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작가]레오니드 티시코프(Leonid Tishkov), Fly with the Moon


러시아 예술가 레오니드 티쉬코브(Leonid Tishkov)는 달과 함께 전 세계를 여행한다. 그는 자신이 직접 제작한 인공달로 사람들의 마음속에 빛을 비춘다. 
 
어두운 밤, 강에서 달을 건져 올린다
모두가 내게 말한다
조심해! 이백처럼 강에 빠질 수도 있어.

I caught the moon in the river tonight
Everybody said: be carefull! - You'll drown like poet Li-Bai
- 레오니드 티쉬코브
 

달과 녹색보트 (우랄, 러시아), 2015 Ⓒ 레오니드 티쉬코브


달과 함께 
레오니드 티시코프 Leonid Tishkov 


 

다락방에 숨은 달 (티쉬코브의 집, 러시아), 2003 Ⓒ레오니드 티쉬코브, 보리스 벤디코브

어느 날 한 사내가 자신의 다락방에서 ‘달’을 만난다. 하늘에서 떨어진 이 달은 처음에는 태양을 피해 어둡고 축축한 터널 속으로 숨었지만, 기차가 터널을 지날 때마다 두려움에 떤다. 결국 다락방으로 숨어든 이 가엾은 달에게 사내는 차를 대접하기도 하고, 배에 태우고 호수를 건너 소나무가 있는 숲으로 안내한다. 사내는 달과 함께 또 다른 세계를 여행하고, 달은 어느 곳에서든 사내가 가는 길을 비춰주고 함께한다. 그렇게 사내는 현실과 환상 세계를 오가는 신비로운 존재가 된다. 

 

달의 기도 (레보차, 슬로바키아), 2015 Ⓒ 레오니드 티쉬코브

 
이 환상적인 우화는 러시아 출신의 레오니드 티쉬코브(Leonid Tishkov)가 지난 15년간 진행하고 있는 (사적인 달)의 배경 이야기이다. 그는 파리, 대만, 북극, 뉴질랜드 등을 여행하며, 달과 함께 하는 여정을 사진으로 남겼다. 러시아 우랄 지역에선 달과 함께 호수 위에 배를 띄우고 노를 젓고 있고, 파리에선 에펠 탑을 배경으로 달에게 인사를 전한다. 달은 슬로바키아 성당 제단 앞에서 경건하게 기도를 올리기도 하고, 북극에서 얼음 조각을 타고 떠돌다 눈 쌓인 집 앞에서 문을 두드린다.


한 장, 한 장마다 시적인 우화가 담긴 시리즈는 시, 사진, 설치, 드로잉, 퍼포먼스 작업이 함께 이뤄지는 종합예술이다.  레오니드 티쉬코브는 직접 제작한 인공달을 각 장소에 설치한 후,  사진으로 남긴다. 달을 설치하는 장소는 그에게 시(詩)적인 영감을 주는 장소고, 인공달은 설치되는 환경이나 지역에 따라 다른 크기로 제작되기도 한다.  

 

문 밖의 달 (우랄, 러시아), 2016 Ⓒ 레오니드 티쉬코브

 
“먼저 내가 (달을) 찍을 장면을 상상하는데, 이는 시각적 시(Visual Poem)를 쓰는 과정이라 부를 수 있다. 찍을 장소와 관련된 여러 아이디어들을 티켓, 냅킨, 수첩 등에 스케치하고 동시에 시를 쓴다. 찍을 장소가 선정되면 그곳을 방문하여 각각 아이폰이나 작은 카메라로 각각 다른 시간대에 찍어본다. 이렇게 상상한 장소에서 실제로 찍게 되기까지는 며칠이 걸리기도, 때로는 몇 년이 걸리기도 한다. 어떨 땐 찍고 싶은 장소가 갑자기 떠오르기도 하고, 다른 사진을 찍기 위해 방문했던 장소에서 갑자기 새로운 이야기들이 떠오르기도 한다.”


은 지난 2003년도 모스크바 현대미술 페스티벌에서 처음 시작됐다. 사진 속에서 레오니드 티쉬코브는 검은 중절모를 쓰고, 코트를 입은 모습으로 등장하는데, 이 의상은 초현실주의 화가 르네 마그리트(Rene Margritte)의 작품에 나오는 중절모를 쓴 신사를 연상시킨다. 실제로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예술가도 르네 마그리트로, 르네의 <9월 16일(Le 16 Septembre)>에서 달을 형상화하는 영감을 받았다. 의 달은 보름달이나 그믐달이 아니라, 르네 마그리트의 <9월 16일(Le 16 Septembre)> 속 달이 그렇듯 한결같은 초승달 모양이다. 그는 이 은근하고 수줍게 미소 짓는 초승달에 “좀 더 신비롭고, 사람들에게 환상을 품게 하는 동화 같은 면이 있다”고 생각한다. 


 

가오슝 미술관 정원의 보름달-시인 이백에게 바치는 경의 (가오슝, 대만) Ⓒ 레오니드 티쉬코브
 

이 시리즈 중 유일하게 대만 가오슝 미술관 정원에서 찍은 달만이 보름달인데, 이 사진은 중국 당나라 시인 이백에 바치는 오마주이다. 중국의 위대한 시인인 이백은 장강에 비치는 달 그림자를 쫓아 호수에 뛰어들었다 익사했다는 전설이 있다. 레오니드 티쉬코브는 이백이 달을 잡기 위해 호수에 뛰어든 것처럼, 배를 타고 달을 건져내는 장면을 연출했다. 그는 자신이 연출한 각 사진마다, 그와 연관된 시를 짓는데, 이백을 오마주한 장면에 대해서는 ‘어두운 밤, 강에서 달을 건져 올린다/ 모두가 내게 말한다/ ‘조심해, 이백처럼 강에 빠져 죽을지도 몰라 (I caught the moon in the river tonight/Everybody said: be carefull! - You'll drown like poet Li-Bai)’라는 시를 지었다.

 

달에게 전하는 작별 (파리, 프랑스), 2009. 디지털 C-프린트 Ⓒ 레오니드 티쉬코브

 
레오니드 티쉬코브는  시리즈에 대해 “시각적 시이자, 자신의 여생을 달과 함께 보내기로 한 남자의 이야기이다”며 “나의 달은 이 세계를 소중하게 지켜야할, 마법 같은 공간으로 변화시킨다”고 언급했다. 그는 앞으로도 평생을 이 달과 함께 세계를 여행할 것이라고.


이렇듯 초현실적이고 동화 같은 레오니드 티쉬코브와 그의 달이 한국을 찾는다. 사비나미술관에서는 11월 1일부터 2019년 1월 31일까지 레오니드 티쉬코브의 개인전 이 열린다. 사비나미술관은 안국동에서 은평구 진광동으로 옮겨 새로 자리를 잡았다. 미술관의 재개관전이기도 한 이 전시에는 레오니드 티쉬코브의 시리즈 사진 13점과 작가의 자작시도 함께 소개된다. 또한 미술관 옥상 정원에 티쉬코브의 인공달을 직접 설치하는 프로젝트도 진행된다. 올 가을, 리오니드 티쉬코브와 달의 여행길에 동참해보는 것은 어떨까?


 
글 : 석현혜 기자
이미지 제공 : 사비나미술관

해당 기사는 2018년 11월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