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vid Lachapelle :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

1996년, 9월 7일. 라스베가스에서 한 방의 총성이 울렸다. 90년대 미국 힙합씬의 황금기를 이끌었던 투팍(2Pac)을 노린 총성이었다. 투팍은 래퍼이자, 시인, 흑인 인권운동가였고, 그는 랩을 통해 흑인들이 처한 부당함과 세상의 부조리에 대해 노래했다. ‘얼마나 많은 형제들이 길에서 죽어가나, 젊은이들이여 편히 잠들어라. 깡패에게도 천국은 있다.’ (2Pac, Life Gose on 中)고 노래하던 그는 결국 괴한의 총에 맞아 혼수상태에 빠졌고 9월 13일 끝내 눈을 감았다.  
 


마이클 잭슨 Michael Jackson: An Illuminating Path, 1998 ©David LaChapelle / Courtesy Staley-Wise Gallery, New York



투팍 Tupac Shakur: To Begin Again (I), 1996 ©David LaChapelle / Courtesy Staley-Wise Gallery, New York

데이비드 라샤펠David Lachapelle은 당대 최고의 인기를 누리던 이 힙합 스타의 정면을 찍지 않았다. 통상적으로 인기 스타의 사진을 의뢰한 미디어에서는 스타의 얼굴이 드러나는 사진을 원하기 마련이지만 데이비드 라샤펠은 오히려 투팍의 벗은 등에 주목했다. 뒤돌아 선 투팍의 등에 선명하게 새겨진 십자가 문신과 그의 검은 피부 위로 쏟아지는 물줄기. 흑인 래퍼의 성공한 삶을 과시하는 화려한 배경이 아닌 평범한 파란색 타일의 샤워실에서 찍은 이 사진은, 투팍이 등을 웅크린 자세와 십자가 문신의 대비를 통해 이 비운의 전설이 짊어졌던 인기와 증오의 무게를 짐작케 한다.

데이비르 라샤펠은 1990년대부터 패션, 영화, 광고 등 상업사진계를 평정했고, 2000년대 들어 순수예술사진부터 영화 감독까지 활동 폭을 넓혔다. 그는 지난 2011년 아메리카 포토 매거진에서 ‘세계 사진계에서 가장 중요한 10인’ 중 한 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페이 더나웨이 Faye Dunaway: Day of the Locust, 1996 ©David LaChapelle / Courtesy Staley-Wise Gallery, New York



데이비드 보위 David Bowie: Self Preservation, 1995 ©David LaChapelle / Courtesy Staley-Wise Gallery, New York


그가 17살에 찍은 사진이 앤디 워홀의 눈에 띄어, 앤디 워홀의 추천으로 ‘Interview’ 매거진에서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이후 패션, 영화, 음악 등 당대 최고 스타들의 사진을 찍으며 명성을 얻었다. 2010년 레이디 가가가 〈롤링스톤〉지의 표지를 촬영할 때, 데이비드 라샤펠에게 촬영료로 10억을 지불해서 화제가 될 정도로, 그는 스타들이 찍히기를 열망하는 스타작가였다. 그가 그만큼 스타들의 사랑을 받은 것은, 그의 사진이 스타의 이미지를 대중이 원하는 방식으로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스타라는 거울을 통해 대중이 보려는 집단 무의식과 욕망을 반영했기 때문이다.

유머러스하거나 파격적인 모습으로 연출된 스타의 사진 이면에는, 물거품 같은 인기와 팬들의 맹목적 추종 속에 둘러싸인 스타의 맨 얼굴이 있다. “수많은 셀러브리티와 작업했지만 그들의 행복한 모습을 본 적이 별로 없다”는 그는 스타의 이미지를 신화나 환상으로 포장하지 않는다. 오히려 ‘정상에 선 스타에게 환호하지만, 그 스타가 추락할 때 더욱 크게 환호하는’ 대중의 양면성을 날카롭게 포착한다.

1996년도에 촬영한 페이 더나웨이(Faye Dunaway)의 사진은 이런 스타와 대중의 관계를 아이러닉하게 암시한다. 〈우리에게 내일은 없다〉(1967)의 보니 역으로 단숨에 스타덤에 오른 페이 더나웨이는 2차례 오스카상을 수상한 할리우드의 연기파 배우이다. 데이비드 라샤펠의 사진 속에서  페이 더나웨이는 골든 트로피같은 황금색과 레드카펫을 암시하는 붉은색의 드레스를 입고 흰색 자동차 위에 누워있다. 주변에는 그녀를 향해 몰려드는 열광적인 팬과 미디어가 아우성치고 있고, 경찰이 저지하려하지만 속수무책이다. 그런 그녀를 향해 황금빛의 거대한 오스카 상 트로피가 옮겨지고 있다. 마치 흰 색 제단위에 바쳐진 황금빛 제물과 이를 향한 종교적 숭배라는 일종의 종교적 제의를 연상시키는 이 장면은, 스타를 향한 광신도적 욕망을 풍자한다. 스타에 대한 사랑은 일방적이고, 때로 그 애정은 자기애(自己愛)적인 집착이나, 폭력과도 닮아있다. 구애하는 여성을 뒤로 한 채 앞서 나가는 마이클 잭슨이나, 수술실에서 자신을 본뜬 마네킹을 안고 있는 데이비드 보위의 사진은 대중 속에서 공허함을 느끼는 스타의 내면을 엿보는 듯 해, 일종의 애수(哀愁)마저 느껴진다.

 



엘튼 존 Elton John: Egg On His Face, 1999 ©David LaChapelle / Courtesy Staley-Wise Gallery, New York



앤디 워홀 Andy Warhol: I’m a Deeply Superficial Person, November 22, 1986 © David LaChapelle / Courtesy Staley-Wise Gallery, New York


반면 엘튼 존의 사진에서는 그의 캐릭터를 잘 이해하고 있는 유머러스한 연출이 돋보인다. 아침 식사 중에도 악상이 떠오른 듯 악보를 펼쳐놓고 있고, 눈 앞에 계란 후라이를 붙이고 그 위에 안경까지 쓰고 있다. 익살스러운 이 사진은, 노란색 계열로 통일을 이룬 배경과 소품 속에서 음악에 파묻힌 천재의 삶을 연상시킨다.

데이비드 라샤펠은 촬영 때 포토샵을 거의 사용하지 않고, 모든 세트와 소품을 직접 만들어서 장면을 연출한다. 때문에 각각의 사진에서 작가가 한 인물의 이미지를 상황과 맥락에 맞게 연출하기 위해 얼마나 치밀하게 공을 들였는지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각 오브제들이 상징하는 바가 무엇일지 상상케하는 즐거움도 주는데, 이는 마치 고전미술의 초상화에서, 인물의 복식이나, 배경, 소품 하나하나가 의미하는 바를 추리하는 도상학(圖像學)과도 같다.

실제로 데이비드 라샤펠은 “바로크 시대 화가인 안드레아 포조(Andrea Pozzo ,1642 - 1709)와 카라바조(Michelangelo Merisi da Caravaggio,1573-1610)의 작업을 가장 좋아하며, 고전명화에서 종종 작품의 모티브를 얻는다”고 밝혔다. 그 밖에도 살바도르 달리, 제프 쿤스, 신디 셔먼, 앤디 워홀의 작업에서 영향 받은 초현실주의적이고 강렬한 연출 사진을 통해 데이비드 라샤펠은 그만의 독창적인 작업세계를 구축했다.

지난 12월 13일부터 오는 3월 2일까지 데이비드 라샤펠이 지금까지 찍어온 유명인사들의 연출사진을 모은 전시가 뉴욕 Staley-Wise Gallery에서 열리고 있다.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 전에는 그의 멘토였던 앤디 워홀부터, 데이비드 보위, 돌리 파튼, 에이미 와인하우스, 마이클 잭슨까지 수많은 스타들의 사진이 전시됐다. 이 사진들은 단지 유명인사의 사진일 뿐만 아니라, 스타에 대한 대중의 강박적 집착과 호기심의 거울이기도 하다.

“내일도 나를 사랑해 줄래요? (Will You Still Love Me Tomorrow)?”라는 전시제목이 한편으론 공허하고도 애처롭게 들리는 것은, 언제 사라질지 모르는 물거품 같은 인기를 딛고 선 스타나, 모니터 밖에서 스타를 향해 일방적 구애를 하는 대중이나, 결국 서로를 통해 채워지지 않는 마음의 빈 구멍을 응시하고 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Staley-Wise Gallery 전경
 

글 석현혜 기자 이미지 제공 Staley-Wise Gallery
해당 기사는 2019년 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