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아를 사진 페스티벌 | 2000년의 역사를 지닌 아를에서 사진을 만나다



전시장 안팎에는 장소를 쉽게 찾을 수 있도록 아를 사진 페스티벌 전시표시판을 설치해 두었고
페스티벌 앱은 전시장소를 네비게이션 해준다. 위 전시장소는 수도원으로 10세기경부터 지어진 Montmajour



 
빈센트 반 고흐가 사랑한 도시, 아를에서 사진 페스티벌(Les rencontres de la photorraphie, Arles)은 반세기의 역사를 이어오며 세계 최고의 사진 축제가 되었다. 사진의 발명으로 고흐의 인상파 화풍이 가능해졌고, 고흐의 영향으로 아를에서 개최되는 사진 페스티벌에 세계적으로 관심이 높으니, 고흐와 아를과 사진이 한 몸처럼 연결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치러진 작년 53회 아를 사진 페스티벌의 관객이 무려 127,000명에 이른다. 특히 오픈닝 위크의 1주일에만 18,500명의 관객이 찾아왔으며 그 가운데 50%가 프랑스 이외의 국가에서 왔다고 하니, 이 페스티벌의 국제적인 관심을 가늠해 볼 수 있다.

크리스토프 위스너(Christoph Wiesner) 디렉터는 올해 아를 사진 페스티벌의 주제인 ‘A STATE OF CONSCIOUSNESS(의식 상태)’에 관하여 다음과 같이 기술했다.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매년 우리 시대의 지진계처럼, 아를 사진 페스티벌은 우리 세계의 의식 상태를 포착한다. 아를 사진 페스티벌에 참여하는 사진작가, 예술가, 큐레이터는 우리가 겪고 있는 변화를 보다 예리하게 보고 지각할 수 있도록 도와준다. 최소한 기후 변화에 대한 인식은 피할 수 없게 되었으며, 이는 우리의 습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페스티벌은 장소성을 제하고는 논할 수 없다. 일반적으로 도시의 여러 곳에서 이루어지는 축제는 그 도시가 가진 역사적 문화적 가치가 중요하다. 사진 페스티벌에서도 작품만 감상하는 것이 아니라 행사가 이루어지는 그 도시의 건물, 행사장의 주변 거리, 나아가 도시의 분위기를 함께 감상해야 한다.

이런 측면에서 아를 사진 페스티벌은 20개 이상의 문화적 명소에서 진행되어 자연스럽게 아를의 역사와 유산을 향유할 수 있게 했다. 그곳에 작품이 전시되어 더욱 감동이 있고 그곳을 찾아가면서 마주치는 건물들 하나하나가 작품이었다. 이 페스티벌은 40개 이르는 전시회를 9개의 섹션으로 분류하여 구성하였는데, 섹션은 FROM FILMS TO STILLS(4개의 전시로 구성), REPRESENTATIONS(4개의 전시로 구성), REVISITING(4개의 전시로 구성), MAPPING THE EYE(9개의 전시로 구성), REMINISCENE(S)(5개의 전시로 구성), EMERGENCES(3개의 전시로 구성), ASSOCIATED ARLES(4개의 전시로 구성), GRANO ARLES EXPRESS(3개의 전시로 구성)이다. 각 전시의 작품 우수성뿐만 아니라 작품이 전시된 공간의 아우라, 그리고 그 공간에 작품이 구성된 디스플레이 효과 등 감동이 컸던 전시를 중심으로 리뷰를 하고자 한다.


Section Ⅰ. FROM FILMS TO STILLS
Gregory Crewdson, Eveningside - 2012-2022
석양에 물든 거대한 촬영장에서 고독한 인간을 연출하다


영화처럼 연출된 Gregory Crewdson(미국 태생, 1962~)의 이브닝사이드는 황혼의 파편들을 조합한다. 영화 세트장처럼 촬영된 작품에는 희미한 연기와 황량한 거리가 반복적으로 등장하는데, 이는 놀랍게도 실존하지 않는 영화적인 이미지로 만들어낸 것이다. 이것은 영광 없는 미국의 초상에 관한 놀라운 작품으로 미국 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고독, 불안, 절망감, 무력감을 드러낸다. 프레임에 존재하는 인물은 무표정하며 주변과 철저하게 고립되어 있지만 사람과 공간의 구성은 감탄이 저절로 나올 만큼 아름다운 미장센이다. 현대인의 고독, 상실, 비애 등 연대감을 잃어버리고 파편화된 삶의 풍경을 완벽한 프레임으로 담아낸다.

그는 100명 이상의 스태프를 동원하여 광범위한 작품을 제작하곤 하는데, 야외 영화촬영장처럼 자동차를 비롯한 소품 하나하나가 준비된 것이며 등장인물은 작품 컨셉에 따라서 의상과 메이크 업이 달라진다. 심지어 조명을 위해 크레인까지 사용할 정도로 규모가 대단하다.

전시 장소는 옛 프랑스 국영 철도 SNCF 기차 메카니즘 아틀리에를 전시 공간으로 개조한 La mécanique générale 켄벤션 센터이다. Crewdson 작품의 현대성과 센터의 모던함이 어울리는 공간이다.


 



Starkfield Lane, An Eclipse of Moths series, digital pigment print, 2018-2019 ⓒGregory Crewdson




영상물은 단순히 작업 과정을 기록한 것이 아니라 독립된 영화처럼 제작되었다. 촬영장에는 조명을 위해 크레인까지 동원되었다.










옛 프랑스 국영 철도 SNCF 기차 메카니즘 아틀리에를 전시 공간으로 개조한 La mécanique générale 켄벤션 센터





Agnès Varda, From photographs to film(사진에서 영화까지)
영화 제작에 영감을 준 사진


Agnès Varda(벨기에 태생, 1928~2019)는 1948년부터 사진가로 일하기 시작했으며 1955년 그녀의 첫 번째 영화인 La Pointe Courte(1955)로 누벨바그의 선구자로 자리매김했다.

야네스 바르다의 전시 작품 중 밀착 인화지는 그녀의 사진 여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그녀가 세트에서 촬영한 800여 장의 사진을 통해 25살의 젊은 여성이 영화를 준비하기 위해 했던 고된 선택을 살펴볼 수 있으며 그녀의 비전을 확인할 수 있다. 이것은 영화 스틸이 아니라 영화 아이디어보다 앞선 이미지이자 영화 개념의 일부를 구성하는 이미지이다. 장면, 분위기, 심지어 특정 장면까지 영감을 준다.

그녀는 그래픽과 사실주의 스타일을 번갈아 가며 급진적인 영화를 제작하여 당시 영화팬과 비평가들의 호평을 받았다. 많은 사람이 대본의 독창성과 사진작가로 알려진 영화제작자의 대담함에 경의를 표했다. 아주 적은 비용으로 제작된 La Pointe Courte의 예술성은 그 시대 영화의 코드를 깨뜨렸다.

1954년 6월 다게르 길에 있는 그녀의 안뜰에서 열린 첫 번째 사진전과 첫 번째 영화 촬영을 통해 두 가지 표현 방식 사이의 연결을 구체화하며 독특한 발표를 했다. 그것은 정지 이미지와 움직이는 이미지 사이에서 끊임없는 대화였다. 이번 전시는 사진과 함께 여러 대의 TV 화면으로 La Pointe Courte를 보여준다.

전시 장소인 Cloître Saint-Trophime은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성당이다. 1,100년부터 고대 유적 위에 건축된 이 건물은 프로방스 로마네스크 양식 지역에서 가장 중요한 건물이다. 특히 교회 탑의 숨막히는 전경을 제공하는 옥상 테라스는 거대한 석판으로 이루어진 석조 조각인데 그 기세에 압도를 당한다.


 



전시는 사진과 함께 여러 대의 TV 화면으로 La Pointe Courte를 보여준다.




《La Pointe courte. From photographs to film》
Water jousters in Sète, vintage silver print, circa 1952
ⓒAgnès Varda, Courtesy of the Estate of Agnès Varda/Rosalie Varda Collection





전시 작품 중 밀착 인화지는 작가의 사진 여정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교회 탑의 전경을 제공하는 옥상 테라스는 거대한 석판으로 이루어진 석조 조각이다.




로마네스크 양식의 대성당 Cloître Saint-Trophime은 1,100년부터 건축되었다.
 




Section Ⅱ. REPRESENTATIONS
Søsterskap -Contemporary Nordic Photography


SØSTERSKAP-현대 노르딕(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사진

Søsterskap 전시회는 페미니스트 관점을 탐구하기 위해 노르딕(북유럽의 덴마크, 핀란드,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사진계의 주목할만한 사진가들을 큐레이팅했다. 전시회는 북유럽 사진가들의 다양한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복지 국가를 탐구한다. 북유럽의 ‘노르딕 모델’이라고 불리는 시스템은 모든 시민에게 보육 및 교육을 포함한 사회 보장 및 복지 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 부문이 특징이다. ‘복지국가는 여성의 가장 친한 친구이다’는 페미니스트 슬로건이다.

이 전시는 복지 국가 내부의 마찰을 조사하기 위해 사진을 활용하면서 주관적인 것, 집단적인 것, 정치적인 것 사이에 의문을 제기한다. 가족생활, 성 역할, 노동, 민족성, 식민주의는 Søsterskap에서 논의되는 중요한 주제이다.

이번 페스티벌의 포스터 사진으로 선정된 Emma Sarpaniemi의 셀프 포트레이트 사진은 전시된 작품 크기가 너무 작아서 의외였다. 작은 것을 크게 보고 큰 것을 작게 볼 수 있는 시각이 편집에서 주요한데, 큐레이터의 안목이 놀랍다.

전시장소 Église Sainte-Anne는 교회 건물로서 1175년에 재건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만 언제 건설되었는지 추정할 수 없다. 900년 이상의 역사를 지닌 건물에서의 관람은 900년의 시간 속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다.


 



Église Sainte-Anne는 교회 건물로서 1175년에 재건되었다는 기록이 남아 있지만 언제 건설되었는지 추정할 수 없다.




Verena Winkelmann. Fathers series, 2014-2023. Courtesy of the artist.







 Emma Sarpaniemi. Self-portrait as Cindy, 2022, Two Ways to Carry a Cauliflower series. Courtesy of the artist.




이번 페스티벌의 포스터 사진으로 선정된 Emma Sarpaniemi의 셀프 포트레이트 사진은 전시된 작품 크기가 너무 작아서 의외이다.

 



Section Ⅲ. REVISITING
Saul Leiter - Assemblages(아상블라주)
회화와 흑백사진과 컬러사진의 조합


Saul Leiter(미국 태생, 1923-2013)는 10대 시절에 회화와 사진에 매료되었고 23살부터 컬러사진을 실험하기 시작했다. 첫 번째 사진에세이 「Early Color」(2006)에서는 사진의 역사를 바꾼 획기적인 컬러를 선보였다. 그가 주로 컬러사진으로 인정 받았지만 회화를 첫사랑이라고 부를 만큼 애정이 깊었고 수천 점의 다채로운 회화를 그렸는데 대부분이 추상이다.

전시명 ‘Assemblages(아상블라주)’에서 알 수 있듯이, Leiter에 따르면, 사진들은 사실 미완성 세계의 작은 조각들이다. 이미지의 작은 조각들이 병치되고 결합되어 광대하고 끊임없이 확장된다고 했다. 또한 전시구성을 보면 회화와 흑백사진과 컬러사진의 조합이 강조되었다. 기존의 평가나 관점대로, Leiter의 대표작인 컬러작품 중심으로 선보인 것이 아니다. 이번 전시는 회화와 사진, 흑백사진과 컬러사진을 조합하여 세 장르의 유기적인 관계와 그의 작품세계의 맥락을 가늠할 수 있도록 한 큐레이션이 돋보인다. 대부분 미발표작인 회화 작품과 불완전함을 중시하는 사진 작품을 함께 선보인 창의적인 아상블라주였다.

Leiter는 사진작업 초기인 흑백사진에서는 그림자와 반사를 이용해서 불완전한 형태를 추구한 대담한 구도였다. 그의 주요 작품세계인 컬러작품은 다양한 톤의 짙은 표면에서 반짝임이 있으며, 밝고 옅은 색상이 돋보인다. 그리고 점은 선으로 변하고, 선은 다시 덩어리가 되고 덩어리가 팽창하여 이미지 전체를 덮어 불완전한 형태의 컬러로 변신한다. 이 컬러 작품의 불완전한 형태의 흑백사진과 추상 회화의 컬러가 맞닿아있음을 전시장에서 목도할 수 있다. 더구나 말년에 흑백사진에 수채물감으로 컬러를 입힌 작품에서 흑백사진과 회화의 융합을 통해 컬러사진으로 통합된 작품을 본다.

전시 장소인 Palais de l’Archevêché는 1150년에 건설이 시작되었고 프로방스에서 가장 아름다운 로마네스크 회랑 중 하나로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세계문화유산에서도 전시가 활발하게 열리는 것이 놀랍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다.

 




컬러사진과 그림과 흑백사진이 조합된 디스플레이







《아상블라주(Assemblages)》 Untitled ⓒSaul Leiter Foundation




회화와 흑백사진이 조합된 디스플레이




흑백사진과 그 사진 위에 수채물감으로 컬러를 입힌 작품







Palais de l’Archevêché는 1150년에 건설이 시작되었고 로마네스크 회랑 중 하나로서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다.





50 years through the eyes of Libération
리베라시옹의 눈으로 본 50년


리베라시옹은 올해 50주년을 맞이했다. 신문은 지난 50년 동안 시대를 따르고 도전해 왔다. 베를린장벽의 붕괴, 아랍의 봄, 체첸 전쟁, 우크라이나 전쟁 등을 담은 전시는 이미지로 세상을 다시 설명한다.

광범위한 아카이브에서 선택된 이미지들은 반세기의 역사를 재현하며 우리의 사적이고 집단적인 기억을 담은 영화처럼 갈등과 정치적 정복에 대한 열정을 담고 있다. 이것은 1970년대부터 현재까지, 역사 여행이기도 하다.

50년에 걸쳐 Henri Cartier-Bresson, Raymond Depardon, William Klein과 같은 사진계의 유명 인사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리베라시옹에 사진의 기고한 수백 명의 사진작가들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전시 장소인 Montmajour는 수도원으로 10세기경에 프로방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지기 시작했다. 베네딕토회 수도사들은 아를 외곽의 습지인 몽마쥬르에 솟아오른 바위 섬에 정착해서 11세기 중반에 그들은 성 베드로 예배당을 지었고 그 다음에는 수도원 교회를 세웠다. 지하실에 보관된 성십자가 유물은 많은 순례자의 관심을 끌었다. 수도원을 샅샅이 둘러보고 촬영하다 보니 3시간이 훌쩍 지나갔으며 예배당에서 작은 목소리에도 웅장하게 울리는 소리의 공명은 전율과도 같은 감동까지 주었다. 이런 시청각의 감동을 온몸으로 느끼면서 작품을 감상하니 감동하지 않을 수 없다.


 






Christian Weiss. Women’s Liberation Movement protest in Paris, March 8, 1975. Courtesy of the photographer.




Boby. Act III of the Gilets Jaunes movement, Avenue Friedland, Paris, December 1st, 2018. Courtesy of the photographer.




예배당의 규모에 압도당하고 작은 목소리마저 웅장하게 울리는 소리의 공명으로 전율이 느껴진다.




전시 장소인 Montmajour는 수도원으로 10세기경에 프로방스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지어지기 시작했다.

 



Section Ⅳ. MAPPING THE EYE
Juliette Agnel - The child’s hand(아이의 손)


Juliette Agnel(프랑스 태생, 1973~)은 불안한 아름다움이 경이로움과 숭고함을 불러일으키는 극한의 환경을 탐구한다. 이 작업은 구석기 시대부터 사람들이 거주했던 Arcy-sur-Cure의 선사 시대 동굴에서 진행되었으며 동굴에는 약 28,000년 전의 그림이 새겨져 있다.

태초부터 인간은 주변 세계를 묘사하려고 노력해 왔다. 이 그림의 정확한 의미는 아직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미지를 만들고 이것을 공간과 시간에 고정해야 하는 필요성은 우리나 고대 예술가들이나 모두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작은 손의 네거티브인 어린이의 손(La Main de l’enfant)은 현존하는 최초의 자화상 중 하나로 간주될 수 있다. 서로 다른 시간대의 동굴 속 그림들은 공존하며 대화를 나눈다. 각 시대는 이전 시대를 담고, 변경하고, 유지한다.

전시 장소인 Cryptoportiques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기원전 46년에 건설된 로마식민지 최초의 도시성과 중 하나이다. 지하 기초는 도시에서 6m 아래에 지하 구조물인데 그 규모가 빠른 걸음으로 족히 5분이 걸릴 정도로 길어 거대한 동굴 같다. 특히 선사 시대 동굴 작업을 한 Agneldml 작품이 이곳에서 전시되어 감동이 배가 되었다.

 



지하 기초는 도시에서 6m 아래에 지하 구조물인데 그 규모가 빠른 걸음으로 족히 5분이 걸릴 정도로 길어 거대한 동굴 같다.




줄리엣 아넬(Juliette Agnel)의 《어린이의 손’(La main de l’enfant)》 The Child’s Hand series, 2023
ⓒJuliette Agnel, Clémentine de la Féronnière Gallery





줄리엣 아넬(Juliette Agnel)의 《어린이의 손’(La main de l’enfant)》 The Child’s Hand series, 2023
ⓒJuliette Agnel, Clémentine de la Féronnière Gallery





Cryptoportiques는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되어 있으며 기원전 46년에 건설된 로마식민지 최초의 도시성과 중 하나이다.



 

Section Ⅴ. REMINISCENE(S)
Casa Susanna
여성이고 싶은 남성들의 반란


2004년에 두 명의 골동품 상인이 340장의 사진을 발견했는데, 그 사진에는 남자가 여자 옷을 입은 모습이 찍혀져 있었다. 그 사진들은 1950~60년대 뉴욕에서 존경받는 주부, 친절한 유부녀로서 완벽한 사생활을 누리는 주부들의 모습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여장남자들이다.

그들은 결혼했고 백인 중산층의 존경받는 아버지였다. 그들은 엔지니어, 조종사, 공무원이었으며 아메리칸 드림을 구현하는데 일조했다. 하지만 냉전 시기에 미국의 인종적, 성적, 정치적 분리가 극심했고 여장남자부터 동성애자는 당시의 젠더 규범을 위반한 사람들로 검열받고, 억압받고, 배제되고, 사냥감이 되는 악몽에서 벗어날 수 없었다.

수잔나는 그의 친구들과 독특한 집단적 정체성을 만들었다. 그들은 위험을 무릅쓰고 지하 잡지 신문인 트랜스베스티아(Transvestia)를 통해 서로 연락하고, 함께 모이고, 조직하고, 고립을 완화하는 데 성공했다.

그들은 성별 규정을 깨고 남성성에 대한 숭배에 복종하기를 거부했다. 반항적이고 결단력 있는 그들은 미국 역사상 최초의 트랜스젠더 네트워크를 조직했으며 신성한 의식을 통해 지역사회에 배포했던 사진이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사진 페스티벌에서 작품으로 전시되게 되었다.

 







Unknown American. Susanna at Casa Susanna, gelatin silver print, 1964-1969. ©AGO







Espace Van Gogh는 현재 예술센터이지만, 고흐가 고갱과 헤어지고 귀를 자른 뒤에 스스로 입원한 생 레미 정신병원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정신병원의 정원을 그렸고 병실에서 동이 트는 모습을 그린 <별이 빛나는 밤>(1889)을 완성한다.

 


전시 장소인 Espace Van Gogh는 현재 예술센터이지만, 고흐가 고갱과 헤어지고 귀를 자른 뒤에 스스로 입원한 생 레미 정신병원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정신병원의 정원을 그렸고 병실에서 동이 트는 모습을 그린 <별이 빛나는 밤>(1889)을 완성한다. 삶과 죽음을 그림 속에 녹여낸 작품으로 그의 최고의 걸작이다. 아를 근교에 ‘빛의 채석장(Carrieres de Lumieres)’이 있다. 오리지널 사운드 트랙의 완벽한 음악이 흐르고 10,000㎡에 이르는 채석장 내부를 백여 대의 프로젝터가 <별이 빛나는 밤> 디지털이미지를 비추는데, “넋을 잃는다는 것이 바로 이런 곳이구나”했다. 관객들은 하나같이 고흐의 작품의 바다에 빠져있었다.

 



‘빛의 채석장(Carrieres de Lumieres)’에서 고흐의 <별이 빛나는 밤>
 
 



Section Ⅵ. EMERGENCES
2023 Discovery Award LOUIS ROEDERER foundation
(2023년 디스커버리 어워드 루이 로드레 재단)


올해에 디스커버리 어워드 전시회는 큐레이터 Tanvi Mishra가 10명의 디스커버리 어워드 후보자의 작품으로 전시를 구성하였으며 성장 가능성이 돋보이는 작가들의 혁신적인 작품이 선보인다. 심사위원단의 심사를 거쳐서 선정된 디스커버리 어워드 수상자에게 €15,000 상당의 상금이 수여된다.



Soumya Sankar Bose
A discreet exit through the darkness(어둠 속에서 조심스런 탈출)

Soumya Sankar Bose는 9살의 어린 나이에 어머니가 실종되는 사건을 당했다. 그는 가족들의 집단적 기억을 바탕으로 어머니를 재구성하려고 시도하였다. 그 과정에서 끊임없이 갈등을 겪게 되고, 가족을 분열시킨 사건이 가족의 트라우마임을 인식하게 된다. 어머니에 관란 자세한 기록이 없는 가운데 어머니의 실종 이야기는 민담과 미신이 가미된 환상의 영역으로 들어간다.
실제 사건에서 영감을 받아 이미지를 픽션으로 재현하는 Bose의 작업은 사진과 기억 및 진실의 복잡한 관계를 다룬다.


 



Soumya Sankar Bose. A Discreet exit through Darkness series, 2020-ongoing. Courtesy of the artist / Experimenter.







Soumya Sankar Bose. A Discreet exit through Darkness series, 2020-ongoing. Courtesy of the artist / Experimenter.







Samantha Box
Caribbean Dreams(캐리비안 드림)

미국에 거주하는 Samantha Box(자메이카 태생, 1977~)는 아프리카, 인도, 자메이카, 트리니다디아 혈통에 뿌리를 두고 있으며 디아스포라의 역사 속에서 정체성을 찾는다. 작가는 가족의 가보와 문화적 기억을 담고 있는 물건을 사용하여 정물사진을 만들며 번영을 향한 식민지 개척자의 착취적 갈증을 상징했던 사탕수수를 회수하는 사진 등 제국주의에 ​​의한 카리브해의 역사를 전복하러 한다.

 





Samantha Box. Edges, archival inkjet print, 2020. Courtesy of the artist.




Samantha Box. Portal, digital collage, printed as archival inkjet print, 2020. Courtesy of the artist.







Md Fazla Rabbi Fatiq
Home(가정)

Md Fazla Rabbi Fatiq(방글라데시 태생, 1995~)는 COVID 봉쇄가 시작되자 집에 틀어박혀 부엌 식탁, 발코니, 냉장고 안 등 일상의 중심에서 예술적 실험을 했다. 그의 작업은 팬데믹 시기에 일상의 사물이 쉽게 오염될 수 있고 안전하다고 생각하던 집이 공포의 장소로 변할 수 있음을 강조한다. 창문 표면에서 윙윙거리는 파리, 투명한 피부를 통해 드러난 정맥, 피 묻은 그릇 바닥에 흩뿌려진 깃털이 일으키는 죽음, 부패, 전율, 안도 등, 팬데믹이 미치는 반응을 시각화했다.


 




Md Fazla Rabbi Fatiq. Home series, 2020. Courtesy of the artist.




Md Fazla Rabbi Fatiq. Home series, 2020. Courtesy of the artist.






 
 
Riti Sengupta
Things I can’t say out loud(큰 소리로 말할 수 없는 것들)

Riti Sengupta(인도 태생, 1993~)의 작업은 정체성, 기억, 젠더의 정치학에 대한 탐구이다. 그녀는 자신의 작업을 통해 인도 사진에서 전통적으로 여성이 표현되는 방식을 해체하고자 한다. 작가는 가정의 기대와 무게로 인해 자신의 어머니의 인격이 추락하는 것을 보았으며 어머니와 세대 간 대화를 통해 가정 내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찾는 작업을 이어갔다. 작가는 엄마와 대화를 통해 공동의 퍼포먼스로 전환하며 이를 통해 두 여성은 자아를 성찰하게 된다.





Riti Sengupta. Inheritance. Courtesy of the artist.




Riti Sengupta. Pause. Courtesy of the artist.







Hien Hoang
Across the ocen(바다 건너)

Hien Hoang(베트남 태생, 1990~)은 사회적 가치 체계, 형태와 재료의 변형이라는 개념을 중심으로 작업한다. 그녀의 설치 작품에서는 영상, 사진 등 여러 장르가 융합되고 재맥락화된다. 독일에 거주하는 작가는 80년대 독일로 이민을 간 이모의 수동적인 삶을 보면서 오리엔탈리스트의 욕구를 표현한다. 아시아 여성의 신체에 대한 페티시 등 아시아에 대한 서구 문화의 인식과 세계 속의 아시아에 대한 이미지 사이의 차이를 표현하는 작가는 “우리가 디아스포라에 존재할 때 유색인종 또는 아시아인과 같은 용어의 귀속. 이러한 정체성의 부담으로 인한 질식에도 불구하고 이상적인 이민자는 웃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전시 장소인 Église des Frères Prêcheurs 는 고딕 양식의 거대한 성당으로 건축은 1448년에 시작되었다. 한때 차고와 창고로 방치된 적도 있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관공사가 사들여 복원 공사를 마쳤다. 지금은 전시 및 공연 공간으로 활용된다.





Église des Frères Prêcheurs 는 고딕 양식의 거대한 성당으로 건축은 1448년에 시작되었다. 지금은 전시 및 공연 공간으로 활용된다.





오감의 융복합 예술작품, 아를
450점이 넘는 작품이 전시된 Dianne Arbus의 전시 《Constellation(별자리)》를 소개할 수 없음이 아쉽다. 프레스로 제공되는 사진이 없고 전시장에서도 촬영이 금지되어 있어서 Arbus의 전시를 보여줄 방도가 없기 때문이다. 아버스는 난장이 커플, 장난감 수류탄을 쥐고 있는 어린이, 여장남자, 나체주의자 등을 독특하게 촬영하여 새로운 인간의 초상을 구현했다. 이 전시는 밤하늘의 별들처럼 다양한 위치에 작품이 디스플레이 되어 마치 별자리를 보는 듯했다.

아버스의 작품이 전시된 공간의 건물이 파격적인 건축으로 명성 높은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Luma Arles, La tour이다. 스테인레스 스틸 벽돌 11,000개로 뒤틀어진 외관의 기괴함과 아버스 사진의 기묘함이 연결되어 La tour를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스틸 벽돌은 하늘의 빛 변화를 포착하여 건물에 끊임없이 변화하는 모습을 부여하는데, La tour는 빛의 변화를 캔버스에 포착하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고흐의 회화적 터치와 맞닿아있다. 네덜란드인 고흐는 아를에서 회화 명작을, 미국인 게리는 아를에 건축 명작을, 아버스는 아를에서 생전의 전시보다 더 큰 규모의 전시를 남겼다. 시대와 지역이 달라도 대가는 대가끼리, 명작은 명작끼리, 그렇게 통하는 것인가 보다.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Luma Arles, La tour


 
고흐의 그림, 카페 테라스의 실제 노란 카페 주변은 거대한 광장 카폐가 형성되어 늦은 밤까지 술을 마시면서 대화의 꽃을 피운다. ‘평화’롭다! 고흐는 아를에서 화가 공동체를 꿈꾸었는데, 이곳에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모이는 예술의 공동체가 이루어졌으니, 고흐의 꿈이 이루어진 것이 아닐까!




고흐의 그림, 카페 테라스의 실제 노란 카페 주변은 거대한 광장 카폐가 형성되었다. 두 번째가 노란 카페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주요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골목의 한 식당에서 저녁 7시부터 작은 음악회가 시작되었다. 맨 앞줄에 몸이 불편한 노인을 위한 자리가 마련되어지고 남녀노소가 구분 없이 모여들었다. 음악에 심취하여 노래를 따라 부르거나 춤을 추기도 했다. 나이와 성별에 상관없이 10시까지 계속된 작은 음악회의 공연에 공감하는 모습이 행복해 보였다. ‘민주적’이다! 저마다 행복을 추구하되 상대를 존중하며 더불어 사는 사회, 필자는 아를에서 민주주의의 참모습을 본다. 분위기에 젖어 아를을 감싼 공기 한 모금, 소리 한 음조차 음미하고 싶은 밤이었다.




페스티벌이 열리고 있는 주요 장소에서 멀지 않은 골목의 한 식당에서 작은 음악회

 
필자는 아를 사진 페스티벌에서 사진 명작과 함께 아를에 있는 명작과 명소와 거리의 음악과 사람을 만났다. 아를은 시대와 장소와 장르를 초월하여 예술이 조우하기에, 아를 그 자체가 융복합의 예술품인 듯하다.

 
 



 


크리스토프 위스너(Christoph Wiesner) 디렉터와 이기명 발행인



 

글 이기명 월간 「사진예술」 발행인 겸 편집인
해당 기사는 2023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