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다소 〈실재의 부재〉

조다소는 젊은 시절 파리에서 건축학과 미학을 전공하고, 건축가로 활동하다 약 10년전부터 사진작가로 전업했다. ‘조다소’라는 이름도 파리에서 사진작가로 활동할 때, 현지인들이 부르기 편한 발음으로 개명한 것이다. ‘다소’라는 이름에는 ‘많고 적음에 개념치 말자’는 뜻이 있다고.

그는 중학교 2학년 때 아버지께 선물 받은 첫 카메라를 최근까지 항상 지니고 다녔다. 건축가로 활동할 때도, 현장 사진과 공정별 사진 기록을 항상 찍어야 하므로, 사진은 그의 삶에 늘 함께 있던 셈이다. 조다소는 “도식기호의 집합이라 할 수 있는 건축도면을 그리면서, 언제부터인가 도면과 사진이 많은 유사점이 있다는데 주목했다”며 “특히, 건축설계의 기본인 공간 분할과, 기호들의 조합이, 사진 속에 표현되면 어떻게 나타날까하는 물음이 들었고, 그것이 새로운 사진작업을 고민하게 했다”고 말했다.


 

ⓒ조다소


ⓒ조다소

건축과 사진은 공통점이 있을 수 있지만, 분명 차이도 존재했다. 그에게는 ‘건축학적 전개와 구성 등, 건축적인 사고’가 사진을 하는데 때로 장벽을 만들기도 했다. 이런 답답함을 극복하기 위해 그는 쟈끄 데리다, 장자, 마르셀 멕루한 등 많은 서적을 탐독했다. 특히 ‘나비의 꿈을 꾸고, 자신이 나비인지, 나비가 자신의 꿈을 꾸는지 분간 할 수 없었다’는 장자의 〈호접몽〉 은 그의 사진작업에 철학적 기반이 됐다. 그는 “장자의 ‘호접몽’을 생각하며, 과연 보이는 것이 진실인지를 묻는 ‘일루션’ 시리즈를 작업했고, 이후 같은 방식으로 다른 시리즈들도 촬영하고 있다”며 “사진을 촬영한다는 것 자체가 현실을 촬영하지만, 이미 그 작업이 전시되고, 누군가에게 보여지는 시점에는, 과거의 것이 된다. 그처럼 우리는 현실, 진실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때로 그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생각으로 작업을 했다”고 전했다.

그가 5년간 작업 중인 ‘의자’ 시리즈도 같은 맥락에 있다. 조다소는 지난 1월 갤러리 나우에서 연 〈실재의 부재〉 전에서 그가 촬영한 ‘의자 시리즈’를 선보였다. 검은색의 의자 하나가 붉은 배경에 강렬하게 존재감을 과시하는 이 ‘의자’ 사진에 그는 여성이라는 뜻의 ‘여 Femme’란 제목을 붙였다. 이와 대비되는 새하얀 육면체를 촬영한 사진에는 남성이란 뜻의 ‘Homme’란 이름을 붙였다. 두 시리즈의 대비는 매우 극적인데, 붉은 바탕의 검은 의자가 권력, 대상, 여성을 상징한다면, 흰 바탕에 흰 직육면체는 관, 죽음, 남성을 연상시킨다.

그는 이 시리즈들에 대해 “이 작업을 시작할 즈음, 내 현실에 여러 가지 불편한 일들이 있었다. Homme의 흰 직육면체는 약 1m80cm의 크기이다. 이 작업에는 죽음이라는 코드가 들어있다”며 “의자 작업에 Femme(여성)이라 이름 붙인 것은, 지난해 어머니를 잃은 경험이 영향을 미쳤다. 어머니는 내게 가장 영향을 끼치고 사랑했던 분이며, 또한 내게는 ‘살아있는 권력’ 그 자체였다”고 말했다.

 

여Femme, 100x100cm, inkjet pigment print, 2012 (5) ⓒ조다소


여Femme, 100x100cm, inkjet pigment print, 2012 (1) ⓒ조다소


그가 찍은 의자는 1940년대에 만들어진 독일 브랜드 ‘체어맨’의 의자로, 일반인들이 소유하기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다. 그는 이 의자를 비트라(Vitra) 의자 박물관의 협조를 얻어 촬영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낡고 흔한 의자를 찍는 작업부터 시작했지만, 이후 박물관에서 촬영한 의자들은 모두 일반인이 소유하기는 힘든 고가의 의자들이다.

그는 의자가 단순히 한 개인을 위해 안락함을 제공하는 사물이 아니라, 누구나 앉을 수 없고, 소유할 수 없는, 개인적이고 배타적인 의미가 된다는데 주목했다. 그가 촬영한 의자는, 의자가 내포하는 권력과, 그 권력의 암투를 암시하며, 폭력적이고 위협적인 존재로 부각된다. 이런 의자를 둘러싼 부재된 공간은 강렬한 붉은 색으로 묘사된다. 이 붉은 색은 모네의 그림에 자주 나오던 개양귀비꽃의 선홍색에서 영감을 얻었는데, 그는 “프랑스에 처음 갔을 때, 온천지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던 꽃이 개양귀비 꽃이었다. 이 꽃은 많은 예술가들에게 영감을 줬다”고 회상했다.

과장과 확대, 단축과 생략을 통해, 그는 ‘권력’을 의자를 통해 묘사한다. 그의 전시 제목이 〈실재의 부재〉인 점도, 이런 면에서 적절한데 눈앞에 실재하는 의자가, 기의적 측면에서는 그 본래 기능이 부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앞으로도 이 의자 시리즈를 다양한 방식으로 확장시킬 예정이다. 그는 이 작업들을 통해 질문을 던지려고 하지, 한 가지로 경직된 정답을 제시하려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 했다.

 
“아직 ‘내 작업은 이렇다’라고 명확하게 이야기하기 어려워요. 작품에 대한 시각은 여러가지이기 때문에 내가 의도하지 않는 방식으로 해석될 수도 있고, 또 때로는 그것이 가장 좋은 해석일 수도 있죠. 작품에 대한 시각이나, 철학이 하나로 고정되지 않고, 보는 이들로 하여금 끊임없이 사유하고 고민케 했으면 좋겠어요.”

전시일정 2017. 1. 18 -1. 31
전시장소 갤러리 나우

 


글 석현혜 기자
해당 기사는 2017년 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