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사진비엔날레 특별전시 주요 해외작가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는 2021년 9월 10일부터 11월 2일까지 개최된다. 이번 기사는 대구사진비엔날레의 특별전시에 참여하는 해외작가 가운데 주목할 만한 작가들을 조망한다.

특별전시 《신념 CONVICTION》는 사진이 이미지를 통해 현실을 가장 잘 전달할 수 있다는 믿음에서 현대사회에 관한 다양한 기록, 해석, 전망의 장을 마련한다. 사진가의 사회를 향한 신념이 작품으로 표현되고 그 작품과 시민이 지향하는 신념이 동조(synchro)되는 순간을 확인하고자 한다.
 
 


Part 1 | 정치·사회


사라 블레제너 〈청소년 군사 교육〉
사라는 조국애를 고양하기 위한 러시아의 청소년 여름 군사 캠프와 학교를 촬영하였다. 그는 “이 프로젝트는 젊은 세대가 현대사회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와 미래 세대에게 주입된 사상에 관해 대화의 장을 여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라고 말한다.
러시아의 ‘애국적 교육’은 군대에서 실시하는 군사훈련과 유사하다. 2015년 푸틴 대통령은 이데올로기와 종교와 교련 등을 청소년에게 교육하는 러시아 학생운동 창설을 명령하였으며, 학생 운동의 일환으로 애국 클럽과 캠프는 정부에 의해 배양되었다.
사진(右)은 러시아 보로디노에 있는 ‘역사전쟁캠프’에서 학생들의 총기 훈련을 보여주고 있다. 보로디노는 나폴레옹의 모스크바원정 도중에 있었던 최대의 격전지이다. 이 캠프는 기본적인 무기 종류, 기지 및 사격 규칙, 저격용 총 등 무기에 대한 정보를 가르친다. 사진(下)에서 ‘정통 전사’ 캠프에서 학생들이 러시아 성직자의 축복을 받기 전에 십자가를 긋고 있다. 성직자들은 훈련 첫날에 학생들을 축복하기 위해 캠프로 온다.

 


Borodino, Russia. July 2016 ⓒSarah Blesener

Diveevo, Russia. August 2016 ⓒSarah Blesener




스테파니 케이스 〈마스크를 쓴 사람〉
스테파니는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상황의 뉴욕시 모습을 보여준다. 미지는 공포를 더해 갔다. 그는 “모든 병원 밖에는 죽음의 광경이 펼쳐졌으며, 시체 가방이 꺼내어져서 냉동 트럭으로 옮겨졌다.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 때문에 서로 가까이 있기를 꺼리는 불신이 가득했다”고 전한다.
그는 도시 봉쇄 당시 언론사의 어사인먼트를 수행했다. 도시를 기록하기 위해 나가는 것이 마치 죽음의 땅으로 나가는 듯했으나, 우리가 질병에 대해 아는 게 없었기 때문에 기꺼이 밖으로 나갔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사망자가 넘쳐났던 초기 단계를 지나갔지만, 갈 곳 없는 사람들과 밖으로 나온 소수의 사람으로 도시의 외피만이 남게 되었다. 방치된 고층 빌딩을 배경으로 버려진 비참한 거리의 도시가 불길함과 위험으로 가득 채워졌다. 사진들은 2020년 12월 뉴욕 타임스퀘어 모습과 2020년 4월 뉴욕 엘름허스트에서 코로나와 싸우는 의료인이다.

 


Times Square. December 2020 ⓒStephanie Keith


Elmhurst neighborhood New York City. April, 2020 ⓒStephanie Keith




알렉스 마졸리 〈신(Scene)〉
알렉스 마졸리는 8년에 걸쳐 여러 대륙에서 사건들과 사건이 아닌 것들, 즉 정치적 시위, 인도주의적 비상사태, 일상생활의 조용한 순간 등을 기록해 왔다. 이 모든 이미지를 하나로 묶는 것은 연극 느낌인데, 우리는 누구나 배우라는 느낌, 역사와 상황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역할을 연기한다는 느낌. 그의 사진은 그가 직접 연출한 듯한 결과물이다.
어떤 상황으로 접어들면, 그와 그의 조수들은 천천히 카메라와 조명을 설치한다. 사진에서 고속셔터에 동조된 플래시의 섬광은 대낮의 태양광보다 훨씬 강하다. 고속의 셔터 속도로 의도적인 노출 부족을 만들어 배경을 어둡게 하고 플래시의 섬광이 도달한 부분만 어렴풋이 보이게 하는 것이다. 세상은 조명된 무대로 나타난다. 사진은 그리스의 레스보스 섬의 난민이다.

 


GREECE. Lesbos. Mytilene. 2015 ⓒAlex Majoli

GREECE. Lesbos. 2015 ⓒAlex Majoli




파올로 펠레그린 〈경계인 & 난민〉
파올로 펠레그린은 거칠고 위험에 노출된 미국 로체스터 지역의 주민을 기록한 ‘경계인’과 아프리카와 중동 난민의 목숨을 건 탈출을 지켜본 ‘난민’ 영상을 각각 제작했다.
‘경계인’에서 로체스터 지역의 침체된 주정부 경제로 인한 엄청난 빈곤, 탈출과 다름없는 집단 이주로 마약 판매와 사용의 중심이 된 버려진 주택의 증가 등 미국에서 보호받지 못하는 경계인에 관한 폭력성과 애처로움을 담고 있다. 한편 ‘난민’에서 난민이 더 나은 미래를 찾아 도망치는 수천 난민들의 극적인 ‘희망의 여정’ 즉 지중해 횡단의 공포, 배에서 견뎌내야 하는 끔찍한 일, 수용소 생활 등 목격한 비극과 고통의 사실을 기록했다.
사진(下)은 2012년 미국 로체스터에서 경찰이 무장 용의자를 찾기 위해 집을 수색하는 긴장된 상황이다. 그리고 2015년 그리스 레스보스 섬에서 오랜 시간 극심한 더위 속에서 지친 난민이 실신해 있다.(左)



Lesbos, Greece. 2015 ⓒPaolo Pellegein/Magnum Photos

USA. Rochester, NY. 2012 ⓒPaolo Pellegein/Magnum Photos

 
 


Part 2 | 경제·노동
 
난나 하이트만 〈바바 야가로부터 숨기〉
스탈린 시대에 예니세이 강 유역은 추방자와 강제 노역의 땅으로 소외된 지역이었다. 소련 붕괴 후 거주민들이 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이주하였다. 많은 사람이 이주하였지만 모두 이주를 선택한 것은 아니다. 어떤 이는 이주비를 낼 수 없어 떠날 수 없었고, 어떤 이는 차마 고향을 등질 수 없었다. 이주했던 사람들조차 지구상에서 가장 추운 지역에서 살아가며 수십 년간 익숙해진 내성으로 다른 기후 환경에 적응을 못 하고 귀향하고 있다.
주립극장 소속 발레리나였던 소피아는 발에 외상을 입어 발레를 할 수 없게 되었다. 그는 6년째 스트립쇼 클럽에서 춤을 추고 있지만 영원히 폴에 매달려 춤추려 하지 않는다. 내년에 연극 학교에 지원하기를 원한다. 주술사들이 영혼들의 보호와 치유를 위해 의식을 치르고 있다. 조상이 주술사여야 주술사가 될 수 있으며 남성뿐만 아니라 여성도 주술사가 될 수 있다.

 

RUSSIA. Yenisei River. Kyzyl. 2018 ⓒNanna Heitmann




요나스 벤딕센 〈이주노동자〉
요나스 벤딕센은 전 세계에서 이주노동자가 가장 집중적으로 몰려드는 두바이를 촬영했다. 현재 두바이에서 건설업과 서비스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주노동자이다. 수많은 사람과 돈이 끊임없이 이동하고 있다. 가난한 나라들은 노동자들을 외국으로 내보내고 그들이 고국으로 보내는 돈에 나라 살림을 의지하고 있다.
사진에는 두바이에 있는 5성급 호텔의 수영장에서 종업원이 수영하는 손님들을 위해 수영장 물을 가르며 음료를 나르고 있다. 가나에서 온 그는 임시노동자로 쉬는 날 없이 일한다. 또한 녹초가 된 이주노동자들이 숙소로 향하는 회사버스에 탑승했다. 이 버스는 새벽부터 두바이의 작업 현장과 합숙소를 오가며 이주노동자들을 실어나른다.

 

UNITED ARAB EMIRATES. Dubai. 2013 ⓒJonas Bendiksen


UNITED ARAB EMIRATES. Dubai. 2012 ⓒJonas Bendiksen




치엔 하이펑 〈저속철도, 녹색기차〉
치엔 하이펑은 2008년부터 2020년까지 녹색 기차를 427번이나 탑승하며, 장장 15만 Km의 긴 여정 동안 승객들의 에피소드를 기록했다. 춤을 추고 수다를 떨며 물건을 팔고 카드놀이를 하고 3층 좌석과 통로까지 사람과 가축으로 붐빈다. 사진이 전달하는 소박한 감정은 사진과 함께 직설적으로 감상하는 이에게 다가오며 감상자를 그 사진 속 스토리로 이끈다. 작가는 ‘녹색 기차’를 통해 중국 고속철도시대의 슬로우 라이프를 묘사하며 기쁨과 슬픔, 행복과 아쉬움을 담고 있다.
그는 녹색 기차에서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사회를 체험하면서 인물들이 평범한 삶에서 끊임없이 희망을 추구하고 역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는 모습에서 깊은 인간애를 느꼈다. 그의 사진은 사람마다 자신의 생각에 따라 삶을 선택할 수 있으며, 또한 멋지고 희망찬 삶을 살아낼 수 있음을 대변하고 있다.


Train number 4346. 2015 ⓒHaiFeng Qian


Train number L1016. 2013 ⓒHaiFeng Qian
 
 


Part 3 | 인간·종교

뉴샤 타바콜리안 〈이란의 유목민〉
뉴사는 자그로스 산맥과 그 유역의 유목민이 겨울부터 여름까지 양을 방목하는 모습을 기록하였다. 유목민들은 그들의 직감에 따라 살고 대지를 아꼈으며 동물에게서 그들이 필요한 이상의 것을 취하지 않았다. 산맥의 곳곳은 이란의 특산품인 카펫을 생산하는 데 쓰이는 양모를 얻을 수 있는 양들로 가득했다. 그녀는 정착민이 점점 늘어가는 상황에서 이 세대가 이란의 마지막 유목민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뉴샤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가는 그들을 기록함으로 그들의 명맥이 유지되기를 바란다”고 작업의 소회를 밝혔다.
양젖을 담은 그릇을 들고 양의 무리 사이에 서 있는 21살의 Mina Gheibipour는 딸과 아들을 둔 엄마이며 셋째 아이를 임신했다. 한 할머니가 가족의 주요 수입원 중 하나인 공예품을 만들고 있고 다른 할머니가 손녀의 머리를 빗고 있다. 할머니들이 유목민과 함께 살지 않는 것은 생전 처음 있는 일이다. 가족은 아이들을 학교에 보내기 위해 이 집을 빌렸다.

 


IRAN. Zardkuh, Chaharmahal and Bakhtiari. 2018 ⓒNewsha Tavakolian


IRAN. Khadjeh Abad Village, Khuzestan. 2018 ⓒNewsha Tavakolian
 



필리스 B. 두니 〈이곳의 중력은 더 강합니다〉
필리스의 〈이곳의 중력은 더 강합니다〉는 보이고 사랑받는 것에 대한 갈망을 담은 작품이다. 그는 2011년에 미국 미시시피의 그린빌을 방문하여 5년에 걸친 장기 프로젝트로 동성애자임을 공개한 Halea Brown과 미국 남부에 사는 Halea의 가족을 기록하였다.
Halea의 어머니는 동성애자인 딸에 대한 사랑과 복음주의적인 믿음을 동시에 갖고 있다. 어머니와 딸의 관계, 딸과 가족의 관계 속에서 보수적인 청교도 방식과 동성애라는 것이 더이상 숨겨야 할 오점이 아니라 현대 미국 사회에서 방식 간의 불협화음임을 인지하고 이해하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준다.

 


Holy Smokes. Greenville, MS. May 2014 ⓒPhyllis B. Dooney

Halea, in The Muddy Waters. Greenville, MS. June 2014 ⓒPhyllis B. Dooney
 


Part 4 | 기후위기·환경오염

이와나미 유키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이와나미 유키의 사진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오염된 후쿠시마의 땅과 혼돈의 사람들을 시각적으로 표현하여 방사능의 피해와 불안을 담고 있다.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큰 특징은 방사능의 피해가 ‘눈에 보이지 않는다’라는 것이다. 방사능 수치가 상당히 높은 곳임에도 불구하고 그곳 경치는 이전과 다름이 없다. 작가는 오히려 신록이 눈부실 정도로 아름다워서 그 현실에 공포를 느꼈다. 많은 사람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하지만 그래도 살아가야만 한다는 것을 알고 있다.
사진에서 한 남성이 다시 돌아가기 어려운 지역인 후쿠시마현 후타바 마을에서 고향 상가를 거닐고 있다. 후쿠시마현 다테시에서 방사능 물질 때문에 감을 대량 폐기하고 있다.




Date city, Fukushima. 2014 ⓒYuki Iwanami



Futaba Town, Fukushima, 2015 ⓒYuki Iwanami
 

해당 기사는 2021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