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시의 관찰자, 양승원

월간 〈사진예술〉이 (재)경기문화재단 경기창작센터와 MOU를 맺고 2017년 경기창작센터 레지던시 입주작가를 공모한 결과, 양승원 작가가 입주작가로 선정됐다. 선정된 양승원 작가에게는 2017년 3월부터 2018년 2월까지 경기창작센터의 스튜디오 1실과 공동창작시설, 경기창작센터가 주최하는 기획전, 아트프로젝트, 국제 레지던시 작가교류 
공모기회 등이 제공되며, 도록 등 출판물 발간의 기회가 제공된다.

양승원은 2011년 서울예술대학교 사진과 학사를 졸업하고, 2015년 런던예술대학교 순수미술 석사를 졸업했다. 그는 지난 2016년 3월부터 2017년 2월까지 한국예술종합학교 창작미술스튜디오 레지던시에서 작업했으며, 지난 3월부터 월간 〈사진예술〉이 선정한 작가로 경기창작센터 레지던시에 입주했다. 그는 처음 카메라를 잡았을 때부터 꾸준히 도시의 풍경을 소재로 작업해왔다.
 
인공적이지 않은 인공물 i, Installation View, 2011
 
 
사진을 시작해야겠다고 생각한 계기는?
10대부터 방황이 많았고, 고등학교를 나와서 군대를 갔다. 군대 제대하기 전에 그림을 그려서 상을 탔고, 군대 다녀와서도 유일하게 했던 일이 사진 찍는 일이었다. 당시 방향을 잡지 못하고 떠돌 듯이 살아서, 이렇게 살다가 나는 그냥 죽지 않을까란 생각을 할 때였다. 우연히 사진을 접하고, 사진을 어떻게 찍을까를 생각하다 보니 사회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유일하게 사진으로 남과 대화를 할 수 있었고, 사진을 통해 내 관심사를 이야기하는게 재미있게 느껴졌다. 사진을 제대로 한 번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태어나서 한 번도 공부란 것을 해 본 적이 없었는데, 결과적으로 사진과에 입학했고, 영국 유학까지 가게 됐다. 영국 유학을 가기 전에 김도균 작가님 밑에서 조수 생활을 했는데, 작가님이 건축물을 많이 다루셨고, 나 역시 공통점이 많아서 많이 배울 수 있었다.
 
이번 공모에 낸 포트폴리오를 보면 〈Real and Figure〉부터 〈인공적이지 않은 인공물〉, 〈Act 3 Scene3 Marse Code C〉 등이 모두 도시의 건축물을 다룬 시리즈이다. 〈Real and Figure〉는 아파트를 적외선으로 촬영한 것이며, 〈Act 3 Scene3 Marse Code C〉는 밤의 아파트 창문들이 도드라진다. 도시의 건축물을 주로 촬영한 이유가 있는가? 
어릴 때 아버지가 기계 설비 쪽 일을 하셔서, 집에 항상 설계도 제도, 등이 있었다. 그러다 보니 건축에도 관심이 많으셨고 나 역시 영향받게 됐다. 

아파트와 같은 건축물, 주거공간들은 현대 사회의 새로운 본질이라고 본다. 청소년기까지 성장했던 곳이 경기도 여주이다. 여주는 아직도 농사를 짓고 있고, 19살에 도시를 나오기까지 아파트를 제대로 본 적이 없었다. 처음 아파트를 보던 순간의 문화충격이랄까, 웅대하게 서 있는 모습 자체가 호기심의 대상이었고, 그 아파트를 사진으로 기록하기 시작했다.

단순히 건축물을 사진 찍는 행위를 통해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했고, 그래서 〈Real and Figure〉는 적외선으로 촬영했다.  〈Act 3 Scene3 Marse Code C〉는 밤에 아파트의 창들을 일일이 찍고, 다시 오려서 붙인 콜라주 작품으로, 창의 길이가 저마다 다른데 이것은 모스 부호의 형태이다. 창 하나, 하나가 모스 부호가 돼서 내가 전하고자 하는 문장을 전달하는 것이다.


 
Real and Figure, 2010

Real and Figure, 2010
 


〈인공적이지 않은 인공물〉은 강변 전망대 겸 카페 들을 베허 부부의 유형학적 사진처럼 찍었다. 어떤 의도인가?
오세훈 전 서울시장이 한강 르네상스 사업을 할 때 조성된 한강 주변의 전망대를 찍었다. 4대강 사업을 하면서 조성된 전망대도 포함된다. 유형학의 형식은 맞지만, 유형학적 사진은 아니다. 유형학적 사진이 같은 목적성을 지닌 것들 사이에 유사성을 찾는 것이라면, 내 작품은 단순히 형태로만 보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인공적이지 않은 인공물〉이란 제목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나면서 어느 순간 우리에게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게 되는 인공물을 지칭한다. 그래서 아이러니하게도 인공적이지 않은 인공물이 된 것이다.   

앞으로 어떤 작업을 하고 싶은가? 작업의 방향이 있다면?
앞으로 10년후에 우리 다음 세대가 바라보는 공간은 내가 보는 공간과는 또 다를 것이다. 그것이 단순한 외관일 수도 있고, 공간의 의미, 본질이 달라질 수도 있다. 이런 변화들을 3인칭 관찰자 시점에서 중립적으로 살펴보고 싶다. 가급적 거리를 두고 멀리서 관찰함으로써 최대한 중립적으로 기록해나가고 싶다. 도시의 수많은 변화를 탐구하고 관찰하며, 그 본질을 환기시키고 싶다. 


 
Act3 Scene3 Morse Code C, 2016
 
 

경기창작센터의 입주작가로 선정된 것을 축하한다. 이번 선정이 스스로에게 어떤 의미인가?
기존 레지던시들은 회화, 조각, 설치 작가들에게 주로 공간을 배정했다. 영국 유학을 다녀오고 나니까, 레지던시에서 사진작가들을 잘 선정하지 않는 것 같았다. 사진은 어디서든 작업할 수 있으니까, 회화, 조각, 설치 등 작업공간이 필요한 작가들 위주로 배정하는 게 맞다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그렇지만 사진 역시도 작업공간이 분명 필요하고, 또 레지던시에서 다른 매체의 작가들과 함께 교류하고 그를 통해 성장할 수 있다. 사진을 미술매체에서 어떻게 이용할 수 있고, 어떻게 변화할지 모르는 것 아닌가? 

그런데 레지던시를 심사할 때 심사위원 중에 사진전문가들이 적다 보니까, 사진을 해석하거나 읽는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사진작가 선정이 더 줄지 않았나 생각했다. 월간 〈사진예술〉이 경기문화재단과 MOU를 맺어 이런 기회를 만들었다는 것이 좋은 계기가 된 것 같고, 스스로도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경기창작센터에 사진작가가 들어오고, 그들이 기대하는 것보다 더 좋은 결과를 내서, 앞으로 다른 사진작가들이 선정되는데도 긍정적으로 영향을 끼쳤으면 좋겠다.

 

해당 기사는 2017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