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작업실에서 탄생한 문화 공간, 아트스페이스 애니꼴




경기도 고양시 일산동구에 있는 아트스페이스 애니꼴은 과거에는 조각가 김희성의 작업실이었다. 25여 년 전, 작업실을 지었을 당시는 숲길, 오솔길 사이의 벌판이 펼쳐졌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주변은 상업 공간으로 변해갔다. 그러자 그 근방으로 놀러 온 사람들이 카페로 착각하고 들어오는 일도 빈번해졌다. 조용히 작업할 수 있는 환경과는 거리가 멀어졌던 것. 원래 의도와 장소가 가진 성격이 달라지자 김희성은 이곳을 작업실 대신 공간을 유지할 수 있는 상업공간과 함께 갤러리를 함께 운영하기로 했다.


아트스페이스 애니꼴은 전시공간이라는 플랫폼을 형성해 세상에 숨겨진 재능있는 작가들의 작품을 소개하고 함께 즐기고자 했던 관장 김희성의 생각에서 시작됐다. 2011년 피노 레스토랑을 시작으로, 2012년 카페 애니골을 열었다. 상업적 기반이 자리 잡은 후 2016년, 아트스페이스 애니꼴을 개관했다. 기획전은 2달에 한 번씩 진행되며 일 년에 6번이 진행되며 그 사이사이에 대관전을 진행한다.


아트스페이스 애니꼴의 장점은 카페, 레스토랑, 갤러리가 모여서 하나의 문화 복합 공간을 이룬다는 것이다. 이곳에는 건물이 두 개가 있는데, 한 곳은 피노 레스토랑을 운영 중이고 다른 한곳의 건물은 1층 카페 애니골, 2층 아트스페이스 애니꼴로 구성됐다. 전시 대부분은 2층에 있는 아트스페이스 애니꼴에서 운영되지만 전시작가가 원하면 피노 레스토랑과 카페 애니골에서도 작품을 소개할 수 있다. 작가의 작품은 전시장을 넘어 대중의 일상으로 들어오는 것이다. 이는 대중에게 열려있는 문화 공간을 만들고자 한 관장 김희성의 의도다.


 




전영범 사진전 <산첩첩심첩첩> 전경


목재로 된 인테리어와 따스한 볕 등에서 풍기는 자연적인 분위기의 1층 카페를 지나면, 2층은 전시 공간으로 이뤄진다. 상업적인 목적으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한 공간을 오직 작품 전시만을 위해 비워둔 것. 공간은 검은 벽과 흰 벽이 구조적으로 조화롭고 심플한 구조 안에서 리듬감이 느껴지는 듯하다. 초대전은 김희성이 공모와 추천을 통해 선발한 이들이다.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재능 있는 예술가, 작가 중에서 숨어있거나 표현하고 싶은 것이 많은데 보여줄 기회가 없었던 작가 등등. 다양한 작가들에게 기회를 주고 싶다. 모락모락 타오르는 불씨에 성냥불 하나 던져주면 불이 확 오르지 않나. 작가들에게 그런 역할을 하는 갤러리였으면 한다.”아트스페이스 애니꼴은 다양한 순수예술 분야를 지향하며 전시를 진행해왔으며, 올해는 특히 사진전이 많이 열렸다. 관장 김희성은 “많은 관객이 사진전에 대해서 호감을 보인다. 사람들에게 전시장을 오르락내리락하면서 볼 때 사진 작품이 과하게 무겁지 않다고 생각하더라.”고 전한다. 아트스페이스 애니꼴에서 지난 8월 27일까지 전영범의 사진전 <산첩첩심첩첩>가 열렸다. 전시장에는 전영범이 촬영한 산 사진, 나무, 눈꽃사진 등이 흰 벽과 검은 벽에 첩첩이 이어진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관장 김희성은 전영범의 사진에 대해 “천문학박사 출신으로, 전영범이 걸어온 이력에서 나올 수 있는 그만이 가지고 있는 세계를 사진으로 표현했다“며 “전영범의 사진은 풍경이지만 풍경을 넘어선 풍경이라고 생각한다. 그의 사진에서 보이는 사실적인 요소보다 심상적인 요소가 내 눈을 사로잡았다. 풍경 사진만으로 한정 짓기에는 너무나 몽환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관장 김희성이 갤러리를 운영하는 가장 큰 이유는 작가들에게 힘을 실어주고 싶기 때문이다. 많은 작가가 전시할 때 작품 외에도 제작, 비용 등 부수적으로 따르는 현실적인 문제를 겪는다. 김희성도 작가로서 오랜 시간을 보내며 그 현실을 느껴왔고 이제는 다른 작가들의 고민을 덜어주고 싶다고 한다.


 
“나도 갤러리에서 문전박대 눈치를 봐야 하는 입장을 겪기도 했다. 갤러리에 초대를 받아도 이 갤러리를 위해서 작품이 팔려야 한다는 고민이 많았다. 저급한 불안일 수도 있지만 현실적인 불안이다. 그래서 작가가 이곳에서 전시할 때는 최대한 자율성을 주고 싶었다.”

 

우성립의 조각전 <우리시대 중년의 초상> 전경
 


 
아트스페이스 애니꼴은 다방면 예술가들을 위한 전시공간인 동시에, 좋은 작가들의 작업을 소개함으로써 작가와 대중이 교류할 수 있는, 만남의 장이 되기를 희망한다. 이는 작가에게는 예술 관계자, 작가의 지인 등 특정 집단에서 벗어나 일반 대중에게 작품을 선보일 기회가 될 수도 있으며, 방문객은 그들의 삶 속에 또 다른 가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지금 아트스페이스 애니꼴에서는 우성립의 조각전 <우리시대 중년의 초상>이 9월 4일부터 10월 22일까지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관객은 조각가 우성립이 중년의 삶을 유머러스하게 표현한 조각들을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글 김다울 기자
이미지 제공 아트스페이스 애니꼴

해당 기사는 2018년 10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