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즈 알드리지 | Staged Photography


Mannequin Thriller #1, 2013 ⓒMiles Aldridge




Actress #4, 2012 ⓒMiles Aldridge / Actress #5, 2012 ⓒMiles Aldridge



Chromo Thriller #3, 2012 ⓒMiles Aldridge / Chromo Thriller #2, 2012 ⓒMiles Aldridge







스테이지드 사진(staged Photography)은 배경, 인물, 조명과 소품 등으로 연출된 장면을 촬영하는 방식을 뜻한다. 마일스 알드리지(Miles Aldridge)는 눈길을 사로잡는 색채를 이미지에 입히고, 조명과 소품으로 사진에 생동감을 더하며 감상자들의 시선이 머물도록 이미지에 스토리를 담아낸다. 그와 줌인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작품에서 색채, 조명이 독특하다.
일러스트레이션과 그래픽 디자인을 전공했던 것이 사전시각화(previsualization) 과정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프랜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알렉스 카츠(Alex Katz) 등의 작품이나 TV를 보며 영향을 받았다. 이러한 영향에 기반된 컨셉을 수채물감, 색종이, 드로잉 등을 통해 수없이 구현해 보고, 최종 결과물을 바탕으로 촬영한다.

‘루크레치아(Lucretia)’ 고대 로마가 왕정에서 공화정으로 전환되는 과정에 큰 영향을 주었던 전설적인 여인이지만 강간, 자살로 생을 마감한 비극의 주인공이다. 이 작품은 어떤 의도로 작업을 하였나?
루크레치아는 예술에서 자주 조망되었는데 기존 작품 중 루카스 크라나흐(Lucas Cranach)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의 회화와 내 작품의 루크레치아를 보면 헤어스타일과 옷 스타일이 상류층 여성의 화려함을 보여준다.(p.39) 즉 패션에 관한 콘텐츠와 예술적인 컨셉을 통섭한다. 구성과 색채 그리고 시대상을 담아 아름다운 이미지를 만들었다.

〈Chromo Thriller〉 시리즈는 할리우드 영화 장면을 떠올리게 한다.
‘Chromo Thriller #2’를 통해 마를린 몬로(Marilyn Monroe)를 떠올릴 수 있지만 작품이 단편적이지 않게 내러티브적인 요소는 애매하게 표현한다. (p.45) 나는 감상자가 사진을 보며 여인이 침대 위에 엎드려있는 네러티브나 글래스 잔이 깨져 있는 상황 등을 생각할 수 있는 능동적인 이미지를 작품화했다. 이미지를 통해 자신에게 돌아가 우리를 구성하는 세상에 대해 질문하기를 바란다.

〈Mannequin Thriller〉 시리즈를 보면 음산하면서도 아름다우며 사회, 정치적인 스토리가 연상된다.
이미지를 해석하기 전에 분명히 할 것은 작품을 사회적, 정치적 영역으로 가지고 가는 것은 감상자의 판단이지만 예술의 목적은 정치, 사회 영역의 목적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이 작업은(p.42) 독일의 작은 마을 거리를 걷다가 상점 안 쇼윈도의 마네킹을 보고 영감을 받았다. 쇼윈도를 보며 자신과 만나는 고찰과 회상의 순간을(Moment of the contemplation) 연출하였다. 작품 안의 주인공은 마네킹을 통해 자신을 보며 소비주의사회(Consumerism)의 욕망, 갈망 욕구를 볼 것이다. 모델의 표정을 피에로 프란체스카(Piero Francesca)의 성화에 나오는 표정과 유사하게 연출하여 원하는 스토리를 효과적으로 전했다.

〈Actress〉 시리즈는 어떤 의도로 작업하였나?
영화에서는 인공적인 환경에서 인공적인 감정이 표출된다. 셰익스피어(William Shakespeare)의 작품이 극이라는 점에서 허구이지만 현실의 스토리를 뉴스보다 큰 울림으로 전해진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나는 허구가 현실을 더 잘 전달한다고 생각한다. 그러한 점이 내가 이미지를 통해 전달하고자 하는 것이다. ‘Actress #4’를 보면 화려한 색채의 벽, 다양한 색깔의 술과 담배꽁초가 있고, 여배우의 뒤에는 다채로운 꽃이 있다. (p.40) 아름다운 색의 조합에 반해 지저분한 재떨이, 치즈 위에 꽂혀 있는 꽁초, 지루해 보이는 여주인공의 표정과 제스처를 볼 수 있다. 이러한 모순적인 상황이 연출되어 배우의 상황과 감정을 깊게 전달한다.

할랜드 밀러(Harland Miller)와 협업한 〈After Miller〉 시리즈의 설명을 부탁한다. 또 인화를 스크린 프린팅으로 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할랜드 밀러의 전시를 봤을 때 영감을 많이 받았고, 그의 작품에 표현된 색감을 작품에 반영하였다. 아이디어를 생각하고 스케치를 하는 것만으로도 한 달 내지 두 달의 시간이 소요된다. 촬영 후 암실에서 이미지의 모든 디테일을 생각하며 이미지를 프린트하는 것과 스크린 프린팅하는 것은 큰 노력과 많은 시간이 걸린다. 이렇게 느린 프로세스는 이미지를 만족할 수준까지 올리기 위한 노력의 초석이다. 또 이런 과정은 회화나 조각과 같이 예술 창작의 과정과 유사하다.

당신은 “위대한 허구 작품이 취재 기사보다 더 진실하다.”고 하였다.
문화는 허구를 바탕으로 이루어졌다. 르네상스 회화에 표현된 것은 전설과 영웅담, 성경의 허구다. 인상주의 이전에는 사실적으로 그리고자 노력했지만 에두아르 마네(Édouard Manet)나 클로드 모네(Oscar-Claude Monet) 이후 현재까지 회화는 아이디어를 표현하기 위한 방식으로 진화하였다. 사진 역시 렌즈 앞에 있는 피사체를 담아내는 것보다는 작가의 생각을 담아야 한다. 삶은 가시적인 것뿐만 아니라 비가시적인 감정과 생각도 포함하는데 피사체만을 이미지에 담는 것은 표현의 제약이 많다. 사진은 우리의 생각을 담아내는 미디엄이다.

마일즈 알드리지는 미려한 작품의 표층으로 이목을 끄는 동시에 다층적인 생각과 감정을 감상자에게 전달함으로써 세간의 주목을 받고 있다. 그의 작품은 Fotografiska New York에서 5월 7일부터 10월 17일까지 전시되고 있다. 2023년에는 한국에서 전시를 개최할 예정이다.

 

인터뷰어 전경배 기자  인터뷰이 마일즈 알드리지
해당 기사는 2021년 9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