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공간 291, 시즌2 : New Beginning


공간291은 사진, 그 내일을 위한 투자로 탄생한 장소이다. 신진 작가들의 창작 활동을 지원하고, 사진작가와 수용자 간의 소통이 가능한 공간과 사진 활동이 필요하다고 여긴 이들이 있기에 가능했다. 운영의 안정성을 추구했던 공간291은 ‘협동조합’이란 방식을 택한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의 뜻을 모아 자신들이 필요한 사업 활동을 할 수 있고, 자발성과 자율성을 가진다는 장점 때문이다.


 

2014년 11월, 종로구 부암동에 자리 잡은 공간291은 만 4년 동안 신인 작가를 지원했고, 사진전을 중심으로 사진 책방, 워크숍 등 사진 활동의 가능성과 확장성을 넓혔다.


2017년 11월, 공간291이 부암동에서 통인동으로 공간을 옮기며 시즌2를 맞 이했다. 그간의 활동을 봤을 때, 공간291이 앞으로 어떤 입지를 다져나갈지 기대할 만 하다. 공간291 디렉터 임수식의 인터뷰를 통해 협동조합사진공방 ‘공간291’이 가진 의미, 그리고 사진 공간의 내일을 생각해 보고자 한다.


공간 설립의 목적과 의도를 소개해달라.

첫째는 대안공간 시대가 저물며, 새로 시작하는 작가들이 데뷔할 수 있는 공간이 줄어가는 것이 안타까웠다. 다음 세대에게 기회를 줄 수 있는 전시 공간이 있었으면 했다. 또 다른 이유로는 두 번째는 디지털 시대에 진입하며, 풍요로운 사진 시대가 될 거로 생각했다. 엄청나게 많은 사람이 사진을 한다고 하지만, 카메라만 사지 않나? 거기에는 출판도, 전시도, 잡지도 없다. 사진을 하는 인구는 늘었지만, 생산, 향유하는 사람은 희소하다. 그런 상황이 기형적으로 느껴졌다. 구조를 개선할 수 있는 공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했고, 이왕이면 자생력을 갖췄으면 했다. ‘어떤 구조가 가장 적당할까’란 고민을 하다가 떠오른 것이 ‘협동조합’이다. 협동조합은 조합원들에 의해 운영되는 체제이지 않나? 이런 형식은 설립자가 사라져도 지속할 수 있다. 마침 뜻 맞는 친구들과 이야기를 해서 2014년에 부암동 공간291을 꾸리게 됐다.


 


협동조합사진공방인 공간291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나.

난 사진학과를 졸업했고, 사진작가로서 활동하고 있다. 내가 필드에 나가서 작업하는 덕에, 이들이 원하는 걸 정보를 줄 수 있었다. 공간291이 조합원들에게 제시하는 건, 사진을 할 때 필요한 매니지먼트 역할을 해 주겠다는 것이다. 본인 작업을 소개하는 것에는 어느 정도 작가로서 경력과 노하우가 필요하다. 캡션, 작업 노트, 보증서, 에디션 관리 등 학교에서 잘 가르쳐주지 않지만, 작가로 활동하다 보면 이런 형식이 필요할 때가 있다. 이런 부분을 조합에서 관리해준다. 조합원들의 요구를 실현하고, 전시, 출판 등 작가를 후원하고 싶은 마음이 있으면 할 수 있도록 한다. 그들이 사진을 통해 원하는 것을 실현 가능성을 보여주는 것이다. 그럴 수 있다면 조합원들은 사진으로 인해 즐겁지 않을까. 그 즐거움을 우리끼리만 누리지 말고, 다음 세대와 함께 나누자는 취지이다. 100%의 전시가 있다고 가정해보자. 50%는 조합원이 즐겁고, 50%는 미래 세대들이 기회를 얻을 수 있게 한다면 많은 이들이 만족하지 않을까. 조합원과 다음 세대의 요구를 적절히 배분하며, 공간이 운영됐으면 한다. 모두 함께 사진을 통해 행복할 수 있다면 그걸로 좋다. 평소에 조합원들과 소통을 하며 원하는 것을 느끼고, 젊은 친구들과도 소통하며 필요한 것을 느낀다. 두 의견을 적절하게 배분해서 나가는 것이 이상적이라 생각한다. 물론 정답이 아닐 때도 있다. 그래도 난 이상주의자라, 안 하는 것보다 하는 게 좋다는 생각이다.


 


통인동으로 이사 오면서 공간291 ‘시즌2’를 맞이했다. 이곳으로 옮기면서 어떤 것이 변화한 것 같나.

부암동에서 공간 이름을 알리는 것에 중점을 뒀고, 이제 통인동으로 이사 오면서 시즌2가 시작됐다. 협동조합이란 형태로 공간이 운영되려면, 신뢰를 받을만한 이미지가 구축돼야 한다. 초기에는 별다른 이력이 없으니 사업을 지원받기 힘들었다. 공적 지원도 공간의 이력이 있어야 하니, 그것도 힘들었다. 대신 대안공간이 있으니, 초기에는 전시를 돌리는 것에 역점을 뒀다. 조합원들의 전시와 우리가 기획하는 전시를 배율을 맞춰서 진행했다. 지금까지는 공간291의 색깔을 만드는 기간이었다.


통인동으로 이사 오며, 우리한테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계기가 생겼다. 위치상으로 접근성이 좋아졌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부암동 때는 위치 때문에 방문객의 루트에서 배제되는 경우가 많았고, 조합원들도 공간을 이용하기 불편했다. 선의가 있어도 자주 못 오다 보면 마음이 떠나게 되기 마련이다. 젊은 작가를 후원하는 것도 좋지만, 여기를 운영하는 분들이 즐겁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게 우선이다. 강조하고 싶은 건, 조합원들에게 “기부하세요. 좋은 일입니다.”라는 식의 태도로는 조합이 지속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분들의 요구사항이 충족돼야 이분들도 조합원으로서 활동할 가치가 있다.


 


사진 공간으로써 공간291이 지향하는 바가 있다면?

전시를 4년 정도 기획을 하며 깨달은 것이 있다. 우리는 미술관처럼 큰 공간에 대형 전시를 유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공간291에서 전시를 하는 이들은 첫 전시인 경우가 많다. 첫 전시는 많은 언론이 주목하는 것도 아니고, 아는 사람들만 모인다. 처음에는 공간을 개조해 화이트 공간을 만들려는 생각도 했지만, 필요성을 못 느끼게 됐다. 다른 공간에 어울리는 사람들은 그곳에서 하면 되고, 우리 공간에 어울리는 사람들은 이곳에서 하면 된다. 이 공간이라서 할 수 있는 것이 있다. 대안공간에서 출발해 조합형태를 이뤘으니, 워크숍도 하고, 공부도 해야 하지 않겠나. 사진을 기반으로 한 문화 활동이 가능하도록 하는 공간이 됐으면 한다. 전시 보러 오는 분, 책 보러 오는 분들도 좋다. 많은 분이 방문하고, 찾을 수 있도록 공간의 성격이 편해졌으면 한다. 더 나은 걸 만들려면 공간이 살아남아야 한다. 공간이 없어지면 좋은 기획이 있어도 시도조차 불가능하지 않나.


 
글 김다울 기자
이미지 제공 공간291


해당 기사는 2018년 3워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