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inko Kawauchi | 삶의 평범한 순간을 시적으로 승화
- 2024-09-19 09:51:47

일본 사진작가 린코 카와우치(Rinko Kawauchi, 1972~) 개인전 《A Restropective》(10.27~3.11)이 취리히 크리스토프 구예 갤러리(Christophe Guye Galerie)에서 회고전의 형식으로 열렸다. 이번 전시에는
자연의 신성한 본질에 헌신하는 일본 종교인 신도에서 영감을 받은 작가는 너무 보잘것없거나 평범해서 촬영할 의미가 없는 피사체는 존재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사진 경력을 시작한 이래로 카와우치의 작품은 주변 세계의 친밀하고 시적이며 아름다운 순간을 포착하여 자신만의 독특한 미학과 분위기로 담아 내는데 주력해 왔다. 그녀의 사진들은 종종 꿈과 같은 몽환적인 느낌을 제공해 주고 밝고 빛나는 후광을 많이 사용하여 촬영되었다. 그녀의 사진 세계를 일관하는 하나의 주제는 영원할 수 없는 우리 존재의 취약성이다. 작가는 이러한 존재의 취약성을 표현하기 위하여 일상에서 미미하고 보잘것없어 지나 치기 쉬운 오브제에 집착하여 촬영을 한다. 카와우치의 작품이 반복적으로 굉장히 고요하며 시적으로 묘사되고 특정한 ‘일본성’이 그녀의 작품에 귀속되는 것은 눈에 띄지 않는 소소한 것들에 대한 그녀의 접근 방식 때문이다. 한편, 사진평론가이자 역사학자인 이이자와 고타로(Iizawa Kōtarō)가 지적하듯이, 그녀의 사진이 반드시 ‘일본식’이라는 범주에 순조롭게 속하는 것은 아니다. 린코 카와우치의 사진은 일본인이라는 한계를 넘어 보편적 가치를 지향하고 표현해 낸다. 그녀의 작품이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이유도 그녀의 작품이 하나의 울림이 되어 우리의 보편적인 가치에 호소하고 있기 때문은 아닐까? 이번 회고전에서 만난 그녀의 작품들을 시리즈 별로 하나하나 소개해 보고자 한다.




the eyes, the ears, 2003
미지와 함께 제시된다. 그 시들은 봄날 오후 나비가 흩날리듯 부드럽게 이미지 사이로 우리를 이끌며 섬세한 내러티브를 만들어낸다.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프로젝트는 들리고 보이며 느껴지는 우리의 감각에 전념하고 있으며 세상에 대한 모든 선입견을 잊고 더 깊고 친밀한 차원에서 작품을 느낄 수 있도록 관객을 초대한다.
‘Ametsuchi’ 2013
Halo, 2016 - 2017
Illuminance 2009 - 2011
Utatane 2001
1960년대 일본 사진을 연상시키는 카와우치의 작품
Hanabi 2001
M/E, 2020
As it is, 2020
푸른 하늘. 반짝이는 강. 새로운 삶의 탄생. 이것은 린코 카와우치의 신작 『As it is(있는 그대로)』의 작품집 맨 앞에 나오는 세 장의 사진이다. 이 새 작업은 가족, 기억, 시간을 다룬 그녀의 개인 세계에 대한 것인데 카와우치의 초기 사진과도 연결된다. 이 작업은 거미줄, 밥그릇, 곤충을 가리키는 작은 손 등과 같은 일상적인 순간을 기록했고 딸의 첫 발걸음, 가족 나들이, 가까운 친척의 죽음과 같은 중요한 순간을 촬영했다. 카와우치는 그녀의 독특한 시선을 통해 순간의 덧없는 아름다움을 포착하고 있는 그대로의 삶을 살아가는 평범한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글 권지현 특파원
해당기사는 2023년 4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