핫셀블라드 X2D 100C | 오래된 미래

‘핫셀블라드’ 라는 이름에는 사진가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힘이 있다. 1948년 첫 소비자용 카메라인 ‘1600F’ 를 출시한 이후로,2) 핫셀블라드와 그들의 카메라는 오늘날까지 전세계의 여러 위대한 사진가와 함께 사진으로 다채로운 시각을 만들어 왔기 때문일 것이다. 그 여정의 기반에는 사진가 출신 경영인이었던 빅터 핫셀블라드의 열망이 자리잡고 있다. 빅터 스스로가 열정이 가득한 사진가였기에, 그는 손으로 들기에 편하면서도 좋은 화질을 위해 큰 필름을 사용하고, 빠른 렌즈와 셔터 등 최신 기술이 집약된 카메라를 만들고자 하였다. 빅터의 이러한 열망 혹은 신념은 오늘날 V 시스템으로 통칭되는 500, 2000, SW 등을 탄생시켰고, 디지털 시대로 접어들면서 H 시스템이 그 뒤를 잇고 있다. 이어 2016년 발표된 X1D 50C는 세계 최초의 중형 미러리스라는 업적과 함께, 훨씬 가벼워진 무게와 작아진 부피, 더욱 빨라진 조리개와 렌즈 셔터 등 진일보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2022년에 출시된 X2D 100C는 빅터의 신념을 더욱 완벽하게 구현해냈다. 1억 화소에 달하는 후면조사형 이미지 센서, 핸드헬드 촬영에서 걱정을 덜어주는 5축 7-스톱 내장 이미지 스태빌라이저, 더욱 빠르고 정확해진 위상차 검출 방식의 AF, 렌즈 셔터가 도달할 수 없을 것만 같던 1/4000초라는 셔터 스피드 등 핫셀블라드의 최신 기술이 X2D 100C에 탑재되었다.






 75mm (35mm 환산 58mm) f/5.6, 1/160초, ISO 400
 



X2D 100C는 ‘오래된 신념을 발판삼아 미래로 향하는 카메라’ 이다. 핫셀블라드의 플래그십 미러리스 카메라로서 빅터의 신념을 계승하면서도, 오늘날 시대에 걸맞는 발전을 이룩한 면모를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X2D 100C를 체험하고 싶거나 핫셀블라드의 역사를 직접 만나보고 싶다면, 반도카메라 충무로점과 강남점 매장을 방문해보시길 권한다. 특히 충무로점 3층은 한국에서 가장 방대한 핫셀블라드의 아카이브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775mm (35mm 환산 58mm)
f/5.0, 1/160초, ISO 1600
오랜 친구와 그녀의 연인을 촬영하였다. 두 사람 모두 평범한 회사원인지라 카메라 앞에 서본 경험이 적었기에 처음에는 어색했지만, 이내 함께 한 시간이 어색함을 메워주었다. X2D 100C의 작은 크기와
조용한 셔터 소리는 카메라를 향한 부담을 더욱 빨리 줄여주었고, 덕분에 친구와 그 연인의 자연스러운 모습을 남길 수 있었다.



 
 

스칸디나비아의 가치가 집약된 디자인
핫셀블라드는 X1D 50C에 이어 X2D 100C에도 단순하면서도 유려한 디자인을 채택했다. X2D 100C의 디자인은 외적인 아름다움을 충족시킬 뿐만 아니라, 인체공학이 반영된 덕분에 사진가가 카메라를 더욱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바디는 알루미늄 합금 블록을 정밀하게 가공하여 매끄러운 외관과 뛰어난 내구성을 확보하였고, 자칫 무겁게 느껴질 수 있는 재질임에도 세심하게 조절된 무게중심 덕분에 손목의 부담을 줄여준다.
핫셀블라드의 기존 500 시리즈의 특징이었던 렌즈 셔터 역시 X2D 100C가 그대로 물려받았다. 따라서 X2D 100C 바디 내부에는 셔터 유닛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는 카메라 바디의 부피가 타사 중형 미러리스 카메라보다 작다는 장점을 불러왔고, 렌즈 셔터의 장점인 정숙함과 제한 없는 동조 속도까지 그대로 유지할 수 있었다.

 



 


중형 카메라라고 믿기지 않는 크기와 유려하면서도 인체공학적인 디자인은 촬영자와 피사체 모두에게 촬영에 대한 부담을 줄여준다. 내부 미러박스를 제거함으로써 부피는 획기적으로 줄어들었고, 촬영 중 소음과 진동 역시 크게 감소하였다.


 





75mm (35mm 환산 58mm)
f/5.6, 1/160초, ISO 200
X2D 100C로 촬영한 이미지로 남산서울타워와 국회의사당이 한 번에 보이는 한강의 모습을 합성 사진으로 제작하였다. X2D가 제공하는 1억 화소의 높은 해상도와 XCD 렌즈의 훌륭한 성능은 정교한 합성 작업을 하기에 최적의 조건이었다.




 
1억 화소의 중형 센서가 선사하는 경이로운 디테일
X2D 100C의 이미지 센서는 약 44×33mm 크기로, 35mm 풀프레임 카메라보다 1.7배 가량 크다. 사이즈가 클 뿐만 아니라 성능 역시 훌륭하다. 센서가 가진 1억 화소의 해상도는 피사체를 극한의 디테일까지 묘사해 주고, BSI(후면조사) 방식 설계를 채택하여 수광률을 높였기 때문에 노이즈를 획기적으로 줄였다. 이는 고감도 촬영에서도 노이즈를 억제하고 디테일을 확보할 수 있다는 이점으로 이어진다.
높아진 수광률 덕분에 X2D 100C의 다이나믹 레인지 역시 15Stop을 지원한다. 노출차가 심한 환경이나 콘트라스트가 강한 이미지를 보정할 때에 사진가의 걱정을 덜어준다. 또한 16bit의 색 심도는 타사 카메라들이 지원하는 14bit보다도 4배나 많은 281조 개의 색을 구현할 수 있기에, 보다 풍부한 색상을 표현하고 싶은 사진가라면 X2D 100C만큼 좋은 카메라도 없을 것이다.


 

X2D 100C의 CMOS 센서는 1억 화소와 표준 ISO 64를 지원한다. 또한 후면조사형 센서를 채택함으로써 노이즈를 줄이고, 16bit의 색상심도와 15Stop의 다이나믹 레인지 덕분에 색상과 디테일을 섬세하게 표현할 수 있다.



 





 


75mm (35mm 환산 58mm) f/7.1, 1/100초, ISO 100
촬영 중 X2D의 위상차 AF 덕분에 모델의 눈에 정확하고 빠르게 초점을 잡을 수 있었다. 나아가 모델이 착용한 가죽 자켓의 질감까지 묘사하기 위해 조리개를 다소 조이고 셔터스피드를 낮췄음에도, IBIS의 도움으로 흔들림 없는 깨끗한 이미지를 얻을 수 있었다.




 

놀랍도록 빠르고 정확한 AF
X2D 100C의 초점 검출 속도는 중형 카메라라고 믿을 수 없을 만큼 빠르다. X2D 100C에 탑재된 위상차 검출 방식 AF가 바로 그 일등공신이다. 전작인 X1D 50C II 보다 약 3배 빨리 초점을 잡아내고, 위상차 검출 센서가 이미지 센서 면적의 약 97%를 지원하므로 사진가는 프레임의 어떤 위치에 피사체가 있더라도 빠르고 정확하게 초점을 맞출 수 있다. AF 영역의 사이즈를 조절할 수 있어 빠르게 초점을 잡고 촬영해야 하는 환경과 정확히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 촬영 등 다양한 촬영 환경에 대응할 수 있다.
게다가 미러리스 카메라의 특성상 초점 센서와 촬상면이 동일한 위치에 있기 때문에 DSLR 카메라처럼 초점이 틀어질 걱정을 하지 않아도 된다. 중형 카메라는 35mm 소형 카메라와 비교했을 때 동일 화각에서 초점거리가 길어 피사계심도가 얕아질 수밖에 없는데, 이로 인해 조리개를 개방했을 때 초점을 정확하게 맞추려면 더욱 심혈을 기울여야 한다. X2D는 미러리스라는 기계적 구조와 뛰어난 AF 성능이 맞물려 중형 카메라에서 발생하는 촬영 애로사항을 말끔히 해소시킨다.



 


전작이 콘트라스트 AF를 지원했던 반면, X2D 100C는 위상차 검출 방식 AF를 사용한다. 덕분에 초점 검출 속도가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짧은 순간에도 빠르고 정확하게 초점을 잡아낸다. 294개의 AF 영역은 센서 면적의 97%를 커버하기 때문에, 촬영자는 프레임의 어떤 지점에서도 초점을 맞출 수 있다.
 
 



최상의 이미지를 확보하기 위한 고성능 이미지 안정화
많은 사진가는 흔들린 사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리갯값이 밝은 렌즈, 혹은 손떨림방지 기능이 탑재된 렌즈, 삼각대 등 여러 장비를 갖추고자 한다. 그러나 카메라의 화소수가 높아질수록 작은 흔들림에도 민감해지는 탓에 핸드헬드 촬영에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다.
앞서 말하였듯이, 핫셀블라드의 미러리스 플랫폼은 포컬 플레인 셔터가 아닌 렌즈 셔터를 사용한다. 렌즈 안에 셔터 유닛이 들어있기 때문에 OIS (광학식 이미지 안정화 장치) 유닛을 같이 탑재하기에 태생적으로 어려운 구조이다. X2D 100C는 이미지 안정화 장치를 바디 내부에 삽입하여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뛰어넘었다. X2D 100C의 IBIS(바디 내장형 이미지 안정화 장치)는 5축의 움직임을 7Stop까지 보정해주는 강력한 성능을 갖고 있다. X2D에 탑재된 자이로 센서와 가속도 센서는 빠르고 정밀한 계산을 통해 0.005도의 미세한 각도 변화까지 감지할 수 있어, 사진가가 핸드헬드 촬영에서도 X2D의 1억 화소가 주는 디테일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도록 돕는다.


 
1억 화소의 센서는 세밀한 디테일까지 표현한다. 하지만 곧 떨림이나 흔들림에도 민감할 수밖에 없다. X2D 100C는 5축 7-Stop 성능의 IBIS 덕분에 보다 낮은 셔터 스피드에서도 1억 화소의 디테일을 완벽하게 구현할 수 있다. 핫셀블라드 엔지니어 팀이 6개월 이상 성능 개선에 매진한 결과, 0.1 픽셀 단위까지도 카메라의 움직임을 감지할 수 있는 성능을 갖게 되었다고 한다.


 






 


35mm (35mm 환산 27mm) f/7.1, 1/125초, ISO 800
리뷰를 진행한 2주 동안 매일 X2D 100C와 함께하였는데, X2D 100C에 내장된 1TB 용량의 SSD는 고화소 고용량의 데이터에도 남은 촬영매수로부터의 걱정을 덜어주기에 충분했다. 리뷰에 사용된 모든 이미지를 촬영하는 동안 대용량 SSD 덕분에 메모리 걱정으로부터 자유로웠으며, 빠른 읽기 속도 덕분에 카메라를 PC에 연결한 상태에서도 이미지 리뷰를 수월하게 할 수 있었다.





 
고용량 RAW 파일에도 걱정 없는 대용량 저장매체
X2D 100C의 RAW 파일은 이미지 1장당 평균 206mb의 용량을 차지한다. 1억 화소의 해상도와 16bit라는 색상 심도를 고려하면 당연한 결과이지만, 고용량의 RAW 파일을 빠르게 저장할 수 있고 저장용량마저 충분한 저장매체를 구매하기에 부담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핫셀블라드가 X2D 100C에 탑재한 1TB 대용량 SSD는 이 같은 단점을 상쇄한다. 내장 SSD의 장점은 용량뿐만이 아니다. SSD라는 저장매체의 가장 큰 장점은 높은 대역폭으로 인한 빠른 읽기 및 쓰기 속도이다. X2D의 SSD는 쓰기 속도는 최대 2,370MB, 읽기 속도는 최대 2,850MB 이기 때문에, 고용량 RAW 데이터를 빠르게 저장하고 촬영 후 이미지를 재생할 때에도 지연 없이 쾌적한 리뷰를 할 수 있다.
1TB 크기의 넉넉한 내장 저장매체 외에도 X2D 100C에는 최대 512GB의 CFexpress Type B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슬롯 또한 제공된다. 사용자는 설정에서 내장 SSD와 외장 메모리 중에서 메인 저장장치를 선택할 수 있고, 오버플로우 옵션과 백업 옵션 역시 선택할 수 있다. 오버플로우를 선택하면 메인 저장장치가 가득 찼을 때 자동으로 보조 저장장치로 전환되며, 백업 옵션의 경우에는 두 개의 저장장치에 동시에 데이터가 기록된다.


 

1억 화소의 16bit 이미지를 얻기 위한 RAW 파일은 그 용량이 거대할 수밖에 없다. 많은 양을 찍어야 하는 환경이라면 그 부담은 더욱 커진다. X2D 100C에는 중형 포맷 카메라 최초로 1TB SSD가 내장되어 있으며, 최대 약 2.4GB/초의 쓰기 속도와 약 2.8GB/초의 읽기 속도라는 우수한 성능을 보여준다. 또한 사용자가 필요하다면 CFexpress Type B 카드를 사용할 수 있는 슬롯까지 제공한다.



 







75mm (35mm 환산 58mm) f/7.1, 1.0초, ISO 200
삼각대와 조명, 반사판의 배치 때문에 일반적인 위치에서 촬영할 수 없었으나, X2D 100C의 틸트 디스플레이가 큰 도움이 되었다. 화면을 최대 70도까지 틸트한 후 카메라의 위쪽에서 핫슈를 마주한 채로 촬영했다. 3.6인치 터치스크린의 넓은 액정이 있었기에 구도 확인과 AF 포인트, 노출값까지 일반적이지 않은 위치에서도 쉽게 변경할 수 있었다.




 
과거의 영광을 재해석한 대형 디스플레이
V 시스템의 웨이스트 레벨 파인더는 핫셀블라드의 상징과도 같았다. 큼직한 뷰파인더를 보면서 피사체에 초점을 맞추는 순간, 마법처럼 피사체가 튀어나올 것만 같은 경험은 X2D 100C의 디스플레이에서 되살아난다. 3.6인치의 대형 디스플레이는 236만 화소, 24bit 풀컬러로 정확한 실제 색상을 구현할 수 있으며, 강한 빛 아래에서도 선명한 화면을 보여준다. 더구나 최대 70도까지 틸트가 가능하기 때문에, V 시스템 시절의 웨이스트 레벨 촬영을 X2D에서도 그대로 경험할 수 있다.
디스플레이는 시대의 흐름에 맞추어 정전식 터치를 지원한다. 터치와 아이콘에 기반한 사용자 인터페이스는 스마트폰 사용자라면 누구나 쉽게 적응이 가능하다. 스와이프와 줌-인, 줌-아웃 제스처를 지원하는 점 역시 인상적이다. 촬영 중에는 별도의 버튼을 조작하지 않고 스와이프만으로도 뷰파인더와 노출 설정, 기기 설정 등 화면을 빠르게 오고 갈 수 있다.

 
X2D 100C의 3.6인치 터치 디스플레이는 어떤 환경에서도 선명한 이미지를 제공하며, 큰 디스플레이가 촬영과 리뷰의 편의성을 크게 높여준다. 디스플레이는 최대 70도까지 틸트가 가능하므로 다양한 각도에서 촬영이 가능하다.

 
 
글 하준호 사진가
해당 기사는 2023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