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총평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총평

「사진예술」은 이번 스페셜이슈로 20년에 이르는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역사를 되짚고, 미래를 위해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총평을 다룬다. 주제전시《누락된 의제(37.5아래)》에 손영실 교수(경일대), 특별전시 《신념(Conviction)》에 이필 교수(홍익대), 초대전시 《대구사진사 시리즈·Ⅱ》, 기획전시 《포토월 프로젝트-서문시장역 1번 출구》와 《히어로즈 2020》, 부대전시 《인카운터 Ⅵ》와 《전국사진학과연합전-내일의 사진》에 정은정 기자가 리뷰한다. 대구사진비엔날레의 미래 비전을 위한 좌담회에 구본창 사진가, 박진관 영남일보 문화부국장, 이일우 KP갤러리 대표, 이기명 월간 「사진예술」 발행인 겸 편집인이 의견을 나누었다.


 
뉴노멀시대의 사진, 주제전시에 관한 소고
주제전시 《누락된 의제(37.5아래)》
글 손영실 경일대 사진영상학부 교수

2021년은 전 세계를 충격으로 몰아넣은 팬데믹으로 인한 불확실성이 팽배한 가운데 시작되었다. 이런 상황의 빠른 종식에 관한 기대 속에서 많은 사람이 아트 페어에 열광적인 반응을 보이며 유례없는 호황을 누리는 등 회복의 신호탄은 미술에서부터 그 징후가 감지되고 있었다. 9월에서 11월에 걸쳐 국내에서 동시대 현대 미술을 집약적으로 보여줄 수 있는 비엔날레 행사가 10여 개 정도 진행되었고 그 특성상 크게 현대 미술 전반을 다루는 경우와 사진, 공예, 조각과 같은 특정 매체를 전면에 내세운 경우의 두 가지로 구분해 볼 수 있다.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사진 문화가 어느 지역보다 일찍 자리 잡고 발달한 대구의 지역적 정체성과 문화도시로서의 정체성 확립의 염원 속에 시작되었고 올해 8회를 맞이했다.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는 매우 특별한 의미로 다가온다. 왜냐하면 불시에 전 세계를 습격한 코로나19로 인해 연기되다가 3년만에 개최되었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코로나19 이후의 삶을 살아야 하며, 이러한 상황 속에서 우리가 세상을 바라보는 시각에도 변화가 수반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팬데믹 시대의 사진비엔날레는 어떤 양태를 보여야 할 것인가?
주제전 <누락된 의제(37.5아래) / Missing Agenda(Even Below 37.5)>는 역사적 진보의 기치 아래 세워진, 인류의 문명이 인간 상호 간의 조화로운 관계에 어떤 역할을 했는지를 되돌아보게 한다. 당연시되던 의학적, 사회적, 문명적 표준이 과연 제대로 설계된 것인가에 대한 의구심을 품게 하며 어느 순간 망각하고 있던 환경과 자본의 폐해, 수많은 차별의 문제를 드러낸다.

제1전시장을 들어서면 올해 사진비엔날레의 포스터 이미지이기도 한 어윈 올라프(Erwin Olarf)의 작품이 나타난다.(p.48) ‘팬데믹으로 마비된 가상의 도시’라는 설정으로 작가가 직접 광대로 분장하여 등장하는데 사재기로 텅 비어버린 암스테르담의 한 슈퍼마켓의 모습이 현실 상황과 다를 바 없다는 점이 다소 공포스럽게 다가온다. 이처럼 섹션 1 “강제 종료, 불확실한 리부팅” 에서는 코로나 19라는 거대한 폭풍 속에서 한 번도 상상하지 못했던 상황과 충격적인 현상들을 마주하게 한다. 알레한드로 에르베타(Alejandro Erbertta)의 <바이러스 - 생태학>에서 흑백사진 속 바이러스 이미지는 과학과 시학, 죽음과 아름다움 사이에서 역설적으로 형태적 아름다움과 동시에 원형적인 공포를 느끼게 한다. 올가 츠비코바(Olga Tsvietkova)의 <징후 xx>에서 언뜻 보면 바이러스 같아 보이는, 불규칙적으로 파열된 덩어리와 선들은 실패한 필름에 나타나는 다양한 모양, 표시, 반점을 통합한 것으로 필름의 결함이 있는 부분을 찾아내어 확대하는 등의 방법으로 만들어졌다. 필름의 결함, 즉 실패의 사진적 징후는 중요한 것을 상실한 결핍된 시각의 메타포로 사용된다. 앙투완 다가타(Antoine d’Agata)(p.49)가 열화상 카메라에 의해 보여지는 듯한 팬데믹 상황에서의 노숙자의 삶을 담아냈다면 팀 파르치코프(Tim Parchikov)는 자가격리 기간 동안 자신이 겪은 감정의 기복에 집중하며 삶의 변화를 새로운 시각으로 담아냈다.

제2섹션 “프로메테우스적 문명의 유산”에서는 풍요를 위해 희생된, 황폐해진 자연의 모습과 비인간적인 풍경 등을 전면에 노출하며 우리가 굳게 믿어왔던 문명의 이면을 들추어낸다. 조지 오소디(George Osodi)는 자신의 조국인 나이지리아를 지난 20년간 꾸준히 사진으로 기록해왔는데 다국적 기업이 석유 시추를 시작한 1958년부터 수천 건의 기름 유출 사고가 생기면서, 땅과 하늘이 각종 발암물질로 뒤덮여 물고기와 새 그리고 사람도 살 수 없는 참담하고 참혹한 모습으로 변해버린 상황을 보여준다.(p.50) 오늘날 우리가 일궈낸 찬란한 문명이 한편으로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짓밟고 약탈하며 이루어져 왔음을 자각하게 한다.

제3섹션 “가스라이팅 또는 심리극으로서 자본”에서는 돈과 자본주의의 메커니즘을 파헤치며 지구가 처한 절박한 상황을 개선할 기회를 지속해서 무산시킨 자본 중심의 구조들을 드러낸다. 멜라니 풀랜(Melanie Pullen)의 <하이패션 범죄 현장들>은 LA에서 발생한 범죄 현장 사진에서 영감을 받아서 진행되었는데 피해자들의 모습을 고가의 명품의류를 걸친 모델의 이미지로 구현한다. 작가는 섬세한 세부묘사와 풍부한 색채로 범죄 현장을 뒤틀어 연출하며 실제로 일어났던 사건에 다른 맥락을 입히는 것을 통해 폭력과 범죄를 미화하는 사회를 비판한다.(p.51)

제4섹션 “허언증과 거짓말 탐지기 사이”에서는 허구의 세계를 진실처럼 보이게 하거나 거짓을 들추어 내 진실을 대면하게 하는 사진의 양가적인 측면을 보여준다. 배찬효는 여러 세기를 거쳐 역사와 동화가 구축해 온 주체성과 타자성의 이미지 사이에 낯선 혼종적 정체성을 개입시키고 서구 모더니티의 시각성을 뒤흔드는 거짓 메시지를 통해 고정불변의 진실이란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환기시킨다.

류성실의
는 진보와 반동이란 대립적 개념 속에서 전개되는 정치, 경제, 사회적 실천에 관해 물음을 던진다. 체리장이란 가상공간의 주체를 중심축으로 시공간이 분절된 세 개의 서사를 짜깁기한 영상의 맥락 속에서 작가는 의심의 눈초리로 현실을 바라본다. 이 작업은 1인미디어의 생산자의 콘텐츠 생산 방식을 패러디하며 동시대인들의 소비, 믿음, 감수성을 노이즈로 재생한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체리 장은 가짜 정보와 사기성 짙은 온라인 마케팅 산업의 페르소나로. 음모론, 종말론을 단순히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이런 논리들과 교묘하게 얽혀있는 신자유주의적 욕망과 전략을 드러낸다.

제5섹션 “애도의 여정, 그 끝에서”는 무거운 진실 속에서 우리가 직면한 아픔을 딛고 살아가는 인간의 모습을 비춘다. 누군가의 절규와 함께하려는 마음, 감염병 사태의 일선에서 환자들의 생명을 구하기 위해 땀 흘리는 의료계 종사자의 모습, 생명의 경이로움을 기억하는 지성 등 이러한 풍경을 통해 우리에게는 아직 희망이 존재한다고 말한다.

피파 바카(Pippa Bacca)의 유작 <여행 중인 신부>는 그녀와 동료 예술가인 실비아 모로가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출발하여 지구의 화약고로 불리는 이스라엘 예루살렘까지 웨딩드레스를 입고 히치하이크만으로 완주하는 일종의 여행 퍼포먼스였다.(p.52) <여행 중인 신부>를 구성하는 모든 것들이 상징과 은유였다. 인간 존재에 대한 믿음을 증명하고 평화에 대한 염원을 실현하기 위한 그의 여정은 프로젝트 중 작가가 사고로 사망하며 실패로 끝난다.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예술감독이 올해 초에 바뀌는 힘든 여건에도 불구하고, 코로나 상황에서 우리의 삶을 사진을 통해 바라보고 생각하게 하며 묵직한 울림을 던져주었다. 짧은 준비 기간에도 불구하고 수준 높은 작가들의 작품을 한자리에 모으고 비엔날레다운 면모를 갖춰놓은 점에서 기획자들의 집약된 역량이 돋보인다. 그러나 전시 공학적 측면에서는 몇 가지 아쉬운 점도 있었다. 시간별 관람 인원 제한으로 인해 단체 관람자들을 위한 도슨트 프로그램 대신 전시 공간 곳곳에 도움 인력이 상주하며 관람객의 질문에 응대하고 직접 설명을 해주었는데 향후에는 오디오 도슨트 도입이 효과적일 것으로 생각된다. 물론 전시에서 작품 캡션과 더불어 간단한 설명을 부가한 것은 각각의 작품 이해를 돕는 적절한 방식이었다.  또한 1층부터 2층까지 이어진 주제전의 동선 흐름은 다소 매끄럽지 않았고 화질이 별로 좋지 못하거나 두 이미지의 이음새가 일치하지 않는 사진, 강한 조명이 프레임에 끼워진 유리에 반사된 사진들은 관람에 불편함을 주기도 했다. 그리고 영상 작품의 경우 사운드 볼륨이 너무 작아서 꽤 오랜 시간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경우도 있었고 상영 공간 분리가 안되어 큰 사운드가 다른 작품 관람에 방해가 되기도 했다.

사실 성공한 비엔날레의 조건은 지역성과 동시대의 담론을 얼마나 잘 담보하고 있느냐에 의해 결정된다. 그런 측면에서 <누락된 의제>를 주제로 내세운 대구사진비엔날레는 다양한 현대 사진의 지형을 보여주기보다는 동시대 상황에 집중하며 인류 문명에 대한 포괄적 반성의 의미로 읽혀지는 측면이 강했다. 현대 작가들은 인류 문명을 구성하는 기술적, 경제적, 문화적, 환경적 요인들을 반영한 사진들을 통해 변화의 징후들을 드러내었다. 그리하여 현재 인류 문명에 관한 텍스트를 사진을 통해 제시하면서 뉴노멀 시대를 당면한 우리에게 상황의 유일한 진실은 없고 카메라 앞에서 일어난 것을 보고 그것을 어떻게 해석하는가’에 초점을 두며, 지금 여기서 삶은 어디로 향해야 할지를 고민하게 하는 사유의 장을 마련해준 것임에 틀림없다.

앞으로는 전문성을 담보한 감독의 최대한 빠른 선임을 통해 충분한 리서치 기간을 보장하고 지역과 밀착하여 전시 및 문화 행사 기획에 참여하고 홍보를 적극화하려는 노력과 함께 30%가 넘는 신작을 포함시켜 창작활동을 고취하고 해외 사진 기관들과의 연계 등을 통해 사진문화의 저변 확대에 대구사진비엔날레 역량을 집결시킬 것을 기대해본다.

 





다큐멘터리사진의 힘, 신념
특별전시 《신념(Conviction)》
글 이필 홍익대 교수

대구사진비엔날레 특별전은 사회적 다큐멘터리의 전통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사회적 다큐멘터리는 사회적이고 환경적인 문제와 관련하여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안고 있는 동시대의 이슈에 대한 공공의 관심을 끌고자 한다. 이러한 사회적 다큐멘터리의 특징은 가진 자나 행복한 자보다는 가지지 못하거나 버려진 자, 차별과 불공정에 시달리는 자, 위기에 처한 자, 재난의 희생자와 같은 사회적 피해자, 약자, 피지배자들의 삶을 알리고 인류의 현실에 대한 성찰을 요구하는 주제를 다룬다는 점이다. 이번 전시는 정치/사회, 경제/노동, 역사/종교, 기후 위기/환경 오염 등 네 가지 이슈로 나누어 지금 우리가 사는 세상에 대한 사진가들의 진실한 이야기를 전달한다. 기획자들은 관람객을 초대하여 자신들이 현장에서 가지고 온 이야기를 나눔으로써 직접적인 목격자인 사진가들의 비전이 담긴 시각적 스토리텔링에 공감하는 또 다른 시각적 목격자가 되기를 기대한다. 전시장을 꽉 채운 사진을 보며 사진가들의 이야기를 관객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기획자들의 야심 찬 의도를 느낄 수 있다.

우리 시대의 현실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문제를 다룬 1부에서는 마스크를 쓴 사람들이 채운 도시 공간의 전례 없는 풍경이 우리의 현실을 자각하게 한다. 이외에도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는 사람들의 생사를 건 탈출과 장난감으로 전쟁놀이를 할 나이의 아이들이 실제 군사교육을 받는 현실, 망망대해를 항해하는 허술한 배에 한 치의 공간도 남기지 않고 몸을 실은 난민들의 목숨을 담보한 처참한 탈출, 이후 난민촌에서 보내는 그들의 일상을 담은 스냅 사진을 볼 수 있다.

코로나 팬데믹 시대에 마스크를 쓰는 것은 우리의 일상이 되었지만, 이 장면이 생경하게 다가오는 것은 수많은 뉴스 보도와 영상 이미지에 익숙해진 우리의 감각을 일깨우는 정지된 사진 이미지의 강렬함이다. 수잔 손택이 강조했듯이 사진가는 관찰자이다. 현장에는 있으나 상황에 뛰어들지 않는다. 사진을 찍기 위해 사진가가 가져야 할 이 필연적인 관찰자의 거리가 우리의 일상을 사회적 풍경으로 제시한다. 이는 전시 공간에서 사진을 보는 관람자에게 사유의 공간을 제공하며 세계에 대한 인식을 가능하게 한다. 인간이 처한 절박한 현실을 어두운 흑백화면에 조명의 효과를 곁들여 영화나 연극에서 볼 법한 비현실적 상황으로 묘사한 알렉스 마졸리(Alex Majoli)의 사진은 우리를 사색의 길로 인도한다.(p.54) 그의 사진은 고통과 절망의 순간을 정지해 놓고 관객의 집중을 유도함으로써 누군가의 짧은 고통의 순간이 그 개인에게는 매우 중대한 순간임을 이해하게 한다. 현실 같지 않은 분위기는 현실에서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 우리 사회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일깨운다.

경제와 노동을 주제어로 구성한 2부에는 두바이 이주 노동자들의 각박한 현실, 예니세이에서의 추방자와 강제 노역자의 삶, 중국의 완행열차에서 저소득층과 외진 지역민의 삶의 엿볼 수 있다. 주석 채굴로 파괴되는 인도네시아 방카섬을 촬영한 신웅재는 서서히 파멸의 늪으로 빠져드는 섬을 전통적인 흑백 사진 다큐멘터리의 형식으로 내놓았다.(p.55) 중남미 이주민행렬 등의 현실을 전하는 김경훈은 “많은 사람이 그 문제에 대해 좀 더 생각하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하는 사회적 다큐멘터리의 목적을 명확히 한다.(p.56)

역사와 종교를 주제로 엮은 3부에서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 이란의 유목민과 종교를 초월한 미시시피의 동성애자와 그 가족들의 포용적 이야기, 유교와 불교의 제의를 통해 인간 고통의 근원으로서 죽음에 대한 탐구를 만날 수 있다. 중남미의 합동 비밀 군사 계획 콘도르 작전에 희생된 수천 명의 이름 모를 피해자와 생존자의 고통을 기록한 주앙 피나(João Pina)(p.59)와 조선인 강제 징용자의 희생지 군함도의 실체를 파헤친 이재갑의 사진(p.58)은 권력의 강제에 의해 희생당한 사람들과 그 아픈 역사를 기억하고 기록한다.

기후 위기와 환경 오염의 현실을 전달하는 4부에서는 지구 기후 시스템의 핵심 동력인 북극을 관찰함으로써 기후 위기를 감지하는 과학자, 건조해진 지구의 기후 변화가 몰고 온 현실을 입증하는 오스트레일리아의 산불,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에도 그 땅에서 살 수밖에 없는 사람들의 피해와 분열상을 기록한 사진을 접할 수 있다.

사진가의 비전과 관객의 목격
이번 전시에는 동시대 사회적 현실을 드러내거나 우리의 사회적 풍경을 이미지화한 작업이 전시장을 가득 채웠다. 사진의 기록적 본성은 객관성을 담보하지만, 그 객관성은 사진가가 어떤 대상을 선택하고, 어떤 관점에서 대상을 찍으며, 결과로 나온 이미지를 어떤 맥락에서 보여주고 재생산하느냐에 따라 매우 달라질 수 있다. 이번 전시에 선보인 사진은 우리가 신문과 TV, 잡지, 온라인 매체 등에서 볼 수 있는 익히 알고 있는 주제를 다룬 것이다. 이미 많은 대중매체와 온라인 환경을 통해 지구상의 사건과 사고에 대한 정보는 국가나 지리적 경계를 넘어 만연하다. 그러나 이번 전시의 사진들은 대중매체를 통해 보도되는 것과의 명확한 차이가 있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들은 기사의 일부나 보조 수단이 아닌 이미지 자체로 메시지를 전달한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는 제작자로서 주제, 관객, 표현 및 배포 수단을 선택한다. 미술관에서 전시되는 다큐멘터리 사진의 특징은 문맥에 함몰된 이미지를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가 문맥에서 분리되어 그 자체로 강렬한 효과를 주는 독립적인 이야기 구성방식에 있다. 이미지가 수도 없이 넘쳐나고 흘러가는 이 시대에 단순한 정보나 증거의 기능에 그치지 않고 무미하고 익숙한 이야기나 지식이 특별한 경험으로 다가오게 하는 것이 동시대 다큐멘터리 사진의 존재 이유이다. 미술관에 걸리는 다큐멘터리 사진은 관객에게 자신이 모르는 혹은 잊고 있었던 세상 사람들의 삶을 이미지의 강렬함으로 제시하고, 그 내부를 들여다보고 알고 싶어 하는 관객의 욕망을 자극한다. 파올로 펠레그린(Paolo pellegrin)(p.57 하)은 경계인과 난민의 현실을 담은 사진을 통해 “대화를 촉발할 수 있는 사진”을 추구한다. 시리아 난민을 촬영한 아이버 플릭켓(Ivor pricke)(p.57 상)은 자신의 사진이 “수백만 명이 넘는 이재민들의 삶을 살펴보는 작은 통로” 역할을 하기를 바란다. 중남미 이주민을 촬영한 김경훈은 관객에게 상황을 뚜렷하게 인식시키고 해결 방법을 모색하기를 유도한다.

이처럼 다큐멘터리 사진은 동시대의 현실을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진실에 직면하게 한다. 다큐멘터리 사진은 한 장의 사진으로 의미구조를 갖거나 상징, 은유, 미학적 표현을 한 장의 사진에 응축된 형태로 나타내기보다는 사진의 병렬 혹은 병치로 스토리텔링을 재구성한다. 관람객은 사회적 현실과 풍경을 이미지화한 이들의 시각적 이야기를 통해서 현실의 세상을 다시 발견한다. 작가들은 자신들이 카메라를 들고 있었던 현장을 생생한 이미지로 만들어 관객과 만나게 함으로써 관람객을 ‘눈으로 목격하는 사람’으로 만든다. 관객을 목격자로 만드는 일은 사회적인 문제에 공공의 관심을 끌고자 하는 사회적 다큐멘터리의 궁극적 목적을 성취하는 관문이다. 대구사진비엔날레 특별전시는 그 목적에 근접해 있다.

사진가의 신념에 대한 오마주
다큐멘터리의 신념은 세상에서 발견한 대로 삶의 진실을 묘사하겠다는 약속이다. 다큐멘터리 사진가는 사진 매체의 시각이미지를 통해 우리가 모르는 타자들의 삶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한다. 본래 전통적인 포토저널리스트들의 영역을 작가들이 공유하는데 현대의 다큐멘터리 작가들은 완전하고 소화할 수 있는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보다는 질문을 제기하는데 더 관심이 있다. 이야기꾼의 역할은 사실을 전달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 경험의 본질과 같은 더 큰 진실을 전달하는 것이다. 아무리 객관적인 방법을 추구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이라도 이야기를 전달하는 작가의 주관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객관성에 바탕을 두면서도 주관성이 들어간 이야기를 전달하는 다큐멘터리는, 존재하는 현실로서의 진실과 그 현실을 바라보는 작가의 주관적 진실이 결합한 진실의 복합체이다. 다큐멘터리 매체로서 사진이 가진 힘은 바로 삶의 진실과 사진가의 진실의 추구가 만나는 지점에 있다.

기획자들은 다큐멘터리의 힘은 사진가가 사진가로서 삶을 감내해온 힘 때문임을 강조한다. 다큐멘터리 사진가의 작업을 지속할 수 있게 하는 것은 우리 시대에 관한 관심을 가지고 타인과 소통하고 더 나은 사회를 지향하고자 하는 ‘신념’이다. 다큐멘터리 사진의 힘을 발산하는 이번 전시는 세상의 진실에 접근하려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들에 대한 경의의 표현이다.


 

환경의 간격, 사람과 사람의 간극
초대전시    《대구사진사 시리즈·Ⅱ》
기획전시    《포토월 프로젝트》, 《히어로즈 2020》
부대전시    《인카운터 Ⅵ》, 《전국사진학과연합전》

글 정은정 사진 리뷰어

현실을 재현하고 표현하는 사진은 사회문화적 맥락 속에서 의미가 생성되고, 수용의 맥락에서 더 다양하고 새로운 의미를 생산한다. 2021년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9.10~11.2)에서 선보인 초대전시 《대구사진사 시리즈·Ⅱ》, 기획전시 《포토월 프로젝트-서문시장역 1번 출구》와 《히어로즈 2020》, 부대전시 《인카운터 Ⅵ》와 《전국사진학과연합전-내일의 사진》(8.27~10.24)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동시대적 상황과 대구라는 지역성의 맥락에서 대구 시민과 관람자에게 열린 전시로 다가섰다. 일정한 거리두기를 할 수밖에 없는 환경의 간격 속에서 사람과 사람의 간극을 좁히고자 하는 회복의 노력을 펼쳐 보였다.

초대전시 《대구사진사 시리즈·Ⅱ》(김태욱 기획, 대구문화예술회관 12~13전시실)는 대구사진비엔날레가 표방하는 “사진의 도시, 대구”의 사진사를 회고하는 동시에 1960~70년대 전후 빠르게 재건되고 개발된 한국의 사회상을 대구사진계의 ‘리얼리즘 사진운동’의 맥락에서 재고했다. 배상하(1922~1965), 신현국(1924~1997), 권정호(1939~ ), 김일창(1940~ ), 장진필(1936~ )의 사진으로 이뤄진 이번 전시는 2018년에 열린 제7회 대구사진비엔날레의 《대구사진사 시리즈·Ⅰ》을 연계했다. 지난 전시가 강영호(1928~1989), 김재수(1929~2006), 김태한(1928~2004), 박달근(1926~2000)의 사진으로써 작가의 내면 또는 매체의 특성을 사진의 조형성과 시각적 실험성을 통해 표현한 대구사진사를 짚었다면, 《대구사진사 시리즈·Ⅱ》는 시대의 기록으로서 삶의 리얼리티를 재현한 대구사진사의 면모를 조명했다. 전시 작품은 대구 매일신문사의 사진기자로 활동했던 고(故) 배상하와 고(故) 신현국, 권정호의 사진과 대학의 사진교육에 몸담았던 김일창과 장진필의 사진 가운데 1960~70년대 한국의 산업화와 경제개발, 그로 인해 급변하는 사회 현실을 기록한 사진을 선별해 전시했다.

이들의 사진은 한국전쟁과 전후 유입된 미국의 포토저널리즘 그리고 인간과 삶의 사실적이고 진실한 재현을 추구한 유럽과 일본 사진의 리얼리즘 영향으로 1950년대 중반 이후 본격적으로 전개된 한국사진의 ‘리얼리즘 사진운동’의 결을 보여준다. 배상하의 “미완성A”(1963), 권정호의 “대구지하도 개통”(1972), 장진필의 “대구 최초 신암아파트”(1970) 등의 작품에서 보이는 건축과 건설, 도로와 철도의 개통, 변화하는 농촌사회의 모습은 비단 대구의 도시화와 산업화의 풍경에 그치지 않고 당대 한국사회의 풍경과 한국인의 삶으로 확대됐다. 전시는 지난한 현실 속에서도 꿋꿋이 삶을 일구는 인간의 힘을 놓치지 않는데, 그것은 가족과 지역민을 포함한 공동체의 연대 장면으로 또 해학과 풍자의 미학으로 드러났다. 기차를 타고 ‘국토건설단’으로 떠나는 아빠를 배웅하는 모자(母子)를 담은 신현국의 작품 “아빠 빠이빠이”(1961)와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한 김일창의 작품 “합심”(1975)은 흑백의 옛 풍경이지만 전시장 밖,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현실의 풍경으로 나서는 관람객에게 역경 속 인간의 ‘연대’라는 역사적 힘을 전했다.(p.60-61)

기획전시 《포토월 프로젝트-서문시장역 1번 출구》(장용근 기획,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및 청라언덕 일대)와 《히어로즈 2020》(장용근·박소영 기획,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구)어린이집)은 코로나19 팬데믹의 상황에서 사진이라는 예술이 어떤 방식으로 그 소통을 확장할 수 있는지를 보여줬다. 《포토월 프로젝트-서문시장역 1번 출구》는 조선시대 이래 오랜 세월 동안 생활의 장(場)인 서문시장에서 시작해 2020년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이었던 계명대학교 대구동산병원 그리고 대구의 근대사를 간직한 청라언덕과 3.1만세운동길로 이어졌다. 국내외 작가 20명의 작품은 사진이 설치되는 곳의 장소성과 역사성을 배경으로 대형 크기의 투명필름과 천 등에 프린트돼 야외 전시로 펼쳐졌다. 특히 다수의 작품이 낮뿐만 아니라 밤에도 라이트박스와 외부 조명 등으로 사진의 빛을 발했다.

지하철 서문시장역 교각에는 시장 2지구 상인들을 상점 안에서 찍은 다나카 에렌(Tanaka Eren)의 생기 있는 포트레이트 작품을 붙이고, 교각을 마주한 대구동산병원의 응급실 외벽에는 치유와 쾌유를 바라는 기원을 담아 장남원의 작품 “고래”(2021)와 이정록의 작품 “루카”(2021)를 5m×8m 크기 대형 천에 프린트해 걸었다. 특히 자연과 신화의 원시적 힘을 드러내는 장남원과 이정록의 작품은 한밤에도 밝은 빛에 비쳐 병원을 드나드는 또는 병원 앞을 오가는 시민들을 위로했다. 응급실의 또 다른 외벽에는 21세기에 코로나19 팬데믹으로 고립된 사람들을 인터뷰하고 사진으로 촬영한 줄리아 풀러튼 바튼(Julia Fullerton-Batten)의 작품 “LOOKING OUT FROM WITHIN”(2020)과 17세기에 페스트가 유행했던 유럽에서 오늘날 마스크의 방역 기능을 기대하며 착용했던 ‘새부리 가면’을 재해석한 장용근의 작품을 걸어 전염병의 대유행 앞에 무력하지만 또 이를 극복해내는 인간의 의지를 통찰했다. 그리고 대구동산병원의 입원병동을 지나 이어지는 주차장 건물의 외벽에는 권도연의 작품 “북한산”(2019)을 일렬로 설치했다. 작품은 반려견이었다가 유기돼 산에서 떠도는 개들을 통해 인간과 동물, 인간과 생태의 역학 관계를 흑백사진으로 냉철하게 성찰한다.

한편 병원 내 동산과 청라언덕 그리고 그 사잇길 곳곳에는 높게 세운 비계와 작은 건물의 외벽, 2.5m×3m 크기의 라이트박스 위에 애덤 어번(Ádám Urbán), 악셀 브라운(Axel Braun), 나현철, 이동욱 등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다양한 형태로 설치했다. 개개의 작품은 자연과 도시, 개발과 파괴, 인간과 인공 등의 대립항 안에서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의 삶을 표현한다. 그중 나현철의 “선사투시도”(2021)는 대구에서 도시 개발을 명목으로 본래의 자리를 빼앗긴 채 의미와 기능과 상관없이 기념되고 있는 선사시대 고인돌과 선돌을 현대 도시의 건축자재 중 하나인 빨간 벽돌과 병치해 역사의 아이러니를 보여준다. 또 조선시대에 서양 선교사들이 의료와 교육, 종교 활동을 벌이고, 일제강점기에는 3.1만세운동을 포함한 독립운동이 일어났으며, 이상화와 현진건, 이인성 등의 문인과 화가들의 흔적이 남은 청라언덕에는 곽범석, 노진규, 윤정미, 이계영 등의 작품이 그곳의 역사성을 현대성으로 살폈다. 특히 3.1만세운동길 계단에는 현재 대구의 관광과 오락 공간을 유희하는 사람들의 익숙한 모습을 낯설게 포착한 이계영의 작품이 펄럭이는 태극기와 독립운동의 기록사진 사이에 끼어 역사의 간극을 나타냈다.

또 다른 기획전시 《히어로즈 2020》은 대구동산병원 의료인의 자녀가 다녔던 옛 어린이집의 정원과 실내에서 열렸다. 2020년 코로나19 지역거점병원으로서 대구동산병원의 당시 현장을, 의료인과 골든타임응급환자이송센터 및 대구 소방서 등의 직원들이 직접 촬영한 사진으로 선보였다. 일반 시민이 접할 수 없는 병원 안팎의 긴박했던 순간은 물론 바이러스의 위험과 함께 날씨 및 방호복의 더위와 싸웠던 고된 의료활동의 장면을 담았다. 또 외부의 시선이 아닌 내부의 시선으로서 기록한 이들의 현장은 전시 제목 “히어로즈(Heroes)”처럼 고난의 현장이 아닌 위기 속 “영웅들”의 극복 현장으로 승화했다. 이현자와 김경란의 작품을 포함해 다수의 작품은 직원 간, 직원과 환자 간, 직원과 직원 가족 간, 의료인과 시민 간 위로와 응원의 장면으로서 비단 의료인뿐만 아니라 모두가 역경을 헤쳐나간 “영웅들”임을 상징한다. 그리고 주택 형태의 옛 어린이집의 실내외에 가족사진처럼 사진을 전시해 연대를 강조하고, 다양한 크기의 사진과 동영상으로 코로나19의 치료와 치유의 현장을 역동적으로 회고했다.

대구사진비엔날레의 부대전시 중 ‘시작’과 ‘성장’의 의미로서 스타트업(Start up)을 표방하고 있는 《인카운터 Ⅵ》(윤석원 기획, 동대구역 광장)와 《전국사진학과연합전-내일의 사진》(이혁준 기획, 대구예술발전소 제1전시실)은 대구사진비엔날레와 한국 사진의 미래의 일면을 내보였다. 2018년 제7회 대구사진비엔날레 포트폴리오 우수작 전시인 《인카운터 Ⅵ》는 작가 김민주초원의 “사탕이 녹는 시간”(2018), 이예은의 “무재해”(2018~2019), 이한구의 “청배(請陪)”(2018~1019), 서종혁의 “DREAM”(2017), 정성태의 “SCHEMATA: 나와 내 그림자”(2014~2018)를 “저항가의 이상(Ideal in the Resisters)”이라는 제목으로 동대구역 광장에서 펼쳤다. 기차를 타고 대구에 도착하고, 대구를 떠나는 시민들과 ‘뜻밖의 만남’ 곧 ‘인카운터(Encounter)’를 실제 현실에서 순간순간 만들어간 전시는 목제 및 철제 구조물 등 다양한 조형물을 활용해 작품을 설치했다.

그중 철제 구조물에 설치된 이예은의 작품 “무재해”는 이동과 운송 수단인 철도와 도로가 건설되는 현장에서 경제 개발과 발전을 목표로 파괴되는 자연을 성찰한다. 산과 들을 뚫고 깎아 길을 내고 교각을 세우는 건설현장을 촬영하고, 스튜디오에서 가로 5~10m로 해당 이미지를 투사한 후 플라스틱 비닐과 포장재, 나사와 못, 장갑과 테이프 등의 건설 폐기물로 자연의 영역을 대치한 이미지를 원본에 합성해 완성했다. 한편 대형 크기의 둥근 목제 케이블 드럼(cable drum)에 설치한 김민주초원의 “사탕이 녹는 시간”은 사회적 가치와 기준에 의해 통제되는 현대인의 자유로운 내면을 감각적으로 드러낸다. 삼십 대 이상 직장인과 예술가 등의 모델이 어른의 옷을 입고 아이들이 좋아하는 막대 사탕을 녹여 먹는 시간을 촬영했다. 경직된 모델들의 제스처와 표정과 어울리지 않게 입에 물려 있는 하얀 막대사탕은 배경의 맑은 파스텔 톤의 무늬로 시선을 이끌어, 어른들에게 여전히 내재한 무구한 자유로움과 달콤한 유쾌함을 환기한다.

《전국사진학과연합전-내일의 사진》은 강민혁, 김도현, 김윤교, 김 책, 박성연, 이재균 등 사진을 전공하는 대학생 16명의 작품을 전시했다. 현대예술 속 매체의 혼성과 장르의 무딘 경계에서 평면 이미지로서 사진의 예술적 가능성을 탐색하며 사진의 미래를 열고 있는 젊은 사진가들의 도전을 보여줬다. 사진 전공 가운데 순수예술을 선택한 학생들의 작품들로, 세계와 현실에 대한 다양한 의문과 고민을 예술창작과 전시공간을 대표하는 대구예술발전소에서 풀어냈다.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코로나19 팬데믹이라는 예기치 못한 현실을 포함해 작금의 세계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치·사회, 경제·문화 그리고 환경의 수많은 난제와 갈등을 시각적 긴장으로 펼치는 가운데 《전국사진학과연합전-내일의 사진》은 젊은 세대가 지난한 현실 속에서 스스로 찾고 있는 나름의 해법과 화해의 모색을 보여줬다.

그중 김도현(경일대학교)의 작품 “충전_잠”(2020)은 고요한 숲과 들, 바다를 배경으로 펼쳐 놓은 하얀 이부자리에서 삶의 힘을 충전하는 젊은이의 초상을 보여준다. 그것은 회피와 도주가 아닌 지친 삶에서 잠시 숨을 돌리는 ‘충전’의 의미로 재현된다. 급변하는 세계에서 부딪히는 갈등들을 해결해 나가기 위해 현실적으로 수용해야만 함에도 불구하고 무시되고 있는 ‘휴식’ 혹은 ‘안식’을 자연의 평안 속에서 지향한다. 또한 김 책(서울예술대학교)의 작품 “사이공간.yy”(2020)는 자연의 순환 방식에서 인간 갈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과 회복 방안을 찾아 제시한다. 세계의 흐르는 시간 속에서 부서지고 갈라지고 마모된 자연의 틈(사이) 또는 간극을 오롯이 자연의 것을 활용한 인간의 행위로서 줄이고 메우고자 하는 노력을 보여준다. ‘사이’를 좁히고 메우더라도 숨길 수 없는 균열의 흔적은 나약한 인간의 한계를 드러내는 동시에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할 수 없는 회복의 노력을 확인하게 한다.

2년여 넘게 지속되고 있는 코로나19 팬데믹은 세계를 일시 정지시킴으로써 인간의 역사에서 발생하고 있는 제 문제들을 표면으로 가시화하고 있다. 1년 연기돼 2021년에 개최한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는 셀 수 없을 정도로 늘어선 인간의 문제를 목도하게 하고, 이 난제들을 어떻게 풀어갈 수 있을지 골몰했다. 문제에 정답이 없는 한 중요한 것은 답이 아니라 문제를 파악하는 관점이자 해결해가는 과정이다. 인간의 속도가 아닌 생명의 속도로, 인간의 욕망이 아닌 자연의 순리로, 인간의 세상이 아닌 존재하는 모든 것의 세상으로 세계를 바라보는 전환이 지금 필요하다. 이러한 맥락에서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초대전과 기획전, 부대전시는 장소를 토대로 미래가 아닌 역사를 성찰하고, 고정된 시공간을 탈피해 소통을 확장하며, 긴장이 아닌 이완의 상태에서 현실의 문제를 통찰하고, 무엇보다 방법을 모색하는 주체로서 ‘우리’를 일깨우며, 과정으로서 ‘연대’를 제시해 유의미하다.


 


대구사진비엔날레 미래비전을 위한 좌담회

구본창 사진가
박진관 영남일보 문화부국장
이일우 KP갤러리 대표,
이기명 월간 「사진예술」 발행인 겸 편집인

정리 강성엽 기자, 이가빈 수습기자

이기명 : 20년에 이르는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어제와 오늘을 돌아보고 미래비전을 위한 의견을 나누는 시간을 마련했습니다. 참석하신 분들을 소개하겠습니다. 구본창 작가님은 제2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총감독을 하셔서 특히 대구사진비엔날레 초기의 상황을 잘 아실 것 같아서 모셨고요. 대구의 대표신문인 영남일보 문화부국장으로서 대구사진비엔날레에 관한 기사를 써온 박진관 부국장입니다. 독립기획자로 활동하고 있는 KP갤러리 이일우 대표 참석했으며, 이대표는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주제전시 큐레이터로 2년 가까이 활동했습니다. 저는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에서 ICP(뉴욕소재 국제사진센터)에서 교육장을 역임한 앨리슨 몰리 씨와 공동큐레이터로서 2년여에 걸쳐 특별전시를 기획하였습니다.

대구사진비엔날레를 주관하는 대구문화예술회관의 김형국 관장님을 좌담회에 초대하였지만 다른 미팅이 잡혀 있어서 참석할 수 없다는 통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주제전시 정훈 큐레이터도 초대했지만 개인 사정으로 참석이 힘들다고 합니다.

대구는 사진의 높은 전통과 오랜 역사가 있으며 많은 사진가와 비평가와 기획자를 배출하여 그들이 전국적으로, 나아가 세계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대구사진비엔날레의 시작은 이러한 대구의 사진 인프라를 바탕으로 한국 사진계의 뜻이 모아졌기에 가능했다고 봅니다.

박진관 : 맞습니다. 대구에서 사진비엔날레가 가능했던 것은 대구의 강력한 사진 토대가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대구는 한때 ‘대한민국 사진의 수도’라고 불렸습니다. 일제강점기 영업사진가들이 중심이 된 서울의 경성사진사협회(1926년), 평양의 오월회(1929년)와 달리 대구는 순수 아마추어사진가들로 구성된 대구아마추어사우회(1934년)가 창립돼 창작활동과 교육에 힘썼죠. 광복의 해에 결성된 대구의 건국사진연맹과 대구사연회는 서울의 조선사진예술연구회와 부산의 부산광화회보다 1년 앞섰습니다. 1963년엔 국내 최초로 대구에서 유럽·미국 등 11개국이 참가한 국제사진살롱전이 열렸죠. 1990년대까지도 대구사단(寫團)은 서울과 대등한 전시 횟수를 기록했습니다. 사진학과가 있는 대학의 수도 서울에 뒤지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광주와 부산이 각각 광주비엔날레(1995년), 부산국제영화제(1996년), 부산비엔날레(2002년) 등을 만들어 앞서갈 즈음 대구는 2006년 대구사진계의 뜻을 모아 세계사진축제인 대구사진비엔날레를 전국에서 처음 개최했습니다. 대구는 사진을 선택한 것이지요!

이기명 : 구본창 작가님께 질문 드리고 싶은 것은 구본창 작가님이 제2회 총감독을 하셨고 초기 출발은 사단법인이어서 위원회도 있었고 사무국도 있었고 총감독 체제여서 총감독이 각 전시의 큐레이터들을 선임하지 않았나요? 그리고 예산도 큰 틀에서 관리하셨지요?

구본창 : 네! 맞습니다. 초기에는 새로운 걸 해보려는 의욕이 더 많지 않았을까 싶어요. 그리고 아무래도 총감독이라는 직책이 있으니 전체를 어떤 식으로 프레젠테이션을 해야 할지를 고민을 했던 것 같습니다. 근래에 총감독직이 없어졌다고 들었는데, 비엔날레 전체를 보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예산을 어떻게 적절하게 배분하고 관람객이 왔을 때 어떻게 재미를 느끼도록 다양한 구색을 맞추는 게 총감독의 재량이라 그 당시에는 더 가능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런데 지금은 이렇게 각각 전시 마다 큐레이터를 별도로 선정하는 시스템이다 보니 전체를 바라보는 사람이 과연 있었는지 궁금합니다.
그 당시에는 기본 아웃라인은 대구시에서 했겠지만 제가 각 전시의 큐레이터들을 선임하고 아마 예산도 각 기획에 맞추어 적절하게 배분했던 것 같습니다.

이기명 : 2014년 사단법인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없어지고 대구문화예술관 체제로 되었습니다.

이일우 : 사단법인 체제나 감독 체제에서 대구문화예술회관이 주관 기관으로 사업의 운영을 전적으로 계획하고 책임지게 되면서 결과적으로 안정적인 예산을 확보하는 것이 용이해지긴 하였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예산확보를 위해 정부의 비엔날레를 평가와 지자체 사업평가에서 우수한 평가를 받는 것이 중요하게 됩니다. 그런대 대부분 이러한 평가의 기준이 몇 개의 행사를 하는가? 몇 명의 작가들이 참여하는가? 얼마나 다양한 국적의 예술가들이 참여하는가? 관람객 수는 몇 명인가? 유명아티스트 참석하는가? 에 맞춰져 있거든요! 따라서 기획자나 운영위원회 중심의 사업보다 수행기관 그리고 기관 내 사업을 담당하는 사람들의 이해가 전시사업으로 연결되는 경우가 발생하게 되는 경우가 생기게 됩니다. 이러한 점은 한국의 축제사업을 밖에서 바라보면 알 수 없는 내용들입니다.

이기명 : 대구사진비엔날레 개막을 불과 5개월을 앞두고 예술감독을 브리타 슈미츠 씨에서 심상용 씨로 교체했습니다.

편집자주 : 브리타 슈미츠 예술감독과 함께 큐레이터인 이일우, 베른하르트 드라즈는 제8회 대구사진비엔날레 주제전시를 준비해 오다가, 문화예술회관으로부터 계약해지를 통보 받았다. <사진예술>은 관계자들로부터 사실 확인을 한 결과, 대구사진비엔날레 개막을 5개월 앞둔 시점에서 예술감독을 교체할 만큼 타당한 이유를 찾기 어려웠다. 예술감독 교체 사유를 포함하여 좌담회 내용에 관하여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반론의 글을 보내오면 <사진예술>은 다음 호에 게재하고자 한다. 브리타 슈미츠 씨는 독일 국립 베를린 함부르크 반호프 현대미술관에서 27년간 수석 큐레이터로 재직했으며 수많은 사진 관련 전시회를 개최하여 독일에서 영향력이 있고 존경받는 기획자로 알려져 있다.

박진관 : 제가 이 건에 관해 기사를 썼어요. 사실 브레이크를 한번 걸었어요. 이렇게 하면 안 된다고. 소위말해서 사진전문가들이 빠지고, 비사진전문가들이 와서 뒤죽박죽이 된 거예요.

구본창 : 우리는 외국인들과 한 약속도 너무 쉽게 저버려요. 그 분이 예술감독으로 기획을 의뢰 받아 한국에도 왔다 가고 한참 진행을 했으니, 문제가 있더라도 어떻게 든 해결하려 했어야 하는데. 국제적으로도 한국인에 대한 신뢰에 금이 갈 것 같아 걱정입니다. 해외의 큐레이터들과 좋은 관계를 이어가야 하는데 이렇게 끊어져 버렸다면 제 3자에게도 좋게 이야기할 리가 없지요.
전임 감독이 자기가 진행한 자료들이 도대체 비엔날레 홈페이지에 제대로 떠 있는지 모르겠다고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어요. 그리고 15년에 걸쳐서 활동했던 전임 감독들한테도 이번에 어떤 행사를 한다고 알려주고 그동안 방문했던 큐레이터들에게도 계속 연락하여 끈을 놓지 말고 관계를 만들어가면 좋을 텐데 아쉽습니다. 결국 세월이 흐르면 사람과의 인연 때문에 비엔날레가 커지고 또 한국 작가들도 그들이 기억해서 해외행사에 불러주고 해서, 이렇게 교류가 되는 것입니다.

이기명 : 2014년도에 사단법인 대구사진비엔날레가 폐지되고 대구문화예술관 관장 체제로 바뀔 당시에 대구시에서 간담회를 열어서 문화예술과장이 적당한 시기에 민영화시켜주겠다는 약속을 했습니다. 이제 재단법인에 대해 고민할 시점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광주비엔날레는 재단법인으로 되어있고 부산비엔날레는 사단법인입니다. 그래서 해당 분야 전문가중심의 법인으로 독립적인 운영위원 시스템을 갖춘 광주나 부산 비엔날레는 장기적인 계획을 갖고 그 역사를 이어받아서 계속해서 성장, 발전시키고 있습니다. 우리는 오히려 사단 법인이 없어지고 이렇게 대구문화예술회관 체제로 가다 보니까 전문가들이 지속적으로 맡아서 할 수 있는 시스템이 무너진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박진관 : 2006년도에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처음 시작했잖아요. 전국에서 처음으로 사진으로 비엔날레여서 센세이션을 불러일으켰는데, 1회 2회…… 잘 성장하다가 이게 기관으로 넘어가면서 이어가지 못하고 그 맥이 끊겨버렸어요.
이제 독립적인 재단화가 필요한 게 독립재단의 우수한 인력들이 플랜을 갖고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다시말해 대구시가 이관 받아 대구사진비엔날레가 안정적으로 지속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 다시 민간에 빠른 시일 내에 돌려주는 것이 현재로서는 최선책입니다. 대구시가 민영화 약속을 철저히 지켜야 할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죠.
이일우 : 지자체 사업평가에 대한 기준을 바탕으로 성과 위주의 사업을 지향하다 보니까 비엔날레 사업들이 로컬 페스티벌 개념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판단됩니다. 우리 안에서는 세계적인 행사로 보일지 모르지만 실질적 사업은 지역 내 지자체 문화사업의 성격으로 운영된다고 생각됩니다.

박진관 : 초심으로 돌아가 거기에 맞추면 돼요. 총감독 체제가 맞다고 봐요. 그리고 사단법인보다 재단 법인이 해야 되고 주체적으로 결정하고 기획하고 운영할 수 있는 자율권을 반드시 부여해 주고 대구시에서는 예산을 제공하되 간섭해서는 안 돼요.
지금은 부산 비엔날레 같은 경우에는 좀 참고할 필요가 있어요. 거기는 총감독 체제….

이기명 : 그래서 말이 나온 김에 부산비엔날레를 좀 설명 드리면 부산비엔날레는 공모를 통해 감독을 선정하는데, 먼저 추천위원회에서 지원서에 한해 경력서 및 전시기획 심사를 해서 인터뷰 대상자를 발표합니다. 다음에는 추천위원회가 아니라 선정위원회를 개최하여 기획안 발표 및 인터뷰를 진행해 최종 감독을 선정하게 됩니다. 이때 해당 분야에 대한 이해와 전문성을 갖추고 비엔날레급 전시 경력이 있는지를 주요하게 검증합니다. 이번 대구사진비엔날레 경우에는 사진 전시를 한 번도 기획해 본 적이 없고, 미술비엔날레 급에서 한 번도 큐레이터를 해본 적이 없는 심상용 교수(서울대 조소과)를 주제전시 예술감독으로 선정했습니다.

박진관 : 대구사진비엔날레 개막 5개월을 앞두고 전격적으로 주제전시 예술감독이 바꿨는데, 지역 언론들은 예술감독이 바뀐다는 보도자료를 받지 못했으며, 저는 ‘대구문화’라는 대구시가 발행하는 잡지를 보고 알았어요. 제가 정말 황당해서 무슨 일을 이렇게 하느냐고 대구문화예술회관에 따졌지요. 지역 언론사에 바뀌었다고 얘기를 하고 설명을 우선 하지 않고 기관지에서 발표한 것이지요.

예술감독 선정 과정은 대구문화예술회관 내부적으로 추천을 했다고 들었어요. 운영위원회를 거쳤지만 독립적인 운영위원회가 아닌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임명하는 운영위원회인데다 불과 5개월을 앞둔 상황에서 급박하게 결정을 할 수밖에 없었겠지요. 김형국관장이 최종 도장을 찍었고, 그런 부분들이 이제 결국은 이런 사단을 낸 것입니다. 비사진전문가가 주제전시 예술감독이 되고 그것을 결정하는 문화예술회관 관장도 음악계의 전문가이다보니 문제가 발생한 것이지요.

이기명 : 구본창 작가님도 예술감독에 대한 제안을 받으셨죠?

구본창 : 어떤 전시에 대한 건인지는 정확하지는 않았지만 갑자기 가을에 전시를 맡아 할 수 있는지 대구문화예술회관측에서 연락이 왔었습니다 . 그런데 개인적으로 10월에 북경에서 큰 전시가 있어서 그걸 도저히 할 수가 없었습니다. 또 전시를 기획한다는 것은 기획자로 본인의 시간을 포기하고 봉사를 하는 셈인데 과연 그 노고를 알아주실 까 하는 회의도 들었습니다.

이기명 :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예술감독으로 추천하려고 구본창 작가님께 전화를 했지만 대구사진비엔날레 상황에 관한 정확한 설명은 부족했던 것 같습니다. 촉박한 상황에서 심상용 교수가 예술감독이 된 것인데, 미술계에서도 심상용 교수가 예술감독이 된 것에 대해서 굉장히 의아해하더라고요. 비엔날레급 큐레이터조차 해 본 경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비엔날레에 대한 글을 자주 쓰시던 분이 비엔날레 예술감독을 맡는 것 자체가 지난 글에 대한 객관성과 신뢰를 무너뜨리는 것이지요. 펜으로 전시기획을 넘보았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다고 봅니다.

심상용 예술감독이 개막식장에서 난데없이 파리 8대학의 프랑수아 술라주 교수와 메릴랜드 대학교 천민아 교수에게 감사를 드린다고 말했어요. 그분들한테 외국 작가를 추천을 받았던 겁니다. 이런 식으로 사진가들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분이 예술감독을 맡은 거지요!

또한 주제전에 예술감독이 있고 큐레이터가 있고 어소시에이트 큐레이터가 있는데, 어소시에이트 큐레이터도 상당히 주요한 역할이잖아요. 그 어소시에이트 큐레이터를 사진관련 전시기획자로 전혀 알려진 바 없고 이렇다 할 사진전시 기획이 없는 김도연 씨가 맡아서 의아했는데, 김도연씨가 심상용 교수의 박사과정 제자라는 사실을 뒤늦게 듣게 되었습니다. 공정과 상식이 무너진 것이지요.

이일우 : 기존의 시스템은 한국 사진계의 인프라를 더하는 시스템이 아니라 그 인프라를 빼먹는 시스템인 것 같아요. 이 말은 사진문화 발전을 위해 운영되는 사업들이 실제 사진가들이 노력해 만들어 놓은 그 결과들을 소모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는 뜻입니다. 여러분도 한번 체크해 보시면 쉽게 파악할 수 있을 겁니다. 매번 주제전을 표방하는 대형 전시들이 얼마나 많은 작가들을 초대하는지 새로운 사업기획을 할 때 이전 사업에 참여하지 않은 새로운 국내작가들을 찾기가 힘이 듭니다. 당연히 그들에 대한 충분한 지원과 최소한 사업에 집중할 수 있는 최소한의 페이 지급도 제대로 안되고 있구요.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환경적인 문제뿐 아니라 한국의 사진축제 사업들이 스스로의 권위를 잃어가는 결과를 초래합니다. 이 부분은 저를 포함한 사진인 전체가 고민하고 성찰해야 하는 점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박진관 : 기관이 아니라 사진 전문가들이 원래대로 돌아가서 일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대구시에도 말했으며 대구문화예술회관 관장한테도 얘기했어요.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할 게 아니다. 능력도 안 되고. 그게 어떻게 보면 능력도 능력이지만 전체적인 규모를 볼 때에 대구문화예술회관에서 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냥 판을 돌려주고 자체적으로 돌아갈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얘기를 했어요.

이일우 : 지금 얘기하셨던 것들이 실현되기 위해서는 독립재단이나 운영위원회 자체가 권위를 가져야 되고 제대로 조직, 운영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듭니다. 거기서 결정된 운영진들에게 자율적으로 의미있는 사업을 준비할 수 있도록 충분한 권한을 주고 그 결과에 대한 건전한 비판과 책임도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구본창 : 그렇습니까? 왜 그렇게 생각할까요? 그래도 작가들은 사실 비엔날레 작가로 참여하면 영광으로 생각할 것 같은데...

이일우 : 비엔날레를 포함한 국내 대형 전시사업에 대한 필드에서의 인식은 지금 우리가 얘기하는 것보다 훨씬 더 부정적이고 심각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어려운 환경에서도 사업을 위해 노력하고 계시는 분들도 많구요. 하지만 사업이 가치를 생산하지 못하고 최소한의 전문인들이 참여할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제시하지 못하면 그러한 노력들도 곧 물거품이 될 것입니다.

박진관 : 내실있게, 규모도 좀 더 확대하고 예산도 더 써야 됩니다. 광주에는 문화부시장이 있잖아요. 대구는 아직 문화체육국장이거든요. 그리고 광주비엔날레의 예산은 대구사진비엔날레 예산의 10배입니다. 이런 부분부터 해서, 지금 독특한 사진 문화를, 이제 대구에서 선점을 했으니, 그걸 더 성장시켜야 하는데 아쉽습니다.

이기명 : 대구사진비엔날레의 미래비전은 결국 독립적인 재단법인으로 민영화해서 장기플랜을 갖고 전문인력들을 중심으로 성장시켜 나가야하며 총감독체재로 하되 전문가그룹의 위원회에 의한 철저한 검증을 통해 총감독을 선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중론인 것 같습니다. 오늘 장시간 감사드립니다.

 

 
해당 기사는 2021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