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de in Germany: 19세기부터 현재까지의 독일 사진

상하이의 문화예술단지로 새롭게 조성되고 있는 웨스트번드에 위치한 상하이 포토그라피 센터 (이하 SCOP)은 중국에서 유일한 비영리 사진미술관이다. 중국을 대표하는 다큐멘터리 사진작가 중 한명인 류흥싱이 2015년 설립한 이래 지금까지 굵직한 전시를 기획해온 SCOP은 2017년 첫 전시를 독일사진의 역사의 흐름과 그 영향력을 되짚어 보는 〈Made in Germany: 19세기부터 현재까지의 독일사진〉전으로 꾸몄다. 1850년대부터 현재까지 독일을 대표했던 작가들의 사진들을 한데 모은 이번 전시는 약 100여점이 넘는 작품으로 구성되었고, 19세기 후반의 사진작품을 시작으로, 1920-30년대 실험작업, 2차대전후 아방가르드, 1970-80년대의 도큐멘터리, 그리고 현대 사진작업을 시대별로 정리하여 독일 사진의 발전 과정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했다. 자칫 교과서적일 수 있는 전시의 컨텐츠는 곡선과 원형으로 이루어져 오픈된 공간을 구축하고 있는 미술관의 형태가 자연스럽게 관객들의 발길을 유도하며, 보다 자유롭게 관람할 수 있도록 한다. 


(사진 1) AUGUST SANDER (1876-1964), Boxers, 1929 ⓒDie Photographische Sammlung/SK Stiftung Kultur ? August Sander Archiv, Cologne; VG Bild-Kunst, Bonn 2016




(사진 2) HEINRICH KUHN (1866-1944), Walkers Climbing Down c. 1914 ⓒEstate of the artist / Galerie Kicken Berlin


미술관에 들어서면 전시의 처음과 끝을 맺는 작품을 동시에 마주하게 되는데, 얼핏 보더라도 두 작품의 소재와 크기, 촬영기법을 통해 시대의 차이를 극명하게 느낄 수 있다. 19세기 후반, 사진기라는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예술적 실험으로 다룬 두 명의 대표적인 독일작가, 레오폴드 아렌트 (Leopold Ahrendts) 와 하인리히 큔 (Heinrich Kuhn)의 사진은 건축과 풍경이 초기사진에서 얼마나 중요한 소재로 다루어졌는지 보여준다. 아렌트는 베를린의 거대한 빌딩과 도시의 경관을 자신만의 독특한 구도를 통해 포착한 반면, 작가이자 이론가, 그리고 발명가였던 큔은 예술사진의 선구자로서 마치 인상주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기법을 통해 사진의 예술성을 부각시켰다. 픽토리얼리즘 (Pictorialism)의 아버지라고도 불리는 큔(kuhn)은 소프트 라이팅과 소프트 포커싱을 통해 회화적인 느낌을 극대화 하고, 검 바이크로마이트 (gum bichromate) 기술을 사용하여 이전에 사진에서는 볼 수 없었던 부드러운 톤의 사진들을 선보였다.(사진2)

20세기 초반에 들어서면서 실험적인 그룹의 아방가르드 작가들이 활동하기 시작했는데, 이번 전시에서는 1920년대와 1930년대 전간기 사이에 대두되었던 New Objectivity와 New Vision주의를 중심으로 다루어졌다. 독어로 ‘sache’, 즉 어떤 것, 혹은 사물을 뜻하는 단어에서 비롯한 것으로 ‘New Objectivity’를 뜻하는 ‘Neue Sachlich’는 표현주의에 대한 반발로 형성된 객관주의적인 경향의 ‘신즉물주의’를 의미한다. 주관적인 표현이나 시각을 배제하고 도큐멘터리 형식으로 대상을 포착하고자 했던 대표적인 작가가 바로 어구스트 잔더(August Sander)다. 전쟁의 불안감 속에서 당시 독일사회의 모습을 가장 정직하게 보여주기 위한 방법으로 기록한 그의 초상사진 시리즈는 지금까지도 큰 감동을 선사한다. 자신의 스튜디오에서, 도시의 길가에서, 혹은 사람의 발길이 끊긴 농장에서 잔더는 자신이 마주친 사람들의 모습을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자 했다. 1927년, 쾰른에서 스튜디오를 시작한지 얼마 지나지 않아 3개월동안 작가이자 친구였던 루드비히 마터(de Ludwig Marthar)함께 사르디니아를 여행하면서 약 500장이 넘는 초상 사진을 촬영한 그는, 1929년 『우리 시대의 얼굴』이라는 책을 통해 60점의 사진을 처음으로 소개했다. 농부, 상인, 예술가, 아이들, 부랑자 등, 사회적 위치와 나이, 젠더와 상관없이 개개인의 일상을 포착한 샌더는 기록의 차원을 넘어 미국의 이론가 아리엘라 아쥴레이 (Ariella Azoulay)가 주장하는 ‘사진의 시민성’을 강조한다. 정치적 이념에 의해서 국가와 시민이 처절하게 분열되어갔던 당시 독일에서 샌더는 사진이라는 매개체를 통해 개인의 존재가치를 인정하고 그들을 하나의 시민 공동체로 표현한 것이다. 그의 사진들이 이번 전시의 대표적인 작업으로 선택된 이유도 아마 예술적, 역사적 관점을 넘어서는 사회적 메시지 때문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신즉물주위와 함께 동시대에 대두되었던 초현실주의적 실험들은 주로 움보(Umbo)와 어윈 블루멘펠드(Erwin Blumenfeld)의 작업을 통해 전시에서 소개되었는데, 특히 1919년 월터 그로피우스(Walter Gropius)에 의해 창립된 바우하우스가 이러한 예술적 실험에 미친 영향에 주목하였다. 새로운 테크놀로지를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바우하우스는 1929년부터 사진교육을 정식으로 커리큘럼에 포함시킴으로써 사진을 단지 기록의 매체가 아닌, 상상력의 수단으로 사용하기 시작했다. 당시 강사로 활동했던 라즐로 모홀리 나기(Laszlo Moholy-Nagy)와 월터 피터한스(Walter Peterhans)와 같은 작가들은 건축물과 사물을 기록하고, 바우하우스의 워크샵 활동, 일상을 포착하는 것에서 나아가 완벽한 미적 자율성을 강조하며 사진을 통해 새로운 세상을 상상하고 표현하길 요구했다. 이번 전시에는 모홀리 내기의 작품뿐만 아니라 바우하우스 수업의 과제물로 사용되었던 스터디 작업들이 포함되어 흥미를 더했다. 


(사진3) UMBO (OTTO UMBEHR) (1902-80), Clown Grock, 1928/29 ⓒ Umbo Portfolio, 1927-1930, Galerie Rudolf Kicken, Cologne 1980



(사진4) Herve, 1976 ⓒWilhelm Schurmann

전시의 마지막 부분인 독일의 현대 사진은 베른트 힐라 베혀 (Bern and Hilla Becher)부부의 작업이 주를 이루었다. 이들의 작품은 다큐멘터리 사진의 기본 속성인 관찰과 기록성을 중시하며 작가의 주관적인 감정과 표현적인 왜곡을 배제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20세기 산업화 시대의 상징적 건축물들을 촬영하고 이를 유형적 방식으로 배치하여 보여주거나, 혹은 하나의 특정 구조물을 여러 각도에서 기록하여 제시한다. 주로 산업지대, 공장 건물, 탄광, 워터 타워 등 20세기 산업화시대의 상징적 건축물들을 촬영한 그들의 작업은 마치 거대한 조각 작품처럼 보여지기도 한다. 특히 상하이에서 쉽게 목격할 수 있는 버려진 공장이나 엑스포 건축물들, 혹은 대규모 산업지대들을 떠올리다 보면 베혀 부부의 작업이 21세기 중국의 모습과 너무도 밀접하게 맞닿아 있음을 느낄 수 있다. ‘힐라파’로도 불리는 뒤셀도르프 예술대학의 제자들, 안드레아스 구르스키 (Andreas Gursky), 토마스 루프 (Thomas Ruff), 캐디다 호퍼 (Candida Hofer)의 작업(사진6)들도 함께 소개되었는데, 현재 세계적으로 각광받는 그들의 사진작업에서는 공간, 사물, 건축, 혹은 장면들을 개념적이고 냉정한 시각으로 다룬다는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19세기부터 현재까지 독일 사진의 역사를 다루는 〈Made in Germany〉전은 독일이 사진예술과, 특히 도큐멘터리 사진에 미친 지대한 영향력을 보여준다. 자칫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는 이번 전시는 역사적 네러티브를 통해, 단지 과거를 재방문 하는 것이 아니라, SNS와 인터넷을 통해 초단위로 이미지를 소비하고 있는 이 시대와, 사진의 미래에 대해서 생각해보게끔 한다는 점에서 더 큰 의미가 있다. 


(사진5) HEINRICH RIEBESEHL (1938-2010) 394/76 from the series Situation and Object (1973-77) ⓒ VG Bild-Kunst, Bonn 2016



(사진6) CANDIDA HOFER (1944-), Benrather Schloss Dusseldorf IV, 2011, Courtesy of the artist and Matthew Liu Fine Arts
 

글 임수영 통신원 사진 제공 Shanghai Center of Photography
해당 기사는 2017년 5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