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국내작가 ⦁ ⦁ 안중열 《소통(Interact)》 | 진심으로 이어진 다리
- 2024-11-28 16:03:53


안중열 작가의 전시를 보고 동호대교를 걸었다. 수많은 자동차와 3호선 열차가 쉼 없이 다리 위를 오간다. 이 장면을 보면서 다리의 역할과 그 상징을 곱씹어 보았다. 이쪽과 저쪽을 이어주는 ‘연결’의 매개체, 너와 나를 만나게 해주는 ‘진심’ 그로 인해 가능한 ‘신뢰’ 같은 단어가 머릿 속을 부유했다. 이 모든 단어를 뭉쳐보니 비로소 ‘소통’이란 단어가 보였다. 소통의 부재로 수많은 사회 문제가 대두되는 현대 사회에서 다시금 연결의 담론을 이끌어내는 그의 작업 이야기를 들어본다.
이번 전시 《소통(Interact)》(1.3-1.26 | 나우리 아트센터 갤 러리)은 한강의 다리를 촬영한 작업이다. 다리의 교각을 촬영하게 된 계기가 있나?
한강 산책로를 걷다가 다리의 교각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에 빛을 더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매일 정오에 한강 다리를 찾았다. 이후 6개월 동안 촬영했지만 결국 다 폐기했다. 이유는 어느 날 정오에 시작한 작업이 늦게 까지 이어졌는데, 순간 저녁에 들어오는 빛이 환상적으로 다리를 비추는 것 아닌가. ‘정오’란 주제에 갇혀 보지 못했던 빛 이 눈앞에 드리우는 광경을 보면서 내가 너무 단면만을 보고 있었구나 생각했다. 바로 다음날 아침 일찍 한강 다리를 찾았다. 저녁과 또 다른 매력의 빛이 교각을 물들였다. 지금은 빛이 극적으로 비치는 아침과 저녁의 자연광과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조명인 인공광, 총세컷을 작업한다.
우연한 계기로 작업의 방향이 조금 달라졌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은 결과물을 보여줬다. 시간대 별로 빛의 느낌이 어떻게 다른가?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자신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빛을 그리겠다”고, 그 일화가 떠오르면서 나 역시 한강 다리의 모든 빛을 담아보겠다고 결심했다. 아침은 골드 빛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낮은 고도에서 천천히 세상을 물들이는데, 저 멀리 다리 교각 끄트머리에서 서서히 빛을 받기 시작해 점점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꼭 빛이 나를 향해 찬찬히 걸어오는 듯하다. 반면 저녁은 레드빛의 기운이 느껴진다. 고된 작업을 마친 오늘을 위로하듯 빛이 나를 어루만지는 것 같다. 그렇게 밤이 되면 한강은 다양한 빛으로 채색된다. 한강에는 총 32개의 다리가 있다. 그중 작업이 가능한 다리가 22개다. 현재까지 16개의 다리를 촬영 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은 2021년과 2022년 동안 작업한 사진이다.
이번 전시 《소통(Interact)》(1.3-1.26 | 나우리 아트센터 갤 러리)은 한강의 다리를 촬영한 작업이다. 다리의 교각을 촬영하게 된 계기가 있나?
한강 산책로를 걷다가 다리의 교각이 눈에 들어왔다. 거대한 콘크리트 구조에 빛을 더하면 어떤 느낌일까 궁금해서 매일 정오에 한강 다리를 찾았다. 이후 6개월 동안 촬영했지만 결국 다 폐기했다. 이유는 어느 날 정오에 시작한 작업이 늦게 까지 이어졌는데, 순간 저녁에 들어오는 빛이 환상적으로 다리를 비추는 것 아닌가. ‘정오’란 주제에 갇혀 보지 못했던 빛 이 눈앞에 드리우는 광경을 보면서 내가 너무 단면만을 보고 있었구나 생각했다. 바로 다음날 아침 일찍 한강 다리를 찾았다. 저녁과 또 다른 매력의 빛이 교각을 물들였다. 지금은 빛이 극적으로 비치는 아침과 저녁의 자연광과 형형색색으로 물드는 조명인 인공광, 총세컷을 작업한다.
우연한 계기로 작업의 방향이 조금 달라졌지만, 결과적으로는 좋은 결과물을 보여줬다. 시간대 별로 빛의 느낌이 어떻게 다른가?
네덜란드 화가 렘브란트가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자신은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빛을 그리겠다”고, 그 일화가 떠오르면서 나 역시 한강 다리의 모든 빛을 담아보겠다고 결심했다. 아침은 골드 빛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낮은 고도에서 천천히 세상을 물들이는데, 저 멀리 다리 교각 끄트머리에서 서서히 빛을 받기 시작해 점점 나에게 다가오기 시작한다. 꼭 빛이 나를 향해 찬찬히 걸어오는 듯하다. 반면 저녁은 레드빛의 기운이 느껴진다. 고된 작업을 마친 오늘을 위로하듯 빛이 나를 어루만지는 것 같다. 그렇게 밤이 되면 한강은 다양한 빛으로 채색된다. 한강에는 총 32개의 다리가 있다. 그중 작업이 가능한 다리가 22개다. 현재까지 16개의 다리를 촬영 했다. 이번 전시에 출품한 작품은 2021년과 2022년 동안 작업한 사진이다.

다리의 교각을 담은 작업의 이름은 ‘소통’이다. 작업 노트에서도 다리의 의미와 그 상징에 대해 이야기한다. 구체적으로 설명을 부탁한다.
다리는 서로 떨어진 곳을 이어주는 문명의 혜택이다. 이로 인해 교류와 소통이 이루어진다. 한편 소통과 신뢰의 부재로 많은 사회 문제가 발생하는 요즘이다. 다리의 교각을 보여주면서 ‘소통’의 본질을 담론으로 이끌어내고 싶었다. 사람들은 그럼 왜 다리의 측면이나 전경이 아닌 교각을 촬영하는지 묻는다. 교각은 다리의 본질이기 때문이다. 아름다운 외경이 아닌 다리란 의미를 지탱하는 근간을 나타낸 것이다. 진실된 소통도 마찬가지란 생각을 한다. 서로의 본질을 드러내고 그것을 이어주는 것. 가장 솔직하고 순수한 원형의 모습. 작품의 구도도 소실점을 중앙에 두고 촬영했는데, 이는 한 단계 한 단계 당신의 속으로 들어가고 싶다는 의미도 내포된 것이다.
안중열의 작품은 멀리서 보면 평면으로 보이지만, 가까이에서 살펴보면 실제 장면을 보듯 입체감이 느껴진다. 두꺼운 합지를 각 교각의 모양에 따라 오린 뒤 여러 장을 이어 붙여 완성했다. 쉽게 설명해 2~3mm 두께의 사진 여러 장이 층층이 쌓여 있는데, 실제로 그 장소에 서서 정면을 바라보는 것처럼 공간감을 음각으로 표현했다. 이로써 액자는 5cm 정도 깊이가 형성되고, 작품을 감상할 때 정면과 좌우 측에서 보는 방향에 따라 그 감상이 달라진다.



사진의 입체감은 몰입감을 높이기 위한 여러 방법 중 하나다. 나는 ‘멍’하니 어떤 대상을 바라보는 것을 좋아한다. 몰입될수록 멍한 상태가 지속되어 마음의 평온을 느낄 수 있 기 때문이다. 무념무상의 미학으로 설명하고 싶었다. 그 수단으로 사진을 이용한 입체 작품을 구현하고 싶었고, 이번 프로젝트는 이미지를 활용한 음각 처리된 큐비즘의 완성물이다. 실제로 작품은 감상자의 위치에 따라 그 느낌이 사뭇 달라진다. 감상자의 시선이 존재함으로써 비로소 작품이 완성되는 큐비즘의 궁극적 목적을 실현했다고 생각한다. 또한 음각은 당신의 심연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나의 상상이다. 소통의 시각화를 위한 장치로 표현했다.
이번 작업을 하면서 한강의 많은 다리를 직접 찾았을 텐데, 가장 좋아하는 다리가 있나? 작가의 작품을 보고 실 제 다리를 찾아가 보는 것도 좋은 감상 경험이 될 것 같다.
잠실 철교를 가장 좋아한다. 교각을 볼 수 있는 장소로 가려면 풀숲을 헤치고 가야 하는데, 그곳에 도착하면 바깥 세상과 단절된 기분을 느낄 수 있다. 바로 앞에는 강물이 찰랑이고, 작은 생명들이 움직이는 소리가 귓가에 스친다. 해가 뜰 때 방문하면 풀벌레가 기지개를 켜며 하루의 시작 을 알리는 에너지를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광진교와 한남대교를 좋아한다.
마지막으로 전시를 감상하는 이들에게 전하는 메시지가 있다면?
이번 작업은 소통의 근간인 다리의 교각을 주제로 상대방의 심연으로 들어가고자 하는 마음을 음각으로 표현했다. 우리는 소통을 통해 서로를 이해하고, 이해의 폭을 넓히면서 서로를 신뢰한다. 너를 믿고 싶어서 그 마음 속으로 들어가게 되고, 나를 믿어 달라고 나의 속마음을 드러낸다. 들어 가고 드러냄으로써 소통이란 골격은 만들어지고, 비로소 우리는 하나가 된다. 나의 작업이 믿음과 신뢰가 넘치는 사회를 지탱하는 데 작은 힘이 되길 바란다.
누구나 한강 다리 아래에 서면 그 거대한 크기에 압도되는 경험을 할 수 있을 것이다. 현실에서 쉽게 느낄 수 없는 공간감에 초현실적인 장면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주변과 다르게 서늘한 온도와 크게 울리는 소리도 그런 기분을 극대화한다. 한 번쯤 그런 기억이 있다면, 안중열의 작품을 실제로 감상해 보길 권한다. 실제 교각의 개수에 맞춰 섬세하게 쌓아 올린 작품을 가만히 보고 있으면 어디선가 비릿한 물 냄새가 나는 것 같다. 동시에 소통을 기원하는 그의 진심과 간절함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글 강성엽 객원기자
해당기사는 2024년 2월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