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휴고의 친밀한 남아프리카

피터 휴고Pieter Hugo는 남아프리카의 인종 차별 정책 이후의 현 남아프리카의 내면의 모습을 초상, 풍경, 정물 사진의 형식으로 담아온 사진작가다. 남아프리카의 요하네스버그에서 1976년에 태어난 그는 12살에 카메라를 처음 들긴 했지만, 사진 교육을 정식으로 받은 적 없는 독특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피터 휴고는 사진 교육을 제대로 배우는 대신 케이프타운의 영화 현장에서 작업하거나 이탈리아 트레비소의 ‘파브리카Fabrica’에서 2년간 레지던시로 머문 이후에 가나의 양봉 종사자, 부채를 갚기 위해 하이에나 또는 비비를 수집하는 나이지리아 갱단, 라이베리아 보이 스카우트, 더반의 택시 청소부, 보스니아의 판사 등 사회에서 배제되거나 예외적인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촬영해 왔다.
 


Daniela Beukman, Milnerton, 2013


Ann Sallies, ma nourrice, Douglas, 2013

Daniel Richards, Milnerton, 2013

그런 식으로 아프리카 사회에 초점을 둔 다큐멘터리 작업의 특이성을 보여주는 휴고의 첫 번째 주요 사진 컬렉션은 〈Looking Aside〉이다. 이 작품은 ‘우리에게 다른 면을 보여주는’ 사람들의 초상화들이다. 여기에는 백색 스튜디오를 배경으로 선명한 조명 아래에서 포즈를 취한 시각장애인, 백색증 환자, 노인 등이 등장한다. 작가는 이 작품에서 자신의 관심사인 ‘차이’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내 고향은 아프리카지만, 나는 백인이다. 나는 아프리카 사람이라 느끼지만, 남아프리카의 사람들에게 내가 아프리카 사람이냐고 묻는다면, 그들은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이것은 내가 내 나라의 사회적 존재에 맞지 않는다는 것이며, 이 점은 내가 사진작가가 된 원동력이다.”
 


Green Point Common, Le Cap, 2013


en peripherie de Pretoria, 2013

La maison des Besters, Vermaaklikheid, 2013

이처럼 남아프리카 백인 사진작가의 딜레마를 드러낸 작품은 인종 차별 정책의 끝자락이던 시절, 어린아이였던 피터 휴고를 바라보던 아프리카 사람들의 시선을 이야기한다. “남아프리카 공화국은 파괴, 정신 분열증, 상처 등 매우 문제가 있는 곳이다.”라고 작가가 표현할 정도로, 이 컬렉션에는 당시 작가가 그들로부터 강하게 느꼈던 경험도 이입되어 있다. 〈르완다 2004: 대량 학살의 흔적Rwanda 2004: Vestiges of a Genocide〉 이후, 〈하이에나와 남자The Hyena & Other Men〉라 불리는 컬렉션으로 그는 큰 주목을 받게 됐고, 〈하이에나를 가진 남자A Man with A Hyena〉라는 작품으로 ‘World Press Photo 2005’ 초상화 부분에서 대상을 수상하게 된다. 이 시리즈를 계기로 그의 작품은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었다. 짐바브웨와 남아프리카 공화국의 경계에 있는 무시나Musina 마을에서 촬영한 〈Messina/Mussina〉 컬렉션, 가나의 거대한 폐기물 처리장을 촬영한 〈Permanent Error〉 컬렉션 등 주변 아프리카 국가들을 작업의 주된 대상으로 삼았던 그는 자신의 아이가 태어난 일을 계기로 자신의 국가, 남아프리카에 관심을 가지게 됐다. 아이가 생기면서 갑자기 자신의 근원에 대한 갈망이 생겼던 것이다.
 


Loyiso Mayga, Wandise Ngcama, Lunga White
Luyanda Mzanti et Khungsile Mdolo apres leur rite d initiation Mthatha, 2008

Thoba Calvin et Tshepo Cameron Sithole-Modisane Pretoria, 2013

최근 발표된 컬렉션은 요하네스버그에서 내륙지방의 브램포테인Braamfontein과 프리토리아Pretoria를 지나 작가가 현재 살고 있는 케이프타운까지 여행하며 작업한 결과물 〈KIN〉이다. (파리 카르티에 브레송 미술관에서 1월 14일부터 4월 26일까지 열린 피터 휴고 개인전) “〈KIN〉은 사회의 이상과 현실 사이의 간격을 보여주는 시도”라고 휴고가 정의하듯, 이 작품들은 식민주의와 인종차별 정책의 상처가 여전히 남아있는 남아프리카의 모습을 보여준다.

글. 진영선 프랑스통신원
해당 기사는 2015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