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윈 올라프, Palm Springs

지금 뉴욕의 에드윈 호크(Edwynn Houk) 갤러리에서는 어윈 올라프(Erwin Olaf, 1959년~)의 최신작인 “팜 스프링스(Palm Springs, 2018)”를 전시하고 있다. 미국 서부 아메리칸 드림을 모티브로 한 “팜 스프링스”는 “베를린(Berlin)”, “상하이(Shanghai)”와 함께 그가 최근에 마무리한 3부작 중 하나이다.

어윈 올라프의 올해 60세 생일을 맞아 여러 미술관에서는 그의 전 생애의 작품을 정돈해서 보여주는 전시를 선보였다.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게멘테뮤지엄(Gemeentemuseum)과 포토뮤지엄(Fotomuseum)에서는 그의 사진전이 6월 16일까지 열린다. 또한,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국립 박물관인 라익스뮤지엄(Rijksmuseum)에서는 영구 소장으로 어윈 올라프의 사진 500여 장을 선정했으며, 그중 일부는 렘브란트(Rembrandt, 1606~1669) 등 17세기 네덜란드 황금기의 유명 화가들의 작품과 함께 6월부터 전시될 예정이다. 그리고 뉴욕의 사진 기관인 애퍼쳐 파운데이션(Aperture Foundation)에서는 어윈 올라프의 1980년대부터 현재까지의 수많은 작품을 담은 400페이지에 달하는 전집 『Erwin Olaf-I Am』을 출간했다.


 
 

Erwin Olaf, Palm Springs, American Dream Self Portrait with Alex, 2018 ⓒErwin Olaf. Courtesy of the artist and Edwynn Houk Gallery, New York



Erwin Olaf, Palm Springs, The Family Visit, 2018 ⓒErwin Olaf. Courtesy of the artist and Edwynn Houk Gallery, New York


Palm Springs, 도시를 담다
어윈 올라프는 에드윈 호크 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신작 “팜 스프링스”에서 미 서부 캘리포니아의 60년대를 재현해 놓았다. 같은 시리즈에 속하는 “베를린”, “상하이” 등의 지명을 그대로 가져온 작품명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그의 사진 안에는 세계 다른 곳의 지역적인 스타일이 사진 안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60년대 미국은 베트남전 참전으로 경제적으로는 부흥기를 맞았고, 문화적으로는 반전, 평화, 평등 등을 외치고 히피 문화가 생겨나는 등 전후의 반성과 풍성함이 넘쳐나는 시대였다.

하지만 이 시리즈에서 작가는 그러한 아메리칸 드림을 화려하게만 보여주고 있지는 않다. 완벽하고 세심하게 가공된 한 장, 한 장의 사진에는 각자 고유의 수수께끼가 담겨 있고, 이제 관객의 상상력을 동원해야만 이야기가 이어진다. 이러한 열린 이야기 구조가 실현 가능한 것은 작가의 탁월한 센스와 장인 정신 덕분이다.

모두 로케이션에서 촬영된 이 시리즈의 하나의 장면(scene)은 모델, 메이크업, 헤어, 세트 제작, 조명으로 이루어진 50여 명의 팀의 협력으로 만들어진다. 완벽한 구도와, 그에 정확하게 어울리는 소품들, 하지만 정교하게 다듬어진 모델들의 얼굴 표정은 그다지 밝지만은 않다. 다른 시리즈에서와 마찬가지로 어윈 올라프는 인간 감정의 밝은 부분보다는 어두운 단면, 즉 불안, 좌절, 혹은 나약함에 주목하는 듯하다. 무슨 일이 있었을까 궁금하게 만드는 그의 사진은 방금 총성이 울려 퍼진 듯한 미국의 과장된 연극적인 톤이 아닌, 절제되고 잘 다듬어진 유럽의 그림 같은 느낌을 준다.



Erwin Olaf, Palm Springs, The Bank, 2018 ⓒErwin Olaf. Courtesy of the artist and Edwynn Houk Gallery, New York



Erwin Olaf, Palm Springs, The Kite, 2018 ⓒErwin Olaf. Courtesy of the artist and Edwynn Houk Gallery, New York


네덜란드 초상화의 전통을 이어받으며
네덜란드의 초상화 전통을 빼고 어윈 올라프의 사진에 대해 이야기하기는 어렵다. 렘브란트를 포함해 “진주 귀걸이를 한 소녀”로 유명한 요하네스 베르메르(Johannes Vermeer, 1632~1675), 헤라르트 테르 보르흐(Gerard Ter borch, 1617~1681) 등의 작품에서 볼 수 있듯이 17세기 네덜란드는 독특한 회화 전통을 가지고 있으며 이는 곧 현대 네덜란드 사진작가들에게까지도 많은 영향을 끼쳤다. 베르메르의 작품 “진주귀걸이를 한 소녀”를 직접적으로 차용해, 자신의 딸과 고전적 네덜란드 회화와의 연관성을 가벼운 터치로 보여주는 헨드릭 키어스텐스(Hendrik Kerstens)의 사진이 대표적이며, 게미 바우드-비넨다이크(Gemmy Woud-Binnendijk)가 전통적인 회화를 좀 더 직접적인 방식으로 재현한 사진 시리즈 역시 유명하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또 한 명의 사진작가로서 어윈 올라프는 자신만의 미적 취향이 확고하다. 그 역시 균형 있는 구도와 차분한 색조, 세밀한 묘사, 그리고 조명을 통한 인물의 심리 묘사 표현 등 네덜란드의 고도로 섬세하고 정교한 회화 전통 안에 있다. 하지만 포토저널리즘과 상업 사진의 경험으로 축적한 탄탄한 사진 이미지 제작 기법, 다소 미국적이라 할 수 있는 내러티브 스타일은 올라프만의 차별점이라고 할 수 있다. 인물 포트레이트로 유명한 리네케 딕스트라(Rineke Dijkstra) 같은 작가에 비해 세계적으로는 덜 알려졌지만, 네덜란드 안에서 어윈 올라프는 왕가의 초상 사진을 촬영하는 특권을 누리는 등 상당한 인정을 받고 있다.



Erwin Olaf, Palm Springs, American Dream Portrait of Alex, 2018 ⓒErwin Olaf. Courtesy of the artist and Edwynn Houk Gallery, New York



Erwin Olaf, Palm Springs, The Farewell, 2018 ⓒErwin Olaf. Courtesy of the artist and Edwynn Houk Gallery, New York


어윈 올라프는 1959년생으로, 네덜란드 위트레흐트(Utrecht) 학교에서 저널리즘을 공부하며 사진을 시작하게 되었다. 학교를 졸업하고 80년대 포토저널리스트로서 커리어를 시작한 이후 동성애 해방 운동과 암스테르담의 파티 문화와 호흡을 같이 하며 스튜디오 사진으로 업종을 바꾼다. 그는 한 인터뷰에서 “내 전 생에 걸쳐서 현실과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게 어려웠다”고 고백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만의 판타지, 꿈, 자기만의 초현실적 세계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스튜디오로 무대를 옮기게 되었다.

위지(Weegee), 조엘 피터 위트킨(Joel-Peter Witkin), 로버트 메이플소프(Robert Mapplethorpe)의 사진에서 영감을 받았다는 그는, 소수자의 성 정체성과 현대 소비문화를 직·간접적으로 다루며 자신만의 주제와 독특한 미적인 스타일을 만들어 나갔다. 그의 초기작들이 점차 인정을 받으며 세계적인 사진가로 명성을 얻기 시작했고 리바이스, 마이크로소프트 등 유명한 기업의 광고 캠페인을 진행했다. 그의 작품은 수많은 개인 컬렉션 외에도 네덜란드 라익스 뮤지엄, 프랑스의 폰즈 국립 현대 미술관 등에 소장되어 있다.

 


글 박세리Serry Park 해외 필진
해당 기사는 2019년 6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