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마스 슈트루트, 마틴-그로피우스-바우(Martin-Gropius-Bau)

독일의 사진 작가 토마스 슈트루트(Thomas Struth)의 전시가 베를린 마틴-그로피우스-바우(Martin-Gropius-Bau)에서 열렸다. 마틴-그로피우스-바우는 예술을 공부하거나 전문적인 관심이 없는 이들에게도 베를린에 방문할 기회가 있다면 한번쯤 둘러보게 되는 유명 공간 중 한 곳으로 국제적으로 명성있는 작가들의 전시를 자주 만날 수 있다. 2016년 여름, 한국은 최고 더위로 기록을 남겼다지만 베를린은 유난히도 서늘했던 기온 탓으로 느지막이 찾아온 더위가 반가웠던 9월에 토마스 슈트루트의 자연과 정치(Nature & Politics)’가 성황리에 진행되었다.

토마스 슈트루트(1954년생)는 1990년대 초, 파리의 루브르박물관이나 베를린의 페르가몬 박물관과 같은 대형 박물관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관객을 촬영한 ‘뮤지엄 사진(Museum Photograph’) 시리즈로 현대 미술계에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그 이후, 인간이 접근하지 않은 듯한 원시적인 자연의 모습을 촬영한 ‘파라다이스 (Paradise)’ 시리즈와 담백하고 왜곡없이 주변의 지인을 포함하여 개인과 가족을 카메라 렌즈에 담은 초상 사진이 대표작으로 꼽힌다.

 


ⓒAquarium, Atlanta 2013, Chromogenic print, 207,5 x 357 cm, Thomas Struth


ⓒBasilica of the Annunciation, Nazareth 2014, Inkjet print, 148,6 x 211,4 cm, Thomas Struth

쿤스트아카데미 뒤셀도르프 출신의 유명 사진작가 중 한명으로 잘 알려져 있는 그지만 그의 첫 시작은 회화였다. 1973년 입학 후 독일 현대 미술의 거장인 게르하르트 리히터(Gerhard Richter)의 학생으로 회화를 공부하였다. 하지만 곧 유형학 사진의 창시자로 일컬어지는 베허 부부(Bernard Becher and Hilla Hecher)에게 수업을 들으며 회화에서 사진으로 전향한다. 이미 베허 부부의 여러 제자는 독일 및 전 세계적으로 사진가로서 예술사의 큰 획을 긋는 이들로 유명하다. 토마스 슈트루트를 포함하여 이 시기에 함께 수학한 칸디다 회퍼 (Candida Höfer), 안드레아스 구르스키(Andreas Gursky), 토마스 루프(Thomas Ruff), 악셀 휘테(Axel Hutte)도 역시 현대 미술에서 사진이 주요한 표현 매체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영향력을 발휘했으며 오늘날까지 사진 영역의 흐름을 주도하고 있다.

독일의 베를린과 서부 에센지역을 포함하여 미국 아틀란타 지역 등에서 선보이는 순회전‘자연과 정치(Nature & Politics)’에서는 약 35점의 작품을 만날 수 있다. 2005년부터 2016년 최근까지의 작업이 소개된다. 약 30년이 넘는 기간동안 작가는 그만의 시각으로 접근한 도시 풍경, 건축물, 인물 초상 및 인간에 의해 발전한 기술적인 시스템과 같은 흥미로운 영역에 대한 대형 스케일의 컬러 사진 작업을 꾸준히 진행해 왔다. 이번‘자연과 정치’전은 그의 다양한 작업의 범위를 한눈에 볼 수 있는 기회로 늘 새로운 시도로 혁신을 기록한 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전시에 소개된 작품에는 지난 10년간 유럽을 포함하여, 중동,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 등의 여행을 통해 발견한 자연 그대로의 모습과 함께 인간의 기술 발전의 현장이 담겨 있다.

특히, 고도로 복합적이고 서사적이라고 표현할 수 있을 만큼 뛰어난 기술로 의도적으로 만들어진 인공적인 공간을 주목하였다. 이러한 작가의 접근은 과연 이 뛰어난 기술의 결정체인 복잡한 공간의 모습이 오늘날 인간의 기술적인 진화를 어떻게 설명하고 있는 것인지, 동시에 현재를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등을 생각하게 한다.

 



ⓒHushniya, Golan Heights 2011, Inkjet print, 118,3 x 146,3 cm, Thomas Struth


ⓒResearch Vehicle, Armstrong Flight Research Center, Edwards 2014, Inkjet print, 145,8 x 196,7 cm, Thomas Struth


토마스 슈트루트의 작업에서 보여지는 이미지들은 과거부터 현재까지 의도적으로 설계하고 창조한 환경을 돌아보며 인간의 영역이 어디까지 가능한 것인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동시에, 인간이 미칠 수 있는 영향력의 다양한 모습을 드러내고자 한다. 이러한 시도와 물음을 통해서 다변하는 현대사회 속에 점점 자리잡아가고 있는 구조와 질서를 탐구하며 문화, 사람, 도시, 자연에 깃들어 있는 물질적인 양상과 정신적인 양상을 작품 속에 반영하고 있다. 작가는 기술적으로 가능한 인간이 지닌 한계의 확장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반대적으로 원시적인 자연의 존재가 인간이 구축한 인공의 세계를 초월한 모습을 동시에 보여준다.

그의 대형 스케일의 컬러 사진 작품에는 공업 생산기지, 연구실, 수술실, 일상의 건물과 성스러운 장소 및 놀이 공원 등이 등장한다. 관객이 마주하는 다양한 공간의 모습에서는 인간이 창조했던 아니던 눈에 띄는 공통점을 지닌다. 그곳들은 그 자체의 쓰임과 기능을 뒤로하고 모두 아주 복잡한 구조를 지니고 있다는 것이다. 작가는 이러한‘복잡한 구조’라는 공통점을 지닌 장소들을 선명한 색상과 대형 스케일의 사진 작업을 통하여 압도적인 시각적 이미지로 전달한다. 작업 속 공간에는 현재 발달된 각 분양의 다양한 기기의 모습이 그대로 보여진다. 과거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우주 여행의 발전, 플라시마 물리학 연구 혹은 오일 굴착 시스템이나 용광로와 같은 산업 설비 시스템은 전문가들의 지식과 상상력에 의하여 창조되고 디자인된 산업의 유물이다. 작가의 상세하고 정밀한 사진 작업은 복잡한 구조물들 또한 인간에 의해 만들어진 인공적 창조물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준다. 이는 우리가 사는 오늘의 모습을 정의할 수 있지만 실제적 그 기능의 역할과 행동은 감추어져 있다. 복잡한 장치와 난해한 구조물이 있는 장소는 인간의 지식이 증명되는 공간으로인간의 지식과 기술로 창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이 일반 대중이 마주할 수 없는 장소라는 아이러니가 담겨있다. 무엇보다 겨우 몇 명의 훈련되고 선택된 높은 전문성을 필요로 하는 자들 만이 작품 속의 복잡한 구조물과 기계를 작동할 수 있다.

 


ⓒRide, Anaheim 2013, Chromogenic print, 218,0 x 331,3 cm, Thomas Struth


ⓒSeestck, Donghae City 2007, Chromogenic print, 167,5 x 212,2 cm, Thomas Struth

토마스 스트루스의 최근 작품에서는 인간의 치열한 욕망과 무한한 상상력이 어떻게 공간적으로, 시각적으로 표현되어 객관적으로 실재하는 대상로 마주하는지 탐구한다. 감정적으로는 최대한 절제되고 렌즈 안에 담긴 대상 자체에 초점을 맞추어 있는 그대로의 상태로 복잡한 기기나 장치, 건물의 구조를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살고 있는 동시대의 모습을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즉, 작가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복합적인 구조에만 매료된 것이 아니라 전문가에 의해 구현된 정신적 노력과 시도에 초점을 맞추었다. 인간이 상상하는 과정 자체를 탐구하고자 했으며 추상적으로 떠오른 생각이 현실 세계에서 어떻게 물질화되고 인간의 삶을 표현하는지에 초점을 맞추었다. 그는 이미 일반적으로 사용되고 있는 ‘무엇인가를 사진화하다(Picturing something)’라는 문구를 언급하며 이 표현 자체가 인간의 뇌는 이미 생각을 사진과 같이 시각적으로 떠올리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라고 주장한다. 그의 주장에 따르면 사진은 고도로 특화되고 전문화된 상상의 방법인 것이다.

사진이란 매체는 인류의 상상력의 강인함과 기술의 역량을 잘 보여주는 증거물과 같다. 그리고 더 나아가 토마스 슈트루트의 작업은 어떻게 기술의 발전이 인간의 과도한 열망에 반응하고 대체할 수 있을지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복잡한 구조물과 장치들을 창조해낸 이들에게 경외심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그의 놀라운 명확성과 관찰자로서의 섬세한 시선으로 접근한 기록과 연구가 담긴 작품은 동시대의 사회적 구조를 반영한다. 역사적 시각과 사회의 기능적인 면에서 그의 주변 인물이나 풍경, 특정 장소를 포함하여 박물관의 관객을 담은 작업은 사회 속에 얽힌 네트워크에 대한 연구로 해석될 수 있을 것이다. 욕망이 자아내는 인간의 무한한 노력이 어떻게 실재하는 대상으로 탄생되어 기록되고 문서화 되는지를 말해준다. 사진은 창조와 현실에 대한 해석과 재해석을 거쳐 기억과 경험에 대한 모든 것을 탐험 가능한 매체이기 때문이다.
 


글 조희진 (독립큐레이터, 독일통신원) 이미지 제공 마틴-그로피우스-바우
해당 기사는 2019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