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미래작가상 수상자 손샛별, 박승만, 송태완

수 많은 공모전과 예술상 안에서도 ‘미래’와 ‘젊음’을 키워드로 한 예술상은 유독 눈길이 간다. 특히 그 주인공이 대학생이라면 더욱 그렇다. 이른바 ‛나만 알고 싶은ʼ 작가를 미리 선점하게 되는 셈. 현재 사진계에서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작가 윤관식과 안종현을 비롯해 최현진, 박초록, 윤병주 등이 그러했다. 미래작가상에서 출발한 그들은 현재, 사진 비평상, 중앙미술대전, 두산연강예술상 등을 수상하며 미래작가상에서 처음 보여준 자기 세계를 문화예술계까지 무한히 확장 중이다. 그래서 이번 2016 미래작가상 수상자로 선정된 3인의 첫 전시를 보면서 우리는 또 다른 사진 예술의 미래를 점쳐 볼 수 있다.

올해로 10회를 맞이한 2016 미래작가상에는 154명의 대학생이 포트폴리오를 출품해, 그 중 박승만의 〈죽음, 그리고 남겨진 것들〉과 손샛별의 〈발굴연도 : 2093년〉, 그리고 송태완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이 선정됐다. 수상자 3인은 이후 튜터 구본창 작가와 박선민 작가, 원서용 작가, 그리고 원성원 작가를 만나 6개월 멘토링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지금 그들의 성장된 작업이 캐논 갤러리에서 2월 9일부터 3월 5일까지 진행중이다. 작가로서의 첫 발을 뗀 그들을 만나 작품과 멘토링 과정에 대해 물어보았다.
 


경주_허니버터칩, inkjet print, 2016 ⓒ손샛별



통장,  inkjet print, 2016 ⓒ손샛별

 
수상자 손샛별 (상명대학교) / 튜터 박선민 작가

손샛별의 작품 〈발굴연도 : 2093년〉은 지금 우리가 사용하는 물건들이 미래에 발견되는 현장을 재현하고 있다. 그것은 미래는 연속된 또 다른 현재라는 인식의 재현이기도 하다. 튜터 박선민 작가는 손샛별 학생과의 멘토링 작업에 대해 “내가 처음 작업하던 옛날 시절이 떠올라 즐거웠다”고 말하며 “어떻게 해야 하나의 답이 아니라 더 많은 가능성 보여줄 수 있을지 고민했다” 고 전했다. 

이번 전시의 내용이 궁금하다. 어떤 주제로, 어떻게 시작하게 됐고, 어떤 과정을 거쳐서 전시에 이르게 됐는가.
나는 93년생이다. 작품 〈발굴연도 2093년〉은 내가 100살이 되는 해에 지금의 일상적인 사물들이 어떤 유물이 될 거라는 컨셉으로 작업을 한 것이다. 유엔미래보고서를 보면 없어질 물건들이 있다. 안경도 없어지고 동전도 없어진다. 스마트폰도 지금의 형태랑 많이 다를 테니까 말이다.

수상했을 때 당시의 감정과 6개월 멘토링 과정을 거쳐 전시하고 난 이후의 감정은 또 다를 것 같다. 처음 공모전에 참여했을 때의 자신과 비교한다면, 본인이 성장했다고 생각하는가. 
처음 공모전에 지원했던 사진과 멘토링을 받은 이후의 사진은 많이 다르다. 멘토인 박선민 작가와 기술이나 테크닉에 대해서는 많이 얘기하지 않았다. 오히려 어떻게 작업할지를 중심으로 대화를 많이 했다. 나는 답을 정해 놓고 촬영하는데, 박선민 작가의 경우 어떤 물건을 생각하고 찾아가는 게 아니라 일단 장소에 가서 발견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수상 작품이 있는 벽 한 켠의 작업은 멘토를 만나서 발전시킨 작업이다. 가령 이전에는 코끼리를 찍겠다 생각하고 가서 코끼리를 찍었는데, 박선민 작가를 만나면서 눈에 보이는 것보다 ‘사랑’과 같은 추상적인 것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내가 가진 한계를 어느 정도 극복한 것 같다.

박선민 작가에게 받았던 조언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고, 또 본인을 변화하게 한 조언은 무엇인가.
아예 백지상태에서 마인드맵처럼 써보고 촬영도 해보라고 했다. 내가 자꾸 하나의 답을 정해놓고 찍으려 하니까 “맘에 안 들면 지우면 되는 건데 왜 이렇게 겁이 많냐”고 했다.(웃음) 나는 한번에 답을 정해놓는 방식이었던데 반해, 박선민 작가는 “답은 계속 바꿀 수 있는 것이고, 수정하다가 또 다른 답이 계속 튀어나오는 거”라 했다. 그리고 나는 사진에 뭔가를 많이 넣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많이 덜어내야 한다는 조언도 와 닿았다.

이번 미래작가상 수상과 전시가 본인에게 어떤 의미인가. 자신의 작품이 전시장에 걸리고 또 작가로서 작품 설명을 하고, 무작위로 대중을 만나게 되는 이번 전시가 어떤 의미인지 궁금하다.
원래 사진을 찍으면 할머니와 친구들에게만 보여줬었다. 그런데 이렇게 전시장에 작품을 걸어 놓으니 방금 전에도 어떤 아저씨가 전시장에 와서 내 작품에 대해 이것 저것 계속 물어 봤다. 내 사진에 대해 궁금해하고 물어봐주는 상대가 더 많이 생겼다는 게 재미있다. 뿌듯함을 느꼈다. 



보자기, C-Print,2016 ⓒ박승만



의자, C-Print, 2014 ⓒ박승만
 

수상자 박승만 (계원예술대학교) / 튜터 원서용 작가

박승만의 〈죽음, 그리고 남겨진 것들〉은 돌아가신 할아버지와 유품의 관계를 물으며 할아버지를 추모해가는 과정에 대한 기록이다. 낡은 방 안에 있던 오브제들은 마치 할아버지의 혼처럼 허공에 떠있다. 주인이 사라지면 물건도 더 이상 이 세계에 존재하지 않는 듯한 사진 속 풍경은 죽은 뒤에 우리는 어디로 가는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튜터 원서용 작가는 멘토링 과정에 대해 “나의 경우 오브제를 적극적으로 이용하는데, 박승만 학생의 경우도 오브제를 할아버지의 혼처럼 활용해 흥미로웠다”고 말하며 “6개월 동안 더 많은 시도를 해보도록 매체와 주제를 열어놓고 다양하게 이야기 했다”고 설명했다. 

〈죽음, 그리고 남겨진 것들〉 작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설명해 달라.
이 작업은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나서 남겨진 사물들과 공간들을 내 나름의 방식으로 조합해 촬영한 사진이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난 후에 남겨진 공간들을 되짚어보는 과정에서 작업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사람이 떠나면, 남겨진 고인의 물품들 역시 그들만의 죽음을 맞이하는 것이 아닌가, 그렇다면 남겨진 것들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란 질문들에서 출발해, 지난 2014년부터 작업해왔다. 3년 동안 시간의 흐름에 따라 낡아가고 무너져가는 공간들을 그대로 담았다.

촬영한 장소들은 할아버지께서 혼자 사시던 곳인가?
예전에는 할아버지와 가족들이 같이 살았던 곳이고, 돌아가시기 전에는 혼자 지내셨던 곳이다. 이 공간들은 나와 할아버지의 추억이 가득 찬 공간이기도 하다. 사진을 보면, 내가 어릴 때 자전거에 붙였던 스티커와 방 안에 장난치고 낙서했던 흔적들이 그대로 남아있다. 할아버지와 나의 유일한 연결고리이다. 추억이 남겨진 곳이 여기 밖에 없다.

사진 속 오브제들이 공중 부양하듯 떠있는데, 어떻게 촬영했고 무슨 의미가 있는가?
처음에는 사물과 공간을 정적으로 배치하는 작업을 했는데, 그보다는 좀 더 이 사물과 공간들이 보는 이로 하여금 기이하고 낯설게 느껴지도록 하고 싶었다. 그래서 사물을 던지거나, 낚싯줄에 매달고, 혹은 거꾸로 매다는 등 다르게 보이는 시도를 했다. 사물과 공간들이 인간과는 다른 형태의 죽음을 맞이하고, 그것이 영혼처럼 공중에 부유하는 이미지를 생각했다. 마치 돌아가신 할아버지의 영혼과 할아버지가 남긴 사물들이 서로 교차하는 상태처럼 말이다.

원서용 작가가 멘토였는데 작업과정에서 어떤 도움을 받았는가?
원서용 작가는 내가 추구하는 방향이나 사물의 의미를 다시 고민하게 해줬다. 나는 오브제 하나하나의 의미보다는 할아버지의 공간과 사물에 초점을 두었는데, 원서용 작가를 통해 ‘사물이 가지는 사회적·통념적 의미’에 대해 개념적인 부분부터 고민하는 훈련을 받았고, 그런 과정이 작업에 큰 도움이 됐다. 

미래작가상 수상이 본인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할아버지는 사진을 좋아하셨고, 내가 고등학교 입학할 때 처음으로 카메라를 선물해주셨다. 그렇기에 할아버지에 대한 주제로 〈미래작가상〉을 수상하다보니, 마치 할아버지가 응원하고 도와주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작업은 내가 가장 진정성 있게, 또 가장 힘들게 한 작업이라 더욱 뜻깊다. 
이번 수상은 스스로 껍데기를 깨고 밖으로 나오는 첫 발과도 같고, 앞으로도 전력질주 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오형근 교수님께서 “삶의 무게와 작업의 무게가 같다”고 말씀하시며, “작가가 삶에 임하는 자세와 작업에 임하는 태도가 일치해야 한다”고 하셨는데, 앞으로도 그 말씀을 새기고 작가생활을 계속해나가고 싶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들과 애착이 가는 주변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두개의 시간, pigment print, 2015 ⓒ송태완



이 땅에 숟가락 하나 놓기, pigment print, 2016 ⓒ송태완


수상자 송태완 (계명대학교) / 튜터 원성원 작가

송태완의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마나 많은〉은 우리가 길에서 쉽게 마주하는 흔한 물건들을 작가의 감수성으로 새롭게 재해석한 작품들이다. 평범한 일상 속에서 대상을 바라보는 창의적인 시선이 인상적이다.

작업에 대해 전반적으로 설명해 달라.
이 시리즈는 정확한 범위는 알 수 없지만 과거의 기억을 기준으로 지금을 말해주는 작업이다. 과거의 기억과 지금의 내가 서로 만나는 경험을 하고, 그런 과정에서 만나는 이미지를 찾아가는 작업이다.

‛이 땅에 숟가락 하나 놓기’나 ‘두 개의 시간’처럼 사진과 함께 붙은 각 작품들의 제목이 인상적이다. 어떤 의미인가? 
일상생활을 하다보면 우연히 듣게 되는 말 중 유난히 마음에 남아, 맴돌게 되는 말이 있다. 가령 버스를 타고 가던 중 마주친 술 취한 아저씨가 허공에 대고 “사람이 죽어야 죽는 게 아니잖아”라는 말을 했는데, 그 말이 내 머릿속에 오래 남아 맴돌았다. 왜 그 말이 머릿속에 맴도는지 생각해보면 내가 살아가는 지금이란 시간과 그 단어가 지시하는 대상의 시간을 그 단어가 이어주기 때문이다. 
이런 식으로 단어가 시간과 시간을 이어주듯, 단어를 통해 이미지와 텍스트가 공존하며 내 이야기를 말해준다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보통 과거에 들은 말들이 어떤 대상을 보고 갑자기 떠오르거나, 유추하게 되는 경험이지 않나? 가령 ‘밥을 먹을 때 어른보다 숟가락을 먼저 놓지 말라’는 말이 땅에 놓인 숟가락을 보며 떠오르듯이, 지금 내가 보는 모습이 과거 기억과 어떤 식으로 연결되는지 찾아보려 생각했다. 

사진 속 오브제들은 원래 놓여있던 것을 촬영한 것인가? 아니면 촬영할 때 가져다 놓은 것인가? 
내 작업의 요소 중 하나가 내가 바라보는 대상이 원래 이곳에 있는 걸까? 갖다 놓은 걸까? 이렇게 의문이 들게 하는 것이다. 관객이 바라보는 시간과 촬영자가 의도한 시간이 다를 수 있겠구나 생각해서 이런 요소를 넣게 됐다. 가령 반쯤 잘라진 가위나 땅 위에 놓인 숟가락들은 제 역할을 하지 못하는 도구들이다. 본래의 역할과 지금의 모습 간에 시간상 간극이 있고 스크래치가 나있다. 대상이 나의 기억과 맞닿는 지점이 있고, 그 풍경이 만들어진 것인지, 아니면 있는 그대로인지 보는 이가 혼란스러움을 느낄 수 있도록 작업했다.

원성원 작가와의 멘토링 과정은 어땠는가?
원성원 작가와는 서로 작업 스타일이 다르다. 때문에 전혀 반대되는 사람의 이야기를 나누고 들음으로써 내 작업을 더 잘알 수 있었고, 서로에게 도움이 됐다. 

앞으로의 계획은?
아직 정해지지는 않았지만, 개인적으로 공부를 더 해보고 싶다고 생각했다. 작업을 통해서 내 이야기를 나누고, 이론적인 공부를 통해 내 생각을 글로도 적어보고 싶다. 


 

글 오은지 기자 이미지 제공 박건희문화재단
해당 기사는 2017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