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자 《흐르는 삶》 인사동 겔러리 라메르 1층 제2전시실(서울) | 3.27 ~ 4.1

흐르는 삶 – 전철역에서
도시의 삶은 항상 흘러가는 사람들로 가득 차 있다. 어디로 향하고 있는 걸까? 아무도 질문하지 않는다. 누구도 올바른 답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알기 때문이다. 쓸데없는 것에 시간을 빼앗기지 않으려는 삶을 이어 간다.군중은 그 나름의 인격이 있다. 개인으로 만났을 때와는 다른 성격을, 또는 생경한 도덕관을 보인다. 우리도 그 군중 속에 묻혀 있다. 그렇게 우리는 우리도 모르게 가해자가 되기도 하고 피해자가 되기도 한다. 우리의 모습을 정직하게 그리면 모두들 일그러져 있을 것이다. 삶의 무게에 짓눌려서. 이렇게 길거리 사람들을 보는 일은 종종 나를 매혹시킨다 내 의지와 관계없이 만들어진 나의 그림자, 또는 다른 사람들의 그림자는 어떠한가? 그것들은 입밖으로 드러내지 못한 은밀한 말들을 직설적으로 표현하고 있지는 않은가? 그 하나하나의 속으로 들어가 보면 무리가 알지 못하던 세계로 들어가기도 한다. 그들의 이야기는 뒤로 감추어져 있다. 거울 뒤에 숨어 있거나 길게 늘어지며 얘기를 과장하고 있다. 얼핏 보면 기괴해 보이기도 하지만 그 속에서 남들이 미처 보지 못한 세상, 따뜻한 미소를 발견하자는 게 작가로서의 나의 길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날 메시지 하나가 나의 일상을 멈추고 다른 방향으로 돌아 세운다. 여태 걸어왔던 길과 다른 생소한 길. 그러나 열심히 달려가야 할 길. 길거리의 모든 사람들도 같은 선택을 했던 것은 아닐까? 나를 정직하게 보려면 시점을 바꿔야 한다. 저 높은 곳에서 내려다봐야 한다. 거울은 정직하다. 높은 곳에 매달린 거울을 보며 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