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작가]파리의 중심에서 아랍을 만나다


The Biennial of Photography in the contemporary Arab world

 

ⓒScarlett Coten, Mohaned_Série Mectoub-Alexandrie-Egypte, 2013

 
지난 11월 13일은 파리 연쇄 테러 2주기였다. 2015년 11월 13일 파리 시내 6곳에서 발생한 연쇄 자살 폭탄, 총기 테러로 인해 130여명의 무고한 시민이 숨졌고 프랑스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했다. 이어지는 니스, 브뤼셀 등 유럽지역에서 발생한 IS 테러는 사람들에게 이슬람 국가와 아랍 문화권에 대한 공포심을 심어주었다. 그러나 기실 사람은 자신이 잘 모르는 대상을 두려워하는 법이다.

 

ⒸZied ben Romdhane, Oumm Laarayes – Serie West of Life, 2015


이슬람 문화도 마찬가지다. 낯설고 이해할 수 없다고 배척할 때, 공포감은 더욱 커진다. 오히려 교류를 통해 이해하고 알아가는 과정에서 공포는 호기심으로, 배척은 배려로 바뀔 수 있는 단서가 있다. 그렇기에 파리 연쇄 테러 2주기에 방문했던 파리에서, 그것도 파리 시내 8곳의 전시장에서 아랍계 현대사진 작가들의 시선으로 기록한 아랍의 현 주소를 살펴볼 수 있는 <아랍 현대사진 비엔날레 the Biennial of Photography in the contemporary Arab world>를 만난 것은 의외이면서도 반가웠다. 다름을 포용하는 똘레랑스를 실감했다고 할까? 아랍 현대사진작가들의 시선으로 포착한 아랍의 풍경은 단편적인 이미지로만 묘사되듯 광신적이거나 과격하지 않았다. 오히려 조금은 쓸쓸하고 내밀한, 베일 아래 우수(憂愁)가 비춰지듯, 아슴프레한 그들의 사진은 이슬람의 산문시같이 정적이면서도 아름답다.

 

Daniel Aron, Tableau, Interieurs Simples A Tanger, 1994-1997
ⓒCourtesy Galerie Photo 12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아랍세계연구소(The Institut du Monde Arabe)와 맨션 유럽피안 드 라 포토그라피(Maison Europeene de la photographie)는 2017년 9월 13일부터 11월 12일까지 <아랍 현대사진 비엔날레 the Biennial of Photography in the contemporary Arab world>를 개최했다.


2015년 처음 열린 이 비엔날레는 올해로 두 번째이며 아랍세계연구소, 맨션 유럽피안 드 라 포토그라피, 시떼 데자르 (The Citée Internationale des arts), the Mairie of the 4th arrondissement, 등 파리 곳곳의 8개 전시공간에서 개최됐다.


 

Daniel Aron, Petit déjeuner, Série Interieurs Simples A Tanger, 1994-1997 ⓒCourtesy Galerie Photo 12


각각의 전시장에서는 아랍 국가에서 활동하는 사진작가들의 작품이나, 해외에 거주하는 아랍 출신 작가들, 또는 비아랍권 국가 작가들이 찍은 아랍지역의 사진이 각각 전시됐는데, 이들은 아랍 문화권의 동시대적 목격자이자 증인으로, 아랍의 현재를 보여주고 있다.


아랍세계연구소에서는 튀니지 출신의 큐레이터 Olfa Feki가 큐레이팅한 전시를 선보인다. 다양한 컨셉 사진과 다큐멘터리 작업 중에서, 특히 Scarlett Coten은 아랍계 성소수자들의 초상을 통해 아랍세계에서 억압되있는 개인이 성정체성 문제를 다룬다.

 

Charlotte at 11, Beirut, Lebanon, 2012 © Rania Matar




Charlotte at 15, Beirut, Lebanon, 2016 © Rania Matar


Rania Matar는 자신의 딸이 커가는 모습을 보면서, 여자 아이가 여자로 자라는 시기의 연속 초상사진을 남겼는데 젖살이 아직 빠지지 않은 아이 때의 모습과, 이제 자신의 주관이 생기고 소녀에서 어른으로 자라나는 미묘한 시기에 찍은 모습을 함께 병치시켰다. Rania Matar의 작품 중에는 특히 Charlotte라는 소녀의 11살과 15살의 모습을 대비시킨 사진들이 눈에 들어온다. 11살의 소녀는 카메라 앞에서 약간 불편하고 자신 없는 표정으로 카메라를 응시하고 있고, 소녀의 줄무늬 민소매 상의와, 소녀 방 뒤에 걸린 사진 속 줄무늬 수영복을 입은 어린 소녀가 묘하게 일치한다. 이 그림은 소녀의 부모님이 직접 선택해서 걸어놓은 그림이다. 4년 후 15살이 된 Charlotte는 카메라 앞에서 좀 더 자신 있는 포즈로 비스듬히 누워있고 그 모습은 그녀 뒤의 추상적인 여인 초상과 일견 대조되면서도 어울린다. 이제 Charlotte는 자신의 취향으로 벽에 장식할 그림을 선택하고, 또 자신이 직접 그린 드로잉을 보여주기도 한다. 성장에 따라 달라지는 인물의 표정과 포즈, 그리고 방 안의 소품 등 소소한 부분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작가는 자신의 딸의 성장을 지켜보며, 10대의 한 없이 변화하기 쉬운 한 순간을 기록하고 싶었다고 설명한다.

 

#Noir © Mouna Karray


Mouna Karray의 셀프포트레이트 연작 시리즈도 흥미로운데, 그녀의 사진 속 ‘마치 알 속에 갇힌 듯 얇은 천을 둘러싸고 카메라의 촬영 버튼을 누르고 있는 인물’은 작가 자신이다. 그녀는 그러나 “이 사진 속 인물이 남자인지, 여자인지, 늙었는지 젊었는지 유추할 수 없도록 일부러 모호하게 처리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 작품을 실제 인물보다 더 큰 대형사이즈로 인쇄해서, 인물의 유일하게 직접 드러난 손이 실제의 손보다 더욱 크게 나타나게 연출해서 그 손을 보고도 여성임을 유추할 수 없도록 만들었다. 작가는 “우리는 흔히 알을 깨고 나온다고 하는데, 그 알을 깨는 과정 자체에서 내외부 간의 어떤 갈등이 있는지를 짐작할 수 있다”며 “사진 속 인물은 관객 자신의 내면세계일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Roger Grasas, Falaj al Harth-Série Min Turab_Sultanat d'Oman, 2013


이번 아랍세계연구소의 전시에서는 비아랍국적 국가들이 아랍의 오늘을 바라보는 시선들과 사진 작업들도 마련됐는데, 한국 작가로는 이정진 작가의 ‘this place' 시리즈 사진들도 일부 전시됐다. Roger Grasas는 아랍 지역을 여행하며 버려진 모스크 건물을 찍었는데 인간이 떠난 그 곳에서 허물어진 모스크와 자연이 어우러지며, 오히려 이제야 신이 머물 수 있을 만큼 평화로워 보인다.
 

ⒸHicham Benouhoud, Série The Hole, 2016


한편, 맨션 유럽피안 드 라 포토그래피는 알제리 Hicham Benohoud, 이집트 Farida Hamak, 모로코 Xenia Nikolskaya 작가들의 다양한 테마와 서로 다른 스타일의 작업들을 선보이며, The Citée Internationale des arts에서는 Bruno Boudjelal 큐레이터가 기획한 알제리안 사진가들의 작업 등을 선보였다.

 
글 석현혜 기자
이미지 제공 The Institut du Monde Arabe

해당 기사는 2017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