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이슈]2018 Asian New Wave 한·중·일 동아시아의 젊은 작가들⑥

어느 영역이든 젊은 피가 돌아야 지속될 수 있다. 젊은 작가들의 새로운 시도는 사진계에 활력을 불어넣어준다. 사진예술은 이번 스페셜 이슈에서 한국, 중국, 일본에서 사진공모전에서 수상하며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젊은 작가들을 소개한다. 한국 이재욱, 조경재, 일본 타이스케 나카노, 켄타 코바야시, 중국 첸 즈어, 픽시 리아오. 디지털 시대에 태어난 이들은 사진 매체에 대해 전세대보다 더 열려있고 유연한 태도를 견지하며, 때론 사진의 물질성을 실험하는 과감한 시도로, 때론 진지한 관찰과 사회 통념에 대한 도전으로 자신만의 작품세계를 구축하고 있다.  한중일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젊은 작가들의 작업을 통해 지금 동아시아 사진계에 밀려오는 새로운 물결을 느낄 수 있다.  - 편집자 주


이재욱 JAEUK LEE
조경재 Kyoungjae Cho
켄타 코바야시 Kenta Cobayashi
타이스케 나카노 Taisuke Nakano
첸 즈어 Chen Zhe
픽시 리아오 Pixy Liao


 
Experimental Relationship
픽시 리아오 Pixy Liao


 

Red Nails, 2014 ⒸPixy Liao

 

Hang in there, 2015 ⒸPixy Liao
 

Untitled, 2018 ⒸPixy Liao


픽시 리아오의  ‘Experimental Relationship’은 사진을 통해 남녀 관계의 고정관념에 도전하는 재기발랄한 실험이다. 펑범한 남녀 연인관계를 찍은 듯 한데, 어딘가 통상적으로 봐오던 남녀 구도와는 좀 다르다. 붉은 손톱이 강조된 가운데 손가락을 올리고 있는 여성이나, 하체를 드러낸 채 옷걸이에 무기력하게 걸려있는 남성, 옷을 입고 있는 여성이 나체의 남성을 안고 있다. 사진 속에 남성은 여성이 다루는 일종의 소품처럼 취급되기도 한다. 입맞춤을 할 때도 남성은 다소곳이 기다리고, 여성이 적극적으로 입을 벌리고 다가간다. 사진 속 확대경은 이런 입맞춤에서의 미묘한 태도 차이를 확대해서 자세히 들여다보게 한다. 픽시 리아오의 이 사진들은 남녀관계에서 주로 남성이 주도하고, 여성은 수동적으로 이에 응한다는 선입견을 뒤집는다. 


중국 상하이에서 태어난 픽시 리아오는 미국으로 이민했을 때, 5살 연하의 일본인 남자친구 Moro를 사귀었다. 5살 연하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그녀의 사진 프로젝트 ‘Experimental Relationship’(2007-2016)를 시작하는 단초가 됐다. 5살 연상의 그녀는 연인과의 관계에서 자연스럽게 자신이 주로 주도하는 입장에 섰는데, 이런 이들의 관계를 주변 사람들이 낯설게 본다는 것을 느꼈다. 알게 모르게, 적극적인 남성과 소극적인 여성이라는 선입견이, 역전한 관계를 사람들은 신기하게, 혹은 불편하게 바라본 것. 픽시 자신조차도, 연하 남자친구를 만나기 전에는, 자신의 남자친구가 자신보다 연상이며, 자신의 보호자이자 멘토가 될 것이라 생각했었다.

 

Carry the Weight of You, 2017 ⒸPixy Liao

 
그래서 그녀는 이런 우리 안에 내재한 통념을 역전한 상황들을 연출해 사진 찍기 시작했다. 그는 자신의 작업이 “이성애 관계에 대한 대안적 가능성을 실험한다”며 “만약 남성과 여성이 자신의 성역할을 바꾸고, 힘의 관계를 역전했을 때 무슨 일이 일어날지, 이 프로젝트는 사랑과 증오의 관계를 묘사한다”고 밝혔다. 2006년부터 시작한 이 작업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픽시 리아오는 이 시리즈로 Photography Now, Flash Forward Award 등 국제적 사진상을 다수 수상했으며, 지난 5월 이 시리즈를 정리해 사진집을 출간했다. 이 사진집은 2018 아를 국제사진제의 Author Book Award에서 최종후보에 올랐다.


 
글 석현혜 기자
이미지 제공 Pixy Liao (pixyliao.com)


해당 기사는 2018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