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지현 사진전 《영동선》 강릉아트센터(강릉) 8.22 ~8.27

전지현 작가의 <영동선> 연작은 수송이라는 본연의 기능을 넘어 공간을 연결하고 소통의 길을 잇는 철도에 대한 시대적 기록이다. 작가는 어느 해, 눈 내린 겨울의 열차 여행으로 영동선의 매력에 빠지게 되었고, 점차 사라져 가는 간이역과 산간지대로의 운행이 점점 줄어드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껴 본 연작을 시작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철로를 따라 이어져 있는 간이역과 주변에 펼쳐져 있는 빼어난 풍경에 반한 작가는 영동선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갖가지 사연과 애환을 듣게 되면서 더욱 더 이번 사진작업에 애착을 가지게 되었다고 한다. 작가는 일제 강점기로부터 이어 온 영동선의 역사성을 바탕으로 이어 온 시대의 흐름과 각 시대의 기억들을 재구성하여 예술적 의미의 사진으로 영동선을 표현하고 있다. <영동선> 연작은 역사적 의미와 함께 문화적 맥락으로서의 의미적 과정을 담고 있으며 물리적 수단으로써의 존재 가치와 소멸의 과정을 우선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그러면서 작가는 간이역과 쳘로 주변에 있는 물리적 공간을 작가의 내면에 내제된 여린 감수성이 깃든 화면으로 재구성하여 부분적으로는 객관적 사실보다는 주관적 감성이 깊게 배어든 해석의 기록적 측면도 더불어 드러내고 있다. 그래서 본 연작에는 많은 사람들의 삶의 애환과 지난한 역사가 담겨 있으며 또 다른 측면에서는 오늘날 우리의 삶이자 미래의 부분적인 모습도 들여다 볼 수 있다.

작가는 <영동선> 연작을 통해 알게 된 역사적 가치를 지닌 여러 사실들 가운데 자신이 판단한 현실의 사실적 기준으로 사진가이자 기록자의 입장을 함께 보여주고 있다. 그러므로써 특정 개인에게만 해당되는 주관적 역사성보다 시대의 가치성에 더 무게를 두고 있다. 산간지대 사람들의 유일한 교통수단이 되어주었던 영동선은 무연탄 등 광물자원을 실어 나르던 영화롭던 과거를 뒤로 하고, 이제는 고속철도의 등장과 잘 닦인 고속도로가 생겨 이용객이 많이 줄었어도 여전히 사람들의 마음을 설레이게 하는 특별함이 있다. 산간지대와 협곡 사이를 지나는 영동선은 아직도 사람들의 중요한 교통수단이자 공간과 공간을 이어주는 삶의 통로로써 매우 특별한 매력을 가지고 있다. 시대의 변화에 따라 빠르게 사라지는 것들은 쉽게 눈에 띄지 않으며 우리의 일상 속에서 주목 받지 않았던 대상들은 가장 먼저 사라진다. 뜯어지는 책과 같이, 가까운 기억부터 사라지고 새로운 것이 더해지지 않는다면, 우리의 기억은 오래 남지 않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유년기 추억을 간직한 간이역과 그것을 지키기 위해 애써온 역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전지현 작가의 <영동선>은 바쁜 일상 속에서 잊기 쉬운 소중한 가치를 일깨워주는 소중한 작업으로 기억되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