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이슈]Photo Collage③

Artistic Surgery
브루노 메트라 & 로렌스 젠슨


벨기에 사진작가 브루노 메트라(Bruno Metra)와 로렌스 젠슨(Laurence Jeanson)은 자신들의 협업작업 〈ID 1 & 2〉
 를 ‘Artistic Surgery’ 라고 표현한다. 직역하자면 ‘예술적인 수술’이다. 우리가 흔히 ‘오늘 날씨가 예술이다, 음식 맛이 예술이다’ 라고 감탄하듯, ‘수술이 예술로 잘됐다’는 뜻일까? 그러나 이들의 〈ID 1 & 2〉 시리즈를 보는 순간, 이 ‘Artistic Surgery’가 ‘Plastic Surgery’, 성형수술의 패러디임을 알 수 있다. 

 

Bruno 2013 Ⓒ Bruno Metra & Laurence Jeanson


사진 속 인물들은 모두 자신의 얼굴에 다른 이의 얼굴 사진을 오려내서 부분적으로 덧대고 있다. 테이프나 손으로 거칠게 이어붙인 이 사진들은 잡지에서 오려낸 사진들이다. 의사가 칼을 대어 외모를 바꿔주는 성형수술은 아니지만, 그와 비슷하게 예술작업을 통해 외모를 바꿔주는 ‘Artistic Surgery’인 셈이다.


사진이 대중화되면서 자신의 외모를 언제든 찍을 수 있고, 또 인터넷을 통해 이를 공유하기 쉬운 시대에, 사진은 정체성 형성에 큰 영향을 끼친다. 셀피는 일종의 ‘백설공주 계모의 거울’과 다름 아니며, 사람들은 인터넷에 올린 사진과 거기 달린 댓글 등 타인의 반응을 통해 자신의 아름다움과 존재감을 확인받고 싶어 한다. 


 

Grégoire(masque) 2013 Ⓒ Bruno Metra & Laurence Jeanson


물론 이런 사진은 보정 프로그램을 통해 언제든 수정 가능하다. 온라인에서 유명한 미남, 미녀가 알고 보니 보정 프로그램이 만든 신기루라는 것은 흔한 일화이고, 어떤 이들은 여기 더 나아가 자신의 얼굴을 이상형으로 일치시키기 위해 성형수술을 감행한다. 자신의 원본 사진을 보정 프로그램으로 수정해서 눈을 크게 한다거나, 코를 높이는 식으로 수술 후 모습을 시뮬레이션 해본 후, 그 보정된 사진에 맞춰 실제 성형을 진행한다. 이렇게 보면 가상의 이미지가 현실의 정체성을 바꾸는 셈이다.


가상이 현실을 대체하고, 정교한 합성을 통해 언제든 원본 사진이 조작 가능한 시대에, 브루노 메트라와 로렌스 젠슨은 왜 굳이 잡지의 사진을 오려서 어린아이 장난처럼 거칠게 오려 붙이는 작업을 하는 것일까? 

 

Apache 2013 Ⓒ Bruno Metra & Laurence Jeanson
 

“사진 속 인물들이 얼굴에 덧대고 있는 각각의 이미지들은 패션 잡지나, 광고, 패션, 미용 기사에서 오려낸 이미지들이다. 이들은 미디어를 통해 은연중 강요되는 이상적인 미(美)를 대표하는데, 평범한 사람들은 닿기 힘든 ‘아름다움’이다. 이런 미디어에 노출된 미인들의 사진은 대개 촬영 후 보정됐기 때문이다.”


작가들은 우리가 현재 미디어의 홍수 속에, ‘사회적으로 조율된, 이상적 아름다움’으로 우리의 정체성을 가상이미지에 두고 있지는 않는지 묻는다. 이를 위해, 이들은 모델이 스스로 대중매체 이미지 속에서 자신이 꿈꾸는 이미지들을 취사선택토록 한다.

 
 
Julie 2012 Ⓒ Bruno Metra & Laurence Jeanson

 
“우리는 먼저 모델들에게 그들이 이상적이라 생각하는 이미지를 (잡지나 광고에서) 고르게 하고, 왜 이 이미지가 그들에게 이상적인지, 만약 당신이 이런 외모를 가지고 있다면 행복할지 묻는다. 구체적으로 어떤 입술, 눈, 몸을 가지고 싶은지 말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얼굴과 몸 중 어떤 부분이라도 바꾸고 싶어 한다. 인터넷 소셜 미디어를 통해 우리는 끊임없이 연출되고, 보정된 이미지의 흐름에 노출되기 때문이다.”

 

Jef 2012 Ⓒ Bruno Metra & Laurence Jeanson
 

사진 속 인물들은 ‘더 또렷하고 큰 눈매, 도톰한 입술, 푸른 눈, 주름 없이 매끈하게 빛나는 피부’를 꿈꾸며, 사진들을 선택해 얼굴에 가져다 놓지만 이 실제와 가상 이미지의 조합은 매끈한 합성이 아니라, 물질적 경계가 거칠게 도드라지는 아날로그적 결합이다. 이렇게 결합된 이미지들은 단순히 ‘이상적 아름다움’ 이상으로 다양한 의미를 내포하는데, 근육질 남성이 공들여 화장한 여성의 얼굴을 반쪽씩 씌운 사진에서는 성 정체성의 아젠다가, 흑인계 여성이 흰 피부의 사진을 오려 붙인 사진에서는 인종 아젠다를 읽어낼 수 있다. 미디어가 일방적으로 제공하는 ‘전형적인 아름다움’이 인종적이고 성적인 고정관념을 형성하고, 그것이 다시 개개인의 정체성에 영향을 끼치는 셈이다. 작가들은 일부러 테이프로나 손으로 고정한 접합면이 드러나도록, 아날로그적 결합을 거칠게 노출시킨다. 이런 이미지의 개입은 고의적이고 명백하게, 실제와 이상 사이의 격차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오려낸 사진들을 모델에게 붙일 때, 나는 ‘예술적 수술(Artistic Surgery)’을 하고 있다고 말한다. 이 작업은 성형 수술에 대한 풍자일 수도 있지만, 그보다 나는 우리가 어떻게 가상의 이미지로 자신의 정체성을 구성하는지 묻고 싶다. 성형수술, 안티 에이징(Anti Aging), 인종, 소수자 문제 등도 결국 우리 정체성에 대한 질문이다.”


시리즈의 제목 〈ID 1 & 2〉〈Identity(정체성)〉을 뜻한다. SNS에 올려진 이미지로 자신과 타인을 인식하고, 타인에게 보여지는 시각적 이미지가 곧 자신의 정체성으로 이어지는 이 시대에, 브루노 메트라와 로렌스 젠슨은 “‘이상적으로 만들어진 이미지’가 얼마나 허약한지, 과연 우리의 진짜 정체성은 어디 있는지” 상징적 질문을 던진다.   

 
글 석현혜 기자
이미지 제공 Galerie Nardone


해당 기사는 2018년 11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