dougie Wallace, 영국), 리사 부크레예바(Lisa Bukreyeva, 우크라이나), 에두아르 타우펜바흐/바스티안 뿌르투(Edouard Taufenbach/Bastien Pourtout, 프랑스), 자크 빌리에르(Jacques Villière, 프랑스) 장용근(한국), 천 포이(Chen Po-I, 대만), 킹가 브로나(Kinga Wrona, 폴란드)

부정할 수 없는 사진의 힘, 바로 ‘증명’의 힘이다. 카메라라는 기계와 카메라 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특성에 따라 사진은 필연적으로 강한 증명의 힘을 갖게 된다. 프랑스의 에두아르 타우펜바흐와 바스티안 뿌르투는 <피라미드>에서 네 단계를 거쳐 사진가의 역할과 사진의 프로세스를 보여주는데, 이는 사진이 가진 탁월한 증명력의 근거를 확인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진자운동실험(Test of Harmonograph n45011), 2023, 115X91cm, Gelatin-silver print ⓒ김규식


 

빛의 힘 《지금, 여기》

2전시실 | 참여 작가 김규식(한국), 김태환(한국), 욤 아마(Guillaume Amat, 프랑스), 크리스토퍼 버튼(Christopher Button, 영국), 타비사 소렌(Tabitha Soren, 미국), 피에르 사바티에(Pierre Savatier, 프랑스), 후안 마누엘 카스트로 프리에토(Juan Manuel Castro Prieto, 스페인)

“빛이 감광판에 유발한 효과를 고정한 것”이라는 사진의 정의를 이미지로 보여주는 좋은 예시가 김규식의 <진자운동실험> 연작이다. 감광판 위에 레이저가 달린 긴 막대를 회전시켜 발생하는 진자운동의 궤적을 기록한 작품으로, 빛을 포착하는 사진의 특성을 적극 활용한 이 작품은 사진의 근원에 매우 가까이 닿아있다. 인간의 손과 의지를 떠난 자연의 무심한 회전 운동이 감광판에 중첩된 선들의 흔적을 남기면서 육안으로 볼 수 없는 경이로운 형상을 만들어 냈다. 이 신비로운 이미지는 우주 행성의 궤적, 혹은 우주가 폭발하는 태초의 순간을 형상화한다.






 

 
 

Des oiseaux, 진자운동실험(Test of Harmonograph n45011), 2023, 115X91cm, Gelatin-silver print ⓒ김규식 2017, 90x60cm, Archival Pigment Print ⓒTerri Weifenbach

 

순간의 힘 《멈춘 시간》

3전시실 | 참여 작가 곽범석(한국), 린 원치앙(Lin Wen-Chiang, 대만), 배리 탈리스(Barry Talis, 몰도바), 스벤 야콥센(Sven Jacobsen, 독일), 안준(한국), 이고은(한국), 테리 와이펜박(Terri Weifenbach, 미국)

맨눈으로 식별할 수 없는 아주 짧은 순간을 사진의 기본적인 요소인 셔터를 활용하여 포착해낸 장면이 전시된다. 테리 와이펜박은 2016년부터 2년 동안 작가가 집의 뒤뜰에 모여드는 새를 매일 관찰하며 사진에 담은 작업을 선보인다. 고속 셔터에 의해 순간포착된 새의 모습에서는 동적 에너지가 느껴지며, 평소에는 볼수 없는 새의 날갯짓은 경이로움과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메트로폴리스(Metropolis) - 자카르타(Jakarta), 2010, 80x100 cm, C-type print ⓒMartin Roemers

 

지속의 힘 《지금, 여기》

4전시실 | 참여 작가 마틴 뢰머스(Martin Roemers, 네덜란드), 섀넌 태거트(Shannon Taggart, 미국), 에두아르 타우펜바흐/바스티안 뿌르투(Edouard Taufenbach/Bastien Pourtout, 프랑스), 요시키 하세(Yoshiki Hase, 일본), 유장우(한국), 카이론 듀옹(Chiron Duong, 베트남)

3전시실에서 만나는 작품이 아주 짧은 순간을 담은 사진이라면, 4전시실에서는 그 반대의 사진이 전시된다. 장노출 기법을 활용하여 피사체의 장시간 움직임을 기록하는 사진의 특성을 활용한 작품이 전시되는 것이다. 마틴 로머스는 거대도시의 교통 상황을 장노출이 가능한 아날로그 카메라를 이용해 담아냈다. 그가 포착해 낸 장면에서는 사람과 자동차, 버스와 기차 등 이 각각의 고유한 모습을 잃은 채 흐르는 실처럼 표현되었다.


 


 
ISAAC 1991-2011, NEW YORK ⓒIrina werning


JUAN CARLOS 1982-2011, BUENOS AIRES ⓒIrina werning
 

비교의 힘 《지금, 여기》

5전시실 | 참여 작가 바바라 아이웬스(Barbara Iweins, 벨기에), 소랍 후라(Sohrab Hura, 인도), 이리나 웨르닝(Irina Werning, 아르헨티나), 천 롱후이(Chen Ronghui, 중국), 피포 응우옌-두이(Pipo Nouyen-duy, 베트남/미국), 하야히사 토미야스(HayahisaTomiyasu, 일본)

기계와 상황에 크게 의존하는 사진의 특성을 유념한 채 서랍이나 장롱속의 옛날 사진들을 떠올려 보자. 옛날 사진 속의 그 장소에서, 렌즈나 화각 등 당시와 촬영 조건을 비슷하게 만든다면 그와 유사한 사진을 얻을 수 있다. 이처럼 사진은 반복이 가능하며, 이를 통해 동일 대상의 시간대별 차이를 비교할 수 있게 한다. 이리나 웨르닝은 이러한 사진의 힘을 활용하여 <백 투 더 퓨처>를 선보인다. 오래된 가족사진을 꺼낸 그는 사진 속의 장소에서 사진 속의 인물을 소환하여 길게는 30년에 이르는 시차를 가시화했다.



 

 
People on the beach, 2019, 80x53.6cm, Archival Pigment Print ⓒJohn Yuyi


 

시점의 힘 《시점》

6전시실 | 참여 작가 심규동(한국), 아른 스벤슨(ArneSvenson, 미국), 아사코 나라하시(Asako Narahashi, 일본), 안준(한국), 조이 그레고리(Joy Gregory, 영국), 존 유이(John Yuyi, 대만)

육안으로 보는 것과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보는 것 사이에 가장 큰 차이 중 하나는 시점과 화각에 따른 원근감 조절의 가능 여부일 것이다. 크게 광각과 표준, 망원으로 나뉘는 렌즈는 각각 다른 원근감을 자아낸다. 프레임 속 피사체의 멀고 가까움은 화각이 좁아질수록 그 거리가 압축되고, 넓어질수록 확장된다. 존 유이는 이러한 사진의 특성을 적극 이용하여 작업한 <해변의 사람들>을 선보인다. 공간은 강력한 카메라의 힘 앞에서 확장되거나 압축된다.


 


 

엄마, 2016, 100x100cm, 잉크젯 프린트 ⓒ정지필

 

 




 
 

확대의 힘 《클로즈업》

7전시실 | 참여 작가 김경태(한국), 마르타 즈에르스카(Marta Zgierska, 폴란드), 에릭 프와트뱅(Eric Poitevin, 프랑스), 이자벨 샤퓌(Isabelle Chapuis, 프랑스), 정지필(한국), 조이 그레고리(Joy Gregory, 영국)

투사(projection) 원리에 기반한 카메라 렌즈는 인간 눈이 보지 못하거나, 겨우 볼 수 있는 미세한 사물을 크게 확대하는 힘을 지닌다. 정지필은 흡혈한 모기를 유리판으로 압사시키고, 죽은 모기와 그 몸에서 흘러나온 피의 형체를 접사 촬영한 <엄마> 연작을 선보인다. 손톱만한 모기가 1m로 확대되어 전시장에 나타난다. 카메라에 의해 확대된 사물은 눈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시각적 충격이나 쾌락을 제공한다.


 

 
 몽둥이와 돌(Palos y Piedras), 2020, 60x60cm, 잉크젯 프린트 ⓒNuno Perestrelo


 
 

연출의 힘 《미장센》

8전시실 | 참여 작가 고하르 다슈티(Gohar Dashti, 이란), 누노 페레스트렐로(Nuno Perestrelo, 포르투갈), 안냐 니에미 (Anja Niemi, 노르웨이), 이자벨&알렉시(Isabelle&Alexis, 프랑스), 클로이 로써(Chloe Rosser, 영국), 플로리안 드 라쎄 (Floriane de Lassée, 프랑스), 파트릭 윌록(Patrick Willocq, 프랑스)

사진가는 자신의 의도에 따라 장면을 연출하여 촬영할 수 있다. 누노 페레스트렐로는 코로나 팬데믹에 따른 격리 기간에 자신의 아이와 부엌에 있는 몇 가지 도구들을 동원하여 익살스러운 장면을 연출했다. 각종 도구들을 통해 사람들의 정체성과 문화적 특성을 부각하려는 시도가 돋보인다. 국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 긴장이 팽배하던 시기에 작가가 겪은 표현과 표출의 제약을 재치 있게 드러낸 작품이다.



 



 
 달빛 그림자, 2023, 140x180cm, 잉크젯 프린트 ⓒ이지연
 




변형의 힘 《변형》

9전시실 | 참여 작가 기욤 아마(Guillaume Amat, 프랑스), 시 판(Xi Fan, 중국), 우 취엔 룬(Wu Chuan Lun, 대만), 이지연(한국), 카이론 듀옹 (Chiron Duong, 베트남), 후앙 치엔화(Huang Chien-Hua, 대만)

사진은 촬영만으로 끝나지 않는다. 촬영 원본에 변형을 가해 본래 가진 의미를 변화시키는 것이 가능한데, 좋은 예시 하나가 ‘포토몽타주’이다. 사진의 역사에서 널리 행해진 사진 기법의 하나로, 인화 과정에서 원판이 되는 필름을 합성하는 식으로 구현되었던 초기의 포토 몽타주는 시간이 지나며 많은 예술가에 의해 다양한 방식으로 시도되었다. 최근에는 컴퓨터 기술과 결합하여 정교함이 극대화됨은 물론, 그 의미와 범위 또한 확장되고 있다. 이지연은 디지털 합성을 통해 수천 장의 사진을 모아 새로운 시공간을 만들어 냈다. 개별 사진 수천 점이 모여 만들어 내는 시각적인 효과는 대단하다. 멀리서 보면 하나의 패턴으로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개별 장면 속의 사람 하나하나에 시선을 빼앗기게 된다.


 

 



 

 

 

 



 
은폐(Concealment), 2016-2018 ⓒMaryam Firuzi

 
 

관계의 힘 《정면》

10전시실 | 참여 작가 데비프라사드 무커지(Debiprasad Mukherjee, 인도), 마리암 피루치(Maryam Firuzi, 이란), 알브레히트 튑케(Albrecht Tübke, 독일), 전제훈(한국), 최원진(한국), 프란체스코 쥬스티(Francesco Giusti, 리비아), 팀 플랙(Tim Flach, 영국)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인물 사진은 정면을 응시하는 초상화와는 다른 감정을 유발한다. 사진 속의 인물이 카메라를 보고 있다는 것은 사진을 감상하는 관객을 본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사진을 보는 관객과 카메라 앞에 실존했던 인물은 눈이 마주치게 되고, 곧바로 이 둘은 내밀한 관계를 형성하게 된다. 마리암 피루치는 젠더와 정체성, 문화 등을 주제로 작업한 <은폐> 연작을 선보인다. 이란에서 여성의 몸을 숨겨야 하는 의무, 베일의 강제적 착용을 매우 직접적으로 표현하는데, 사진 속에서 정면을 응시하는 여성의 눈동자는 관객으로 하여금 많은 호기심과 공감을 이끌어낸다.


 



 
미셸 프리조 컬렉션


 
 

특별전

사진의 돌발

9.22-11.5 | 대구문화예술회관 11전시실

기획 미셸 프리조(Michel Frizot), 서 잉룽(Su Ying-Lung), 고윤정, 임현영

참여 작가 구본창(한국), 로 휘유(Lo Hui-Yu, 대만), 리 펑(LiFeng, 중국), 타키모토 미키야(Takimoto Mikiya, 일본), 데비 프라사드 무커지(Debiprasad Mukherjee, 인도), 플로리안 드라쎄(Floriane de Lassée, 프랑스), 아나 디&누라 케이(Ana D&Noora K, 스위스), 테리 와이펜박(Terri Weifenbach, 미국), 윌 마츠다(Will Matsuda, 미국)

주제전에서 사진이 가진 ‘표현’ 능력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특별전 《사진의 돌발》에서는 은 사진 ‘수용’이 지닌 독특한 특성을 탐구한다. 사진이 회화나 문학 등 다른 어떤 매체보다 더욱 강력하게 유발하는 것은 바로 ‘돌발적인 장면’으로부터 나오는 충격과 당혹감, 애매함과 모호함이다. 사진은 왜 관객의 눈에 돌발적이고 모호할까? 이에 관하여 박상우 예술총감독은 “인간이 눈으로 보는 것과 다르게 세계를 재현하는 사진 장치 때문”이라고 말한다. 사진에서는 렌즈 등의 광학 장치를 조절하여 공간을 압축하거나 확대할 수 있고, 셔터를 통해 노출 시간을 조절하며 촬영 대상을 선명하게 고정하거나 사라지게 할 수도 있다.

그는 이러한 기계 특성에 더하여 사진과 관객이 속한 시공의 상이함이 돌발성과 모호함을 극대화한다고 덧붙인다. 관객은 사진에 찍힌 세계 밖에 위치할 수밖에 없는 숙명, 즉 사진 속의 ‘그때, 그곳’이 아니라, 사진을 보는 ‘지금, 여기’에 떨어져 나와 존재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어떤 매체보다 시각적으로 분명하게 제시됨에도 불구하고 관객은 사진 속의 상황과 맥락을 알기 어려워진다.

‘사진은 관객에게 무엇을 촉발하는가?’, ‘관객은 사진에 무엇을 투사하는가?’라는 질문에서 시작된 특별전은 관객이 사진을 바라보고 이해하는 방식을 추상적인 이론이 아니라 구체적인 작품을 통해 탐구한다. 특히 비예측성, 돌발성, 모호함이 강한 사진을 중심으로 소개하며, 이는 다시 두 가지 종류의 소주제로 나뉜다. 먼저 19세기 사진 발명부터 20세기 전반기에 촬영된 일상사진이다. 여기에는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의 큐레이터이자 세계적인 사진학자인 미셸 프리조의 컬렉션 80여 점이 소개된다. 촬영 연도는 물론 촬영자까지도 알 수 없는 사진들이지만, 특별전의 주제인 사진의 돌발성을 가장 잘 드러내고 있다. 다음으로는 국내외 동시대 예술사진 가운데 이러한 특성을 이용하여 창작된 작품을 선보인다.

대만의 로 휘유는 사진을 통해 쌍둥이의 엄마로서 정체성과 아이들과의 관계를 돌아보는 작업인 시리즈를 선보이고, 중국의 리 펑은 일상에서 삶과 순간, 사진가 사이의 관계를 탐구한 시리즈를 전시한다. 한국의 구본창은 1980년대 독일 유학 시절에 작업한 흑백 사진 작품을 선보이는데, 이처럼 프레임에 의해 시공간과 맥락이 잘려나간 흔적으로서의 사진을 우리는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각기 다른 시기와 목적 아래 촬영된 사진들은 하나의 전시 안에서 서로 긴밀하게 연동한다. 오래된 일상사진과 동시대의 예술사진이 ‘사진의 돌발성’을 중심으로 서로 어떻게 조응하는지 눈여겨보자. 이는 시각적인 충격을 넘어 ‘사진을 본다는 행위’와 ‘사진과 관객의 관계’에 대한 성찰의 기회가 될 것이다.









 



 
미셸 프리조 컬렉션



미셸 프리조 컬렉션
 
미셸 프리조 컬렉션



 




 
Illustrations, White Night series, 2022 ⓒFeng Li



The Self-gazing of a Mother No.08, 2018 ⓒHui-Yu Lo



 



 
Europe BW 14(N0.), Hamburg, Germany, 1980, 35x53cm, 잉크젯 프린트 ⓒ구본창


 

스타트업

인카운터 VII: 이야기들

9.16-10.15 | 대구예술발전소 수창홀

기획 이혁준, 이재현

참여 작가 권현진, 김현수, 이언경, 조현택

2021년 개최되었던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 포트폴리오 리뷰에서 우수포트폴리오로 선정된 4인의 작품이 전시된다. 권현진은 높은 채도의 색을 사용하여 현실에서 볼 수 없는 색채와 빛의 세계를 담아내는 를 선보인다. 작가는 가상과 상상으로 만들어진 추상 이미지 위에 새가 날아가거나 꽃이 피는 등 자연의 형상을 더해 몽환적인 이미지 만들었다. 김현수의 은 조경수의 형태에서 느낀 이질감에서 시작된 작업이다. 단정하게 손질된 조경수는 나무 본연의 자연스러움과는 거리가 있는데, 작가는 이러한 조경수를 통해 타인의 기준에 맞춰 살아가는 현대인의 모습을 반영해냈다. 이언경은 죽음에 대해 직접적으로 생각하며 작업한 <솜사탕과 부처>를 선보인다.


 



 
스톤마켓, 부산, Pigment Print, 120X376cm, 2020 ⓒ조현태

 

작가는 평범한 일상이 담긴 이미지들에 문맥을 만들고 이미지 간의 관계와 조합을 강조하며 죽음이라는 주제를 파고들었는데, 이를 통해 자신이 갖고 있던 생과 사에 관한 관념을 깰 수 있었다고 전한다. 조현택은 <스톤 마켓 : 믿음의 중간지대>에서 종교시설에 놓이기 전의 조각상을 주목했다. 작가노트에는 “부실한 토양 아래 가장 좋은 것들을 모아 믿음과 상술을 더한 갖가지 종류의 조각들이 널려있다”며 한국에서의 종교의 현지화에 관하여 “출생은 없고 자라남만 존재하는 형국이다. 맥락 없는 건축과 집들이 나타났다가 사라진다”라고 남겼다.

장롱 속 사진전:학창시절, 그때의 이야기

9.21-10.27 | 대구예술발전소 3층 미디어월

기획 송호진, 이강철

7월 한 달간 공모를 통해 접수된 대구·경북지역 시·도민들의 장롱 속에 들어있는 추억의 사진을 꺼내 선보인다. 수학여행이나 학예회, 단체 기념사진 등 지역민의 옛 사진을 감상할 수 있는 전시로, 보다 친숙한 사진과 함께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중요한 화두인 ‘사진의 힘’에 관하여 생각해 볼 기회를 제공한다. 송호진 큐레이터는 “장롱 속, 서랍 속, 빛바랜 앨범에 잠들어 있던 옛 사진을 세상 밖으로 불러내어 시간과 공간, 세대를 넘어 지역 문화에 대한 자부심을 고취시켜 줄 귀한 전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김훈, 합동연주(1979)

 

영아티스트: 여전히 밝고, 아직은 어두운

10.5-11.2 | 경북대학교미술관 1,2 전시실

기획 홍진훤, 박기덕 | 참여 작가 민영영, 박금비, 양지훈, 정현민, 현다혜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가 탐구하고 있는 사진의 고유한 특성과 ‘사진적인 사진’을 동시대적으로 해석하고 확장한다. 다섯 명의 젊은 작가는 5개월 동안 함께 워크숍을 진행하며 ‘사진의 규정’이 더 이상 선언이 아닌 질문의 형태임을 인정하고 불확정적으로 유동하는 사진의 상태를 인정하고 그 가능성을 상상하며 작업했다. 이들은 저마다의 방식으로 기성의 사진들과 불화하며 지금 우리가 고민해야 할 사진의 경계를 가시화했다.

박금비는 인공지능 알고리즘을 탐구하며 사진을 둘러싼 기계-화학-광학의 역사가 각각 다른 모습이지만 같은 욕망으로 작동했음을 이야기한다. 양지훈은 각종 불펌 영상의 형식과 내용을 분석했는데, 그중 삼각형 필러박스에 가장 집중했다. 작가는 화면과 영상의 비율 차이로 생기는 이 검은 박스가 불펌을 위해 삼각형이 되었고, 이 검은 삼각형이 하나의 서사, 하나의 이미지가 되었다고 말한다. 정현민은 워커 에반스의 사진을 동시대의 기술로 재촬영하며 실제와 가상의 구분이 어떻게 가능한지 사진 매체 실험을 진행했다. 민영영은 무당인 엄마를 기록하고, 그것을 자신의 규칙에 따라 포개고 겹친다. 하나로 규정될 수 없는 한 사람의 복잡성을 말하기위해 다양한 층위에서 대상을 드러낸다. 현다혜는 피해자나 영웅의 위치에 서만 재현되어 온 여성 공장노동자들에 집중했다. 작가는 지속적으로 그들과 대화를 나누는 등 자신이 그리는 가장 아름다운 모습으로 그들에게 연대의 손을 내밀었다.



 


 
ⓒ민영영


ⓒ현다혜


 

ⓒ정현민

 

프린지 포토 페스티벌

9.22-11.5 | 대구광역시 전역

기획 송호진, 이강철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시민 참여형 전시 가운데 하나인 프린지 페스티벌에서는 대구 시민이라면 누구나 전시기획자, 사진가가 될 수 있다. 고정된 틀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상상력과 실험정신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사진을 대구 시내 곳곳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이태헌

 

초대전시

대구사진사 시리즈 Ⅲ: 대구, 사진 힘의 발원지

9.2-11.5 | 대구문화예술회관 13 전시실

기획 정재한, 성병철

전시 작가 구왕삼, 안월산, 최계복, 대구사우회 회원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열리는 도시인 ‘대구’의 사진적 의미를 짚어보는 전시다. 근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국내외 사진예술의 발전과정 속에서 ‘대구’는 어떤 시대적 의미를 가지고 있으며 그것을 토대로 지금 무엇을 지향하는가를 조망한다. 사회적으로나 문화적으로 격동기였던 1910년대를 시작으로, 마침내 세계로 발돋움하게 된 1980년대까지의 기간에 걸친 사례를 세 가지 파트로 나누어 전시한다.

첫 번째로는 한국의 근대 예술 발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해온 ‘대구’가 왜 ‘사진’ 매체의 중요성을 강조하는지에 대한 문제 제기를 구왕삼, 최계복, 안월산의 사진으로 시작한다. 두 번째로는 사진 문화의 정착기였던1950년대부터 1970년대까지, 지역 미디어(대구매일신문, 영남일보, 대구일보)를 기반으로 활동했던 김재수의 150여 건에 달하는 투고 활동을 정리 하여 당시 지역 사회에서 사진 문화가 차지하는 비중과 역할에 대하여 돌아본다. 마지막으로는 ‘대구사우회’를 중심으로 한 공모전과 동호회 활동의 성과와 의미 제시하며 대구 사진 예술의 발전과 토대를 마련해 온 아마추어와 창작동호인들의 활약을 선보인다.

기획전시

대구의 그때와 지금:사진 비교의 힘

9.1-10.15 | 동대구역 3번 출구 광장

기획 장용근, 박민우

참여 작가 박민우, 박창모, 배경주, 우동윤


 


 

계명대네거리 ⓒ박창모

 

 

 

손대익, 학도병 ⓒ우동윤

 

과거 사진을 수집하고 그 사진과 같은 장소, 혹은 인물의 현재 모습을 촬영하여 사진을 통해 그때와 지금을 비교해 보는 전시이다. 주제전에서도 강조한 바 있는, 사진이 가진 ‘비교의 힘’을 체감하며 대구와 대

구시민의 옛날과 지금을 화이트큐브의 전시장이 아닌 동대구역 광장에서 확인할 수 있다.

연계전시

방천을 다시 기록하다

9.22-11.5 | 방천시장, 김광석거리 일대

기획 유지숙, 나현철 | 참여작가 김동선, 김태욱, 박토마스,

석재현, 양성철, 한상권, 황인모

‘방천시장’은 1,500여 점포를 자랑했던 찬란한 전통시장 역사를 가진 곳이지만, 시간이 지나며 쇠락하기도 하고 김광석길이 만들어지기도 하는 등 그 모습을 자주 바꿔왔다. 사진가들은 이러한 변화를 각자의 방식으로 기록해 왔다. 김동선, 박토마스, 석재현, 양성철, 김태욱, 한상권, 황인모에 의해 기록된 방천시장의 옛 모습과 지금의 모습이 함께 전시된다.


 

진수네포차, 2023 ⓒ석재현


 

Summertime in Q

9.21-10.27 | 대구예술발전소 3층 미디어 팩토리

기획 양성철 | 참여작가 공진미, 권태화, 김문영, 안영현, 이

영숙, 이원희, 임영미, 정옥순, 황혜경

한국사진작가협회 대구광역시지회 기획사진전이다. 참여 작가들은 장마와 무더위가 기승을 부린 초여름부터 100여 일 동안 대구에서 만나 교류하며 작업을 이어 나갔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고 같음을 공감하며 각자의 주제를 발전시켰는데, 이 전시를 기획한 사진가 양성철은 “그동안 뭔가를 이루었다는 자만보다 내일의 완성이 예상되는 작업들로 기억되기를 바라면서 이 전시를 준비했다”고 전한다.



 



 
너로 인해 빛을 보다 ⓒ김문영

 

체험교육

포토북 페스티벌:

사진의 힘, 책이 되다

9.22-11.5 | 대구문화예술회관 12전시실 | 기획 김진영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주제전과 특별전에 참여하는 작가들의 포토북이 전시된다. 과거와 달리 동시대 포토북은 그 자체로 독창적인 예술작품이 되는 경우가 많으며, 책 안에 든 사진의 의미는 본래의 의미에서 확장되고 변형된다. 포토북은 이미지와 텍스트 등의 재료가 다양한 형식적 매개 변수를 거쳐 완성되는데, 포토북을 통한 사진의 경험은 책이 가진 물성이 독자와 만나는 데서 그 특수성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동시대 포토북을 소개하는 본 전시를 통해, 새로운 감각으로 만들어진 책을 만나볼 수 있다.

사진 워크숍:사진의 힘과 동시대 시각문화

9.22-10.20 | 대구문화예술회관 달구벌홀, 중정홀 | 기획 박평종

사진이 동시대 시각문화에서 어떤 양상으로 펼쳐지고 있는지 살펴본다. 사진의 특수성은 사진 발명 이래 우리 시각문화에 혁신적인 변화를 일으켰으며, 일상뿐만 아니라 학문, 예술 등 모든 영역에서 그 영향력을 실감

할 수 있다. 강연의 형태로 이루어지는 이 워크샵에는 올해 비엔날레의 예술총감독과 큐레이터, 주제전과 특별전 참여작가 등이 강연자로 참여한다. 동시대 시각문화의 주요 현안을 16개 주제로 나누어 심도 있는 이야기를 나눌 예정으로. 강연의 주제와 세부 일정은 아래 QR을 통해 대구비엔날레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

박상우 예술총감독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주제는 사진이다. 카메라 밖으로 향하던 시선을 카메라 내부로 옮겼다. 이는 서사를 구축한 주제 중심의 사진 전시의 경향과 대비되며, 환경이나 재난 등 거대 담론을 다루는 동시대의 비엔날레와도 비교된다. 현대 예술계에서는 언급하기를 꺼려하는 ‘매체 특수성’을 전면에 내세운 것도 특이하다. 박상우 예술총감독을 만나 다소 뜻밖의 주제와 그 당위성에 대해 들어보았다.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예술총감독을 맡았다. 이전까지 예술총감독은주제전만 기획하던 것과 달리, 이번에는 예술감독이 비엔날레 전반을 총괄하는 ‘총감독 체제’로 바뀐 것이 눈에 띈다.
대구사진비엔날레 감독 제의를 받았을 때, 정말 새로운 종류의 전시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 그래서 아무런 간섭 없이 준비할 수 있도록 비엔날레 기획의 전권을 요구했고, 주관처인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돌아온 제안이 ‘총감독 체제’였다. 그렇게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예술총감독을 맡아 이번 비엔날레의 주제부터 모든 것을 감독하게 되었다.

사진비엔날레의 주제가 사진이다. 다소 신선하게 느껴지는데, 주제 선정 과정에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무엇인가?
예술총감독으로 선임된 이후 세계 각지에서 열리는 동시대의 비엔날레나 사진축제를 조사했다. 정치, 환경, 기후, 재난, 이주, 여성, 소수자, 공존 등의 주제어가 계속해서 반복되고 있었다. 이미 많은 곳에서 다루는 거대 담론을 반복하고 싶지 않았고, 도전적이고 새로우며 명확한 문제의식을 제시하는 ‘비엔날레’의 본질적인 존재 이유에 집중하기로 했다. 지금 사회에서가장 중요한 게 무엇인지 고민했고, 그 가운데 가장 생산적인 주제, 즉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을 찾았다. 사회를 장악하고 있는 기술매체, ‘사진’이었다. 우리의 의식과 지각 방식, 감각 구조까지 장악하고 있는 사진이 동시대 시각 예술에서 얼마나 중요한 힘을 발휘하고 있는지 돌아보는 자리를 마련코자 했다. 이 중요한 내용에 관해 깊게 고민하고 있는 이가 있는데, 바로 세계적인 사진학자이자 이번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의 큐레이터인 미셸 프리조(Michel Frizot)이다. 사진이 우리의 의식과 지각 방식, 감각 구조까지 장악하고 있다니, 쉽게받아들이기는 어려운 내용이다. 또한 인공지능 생성 이미지와 포스트모더니즘 매체 융복합의 시대에 사진 매체 특수성을 조명하는 것이 심상치 않은데, 어떤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인지 듣고 싶다. 정확하게는 동시대 ‘시각 예술’에서의 사진 매체는 어떤 힘을 발휘하는가에 더욱 주목했다. 사진은 팝아트, 대지미술, 퍼포먼스 등과 함께 예술의영역에 진입하고, 1980년 베니스비엔날레를 기점으로 현대 예술계의 주요 화두에 오른다. 이 시기에 많은 예술가가 사진을 사용하기 시작하는데, 회화나 조각 등 다른 매체에서 불가능한 표현 능력을 발견하기 때문이다. 사실 이번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해외 작가 70% 이상이 자신을 사진가로 소개하지 않는다. 의문이 생기지 않나? 사진이 뭐기에, 그 특성은 어떻기에, 어떤 힘이 있기에 동시대 예술가들이 이렇게나 많이 사용하고, 또한 창작의 원천이 되는지 말이다.

사실 예술계 안팎에서 많은 비판이 있을 수 있다. 매체 순수성을 지향했던 모더니즘으로 퇴보하는 것이냐, 인공지능 기술이 이미지 영역을 주도하고 있는데 사진의 힘을 이야기하느냐, 등등. 디지털 사진의 등장 이래 ‘사진 이후의 사진(Post-Photography)’을 이야기하며 “사진은 죽었다”고 말하기도 한다. 그러나 명백한 것은, 첨단 이미지 기술의 바탕에는 사진이 있으며, 오늘날의 이미지는 사진의 지배 아래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너무나 사진적인 세상에 살고 있다. 날마다 많은 정보를 사진으로 흡수하고 축적한다. 한 번도 본 적 없는 바이든 대통령의 얼굴이나 가본 적 없는히말라야 풍경을 아는 것은 바로 사진 때문이다. 사진을 통해서 정보를 얻고, 기억 속에 사진 이미지를 저장해 놓은 우리는 이제 세계를 사진적으로 바라보게 된다. 나는 이를 ‘사진적인 인간’이라 한다.

사진으로 세상을 받아들이고 기억하는 것을 넘어 사진적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진적인 인간이라, 자세하게 듣고 싶다.
우리가 생각하고 바라보고 행동한다는 바탕에 사진이 있다는 것이다. 이를테면 전철에서 누군가 입은 옷이 인기가 많다는 것을 알아채는 일이 종종 있는데, 그걸 어떻게 알았을까? 인터넷이나 잡지에 실린 사진을 통해서일 것이다. 그 사람은 그 옷을 어떻게 샀을까도 상상해 보자. 아마 사진을 보고 샀을 거다. 일상에서 내리는 많은 판단의 근거가 사진이다. 이런 상황도 떠올려 보자. 슬픈 일이 있어 우는데, 어떤 영화에 나온 이별한 주인공이 울던 모습이 그려진다. 그가 우는 모습과 나의 모습을 비교하게 되는것이다. 이처럼 사진(영상)이 항상 머릿속에 있고, 사고하는 방식에 큰 영향을 끼친다. 하루에 인스타그램에 업로드되는 사진이 몇 장일까? 휴대폰이새로 출시될 때마다 가장 달라지는 건 카메라 아닌가? 이런 것이 우리 사회에 가장 강력한 매체가 사진임을 알려주는 지표이며, 외면해서는 안 된다. 이처럼 너무나 사진적인 시대에, 사진의 힘을 돌아볼 필요는 충분하다.

사진의 끝을 외치는 시대에, 여전히 건재한 사진의 힘을 보여주는 것이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의 핵심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를 위한 준비 및 기획과정에서는 무엇에, 어떻게 주목했는지 궁금하다.
먼저 주제전에서는 사진의 특성에 기반한 동시대 작품 가운데 사진의 원초적인 힘과 에너지가 강력하게 드러나는 작품에 주목한다. 감광판, 렌즈, 셔터라는 사진 장치의 능력을 최대한 활용한 작품이 전시되는데, 사진이가진 힘을 10가지(증명, 빛, 순간, 지속, 비교, 시점, 확대, 연출, 변형, 관계)로 분류하여 아주 구체적이고 명확한 소주제를 제시한 만큼 딱 맞는 작품을 고르는 것이 어려웠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예술시장과 거리가 먼 작가가 많이 참여한다는 것에 주목할 만하다. 그간 조명 받지 못했지만 작품성은 뛰어난 작가가 많고, 사진의 힘을 잘 드러냈다면 비전업 작가도 초대했다. 작가의 명성은 중요하지 않았다.

주제뿐만 아니라 작가 선정 과정에서도 비엔날레 정신을 소중하게 여긴 것이 드러나는 대목이다. 이번 비엔날레의 대표 전시로도 볼 수 있는 주제전은 그 제목이 “사진의 영원한 힘”인데, 사진의 힘이 정말 영원히 유효할지에 대해서 의문이 든다.
우선 사진의 특성을 말하자면, 아날로그와 디지털 사진을 관통하는 사진의 특성은 변하지 않았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빛의 기록, 즉 감광판에 일으킨 빛을 고정한 것이 사진인데, 감광판 하나만 달라졌을 뿐 그 원리와 정의는 다게레오타입부터 지금의 디지털에 이르기까지 변함이 없다. 사진의 힘 또한 영원하다. 이번에 제시한 사진의 힘 10가지는 사진이 발명된 19세기부터 지금까지 유효하며, 앞으로도 예술 이외의 사회, 과학, 정치 등 모든 분야에서 그럴 것이다. 한 번도 만난 적 없는 가수를 좋아하고, 병원에는 CT, MRI, 내시경 촬영을 한다. 그 바탕은 사진이 아닌가? 덧붙이면 현대 시각 예술에서 발휘하는 사진의 힘 또한 영원하다. 사진가가 아니더라도 많은 예술가가 앞서 언급한 사진의 힘과 특성을 적극 활용하여 작품을 제작한다. 오직 사진만이 표현할 수 있는 작품, 가장 사진적인 사진을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주제전과 특별전 등에서 만나볼 수 있다.

사진의 영원한 힘을 정리해 본다면, 방금 말한 ‘사진적인 사진’이란 다른 매체와 구별되는 사진의 특성과 사진 장치의 힘이 발현된 사진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을까?
그렇다. 좋은 예시가 특별전에서 전시되는 미셸 프리조 컬렉션 중 비둘기가 날아가는 사진이다. ‘순간 포착’과 ‘플래시’를 통해 사진 장치만이 표현할 수 있는 이미지로, 아주 사진적인 사진이다. 장치에 관해서는 발터 벤야민의 ‘광학적 무의식’을 짚고 넘어가면 좋을 것 같다. 기본적인 사진 장치는 렌즈, 셔터, 감광판이다. 렌즈와 셔터 조작으로 감광판에 만들어지는 이미지는 인간의 눈으로 볼 수 없는 광경이다. 가령 어떤 공간에서 1/1000초라는 시간 동안 벌어지는 일은 인간의 눈으로 포착할 수 없지만 카메라는 가능하다. 즉, 카메라는 시공간을 확장하는데, 이 확장된 시공간을 가리켜 벤야민은 『간략한 사진의 역사(Kleine Geschichte der Photographie)』에서 “광학적(시각적) 무의식”이라 표현했다. 그는 사진을 통해서 “우리가 본 것을 선명하게” 하거나 “물질의 새로운 구조”를 발견할 수 있게 되었다고 주장하며 “카메라는 육안과 다르게 세계를 본다”고 말했다. 따라서, 모든 사진은 근본적으로 예상할 수 없고 예기치 않으며 돌발적이라는 결론을 얻을 수 있는데, 특별전 《사진의 돌발》에서는 이러한 사진의 특성을 집중 조명한다.

전시를 보는 관객은 저마다 개인적인 사진 경험도 끌어내면서 또 다른 사진의 힘을 발견하게 될 수도 있을 것 같다. 특히 생활, 실용적인 측면에서 는 사진이 갖는 강점이 많을 텐데.
사진의 힘은 아주 다양하다. 비엔날레에는 동시대 예술가 사이에서 가장 많이 사용하는 힘과 특성을 모아놓은 것뿐이다. 예컨대 카메라로 촬영하면은 빠짐없이 기록하고 정확하게 표현해내는 디테일의 힘, 방사선 촬영처럼 비가시 영역을 보는 탐지의 힘 등 아주 평범한 일상에서도 우리는 사진의 힘을 실감할 수 있다. 사실 전시에서 선보이는 예술의 영역에서 사용되는 힘도 실생활에서 자주 이용되곤 한다. 이를테면 성형외과 광고 사진에 서는 비교의 힘을, 범죄 수사에 있어서는 증명의 힘을 이용하지 않나. 원리와 특성이 같으니 겹치는 것은 당연하다. 사진이란 무엇인가, 그리고 사진의 힘에 대해서 곰곰이 생각해 볼 좋은 기회가 될 듯하다. 이와 관련해서 비엔날레가 열리는 대구 지역의 시민에게 선사할 특별한 즐거움도 있을 것 같다. 대구 시민이라면 더욱 흥미롭게 관람할 수 있는 전시를 만들기도 했다. 물론 이 모든 전시의 기초에는 사진의 특성, 특히 비교의 힘이 강하게 드러나는 사진을 두었다. 초대전 《대구 사진사 시리즈》가 그러하고, 기획전 《사진 비교의 힘》이 그렇다. 연계전시 중 하나인 《방천을 다시 기록하다》에는 옛날과 지금의 방천시장 상인들이 사진 속에 등장하기도 한다. 관객 참여 프로그램도 준비했다. 4m의 높이의 큰 대형 스크린에 관객이 촬영한 사진을 전사한다. 관객이 전시의 주체가 되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다고 본다. 끝으로 제9회 대구사진비엔날레를 즐길 수 있는 팁을 준다면? 사진을 보면서 느끼는 감정은 그림이나 문학에서 얻는 것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이번 비엔날레에는 이러한 사진적인 감정을 불러일으킬 수 있는 사진을 모았다. 롤랑 바르트는 『밝은 방(Camera Lucida)』에서 나폴레옹의 동생 제롬의 사진을 보고 놀라며 이렇게 질문한다. 왜 이 사진은 나에게 이런 놀라움을 불러일으킬까? 사진이 다른 이미지와 어떻게 다르길래? 그는 이어서 말한다. “나는 무슨 수를 쓰더라도 사진 자체가 무엇인지그것은 어떤 특징을 통해 다른 매체와 구분되는지 알고 싶었다.” 바르트가느낀 것처럼, 비엔날레의 관객 또한 전시되는 사진을 보고 놀랄 것이다. 그 원인이 무엇일지 깊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그럼 알게 될 것이다. 그 이유는 사진 작업이 담고 있는 주제가 아니라, 바로 ‘사진’ 자체가 지닌 놀라운 힘이라는 것을.

*해당 기사는 2023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주제전시 입구




 

주제전시

사진의 영원한 힘

 





 

특별전

사진의 돌발
 





 

초대전시

대구사진사 시리즈 Ⅲ: 대구, 사진 힘의 발원지
 




 

연계전시

Summertime in Q
 





 

기획전시

대구의 그때와 지금:사진 비교의 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