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이 남아 역사가 되다 ⑨ : 상징(Symbol)으로서의 사진



영화 〈공동 경비 구역 JSA〉 주요장면의 모티프가 된 판문점 사진이다. 판문점을 배경으로 강건하게 선 한국군의 뒷모습
그리고 불끈 쥔 주먹과 허리에 찬 권총 사이로 보이는 북한군의 옆모습에서 엄위함과 냉정함이 감돈다. Ⓒ김녕만



군사 정전 협상 장소인 초기 판문점. 역사적인 회담들이 이 작은 몇 채의 간이 천막에서 이루어졌다. 미국국립문서기록관리청 소장
 
영화 〈공동 경비 구역 JSA〉 주요장면의 모티프가 된 김녕만작가의 판문점 사진이다. 판문점을 배경으로 강건하게 선 한국군의 뒷모습 그리고 불끈 쥔 주먹과 허리에 찬 권총 사이로 보이는 북한군의 옆모습에서 엄위함과 냉정함이 감돈다. 한국군과 북한군의 대비가 팽팽한 긴장감과 함께 분단 상황의 공포와 전율에 휩싸이게 한다.


판문점의 역사는 휴전 회담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전쟁이 소모전으로 장기화되던 1951년 7월 10일에 첫 휴전 회담이 열렸다. 최초의 휴전 회담은 개성의 내봉장에서 시작되었으나, 유엔군 측의 요구로 개성 남쪽 약 10km 지점에 있는 38도 선상에 천막을 치고 회담을 재개하였는데,  그곳이 바로 오늘날의 판문점이다.

경기도 파주시 진서면 비무장 지대의 군사분계선(MDL)에 있는 판문점의 공식 명칭은 공동경비구역(JSA)이며 동서 800m, 남북 400m 장방형의 중립 지대다. 판문점은 6.25 전쟁 당시 널문(板門)이라는 지명으로, 초가집 몇 채만 있던 외딴 마을이었지만 1951년 휴전 회담이 시작되면서 전 세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곳에서 1년 9개월에 걸친 휴전회담의 결과로 휴전선이 그어짐으로써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이 되었다.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기호이다. 상징이란 사용하는 사람의 관념을 매개로 하여 그 대상과 결부되어 있는 것이며 그 연결은 매개물 없이 불가능한 것이다. 기호가 제3차적으로 대상을 토의할 때, 즉 기호가 제3의 것(심리연합, 정신, 해석사상)의 매개에 의해서 대상과 관계되어 있을 때 그것을 상징기호로 규정한다. 상징기호는 대상에 대한 유사성 또는 그것과 어떤 실제적 연관도 요구하지 않는다. 그것은 관례적인 것이며, 어떤 법칙의 힘을 통해 어떤 것을 언급한다. 상징적 기호는 ‘기의’와 직접적으로 인지 가능한 유기적 관계를 맺고 있지 않은 것으로 약속 또는 사회적 계약이 상징이 지니는 의미의 원천이다.

판문점은 한국적 맥락에 따라 ‘분단’을 기의(기호의미)로 갖게 되는데 이때 의미하는 것(판문점)과 의미되는 것(분단) 사이의 결합에는 역사적인 관념이 작용하므로 ‘판문점’이라는 기호의 유형은 상징이다. 오늘의 한국사회가 처한 현실과 상황은 분단으로 인한 영향과 결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기에, 분단시대가 배태해 놓은 모순적 상황을 바탕으로 하는 예술 창작에서 판문점은 분단의 상징 기호로 주요 소재가 되어 왔다.  


기호의 의미를 분석하기 위한 첫걸음은 기호의 유형을 가려내는 것이다. 찰스 샌더스 퍼스(Charles Sanders Peirce)의 기호학은 유형학(Typology)을 이끌어 낸다. 유형학은 기호의 세 가지 근원적인 종류를 구별하는 것이다. 퍼스에 의하면 기호에는 도상(Icon), 지표(Index), 상징(Symbol)의 세 가지 유형이 있다. 그는 기호가 지시물과 맺는 관계의 성질에 따라 그 대상에 유사하다는 그 자체의 특징을 통해서 기호로 기능하는 것은 도상, 그 대상과의 어떤 종류의 사실적 혹은 인과적 관련이 있다는 것에 의하여 기호로서 기능하는 것은 지표, 그 자체와 그 대상과의 사이에 어떤 약정적 혹은 습관적 연상의 규칙 때문에 기호로서 기능하는 것은 상징으로 구분한다.  

사진은 기본적으로 도상적인 측면을 갖고 있으며 지표나 상징 기호가 중복되거나 공존하기도 한다. 즉 판문점 사진은 상징적인 측면(상징기호)이 기조를 이루면서 유사적 기능(도상기호)이 있다. 퍼스의 삼분법은 사진에 존재하는 세 개의 다른 차원의 상호작용을 생각하게 하므로, 그 미적 효과를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그는 삼종 분류를 상호배타적인 것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그것은 상호보완적일 뿐만 아니라 이들 세 개의 위상은 지속적, 혹은 변함없이 중복되어 공존한다. 퍼스는 가장 완벽한 기호 속에는 도상적인 것, 지표적인 것, 상징적인 것이 가능한 한 밀접하게 융합될 것이라고 믿고 있었다.
 

글 이기명 (발행인 겸 편집인)
해당 기사는 2017년 8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