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부산국제사진제


Julia Fullerton-Batten_Bathers at Tower Bridge 2018 135x180cm
 


제7회, 2023 부산국제사진제가 9월 13일부터 10월 12일까지 부산 F1963의 석천홀에서 개최된다. ‘사진의 내러티브(VISUAL NARRATIVE)’라는 타이틀 아래 주제전은 《Stage 1, The Stage of Narratives》와 《Stage 2, Narratives of the War in Ukraine》로 2개의 전시로 구성했다. 작가의 감성과 기억을 기반으로 구성한 상상의 세계와 전쟁이라는 엄혹한 현실을 기록한 작품으로 구분하여, 2개의 스테이지에 미국, 유럽, 중국, 한국 등 국내외 사진가 총 14명의 작품을 선보인다.

주제전 ‘사진의 내러티브 (VISUAL NARRATIVE)’
이번 부산국제사진제의 주제전 타이틀은 사진의 내러티브 (VISUAL NARRATIVE)이다. 허구와 사실의 경계에서의 감성과 기억, 그리고 상상을 통한 작품의 세계와 현실의 기록, 또는 그 이상의 담론을 관통하는 서사적 의미를 담고 있다. 허구와 현실로 대표되는 2개의 스테이지로 구성된 주제전에는 미국, 유럽, 중국, 한국 등 국내외 사진가 14명이 참여했다.

《Stage 1, The Stage of Narratives》
‘스테이지 1’, 1부 전시의 내러티브의 모티브는 첫째, 과거로의 회귀와 기억 또는 상상의 세계를 구현한 작품과 둘째, 현 사회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비주얼화한 작품으로 나눌 수 있다.

첫째, 상상의 내러티브를 보여주는 작품으로는 줄리아 플러튼 배튼(Julia Fullerton Batten, 영국), 알렉스 팀머만스(Alex Timmermans, 네덜란드), 배찬효, 폴릭세니 파파페트루(Polixeni Papapetrou, 호주), 오민수, 금혜정, 이지영 작가의 작품이 있다.
줄리아 플러튼 배튼은  시리즈를 통해 과거의 문화적, 역사적 한 장면을 영국 템즈강을 중심으로 시각화한 작업을 소개한다.(p.95) 네덜란드의 알렉스 팀머만스는 160년 전의 콜로디온 사진 프로세스로 작업한 <스토리텔링> 시리즈로 초현실적인 요소로 시각화한 내러티브를 사진에 담고 있다.(p.97 위) 배찬효는 사진 속 유럽 중세 귀족으로 분장한 여장남자의 자화상으로 캐나다와 영국에서 생활하며 서양에서 살아가는 동양 남자의 문화적 열등감과 문화와 언어의 장벽으로 인해 표출된 소외감을 표현한다.(p.96 위)

유년기를 지나 청소년기로 접어들 무렵의 꿈과 두려움, 모호함과 희망으로 가득 찬 십 대에 가졌던 감성을 어두운 대륙과도 같은 변형된 공간을 사진으로 보여준 폴릭세니 파파페트루는  시리즈를 통해 일부는 판타지이고, 일부는 현실인 비현실의 공간으로 시각화한다. (p.97 아래) 오민수는 컴퓨터 시뮬레이션 방식으로 진행한 군대에서 경험한 ‘WARGAME’ 훈련과 게임 프로그램, 메달 오브 아너: 얼라이드 어썰트’를 모티브로 가상의 전장을 연출하고 역사적 고증에 맞춰 대리적 프로필을 만들어 플레이어로서 전투를 체험하도록 했다.(p.98 아래) 금혜정은 일상에서 무언가를 마주했을 때, 과거로부터 켜켜이 쌓여온 수많은 경험과 기억과 일순간 떠오르는 감정을 느끼는 순간을 상상 속에서 재구성해서 현실 공간으로 보여준다.(p.96 아래) ‘현재 나는 어떤 모습인가’에 대한 자아 성찰적인 물음에서 시작한 이지영의  시리즈는 삶이라는 주제에 대해 지속해서 탐구하고 정체성과 자신의 존재에 대해 질문하고 모색한 결과물의 기록이다.(p.96 중간)

둘째, 사회적 이슈를 내러티브로 풀어낸 작가는 디나 골드스타인(Dina Goldstien), 임안나, 왕칭송(Wang Qingsong)이 있다. 현 사회의 정치적, 사회적 문화적 이슈를 작가의 비판적 시각으로 패러디했다. 디나 골드스타인은 2016년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 이후, 급변하는 미국의 모습을 관찰한 것을 바탕으로 <10 Commandments> 시리즈를 제작하고, 미국 대통령들의 이미지와 현 미국의 정치, 사회, 문화적 상황을 은유적 내러티브로 시각화했다.(p.98 위)

임안나의 <불안의 리허설> 시리즈는 미디어를 통해 접한 비극적인 이미지 또는 불안이 유발하는 디스토피아(dystopia)적 상상을 바탕으로 정보의 과잉, 실제와 가상의 혼돈, 재난 이미지를 구경거리로 소비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현대인이 느끼는 불감증과 불안증을 보여준다.(p.99 아래)

왕칭송은 풍요로워만 보이는 중국의 경제성장 이면에 드리워진 인간성 상실과 문화적 충돌과 사회 전반의 모순을 보여준다. <황홀사회> 시리즈 속에 자리한 또 하나의 ‘황홀 사회’, 위조된 현실과 조작된 관점으로 채워진 경제발전 이면을 담아내고 있다.(p.99 위)

이번 주제전 중에서 가장 특기할 만한 작가는 오민수 작가인데, 2022 부산국제사진제 포트폴리오 리뷰에서 최우수 포트폴리오상을 받은 작가이다. 그동안 최우수 포트폴리오상을 수상한 작가는 특별전에 전시하는 것이 관례였지만, 이번 부산국제사진전의 주제에 부합하여 올해 주제전에 참여하게 되었다. 부산국제사진제에 의해 발굴되어 더불어 성장하고 발전하는 신진 작가의 작품을 눈여겨볼 만하다.




 

 
Alex Timmermans _ Afternoon Tea 2013 110x110cm




BAE Chanhyo_Crime of Spreading the Disease 2016 50x76cm



KEUM Hyejung_Horse, Carp, Desert and the Arctic #1 2022 125x165cm

 


LEE Jeeyoung_Meditation 2016 127x217cm

 


Polixeni Papapetrou_The Light House Keepers 2012 - 100x100cm




 


 
Dina Goldstein_10 Commandment Barak Obama 2019 80x110cm



LIM Anna_Rehearsal of anxiety_Scene #3 2018 100x150cm



OH Minsoo_Operation Barbarossa 2019 90x135cm



WANG Qingsong_The Blood of the World, 2015 180x250cm



 
《Stage 2, Narratives of the War in Ukraine》
‘스테이지 2’, 2부 전시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을 사실적으로 기록한 사진 작품이 전시된다. 우크라이나 작가, 예브게니 말로에트카(Evgeniy Maloetka)와 미국 작가, 폴라 브론스타인(Paula Bronstein), 해외 작가 2인과 최형락, 김상훈, 한국 작가 2인, 총 4인의 작품으로 우크라이나의 전쟁을 기록한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전시한다.

특히 최형락은 현실을 사진으로 기록했지만, 오히려 허구처럼 느껴질 정도로 전쟁의 참상과 비극의 서사를 함축된 내러티브로 풀어내서 영화 속 장면처럼 느껴진다.(p.100 아래) 《Stage 1, The Stage of Narratives》에서 작품들이 작가적 상상력에 기반한 내러티브를 보여준다면, 이와는 대조적으로 《Stage 2, Narratives of the War in Ukraine》에서는 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극한 현실 속 삶의 이미지가 마치 영화 속 한 장면이나 가상의 연출된 이미지처럼 비현실적이고 아이러니하게 보여져 더욱 우리에게 비극적이고 서사적인 이미지로 전달된다.




 



 
CHOI Hyungrak_Kyiv, 2023 40x60cm





Evgeniy Maloetka_Mariupol 2022 65x98cm





Paula Bronstein_ Kharkiv 2022 60x90cm





Sang-hoon Kish KIM_ Kyiv 2023 60x90cm




특별전

2023 부산국제사진제의 툭별전 《Re&Discovery 부산의 사진가들》과 《청소년전》을 개최한다. 《Re&Discovery 부산의 사진가》에서는 부산이라는 지역을 바탕으로 과거와 현재를 연결하는 의미로 최민식과 이경희 작가의 작품을 함께 선보이고, 《청소년전》은 박건희 문화재단과 오데사 포토 데이즈(Odessa Photo Days)와 협력해서 선정한 국내외 청소년의 사진이 함께 전시된다.

《Re&Discovery 부산의 사진가들》
부산의 사진가로 유명한 최민식 작가의 작품 중에서 그간 대중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미공개 사진이 이번 특별전에 전시되어 최민식 작가의 여전히 따뜻한 서정적인 감성이 묻어나는 사진을 감상할 수 있다.(p.101 위)

이경희 작가는 최근 프랑스의 자비에 바랄(Xavier Barral Atelier EXB) 출판사에서 사진집을 발간하고 세인의 이목이 더욱 집중되고 있는데, 자비에 바랄 출판사는 마이클 케나, 린코 가와우치, 민병헌 등의 예술적 소장 가치가 높은 사진을 출간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다.(p.101 아래)

과거와 현대의 부산을 대표하는 이 두 작가의 특별전으로 부산 사진의 발전 동력의 원천과 미래를 느껴볼 수 있을 것이다.

《청소년전》
우크라이나의 사진 축제인 오데사 포토 데이즈(Odessa Photo Days)와 부산국제사진제는 파트너쉽을 통해 우크라이나 오데사에서 매해 오픈콜에 참여한 청소년의 작품을 소개해 왔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인해 아쉽게도 작년 부산국제사진제에는 초대할 수 없었는데 반갑게도 올해 다시 사진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다. 전쟁의 참혹한 현실을 사진으로 표현한 우크라이나 청소년들의 작품과 함께 박건희 문화재단의 다음주니어 프로그램을 통해 선정된 청소년들의 사진 중 일부를 선보인다.




 
ⓒ이경희, Birds



 

 
ⓒ최민식, Ulsan, 1993, 57x78cm





 





 
ⓒAnna Pohorielova, Копия pohorielova




 




 
ⓒSamoilov Ivan






 





 




2023 BIPF x 온빛다큐멘터리 워크샵
부대행사로 올해 처음 마련된 다큐멘터리 사진 워크샵은 국내외 현장에서 왕성한 활동을 하는 사진가를 초청해 9월 13일부터 3박 4일간 함께 하는 합숙형 워크샵을 진행한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기본 접근법인 스트리트 사진과 단일 주제로 포토스토리 촬영을 진행해서 참가자들의 개별 포트폴리오 제작 완성을 목표로 한다. 국내 유일의 다큐멘터리 사진가 단체인 온빛 다큐멘터리와의 협업을 통해 경주대학교 김성민 교수와 다큐멘터리 사진가 이상엽, 이한구 작가가 책임강사로 참여한다.

또한, 해외 주요 강사로는 월드프레스 외 다수의 상을 받고 퓰리처상 최종 후보로 선정되기도 했던 폴라 브론스타인(Paula Bronstein, 미국)과 월드프레스 수상자이자 2023년 퓰리처상 공동 수상자이며, 우크라이나의 AP 통신사 사진부 디렉터로 우크라이나 전쟁 직후부터 전 세계 언론의 중심에서 활동하고 있는 예브게니 말로에트카(Evgeniy Maloetka, 우크라이나)가 내한해 직접 그룹별 지도를 맡아 진행한다.




 


2023 BIPF x LUMOS 포트폴리오 리뷰
9월 17일 개최하는 포트폴리오 리뷰에는 미국 휴스턴포토페스트 총괄 디렉터, ,스티브 에반스(Steve Evans), 도쿄 폴리테크닉대학 사진학과 교수 히로시 스가누마(Hiroshi Suganuma), 싱가포르 국제사진축제 설립자 및 디렉터 그웬 리(Gwen Lee), 국립현대미술관 전시 평가위원 신수진, 전 울산시립미술관장 서진석, 부산국제사진제 석재현 감독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2022 부산국제사진제 최우수 포트폴리오 수상자였던 오민수 작가가 올해 주제전에 발탁된 사례가 있었던 만큼 역량 있는 신진 작가의 등용문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2023 부산국제사진제 백성욱 위원장 인터뷰
제7회 부산국제사진제 위원장 취임을 축하드린다. 제1회 2017년부터 지금까지 어떠한 변화가 있었는가?
부산국제사진제는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운영하는 사진제이다. 그러다 보니 모두가 최선을 다한 결과로 어느덧 부산을 넘어 관심 있는 사진 행사 중 하나로 성장하는 것 같다. 가장 큰 변화는 2020년부터 전문 기획자를 모셔 전시 및 부대행사에 변화와 발전을 가져왔고 사진가 및 관객과 소통을 중요시한 것이다.

2023 부산국제사진제에서 가장 강조한 것은 무엇인가?
비주얼 내러티브(Visual Narrative), 즉 사진이 가진 내러티브, 서사성이다. 서사는 소통하려는 강력한 의지라고 생각한다. 사진이 가진 강력한 서사의 힘을 주제전에서 볼 수 있는데, 그 중 《Stage 1, The Stage of Narratives》 전시에서처럼 연출된 한 장의 프레임 속에서 허구가 사실보다 서사적인 완성도가 높다는 것을 보여준다.

국내외 다른 사진 축제와 차별되는 부산국제사진제의 운영상 특장점이 있는지?
부산국제사진제는 주로 아마추어 사진가인 구성원들이 힘을 모아 운영하는 민간 주도 사진제이기 때문에 기획 전시 재정 운영에 좀 더 자유로운 조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모든 전시가 어려울 때도 전염병 예방이 용이한 곳에서 매년 정기적인 전시를 할 수 있었다.

앞으로 부산국제사진제가 나아가고자 하는 방향과 목표는?
부산이 가진 근현대의 역사적으로 무수한 자산들과 더불어 산과 강과 멋진 바다를 가진 자연환경을 토대로 세계의 유수한 사진 축제로 성장시키고 싶다.



 

2023 부산국제사진제 석재현 감독 인터뷰
부산국제사진제 주제전의 주제, ‘사진의 내러티브(Visual Narrative)’의 기획 의도는?

A. 요즘 상품조차도 그 제품이 지닌 정보성보다 비하인드 스토리가 인간의 감성에 호소하고 그 매력에 빠지게 한다. ‘사진의 내러티브(Visual Narrative)’는 작가의 감정과 개인적인 스토리를 어떠한 화법으로 풀어내는지에 주목했다. 《Stage 1, The Stage of Narratives》에서 작가가 추구하는 예술적 사고와 경험, 상상을 모티브로 시각적으로 구현한 작품들을 보여준다면, 《Stage 2, Narratives of the War in Ukraine》 전시에서 전쟁의 현장에서도 작가의 주관성을 내러티브 화해서 스트레이트 하게 촬영한 다큐멘터리 작품들을 소개한다.

부산국제사진제의 정체성과 미래를 향해 지향하는 지점은 무엇인가?
부산국제사진제의 정체성을 말하자면 부산의 지역적 인프라를 빼놓을 수 없다. 민간 차원으로 구성된 조직위원회의 유연성을 장점으로 효율적으로 제한적인 예산 내에서도 밀도 있게 운영하고 있다. 지리적 인프라 확장을 위해 부산이 가진 지역적 환경을 충분히 누리면서 관광과 전시가 연계되고 지역 사진가들과 더욱 소통해 나가면서 부산의 지역성을 토대로 지속적으로 성장하고 확장해 나가고자 한다.

지금의 부산국제사진제에 이르기까지 가장 괄목할 만한 발전은 무엇인가?
최근 아를 국제사진축제를 방문했을 때 만난 많은 해외 작가들이 부산국제사진제를 언급하고 관심을 보이는 것을 보면서 그동안 부산국제사진제가 참여했던 많은 작가들에 의해 함께 성장했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다. 2022년 포트폴리오 리뷰에서 최우수 수상자였던 오민수 작가가 올해 주제전에 참여한 사례를 보듯이 신진 작가의 발굴과 성장이 부산국제사진제가 발전하고 있는 반증이라고 생각한다. 이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는 형식적인 변화와 내적 강화를 통한 지속적인 발전을 도모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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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사는 2023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