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IS PHOTO 2017 ① : 당신이 파리포토에 대해 알고 싶은 모든 것

“사진을 사랑한다면 파리포토로!”
전세계 사진애호가들의 마음을 설레게하는 2017 파리포토가 11월 9일 막을 올렸다. 그랑팔레에서 4일간 진행된 파리포토 현장을 현지 취재를 통해 생생하게 전달한다. 또한 파리포토와 함께 열리는 위성페어인 포토피버를 통해, 대안적 성격의 위성축제가 가진 가능성을 들여다본다.
 


Paris Photo 2017 Ⓒ Florent Drillon
 

“포토런던이 새롭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여전히 세계 사진시장의 중심은 파리포토입니다. 파리포토는 그 해 세계사진시장의 흐름과 동향을 읽을 수 있어요. 포토런던은 규모 면이나 권위 면에서 아직 파리포토와 비교하기에는 이릅니다. 파리포토는 세계에서 가장 권위 있고, 상징적인 포토페어지요.”

   
지난 9월 KIAF(한국국제아트페어)에서 만난 한 영국 갤러리 디렉터는 최근 성장세인 ‘포토런던’과 ‘파리포토’에 대해 묻는 기자에게 ‘파리포토의 위상은 여전하다’고 단칼에 답했다. 프랑스는 사진의 발생지이자 전통적으로 사진 애호가들이 많은 사진의 강국이고, 그 중심지 파리에서 열리는 가장 큰 사진페어인 파리포토는 페어 그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전 세계 주요 사진갤러리들이 그 해의 가장 중요한 작가들의 작품을 엄선해 전시하고, 주요 사진집 출판사들도 신간들을 선보인다. 각 갤러리와 사진집 부스에서는 세계적인 작가들이 사인회, 아티스트 토크 등의 다양한 행사를 통해 관객을 만난다.

또한 작가, 갤러리스트, 콜렉터, 평론가 등 전세계 사진관계자들이 모이는 파리포토는 국제 사진계의 만남의 장이자, 발견의 장이다. 컬렉터와 갤러리 간의 고가의 사진작품이 거래되는 장소이면서, 동시에 사진애호가들이 마음 놓고 좋아하는 작가의 작품을 감상하며, 작가를 직접 만날 수 있는 기회이다. 때문에 지난해만 해도 약 6만 명의 관중이 파리포토를 찾았다. 올해 기자가 방문한 2017 파리포토 현장에서도, 일반인 입장 시간에는 관람객들이 길게 줄을 서 기다리고, 암표를 파는 행상인까지 등장하는 등 진풍경이 벌어졌다.

 


Paris Photo 2017 Ⓒ Florent Drillon


2017 파리포토, 29개국 151개 갤러리 참여
올해로 21회를 맞는 파리포토 2017이 지난 11월 9일부터 12일에 파리 그랑팔레(Grand Palais)에서 열렸다. 이번 파리포토 2017에는 30개국, 189개의 전시가 선보였다. 그랑 팔레의 꽃인 메인 부문에서는 29개국에서 151개의 갤러리들이 참여해, 19세기 클래식 사진부터 오늘날의 사진까지 다양한 사진들을 전시했다. 메인 섹션에서 전시된 작품 중에는 권부문, 이정진, 배병우 등 국내작가의 작품도 종종 눈에 띄었다. 그랑팔레의 2층 Salon d'Honneur에서 별도 전시하는 Prismes 섹터에서는 대형 포맷의 설치작업으로 14명 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였다. 또한 사진집 부문에서는 8개국에서 온 32개의 출판사와 딜러들이 참여했다. 이 밖에도 파리포토는 필름-비디오 부문을 별도로 상영하고, Estee Lauder Pink Ribbon Photo Award와 Priz Leica Oskar Barnack 2017 Award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과 작가와의 대담, 아티스트 토크 등 다수의 관객참여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Paris Photo 2017 Ⓒ Florent Drillon

파리포토의 또다른 주인공, 그랑팔레
파리포토는 2010년 이후 루브르에서 현재의 그랑팔레로 옮기며 대대적인 변화를 맞았다. 일차적으로는 전시 공간이 더 우아하고 클래식해지면서, 보는 이들의 시각적 즐거움을 담보한 것이고, 다른 하나는 1층과 2층의 공간이 구분되면서 성격이 다른 형태의 전시들을 시도할 수 있었다.

그랑팔레는 1900년 파리 만국박람회를 기념으로 건립됐으며, 천장이 유리와 철골로 이루어진 거대한 돔 형태로 이루어졌다. 파리의 벨 에포크(아름다운 시대, 프랑스 19세기 말부터 제 1차 세계대전 발발까지 번성하던 시대) 시대를 상징하는 이 건축물은 그 웅대한 규모로 방문객을 압도한다. 특히 유리 천정 사이로 자연스럽게 들어오는 빛이, 우아한 아르누보 양식의 실내 건축과 각 부스에 걸린 사진작품들과 어우러지며 예술적인 분위기에 흠뻑 취하게 했다.

1층 건물 중앙부분 200m 길이의 대형홀에는 151개의 갤러리들이 각각의 부스를 걸고 그룹, 솔로, 듀오전 형태의 전시를 선보였고 홀의 양쪽으로는 왼편으로는 Estee Lauder Pink Ribbon Photo Award 프로젝트가, 오른쪽 편으로는 Prix Leica Oskar Barnack 2017 Award 수상작과 Aperture Foundation Photo Book Awards의 수상후보 사진집들이 전시됐고, 메인홀 가장 끝부분의 독립된 공간에서는 작가 및 평론가, 전문가들이 대담을 가지는 24개의 Artisti talk와 33개 컨버세이션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그랑팔레에서 가장 인상적인 공간은 중앙홀에서 윗 층으로 통하는 우아한 양갈래 나선형의 계단인데, 그 계단은 전시를 둘러보다 지친 방문객들이 앉아 자유롭게 담소를 나누기도 하고, 막 구매한 사진집을 펼쳐 감상하기도 하는 휴식의 공간이자, 만남의 공간이다. 계단 윗층 Salon d'Honneur(명예의 살롱)에서는 올해 파리포토가 가장 주목하는 14명의 작가의 시리즈가 벽면에 대형 설치됐는데, 이 중 한국 이정진 작가의 〈Unnamed Road〉 시리즈도 선보였다. Salon d'Honneur의 왼쪽편 공간에서는 Helga De Alvear 콜렉션 중  쥬드폼의 Marta Gili 관장의 기획으로 선택된 작품이 설치된 〈The Tears of Things〉전이 열렸는데, 주로 Andreas Gursky, Becher, Bernd & Hilla, Candida Höfer 등 독일 현대사진작가들이 찍은 오브제 작품을 전시했다.

 










The 2017 Paris Photo Photobook Awards
 

메인홀 중앙에 놓인 사진집 출판부스
파리포토는 사진집 출판섹션을 별도의 전시공간으로 마련하며 사진집 산업이야말로 사진시장에서 주요한 부문임을 보여준다. 파리포토의 메인홀 가장 중앙에는 32개의 출판인 부스가 설치됐고 약 250권이 넘는 책들을 선보였다. 매 시간마다 레이몽 드파르동, 엘리엇 어윗, 마틴 파 등의 유명 작가들이 사진출판 부스에서 사인회를 가졌고, 그 때마다 사인을 받기 위해 긴 줄이 늘어섰다. 그만큼 사진집에 대한 수요와 관심이 대단했고, 방문객들도 굳이 사진작품을 구매하지는 않더라도 사진책은 1,2권씩 현장에서 구매해 손에 들고 다니는 모습이 많이 눈에 띄었다. 특히 이번 파리포토에서는 한국 박종우 작가가 슈타이틀 출판사에서 나온 사진집 <DMZ>를 공개했고, 사인회를 가졌다.


또한 Aperture Foundation이 주관하는 포토북 어워드의 후보작 사진집들을 별도 전시하고, 10일에는 전시장에서 최종 수상작을 발표하고 시상식을 가졌다. 10,000달러 상금의 First Photobook(최고의 사진집)은 Mathieu Asselin이 〈Monsanto: A Photographic Investigation〉으로 수상했고, Photography Catalogue of The Year(올해의 카달로그)는 Mattie Boom, Hans Rooseboom이 〈New Realities: Photography in the 19th Century〉으로, PhotoBook of The Year(올해의 포토북)은 Dayanita Singh이 〈Museum Bhavan〉으로 각각 수상했다. 후보작들로 오른 사진집들도 함께 전시돼  Aperture가 엄선한 주요 사진집들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메인 갤러리 부문에는 151개 갤러리 중 아시아 갤러리가 대만, 홍콩, 일본, 인도 등 11개 정도로 적었지만, 출판 부문에서는 8개국 32개의 출판부스 중 일본 출판사의 참여부스만 6개여서, 사진집 문화가 정착된 일본 사진시장의 위세를 짐작케 했다.

이 밖에도 올해 파리포토는 명예 게스트(Guest of Honour)로 샤넬의 수장 칼 라거펠트를 초청해서 칼 라거펠트가 파리포토 참여 작품 중 자신의 안목으로 엄선한 작품을 Steidl 출판사에서 스페셜 에디션으로 출간해 페어에서 판매했다. 칼 라거펠트는 1987년부터 자신의 사진작업을 시작하며 “오늘날 사진은 내 삶의 일부다”고 말할 정도로 깊은 사진 애호가로, 스페셜 에디션을 통해 그가 엄선한 작품들을 보며 파리포토를 관람하는 동선을 제안했다.


클래식 사진의 강세와 다큐멘터리의 시장가능성 탐색
11월 9일 열린 크리스티의 경매에서 만 레이의 사진 ‘Noire et Blache'(1926)이 260만 유로(한화 약 33억 4천만원)에 판매되며 클래식 사진의 최고가 판매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경매는 파리포토 주간에 열린 경매로, 파리포토에서 클래식 사진의 판매가 강세를 이루는 것과도 연관있다. 세계최대 미술품 경매회사인 소더비의 Jonas Tebib는 “파리포토는 세계 사진콜렉터들에게 가장 중요한 영향을 끼치며 여전히 사진시장을 주도한다”고 말한다.

파리포토에서는 만 레이, 앙드레 케르테츠, 워커 에반스, 알프레드 스티글리츠, 알버트 랭거파스츄 등 20세기 초반 클래식 사진 등이 대거 소개됐으며 고가로 거래됐다. 2000년대 들어 클래식 사진에 대한 재발견은 꾸준히 이뤄졌으며 수요 역시 급증하고 있는데, 파리는 19~20세기 예술의 중심지로 이런 고전사진들의 소장과 유통에 있어서 파리포토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는 것. 파리포토가 열린 그랑팔레의 다른 전시장에서는 미국 패션사진의 거장, 어빙 펜의 단독전시가 대규모로 개최됐고, 그랑팔레와 가까운 쥬드폼 미술관에서는 1920년대 독일 신즉물주의를 이끈 알베르트 랭거파츠슈의 사진전이 열리고 있어, 파리가 클래식 사진의 보고임을 다시 한 번 확인할 수 있었다.

한편으로 2017 파리포토에서는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시, 판매하는 갤러리들이 많아졌는데, 뉴다큐멘터리의 새로운 시장 가능성을 탐색하는 경향이 대두됐다. MATTHIAS BRUGGMANN, RAGHU RAI,  Dana Lixenberg, Joseph Rodriguez 등의 다큐멘터리 작품이 눈에 띄었는데, 특히 아르헨티나 작가 MARCELO BRODSKY는 60년대부터 90년대까지 전세계 반정부 시위현장을 찍은 자신의 다큐멘터리 사진 위에 글과 그림을 그리는 그래픽 작업을 덧붙인 재창작 작업을 선보였다. 마르첼로 브로드스키MARCELO BRODSKY는 파리 포토 행사장에서 마틴 파와 공개 대담을 가졌는데, 마틴 파는 그에게 “당신 사진이 이런 아트 마켓에서 고가로 판매되는 것에 대해, 사진 속의 인물들에게 죄책감을 가지지 않는가?”라는 도발적인 질문을 던졌다. 마르첼로 브로드스키는 “오히려 나는 행복하다. 이 사진 속 인물들이 옛날 역사로 지나가는 게 아니라, 이런 커다란 아트페어에 전시되고, 많은 사람들이 와서 볼 수 있다. 젊은 세대들이 이 사진들을 통해 지난 역사를 새로 발견할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다큐멘터리 사진이 예술 상품으로 거래되는 것에 대한 입장차뿐만 아니라, 다큐멘터리 사진이 앞으로 시장에서 어떤 역할을 하게 될지에 대한 복선이 담겨 있어 흥미로운 순간이었다.


파리 포토의 저력을 발견하다
파리포토 측은 11월 9일부터 12일까지의 행사기간 동안 총 6만 4542명의 관람객이 행사장을 찾았으며, 이는 지난해보다 약 4.1% 성장한 수치라고 밝혔다. 방문객 중에는 미국의 ICP, MoMA, 중국의 YUZ Museum, 일본 Chanel Nexus Hall (Tokyo), 영국 National Gallery, Tate (London), 네덜란드 FOAM 관계자 등 전 세계 주요 미술관 관계자들이 있었으며, 또한 프랑스 브리지트 마크롱 영부인과 Françoise Nyssen 문화부 장관, Muriel Penicaud 노동부 장관이 찾아 갤러리스트와 작가, 출판인들을 만났다.
브리지트 마크롱 영부인은 특별한 의전행사 없이, 소수의 경호만을 대동한 채 사진작품들을 하나하나 주의 깊게 감상하며 며, 방문객들 사이에 자연스럽게 어우러졌다.

프랑스가 사진 강국일 수 있는 이유를 이렇게 지위의 높낮음 없이 사진을 사랑하고 감상하는 모습에서 일견 엿볼 수 있었다.
독일 Sies +Hoke & Kicken 갤러리는 “만약 사진에 관심있다면 파리 포토는 주요 큐레이터나, 콜렉터 등 사진계 주요인사(Key Player)를 만날 수 있는 최고의 장소이다”고 말한다. 그의 말처럼, 총 5일간의 취재기간 동안 파리포토가 단지 사진 마켓의 역할만이 아니라, 전 세계 사진 주요 인사들의 만남과 교류의 장이자, 사진을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축제라는 점을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세계 사진계를 주도하는 거장들의 작품부터 각 갤러리들이 야심차게 들고 온 신진작가의 작품까지 차별 없이 고르게 감상하는 관객들의 태도나, 합리적인 가격대에 출판된 사진집이 현장에서 대량 판매된다는 점이 인상 깊었다. 이런 사진에 대한 사랑과 적극적인 소비가 파리포토가 사진의 중심으로 건재하게 하는 힘이리라.  

2018 파리포토는 11월 7일부터 11일까지 그랑팔레에서 열릴 예정이다. 오는 2020년까지 계속 그랑팔레에서 열릴 예정인데, 변화하는 세계 사진계의 흐름에 따라, 파리포토 역시 앞으로 어떻게 대응해갈지 기대된다.

 


글 석현혜 기자 이미지제공 PARIS PHOTO www.parisphoto.com
해당 기사는 2017년 12월호에 게재된 기사입니다.