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PHOTO 2017 ④ : 젊은 사진의 가능성 fotofever paris 2017

젊은 사진의 가능성
fotofever paris 2017


아트바젤 같이 큰 아트페어가 열리는 도시에서는 같은 시기에 이곳을 찾는 컬렉터와 관계자들의 발길을 잡기 위한 위성행사가 함께 열리게 마련이다. 가령 올해 3월 열린 홍콩 아트바젤 기간에는 아트바젤 전시장과 걸어서 10분거리 떨어진 곳에서 홍콩 아트센트럴이 열리는 식이다. 보통 이런 행사들은 본 아트페어보다는 규모가 작지만, 진입장벽이 좁은 본행사보다 젊은 신진작가들과 신생 갤러리에 문을 열어두기에 새로운 작가들을 발견하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ABommart


fotofever paris 2017(이하 포토피버)는 파리포토가 열리는 주간에 함께 열리는 일종의 위성 페어이다. 장소 역시 그랑팔레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Carrousel du Louvre에서 열린다. Carrousel du Louvre는 루브르 박물관과 그 앞의 뛸르리 공원, 지하철 역으로 이어지는 연결통로의 거대한 쇼핑복합지구로이다. 루브르 박물관의 하루 방문객수는 평균 1만 5천명으로 집계되고, 그 중 70%가 외국인임을 감안할 때, Carrousel du Louvre가 위치한 곳의 유동인구는 헤아릴 수가 없다.

이런 지리적 이점을 적합하게 살린 포토피버는, 파리포토보다는 좀더 합리적인 가격에, 좀더 젊은 신진작가와 중소 갤러리에 초점을 맞춘다. 또한 사진작품을 처음으로 소장하는 초보 컬렉터들이 이 포토피버의 타겟층이다.

2011년 처음 시작해, 올해로 6번째를 맞는 포토피버는 지난 4월과 7월, 파리와 아를에서 한 번씩 페어를 개최했고, 파리포토가 열리는 11월 10일부터 12일 사이에 파리에서 다시 한 번 개최됐다. 주최측은 포토피버가 “컨템포러리 사진을 처음 소장하는데 적합한 가격을 제시하는 아트페어”라고 소개한다. 올해는 80개 갤러리에서 150명의 작가들이 참여했다. 이 중 40%의 갤러리가 포토피버에 처음 참여하는 갤러리이다.

 


© Petrina Hicks, Serpentina II, 2015, courtesy THIS IS NO FANTASY + dianne tanzer gallery



© Elena Helfrecht, The Seeds of the past are blooming now, 2017, courtesy Luisa Catucci Gallery


파리포토가 10년 이상의 갤러리 역사와, 높은 참가비 등, 까다로운 기준으로 참여갤러리를 고르고 작가들의 작품도 상대적으로 고가로 거래된다면, 포토피버는 그보다는 낮은 가격대로, 관객이 부담 없이 주머니를 열게 만들 수 있는 가격의 작품들을 제시한다. 포토피버의 창립자이자 기획자인 Cécile Schall은 합리적인 미술작품 쇼핑을 내세운 ‘어포더블 아트페어Affordable Art Fair’에서 일했던 경험을 살려, 파리포토의 대안적 성격으로 위성페어인 포토피버를 창립했다. 그는 “오늘날의 사진시장은 하나는 아니지만, 그렇다고 다양하지도 않다. 우리는 컬렉터들이 비록 그들이 익숙하진 않더라도, 다른 나라에서 온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의 장을 제공하고, 컬렉팅을 처음 시작하는 이들에게도 그들이 컬렉터로서의 첫 발을 성공적으로 내딛게 도와서, 사진 시장이 성장하는데 목표를 두고 있다”며 “컨템포러리 사진을 하고, 에디션을 30장 이하로 제한하는 작가들의 작품을 검증받은 갤러리를 통해 선보이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 Lakin Ogunbanwo, Let it Be, série Are We Good Enough, 2016, courtesy THIS IS NO FANTASY + dianne tanzer gallery



© Sylvie Bonnot, Grande Mue Platine II, 2017, courtesy Ségolène Brossette Galerie



© Sylvie Bonnot, Mue Mini Torso, 2017, courtesy Ségolène Brossette Galerie


파리포토의 메인 갤러리 부스 151개 중 오직 11개의 갤러리만이 아시아 갤러리이고 주로 미국과 서유럽쪽 갤러리가 많은 반면, 포토피버는 일본, 홍콩, 대만, 터키 등 아시아 지역 갤러리가 많이 참여했다. 특히 80개 갤러리 중 10개 갤러리가 일본 갤러리일만큼 참여도가 높았는데, 이는 프랑스와 일본이 서로간의 우호적이고 활발한 교류에 영향이 있다. 올해 포토피버의 아트 디렉터도 일본, 프랑스 혼혈인 Yuki Baumgaten이 맡았다.

이번 포토피버에서는 특히 한국 갤러리 AN INC.가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두 번째로 참여했는데, 노순택, 강재구, 하태범 작가의 작품을 선보였다. 강재구 작가는 군 입대를 앞둔 남성들의 누드를 찍은 신작을 선보였고, 하태범은 사진을 모형으로 만들고 다시 그것을 촬영하는 아트워크 과정을 비디오로 상영해 관람객들의 관심을 모았다. AN INC. 김동현 대표는 “이번 페어에 참여하면서 전시 기획을 ‘우리는 전쟁을 소모한다ʼ고 컨셉을 잡았다”며 “하태범 작가의 작품 제작과정을 비디오로 함께 보여주니까 관객들이 많이 관심을 보이면서 재밌어 했다”고 전했다. 그는 또한 “포토피버는 처음 컬렉션을 하는 이들이 타켓층이다 보니까, 가격대를 아주 높게 잡지는 않고, 컬렉터들에게 투자가치가 있는 새로운 작가들을 많이 소개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며 “포토피버가 작년보다 더 컨템포러리한 작품들이 많이 눈에 띈다”고 동향을 전했다.

 


© Christophe Beauregard, It’s Getting Dark, série It’s Getting Dark, 2013, courtesy EXPOSED



© Daisuke Takakura, Magic Hour_Série Monodramatic, 2016 – courtesy Tezukayama Gallery


포토피버에는 주로 디지털 작업을 하고, 시각적인 실험을 하거나, 비쥬얼적인 면을 강조한 작업들이 많았는데, 작가들 연령대와 국적도 다양했다. 포토피버 행사장에는 갤러리들이 참여하는 전시부스 공간과 함께, 별도로 작품을 구매한 후 집이나 다른 공간안에 걸었을 때 얼마나 잘 어울리는지를 볼 수 있도록 인테리어 모델 하우스를 만들고 그 안에 작품들을 걸어놓았다. 가구 디자인 회사 Roche Bobois의 협찬을 받아, 소파와 테이블 등의 진짜 가구들을 공간 안에 놓고 벽면에 작품들을 걸어놓았다.

혹자는 작품을 장식 취급한다고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수도 있지만, 실제로 작품을 자신이 머무는 공간 안에 걸어두고 싶어서 구매하는 소박한 새내기 컬렉터들에게는 어떤 작품이 공간과 어울리는지 상상하게 할 수 있는 일종의 팁인 셈이다. 사진의 예술적 측면을 강조하고 고가의 작품으로 거래되는 파리포토와사진의 공간 장식적 기능을 인정하고 그러면서도 투자가능성이 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제시하는 포토 피버, 이런 양쪽의 전혀 다른 아트페어가 공존하는 것이 파리의 매력이라면 매력인 셈이다. 실제로 포토피버에서 관람객들은 편한 분위기에서 갤러리스트들과 작가들과의 대화를 즐겼으며, 아시아 및 제 3세계 작가들의 작품 앞에서도 발길 멈추는 관객들이 많았다.

포토피버 측은 내년에도 파리포토와 같은 시기에 개최될 예정이며, 또한 앞서 아를과 파리에서도 페어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글 석현혜 기자 이미지제공 PARIS PHOTO www.parisphoto.com
해당 기사는 2017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