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최초 사진 전시 공간 런던 포토그래퍼스 갤러리

창작 산업의 중심지인 런던 소호 지역 코벤트 가에는 무료로 전시를 관람하며, 사진에 관한 다양한 교육을 받을 수 있는 갤러리가 있다. 바로 ‘포토그래퍼스 갤러리 Photographers’ Gallery’가 그곳. 1971년 영국 최초의 사진 매체 전문 갤러리로 출발한 이곳은 사진의 범주를 예술사진에만 한정 짓지 않고 광범위한 시각으로 조망하며 이를 전시뿐만 아니라 강연, 출판 등 다양한 프로그램으로 풀어내고 있다. 게다가 사진상과 포트폴리오 리뷰, 졸업전 등을 통해 신진 작가들이 작품을 발표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만들고 있다.
 
 

Exterior view of 8 Great Newport Street, 1971
© Dorothy Bohm Courtesy The Photographers’ Gallery

The Photographers’ Gallery at 16- 18 Ramillies Street
2012 © Dennis Gilbert Courtesy The Photographers’ Gallery


JL. 포토그래퍼스 갤러리는 사진이란 매체만을 다루는 영국 최초의 전시 공간이다. 당시 사진 전문 갤러리를 개관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KM. 포토그래퍼스 갤러리는 수 데이비스Sue Davies에 의해 설립되었다. 그는 1960년대 중후반 ICA(Institute of Contemporay Art)에서 일하며 종종 사진 전시를 기획했는데, 그때마다 사진 전시에 대한 대중의 반응이 호의적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그래서 영국에 사진만을 위한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마침내 1971년 그레이트 뉴포트 가Great Newport Street에 있던 작은 찻집을 개조해 사진 전문 갤러리를 개관했다. 당시 상업이나 응용 분야가 아닌 사진을 갤러리에서 단독으로 전시한다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었다. ICP(International Centre of Photography) 같은 곳이 있긴 했지만 영국에서 사진이란 매체에만 국한해 전시를 보여주는 갤러리로서는 최초였다. 포토그래퍼스 갤러리는 개관 시점부터 프린트 판매와 서점, 교육 프로그램을 중요하게 생각해 왔다. 이후에는 사진작가들의 전시를 마련해 주는 플랫폼 역할뿐 아니라 교육 프로그램, 강연, 이벤트, 출판과 프린트 판매 등을 통해 사진이란 매체에 대한 인식을 다른 관점에서 볼 수 있도록 도와주는 성격을 부가했다. 예를 들어 세계적으로 주목받는 사진작가들을 영국에 소개하며 영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들의 작업을 보여주거나 1996년부터 사진상 ‘Deutsche Börse Photography Prize’을 제정하는 등, 문화라는 큰 틀에서 사진이란 매체가 어떻게 수용될 수 있는지 다양한 관점을 제시하고 좁게는 예술 분야에서 사진의 위상을 정립하기 위한 핵심적인 역할을 해 왔다. 3년 전 그레이트 뉴포트 가에서 현재의 이곳으로 이전하면서부터는 기존의 예술 전용 화이트큐브 갤러리에서 볼 수 있는 작업뿐만 아니라 보도사진, 일상을 기록한 사진, 상업사진, 패션사진 등 모든 장르, 형태의 사진을 아우르는 프로그램들을 선보이고 있다.

JL. 동시대 문화를 반영할 수만 있다면, 사진의 장르나 형태가 어떤 것이든 상관없다는 것인가?
KM. 사진 매체 전문 갤러리라는 점에서 포토그래퍼스 갤러리는 좀 더 다양한 장르의 작업을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즉 일상의 사진이나 응용 분야의 사진, 현대미술의 예술사진, 출판물 등 모든 형태의 사진 작업을 끌어안는다. 일례로 예전에 런던 소방소의 아카이브용 사진들을 모아서 전시한 적이 있었다. 훈련 교본과 그들의 크리스마스 파티 사진, 런던 전역에 걸친 화재 진압 전후의 현장 증거 사진 등을 볼 수 있었던 아주 독특한 전시였다. 실제로 소방서에 있는 수많은 파일 캐비닛이 그런 사진으로 가득하더라. 이는 사진 매체 전문 갤러리에서만 가능한 특별한 전시이다.

JL. 흥미로운 전시였을 듯하다. 이와 유사한 전시를 계획 중인가?
KM. 내년에는 음악과 사진을 접목한 전시를 기획하고 있다. 밴드나 뮤지션들에게 영향을 받은 작가의 작업들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러한 기획은 큰 그물을 던져 다양한 종류의 사진 작업을 건지는 것과 같다. 상업사진, 저널리즘, 실용 사진 등 수많은 분야를 포용할 수 있는 게 사진의 큰 매력이기 때문이다. 거기다 사진이란 매체는 변화에 대해 신속하게 반응하는 장점을 지니고 있다. 포토그래퍼스 갤러리는 이러한 면에서 지적이고 일관된 태도로 대처하면서 사진의 모든 형식을 읽어내기 위해 노력한다. 그러한 의도에서 시도된 프로젝트가 사진의 변화하는 위상과 유통을 반영하는 디지털 영상 작업의 전시 공간 ‘The Wall’이다. 우리는 이 공간을 통해 좀 더 넓은 문화적 맥락에서 사진이 가지는 특수성을 보여줄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The Photographers’ Gallery at 16- 18 Ramillies Street
2012 © Dennis Gilbert Courtesy The Photographers’ Gallery



©  배상덕


©  배상덕

JL. 그레이트 뉴포트 가에서 코벤트 가로 이전한 후 관람 층에 어떤 변화가 있었나?
KM. 5층 규모의 갤러리치고는 젊은 층의 방문객 수가 많은 편이다. 그래서 비슷한 규모의 다른 갤러리들의 부러움을 사곤 한다.(웃음) 가장 큰 이유는 앞에서도 말했지만, 사진이란 매체가 가지는 장점과 도시 한복판에 위치한다는 장소적인 특성 때문이다. 끝자락이긴 하지만 갤러리가 위치한 소호 지역은 여전히 영화 제작사나 주변국에서 들어온 창작 산업체가 모여 있는 문화예술 산업의 중심지이다.

JL. 변화한 사진의 흐름과 관객 성향에 맞춰 어떤 프로그램들을 개발하고 있나?
KM. 사진 커뮤니티의 중심에 포토그래퍼스 갤러리가 설 수 있기를 바란다. 우리 갤러리의 장점은 일반인들도 전시를 보러 올 수 있고 사진 관련 전문가들이 강의나 대화에 참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출판 기념행사나 전문 작업에 관련된 강의, 전시와 연계해 작가와의 만남이나 토론 등 사진과 관련된 다양한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있다. 특히 갤러리 프로그램 중 강연이나 행사는 한 시즌에 격주로 한두 번씩 진행된다. 그래서 어떤 주를 택해도 적어도 2-3번은 행사에 참여할 수 있다. 사실 이러한 프로그램에 대한 욕구가 매우 크다. 그래서 관객의 요구에 부합하는 여러 프로그램을 개발하는 데 노력하고 있다. 좀 더 대중의 눈에 뛸 수 있는 방법을 고민 중이다. 무엇보다 우리는 포토그래퍼스 갤러리가 폭넓은 관람객들을 지원할 수 있는 유용한 공간으로 이용되길 바란다. 그래야만 공공 기금을 받아 운영하는 공간으로서의 정당성을 가지며 활기 넘치는 공간이 된다고 본다.

또한 예술 관련 사람들이 아닌 일반인이 접근하기 쉬운 프로그램, 예를 들어 학교 그룹이나 청소년 프로그램 등의 개발에 힘써 평소 갤러리에 가지 않을 관객들도 유치하고 있다. 관객 수도 중요하지만, 얼마나 다양한 사람들을 끌어들일 수 있는가도 의미 있다.


 


©  배상덕



©  배상덕


JL. 포토그래퍼스 갤러리 큐레이터들의 역할 분담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가? 필요하다면 외부에서 초청된 객원 큐레이터가 기획을 맡기도 한다고 들었다.
KM. 관장이 모든 프로그램에 적극적으로 관여하는 편이지만, 그렇다고 우리 갤러리가 권위적인 기관은 아니다. 먼저 내부 조직과 프로그램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같이 설명해야 할 것 같은데, 전시를 총괄하는 큐레이터가 한 명 있고 나를 포함해 두 명의 큐레이터와 한 명의 전시 보조 인력이 있다. 이 외에 갓 졸업한 학생들을 위한 프로그램 ‘Fresh Faced Wild Eyed’와 중국에서 열리는 영국 사진전을 담당하고 있는 큐레이터가 있다. 사진상 ‘Deutsche Börse Photography Prize’는 담당 큐레이터가 정해져 있긴 하지만, 이 프로젝트는 큰 규모로 진행되는 터라 전시 준비 단계에서는 갤러리의 모든 인력이 동원된다. 그리고 최근 세계 수준의 혁신적인 프로그램을 개발 및 기획을 위해 디지털 미디어 큐레이터가 새로이 팀에 합류했다.

내 경우는 갤러리 강연과 행사 프로그램 담당부서에서 시작했으며 2009년부터 큐레이터 직을 맡아 현재 팀 내의 향우 프로그램
계획과 논의 진행을 이끌고 있다. 전시의 맥락과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에서부터 설치 계획과 작업 완성 모니터링, 보험 관련 세부 사항, 액자 주문에서부터 선적까지 전시와 관련된 모든 사항을 총괄한다. 이 뿐만 아니라 부서 내 동료와 초청한 외부 큐레이터, 작업을 대여해주는 기관과의 협업 등 전시될 작업을 둘러싼 아이디어와 개념에 최대한 다가갈 수 있게끔 전시의 기본 구조, 즉 뼈대와 테두리를 조직한다. 그 외에도 더 많은 역할이 있지만 가장 중요한 점은 역시 새로운 사진 작업들을 발굴해내며 그에 대한 담론을 제기하고 결국에는 전시로 이끌어내는 것이다.

JL.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뉴미디어의 역할을 반영한 ‘The Wall’은 신선한 시도로 읽힌다. 이를 위해 포토그래퍼스 갤러리는 예외적으로 디지털 미디어 큐레이터를 고용했다.
KM. 3년 전 코벤트 가로 이전하면서 ‘The Wall’ 공간을 만들었다. 갤러리는 사진이 어떻게 유통 및 배포, 공유되는지 또 어떤 방식으로 존재하는지 시대의 변화에 늘 깨어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디지털 미디어 큐레이터를 임용한 것은 대담한 조치였다. 아마 다른 갤러리에서도 흔치 않은 경우인데, 사진을 새로운 방식으로 바라보는 동료가 있다는 것은 갤러리 내부 구성원들에게 큰 자극이 된다. 우리 갤러리의 큐레이터들 대부분은 사진이나 미술사를 전공한 이들이다. 그런데 디지털 미디어 전문 큐레이터가 해석한 전혀 다른 관점은 그들의 시각을 넓혀준다고 생각한다.

JL. 포토그래퍼스 갤러리의 존재는 사진에 대한 인식을 새로이 형성하는 데 일조하는 것 같다.
KM. 영국에서 사진의 위상을 높이는데 포토그래퍼스 갤러리가 크게 기여했다고 자부한다. 테이트 모던 갤러리Tate Modern Gallery에서 사진 전문 큐레이터인 사이먼 베이커Simon Baker를 임용한 것이나 새로 개관하는 사이언스 뮤지엄Science Museum에서 뉴미디어 스페이스를 만든 점이 그렇다. 포토그래퍼스 갤러리의 규모와 런던이라는 문화 집약적인 도시의 이점이 효과적으로 작용한 것 같다.


JL. 최근 역사적 자료를 이용한 아카이브 사진전을 많이 기획하고 있다. 현재 전시 중인 〈 Human Rights Human Wrongs〉(2. 6-4. 6)도 같은 맥락이다.
사진 전시의 최근 경향이라 할 수 있나? KM. 포토그래퍼스 갤러리 정도 규모의 기관이 할 수 있는 전시의 장점은 신선한 전시 기획으로 파급효과를 만드는 거다. 퐁피두센터 Centre Pompidou처럼 대규모 회고전 성격의 전시를 할 만한 공간이 없는 대신, 아주 집중된 공간이란 점을 역이용해 역사적으로 재검토하는 전시를 할 수 있다. 으젠느 앗제Eugene Atget와 리차드 웬트워스Richard Wentworth를 대치시켜 했던 전시가 그 예이다. 역사적으로 중요한 작가의 초창기 작업이나 덜 알려진 작업 등의 전시도 하고 있다. 사실 사진이 갖는 사회적 자료로서의 중요성은 독보적이다. 이 아이디어로 전시 기획을 하는 건 정말 멋진 일이다. 〈Human Rights HumanWrongs〉전의 경우는 플라스틱에 인쇄된 사진plastic prints을 30만 점 보유하고 있는 라이어슨 이미지 센터Ryerson Image Centre의 아카이브 컬렉션 ‘블랙 스타Black Star’에서 작업들을 선정한 것이다. 언론과 출판업에서 이 자료실은 유일무이한 곳으로서, 특히 같은 시점에 만들어진 «라이프»지와 블랙스타 아카이브는 아주 특별한 관계를 가지고 있다. 40%의 사업지분과 사무실을 공유하고 있으며 «라이프»지가 사진이 있는 이야기의 원조 역할을 시작할 때 그 중심에 블랙스타 자료실이 있었다.

JL. 작가 선정 기준은? 또한 역사적인 작가와 신진 작가들을 어떤 방식으로 배합하나?
KM. 1년에 개최되는 전시의 수는 한정되어 있다. 그러므로 우리는 그 균형을 잘 맞추려고 노력한다. 보통 중견 재영 작가에게 첫 개인전 기회를 주는 편이다. 매년 사진상 ‘Deutsche Börse Photography Prize’도 기획하고 있다. 또한 매년 1회 이상 동시대 사진 경향을 읽을 수 있는 테마 전시를 연다. 몇 년 전에 했던 〈사진적인 오브제Photographic Object〉라든지, 수잔 브라이트Susan Bright를 큐레이터로 초대해 ‘가정의 진실-모성애적 어머니상’을 사진으로 이야기한 그룹전이 그런 경우다. 이런 기획전에서는 유명 작가와 신진 작가를 함께 보여준다.

이때 영국 작가와 영국에 소개되지 않은 국제적인 작가도 적절하게 배합해야 한다. 영국 작가라 함은 국적에 관계없이 영국에서 활동하는 작가를 뜻한다. 영국 자체가 이미 국제적인 곳이니까. 물론 영국에 잘 알려지지 않은 외국작가를 소개하는 것도 우리의 의무이다. 그러나 수많은 좋은 전시를 가져오기에는 공간이 매우 부족하다. 이 외에도 매년 정해진 시기에 졸업전시 〈Fresh Faced Wild Eyed〉를 개최하고 있으며 일상의 사진 또는 응용 분야의 사진이나 인류학적, 집단공동의 역사 등을 다루는 자료사진전 등 다양한 성격의 전시를 함께 진행하고 있다.

JL. 포트폴리오 리뷰와 졸업 전시 프로그램에 대해 설명해 달라.
KM. 1년에 3번 개최하는 포트폴리오 리뷰와 정기적으로 개최하는 졸업 전시 프로그램 덕에 영국 내 대학에서 공부한 작가들의 작업을 폭넓게 접할 수 있다. 특히 초기 작업부터 최근 작업까지 그들과 단계적으로 지속적인 대화를 이어갈 수 있다. 학생일 때 만났다가 몇 년 후 그룹전에서 보게 되거나 아니면 출판물, 신진 작가에게 주어지는 상 등을 통해 여러 번 만나게 되면서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된다. 또한 다른 사진 갤러리들의 전시나 비엔날레에 참여하는 외국 작가의 작업도 항상 주시한다. 사진을 아끼는 이들의 네트워크를 유지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렇게 사진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으면, 런던과 외부에서 일어나는 작업 동향을 자연스럽게 읽을 수 있다. 그런 후 팀원들이 모여 12-18개월 이란 기간 내에 다양한 관객을 만족시킬 수 있는 균형 있는 프로그램을 짠다. 사진이란 매체와 테크놀로지의 발전과의 관계, 미디어를 공부하는 학생들의 현장 반응, 사진 작업을 벽에 걸었을 때 어떨지, 어떤 식으로 전시할지에 대해 고민한다. 갤러리는 육체적인 공간이다. 인터넷으로 더 많은 관객과 접촉 하거나 국제적인 프로젝트의 실현도 중요하지만 사진이란 오브젝트를 관객이 실질적으로 접하는 것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모자란다. 진부하게 들리지도 모르지만, 사진이란 매체만큼 중요한 건 ‘사진 전시를 어떻게 보여줄 것인가’ 이다.

JL. 사진상 ‘Deutsche Börse Photography Prize’는 유럽 작가에게만 국한된 것인가?
KM. ‘Deutsche Börse Photography Prize’의 전신은 1996년에 시작된 ‘City Group Prize’이다. 이 사진상의 대상을 유럽 작가로 규정하진 않았지만 현재까지는 지난 12개월 간 유럽 지역 내에서 출판된 책과 전시를 기준으로 후보자를 한정하고 있다. 그렇게 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행정상의 용이 등 기술적인 문제 때문이다. 우리는 이러한 한계를 벗어나 더 국제적인 행사로 키울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고 차차 그렇게 될 것 같다.

JL. 유럽이 아닌 다른 나라 작가들이 전시할 기회는 얼마나 자주 있나?
KM. 유럽 지역을 중심으로 운영하는 갤러리인 이유는 아주 많다. 좀 더 전통적인 사진의 중심지에서 형성된 교육과 산업의 기반 구조가 마련되어 있다는 것도 그 이유 중 하나다. 기회가 될 때마다 미국이나 유럽 외 지역의 아트 관련 행사나 포트폴리오 등을 접하기 위해 노력하지만, 공공 기관으로서는 쉽지 않은 게 현실이다.  



©  배상덕


The Photographers’ Gallery at 16- 18 Ramillies Street, Ground Floor,2012© Dennis Gilbert Courtesy The Photographers’ Gallery


JL. 일반적으로 한 전시를 7-8주 정도 지속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최대한 관객 유치를 위한 것이라 예상된다. 전시 준비 시간도 오래 걸리리라 짐작된다.
KM. 졸업 전시는 3주이다. 준비하는 양에 비해 전시 기간이 짧은 편이다. 현재 전시하고 있는 〈Human Rights Human Wrongs〉는 일부러 밀도를 높인 전시이다. 이 전시는 한 번에 소화하기에는 지칠 정도로 많은 내용을 포함하고 있다. 그래서 관객들이 원하면 다시 볼 수 있게끔 충분한 기간을 둬야 한다. 실제로 전시를 처음 다녀간 후 두세 번 다시 오는 관람객들이 많다. 그것은 아마 런던 사람들의 성향 탓일지도 모른다. 무엇을 해야 하는 지보다는 어떻게 하면 이 많은 기회를 놓치지 않을 수 있을까 고민할 정도로 런던에서는 많은 일들이 일어난다.

JL. 포토그래퍼스 갤러리는 비영리 공간이다. 그렇기 때문에 2010년 이후부터 시작된 문화예술 지원에 대한 예산 삭감은 갤러리 운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줬을 것 같다.
KM. 이 곳은 정부로부터 일부 지원금을 받아 운영하는 비영리 공간이다. 현재 상황에서는 탄탄한 사업모델을 갖춰야만 살아남을 수 있다. 지원을 받을 수 있는 혁신적인 방법을 다 동원해야 한다. 그만큼 재정적인 실정이 어렵다. 사업을 더 키우고 싶지만, 정부의 재정 삭감이란 장애물과 싸워야 하는 셈이다. 우리의 전체 예산 중 1/3은 정부의 지원금으로 충당되고, 1/3은 멤버십 회비와 개인이나 기업 후원자의 기부(그 대가로 우리는 프로그램을 개발 및 제공한다), 나머지는 순전히 자체 사업 아이디어로만 충당한다. 포토그래퍼스 갤러리가 계속해서 비영리공간으로 남으려면, 운영에 필요한 수익을 창출할 방법을 고안해야 한다.

그 일환으로 현재의 장소로 이전한 후부터 1년에 한 번 전시 입장료를 받고 있다. 그래도 입장권을 내기 부담스러운 관객을 위해 오전 10시에서 정오까지는 무료 개방을 하는 등 대안을 세워뒀다. 살아남기 위해서는 늘 가능성을 열어 두고 변화에 민첩하게 행동해야 한다.

JL. 외국의 다른 사진 전문 갤러리들도 몇 곳 소개 부탁한다.
KM. ‘Foam(Photography Museum Amsterdam)’이란 곳은 아주 젊고 활기 넘치고 신선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우리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베를린의 C/O, 미국의 ‘Aperture’도 아주 괜찮은 사진 전문 전시장이다.

JL. 이러한 사진 전문 갤러리들과 포토그래퍼스 갤러리의 차별점은?
KM. 각 갤러리들의 전문 분야에 따라 다르다고 본다. 마치 아주 넓은 광산에서 각자 다른 부분을 판다는 비유가 맞을 것이다. 도시 자체가 갤러리 프로그램의 많은 부분을 지휘하고 이 중에서 관람객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인스티튜트의 각기 다른 풍부한 역사가 공간을 개성 있게 만들고 이는 갤러리를 향한 관람객의 인식에 특색을 부여한다. 그런 점에서 우리는 대중이 사용하기 위해 존재하는 공간이다.

JL. 그래서 소호 지역을 고집하는 것인가?
KM. 정확한 지적이다. 시내에서 조금 멀리 나가면 더 크고 넓은 공간을 찾을 수도 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찾아올 수 있는 장소로 소호만한 곳은 없다. 시내와 멀어질 경우 관람객들은 토요일 아침 포토그래퍼스 갤러리만을 가기 위해 결심하고 길을 나서야 하지만, 소호 지역은 일과 중 다른 볼일 사이에 전시 관람 일정을 끼워 넣기 쉬운 위치다. 게다가 최근 런던의 동쪽 지역으로 이주했던 좋은 상업 갤러리들이 다시 이곳으로 돌아오기 시작해 긍정적인 에너지가 형성되고 있다. 안토니 레이놀즈 갤러리 Anthony Reynolds Gallery나 알리슨 쟈크 갤러리 Alisonjacques Gallery등이 길만 건너면 있다. 그래서 이곳을 방문하는 관객들은 다른 갤러리들도 동시에 방문할 수 있다.  

JL. 마지막 질문이다. 지난해 한국을 방문했었는데, 당시 접했던 전시 프로그램과 뉴미디어 분야에 대해 어떤 인상을 받았나?
KM. 한국 작가나 전시에 대해 전에 들은 바 있었지만, 직접 방문하니 예상했던 것보다 전시나 전시장의 질이 훨씬 높았다. 관람객들의 전시를 대하는 수준도 세련되어 보였다. 내가 만났던 사진작가들의 정교한 작업 방식도 인상 깊었다. 생동감이 넘쳤고 사진 시장뿐 아니라 사진 작업 자체가 아주 발달되어 있다고 생각됐다. 그러나 외국에서 교육을 받고 귀국한 다수의 작가와 저명한 교수 몇 명을 만나본 후에 ‘사진 작업과 사진 교육 간의 괴리감이 있지 않을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작업 자체가 교육을 앞서간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많은 수의 학생들이 유학을 다녀오는 것 같다. 한국에서 느꼈던 긍정적인 에너지와 교육에 대한 목마름을 한국 교육 기관들이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다.


인터뷰. 이정은 영국통신원
인터뷰이. 카렌 맥퀘이드 포토그래퍼스 갤러리 큐레이터
해당 기사는 2015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